저는 의사인지라, 저도 모르게 처음부터 수행자 호흡이나 요가 호흡이나
그냥 간단하게 숨을 쉬는 방법들 중의 하나이고,
특수한 방법으로 숨을 쉬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호흡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불교를 접하기도 전에 저는 요가를 긴 기간 했었습니다.
요가에서도 호흡은 그 방법이나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데 스승님께서 호흡 법문 중에 자주 기(氣)를 돌린다고 하셔서....
기를 돌린다면 의학적으로는 어떤 것을 두고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스승님께 ‘기를 돌린다는 것이 신체적으로 어떤 것 혹은 무엇을 두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인가’를 여쭈었더니 스승님은 의학자가 아니시라 제가 의사로서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명확하게 알려 주시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냥 마음먹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호흡하는 것을 시도하고 실행하면 된다고 하셔서,
제가 생각하기에 호흡에 관한 한 사람이 몸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운동이나 자세처럼 관련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특수한 자세나 호흡운동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신체 감각을 두고 그렇게 '기를 돌린다.' 라고 표현하시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일단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긴 세월 동안, 내가 호흡 자세와 호흡 동작을 무엇이든 다르게 함으로써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와 달라지는 신체감각적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결코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수십 년을 그렇게 수행자 호흡을 그냥 본 대로 들은 대로 배운 대로 실행 실천하는 노력만 해 왔습니다.
수행자 호흡 관련하여 첫째로 변화가 된 것은 수영 선원 시절 초창기에 태식호흡자리가 명치에 딱 달라붙지 못하고 아래로 처진 것을 며칠만에 고친 점이고, 이거는 기의 운용과는 달리 타원형의 큰 움직임이 없고 작은 부위 명치 끝자리에 거의 고정된, 움직인데도 극히 좁은 부위의 느낌만 있었습니다.
그 후로도 상당 기간 여전히 태식자리 호흡 궤적의 큰 움직임은 온전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었는데, 양액하 호흡근육의 의도적인 사용과 이에 따른 신체감각적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양액하 흉곽 호흡근육의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일으키고 하루에 삼만 번을 수십 년 채우면서 흉식호흡을 반복하기는 했지만, 이에 따른 신체감각적 변화는 거의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명확하고 세밀하게 수행자호흡에 따른 태식자리와 양액하 흉벽 자리에 신체감각이 감지되지 않더라도
육계신호가 감지되거나 각성도가 더 없이 고조되거나 법열이 느껴지면서 이렇게 수행을 이어가기만 하면 조만간 무슨 결과라도 크게 증득할 것 같은 경우도 적어도 세 번 정도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생전 처음 겪는 특이한 것이라서 참으로 기억이 생생했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는 호흡자세나 호흡근육의 사용에 따른 신체감각의 변화나 움직임은 일단 뒤로 남겨두고
육계신호가 감지되거나 각성도가 더 없이 고조되거나 법열이 느껴지면서, 이렇게 이어가기만 하면 무슨 결과라도 크게 증득할 것 같은 수행 상태를 재현하려고 노력을 하였습니다.
스승님께서 수행이 잘 될 때에는 어떻게 하면 수행이 잘 되더라는 점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반복해서 수행이 잘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누누이 말씀을 하신 바가 있어서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만, 문제는 어떤 요소나 변화로 인해서 수행이 그렇게 잘 되었는지 세 번 정도의 경험으로는 파악이 전혀 안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된 이유는 세 번 모두 직장 문제로 그런 상태를 며칠 정도밖에는 이어갈 수 없었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몇 주 몇 달씩 더 길게 이어졌더라면 수행을 잘 되게 하는 요소들이 찾아졌을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오랜 후에 나이가 60대 중반을 지나면서 수행자 호흡이 어느 정도 숙련이 되니까 바로 이 호흡이 육계신호를 일으키고, 지속되게 하고, 각성도를 올리고, 법열을 느끼게 하고, 신체 기력을 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호흡운동에 따른 신체감각도 느껴지고, 그런 느낌을 일으키는 자세나 호흡운동 방법도 수월하게 재현(再現)이 가능해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기가 움직여 간다는 표현이 드디어 체험이 됩니다.
환언하자면 제 경우에는 굳이 기를 움직인다는 난해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수행자호흡을 익히고 호흡수행을 잘 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호흡수행이 잘 되면 일념수행이 저절로 잘 됩니다. 혹은 일념수행이 잘 되도록 하는 요령을 금방 터득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신체의 움직임이나 방법에 대한 표현, 신체감각에 대한 표현만으로도 수행자 호흡을 잘 배우고 익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호흡점검을 받을 때에는 이런 점들에 대해 지도를 받고 이런 표현들을 사용하여 수행자호흡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니 누구든 수행자는 이런 저의 개인적 경험을 참조하시어 부디 수행자 호흡을 빨리 배우고 숙달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이 글은 호흡에 대해 도반과 이 메일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가 답변한 것입니다.
그리고 내용에 빠트린 부분이 있는데, 수행자호흡이 익숙해지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로 호흡의 작은 변화에 크고 작은 전율이 곧잘 온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멜로디 타기를 아무리 해도 전율이 오는 법이 없었는데, 이후로는 낮 시간 수행 중에는 멜로디를 탈 만큼 피로한 적이 없고 오히려 기력이 생겨서 수행을 이어가기가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