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를 한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생활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세계로 여행을 가고, 과거의 시간에서 미래의 시간을 가늠 할 수 있고, 그래서
이래 저래 나는 답사를 좋아 한다. 이번 서산답사는 내가 좋아하는 답사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춘 답사였다.
전날 마신 술 때문인지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목욕을 끝내고 아직 덜깬 술기운에 수면실 메트위에 몸을 내던져 정신 없이 잤다.
얼마나 잤을까. T.V 소리에 슬그머니 눈을 뜨보니 일요일 아침이라 목욕탕에는 사람들로 부적였다.(아니 일요일 보다는 시골아라서 ....)
메트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몸이 메트에서 떨어지면서 찬공기가 몸을 감싸는데
소름이 끼친다.
서산시의 일요일 아침은 너무나 조용했다. 서울이나 성남이면 몹시 북적 거리고 시끄러웠을 껄... 터미널 근처지만 식당조차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해장을 해야 되는디..할 수 없이 [나문답]에서 마애삼존불 밑에 어죽이 맛있다는 걸 읽은 기억으로 서둘러 터미널로 향했는데..!
서산 터미널에서 삼존불로 가기 위해서는 운산(고란사)행 버스를 타야 된다.
아침 08:40과 9시15분에 버스가 있고, 운산행 버스가 그뒤에 계속 있지만
마애삼존불까지 들어가는지는 모르겠다. 운산면에서 10KM를 더 가야 삼존불을 뵐 수 있다. 버스요금은 740원 이다. 표를 끊지 말고 그냥 버스에 승차한뒤
내릴때 내면 된다. 나는 모르고 1000원짜리 표를 끊었는데, 잔돈은 받지 않았다. 서산에서 운산까지 10여명의 노인들과 수다떨면서 갔다.
비포장은 아니지만 시골버스에 몸을 싣고 답사간게 언젠가 싶다. 덜컹..덜컹. 거리고.. 구불 구불한 늦가을 시골길..눈에 들어 오는 모든 것이 마음을 편안히 감싸고, 버스 창문 틈 사이로 들어 오는 시골냄새가 술에 젖어 있는 속을 해장시켜 주는듯 했다.
서쪽에 있는 산이(서산), 산이 커서(대산), 가야할 산이라 해서(갈산)
구름 위에 있는 산이라(운산)..^^
버스가 유유히 용현계곡으로 들어서는 오르막길을 올라 고풍저수지를 비껴 서는데 갑작스런 안개가....우와!.......그래서 운산이구나.....!
고풍저수지 둑꼭대기 까지 버스가 오르자 안개(구름)속에서 무엇인가 날아 오르더니(철새) 가을가뭄에 말라가고 있는 저수지가 눈앞에 펼쳐 졌다....^^
- 중략 (더 멋진게 있는데 그건 직접 가보세요^^) -
버스에서 내렸는데, [나문답]에 나오는 조그마한 가게가 있었고, 가게 문앞에는 커다랗게 어죽 4,000원 및 여러 가지 메뉴들이 있었는데 어죽만 하는것 같았다. 가게에 들어가 해장이나 할까 싶어 어죽을 시켰는데, 1인분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쩝..! (굶게 생겼네!)
삼불교를 건너 짧은 오솔길을 지나 허리한번 펴 보면 돌계단들이 정겹게 맞이 하는데, 조금 올라가니 마애불을 관리하는 관리소가 있고, 마애불로 들어가는 입구인 해탈문이 있는데, 해탈문에 이렇게 쓰여져 있다.
"애견(개)는 출입을 금합니다." 잉!...개는 해탈할 수 없고, 부처님을 만날 수 없단 말인가. 실제 개를 데리고 온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해탈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길래..."해탈에 개..사람 따집니까! 들어가셔서 부처님 뵙고 오세요" 라고 했더니 한사코 들어가지 않겠다고 한다. (맘대로 해라..쩝!)
해탈문 건너편으로 쓱..들어가 오솔길을 조금 올라서니 마애불을 모셔놓은 전각이 눈에 들어 왔다. 계곡 밑에서부터 축대를 쌓아 올려 전각을 지었는데,
사진자료에 있으니 함..봐라..(실망 할껄..너무 조잡하게 지어져서..)
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톰하다..도톰하다.. 내생전 이렇게 도톰한 마애불은 처음이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니 귀엽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1년 365일 불그스레한 조명아래 서있었는지. 마애불의 얼굴은 붉은 얼굴을 띄고 있었다. 양옆의 협시보살 또한
....여기서 마애불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벅찬 감격이랄까.. 구름을 헤치고, 고풍저수지의 아늑한 아름다움을 외면하고, 용현계곡의 수려함을 비웃으며, 서산마애불 앞에 섰는데, 한다는 소리가 "우..와.."
밖에 할 수 없는 나의 감정지수에 실망감 마져 든다.
"뭐야! 이게 다야" "이거 볼려고 힘들게 올라 왔단 말이야" "돌에다 절하면 돈나오나" "에잇! 괜히 왔네" ^^ 새벽부터 오전내내 삼존불과 나와의 오붓한 데이트 시간을 깨어버리는 소리였다. 산밑에서부터 50여명의 관광객(보살들)들이 웅성 웅성 거리는 소리땜. 신비감마저 감돌던 삼존불상 주변은 삽시간에 장터를 방불케 할만큼 시끄러웠다. 잠시 뒤로 물러나 사람들이 갈때 까지 기다렸는데,
관리소에서 나온듯한 왠 아저씨(?)가..역시 성현아저씨께서 올라 오시지는 않으셨다. 관리아저씨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웅성 거리는 보살들을 일시에 잠재우고
"지금부터 마애 삼존불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설명을 들으실때 전문적인 용어는 교수님이나 학자님께서 하시는 거고, 저는 삼존불의 미소에 대해서만...어쩌구..저쩌구.." [나문답]에 적혀 있는 성현아저씨의 설명과 똑 같았다.
인수인계를 잘받으신것 같았다. 긴장대에 백열전등을 달고 해가 뜨는 방향과
지는 방향으로 이리 저리 돌리는데, 갑자기 뒤에서 "우...아...어..어..어.."라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아까 불평 불만을 터뜨리던 학생과 보살이었다.
입을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백제의 미소]에 감탄과 경이로움에 휩싸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설명이 끝나고 관리아저씨가 내려간 뒤에도 그들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 이게 서산마애삼존불의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신작로를 걸어 본적이 있는가 ? 그 신작로를 따라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끝없이 줄지어 있는 길을 걸어 본적이 있는가?
마애삼존불에서 보원사지로 가는 용현계곡옆 신작로다.
약 1.5km쯤 뻗어 있는 이 길은 길지만 지겹지 않고, 적당히 굽어 걷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고, 잠시나마 세상의 모든 시름에서 벗어 나게 할 만큼 소박한 길이다. 애인이나 또는 부모님과 함께 걸어도 좋을 듯 싶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나면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넓은 들판이 나온다.
그리고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당간지주와 석탑, 승탑이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또한 맨먼저 마중나오는 것은 물확이다.
보원사지에서 가장 놀란것은 여주 고달사지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이다.
고달사지의 승탑과 탑비의 원형이 보원사지에 있지 않았나 싶다.
고달이가 보원사에 와서 연습하고 고달사지에 가서 최고의 명품을 남기지 않았나 할 정도로 너무나 흡사하다.
그래도 보원사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5층 석탑이다. 감은사지 석탑다 옥계 몇개만 올려 놓은 듯한 완벽한 모습이다. 나는 이 5층 석탑 주위를 20여 바퀴쯤 돌면서 쳐다 본것 같다. 그래서 찍은 사진이 [동영상/사진자료]에 나와 있다.
물확을 아는가 나도 보원사지에서 처음 보았다. 혜인사에 있는 기다란 물확 또는 나무로 된 물확은 여러번 본적이 있는데 사각형의 이렇게 큰 물확은 처음이다. 길이 3.48m, 너비 1.75m, 높이 0.65m 수치상으로는 상상이 안갈 것이다.
[동영상/사진자료] 게시판에 사진이 있다. 함..봐라.. 내 키가 182정도 되니까
아마 크기 비교가 될 것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의 만남이 가장 설레인다. 답사지의 아름다운 문화재보다 사람과의 만남을 더 중요시 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서산 답사중에 여러 사람을 만났다. 보원사지에서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에서 같이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2년전부터 우리네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현재 국보급 문화재를 찾아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고 한다. 공교럽게도 그의 고향이 대구였다.. 정말 반가웠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를 만난것도 너무나 큰 행운인데, 같은 고향이라니..^^ 그리고 연말쯤에
당신이 이제껏 모아온 사진자료 및 동영상 자료를 정리하여 CD를 만든다고 한다.
엄청난 원력이다. CD가 완성되면 한장 보내 주신다네요... ^^(보여줄께요)
보원사지와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 한채 버스를 타고 들어오다 본 미륵석불좌상을 사진에 담기 위해 다시 온길을 터벅..터벅.. 가볍다기 보다는 조금 피곤한 발걸음으로 옯겼다. 아직 전날 마신 술이 덜깬 상태로..헤롱..헤롱..헤롱..
서산 터미널에서 본 배차시간표에 맞추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지만.. 한 없이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지 않고..쩝!..그렇게 기다린 시간이 1시간 점점 인내력이 없어지고, 지나 가는 아무차나 잡아 타고서 운산까지갈 작정으로 잡았는데,
인연이란 참 묘한 것 같다. 아리따운 세분의 여인을 만났는데, 집이 수원이란다. 거기다가 ㅋㅋㅋㅋ개심사 까지 간다네..이게 왠 횡잰가.. 개심사를 두고 그냥 올라오기 너무 아쉬워 했는데,...............^^.................
개심사는 용현계곡에서 해미방면으로 가야 된다.
혹시 목장에 가봤나.. 국내에서 가장 큰 목장이 해미에 있다. 아니 서산에 있다.
이국적으로 보일려고 외국에서 나무도 수입해서 심었다 한다. 내가 보기에 매장 문화재가 제법 나왔을 듯 한데, 아마 공사중 다 엎었을 것이다.
애리조나 목장을 무진장 닮기 위해 애쓴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개심사 가는 길에 그것이 있다.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개심사 가는 길은 구역질 나는 길이다. 울분이 치밀어 오르는 길이다. 그나마의 멋을 찾기 위해 애를 써 봤지만
죽어가는 대지의 울음소리에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난감했다.
....................중략...생략.........더 이상 답사 후기를 쓸 수가 없다 .
혼자 묻어 가는 답사..아주 성공적으로 끝났고, 개심사의 휘어진 일주문 기둥.
축 늘어진 소나무, 사뿐히..사뿐히..올라서야..제 맛이 나는 돌계단들...
개심사 다시 한 번더 가야 할 것 같다. 세 여인의 감당 할 수 없는 배려로 인해
정신없이 개심사를 돌아 봤다. 개심사의 참다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해 ..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