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공해와 은혜
제15회 [한일교회 교류회](2010년6월27일 주일)에서는 매년 재일대한기독교회와 일본기독교단 교회가 연합으로 예배를 한다. 올해는 내가 일본어 설교를 봉사하게 되었다.
이 예배에 참석하게 된 것은 지난 해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한국 교인들과 일본 교인들의 차이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배와 성찬식 후, 한국 청년들이 찬양을 하는 시간이었다.
여러 악기들의 연주와 더불어 펄쩍펄쩍 뛰면서 박수를 치며 모두가 열심히 찬양하는데, 내 옆에 앉았던 일본 목사님은 팔짱을 끼고 무릎을 꼬고 앉아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는 것이다. 아니 완전히 자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일본 교인들도 유심히 흘켜보았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 신나는 찬양을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우리와 달랐다. 나는 일본에서 신학을 하고 일본 교회를 많이 다녀 보았기에 그들의 반응은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나라 교인들과 영성이 다른 것이다.
나는 중간에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미지근한 입장이다. 사람은 한국 사람인데 신학과 영성은 일본, 그런데 교회는 재일 한국인 교회이다. 회색인간인가?
그 때 느낀 부분이 있었기에 설교 말씀을 정하는 것이 비교적 쉬웠다. 예수님의 말씀이 곧 바로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 세대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그들은 마치 장터에 앉아 다른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소리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너희를 위해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았고 우리가 애도하는 노래를 불러도 너희는 슬피 울지 않았다.’](마태복음11장16, 17절)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 [피리를 불면 춤을 추는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예수님의 말씀 묵상을 하면서 남아공 월드컵 축구 경기들을 관람하게 되었다. 한국과 그리스, 일본과 카메룬 경기를 보면서 흥분했었다.
그런데 아내가 옆에서 [교인들 중에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데 이상한 파리 떼 같은 소리 때문에 귀가 멍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경기를 보니 정말 그 소리가 들린다. 아주 귀에 거슬린다. 지난 경기들을 볼 때에는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지적을 듣고 보니, 들리는 것이다.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도대체 저 나팔은 무엇일까?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부부젤라(vuvuzela)라고 한다나! [성인용 도구인가?] 착각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남아공 응원도구인 트럼펫의 일종인 나팔이라고 한다. 기차소리와 비행기 이륙소리와도 맞먹을 정도로 소리가 크게 난다고 한다. 그래서 귀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인터뷰 기사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스타 선수인 메시는 첫 경기 후에 [귀머거리가 된 것처럼 들을 수가 없어서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며 불만을 토로하였으며, 포르투갈의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많은 선수들이 부부젤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호날두의 다음 말이 참 마음에 든다.
[(그들과)같이 즐기기는 힘들지만, 시끄러운 분위기와 악기를 부는 것을 좋아하는 남아공 펜들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소음공해(騒音公害)란 [사람과 짐승의 삶에 있어서 행복과 활동을 혼란하게 만드는 불쾌한 소리](위키백과)라고 정의한다. 그렇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설교도 소음으로 들릴 수 있다. 은혜로도 들릴 수 있다. 자장가로도 들릴 수 있다. 소리는 주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목사가 설교를 하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소음도 될 수 있고, 은혜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찬양도 그런 것이었다.
[하나님, 소음을 만들지 않도록 도와 주소서. 올해도 찬양을 한다고 합니다. 모두가 피리를 불면 춤을 추고, 슬퍼하면 함께 우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