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가방에 디지털 카메라와 매뉴얼을 챙겼다. 올림픽을 보니 모태범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빙속특급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게 아닌것같다. 칼치기를 파파파파팍하는데 어찌나 빠르던지 탄성이 나왔다. 내일은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에 도전한다는데 좋은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선생님 댁에 가는길에 잠깐 졸아서 한정거장 뒤에서 내려버렸다. 뭐 오랫만에 이런 실수하니까 좀 신선하다고 해야하나. 선생님댁에 가서 한자를 쓰다가 초밥을 조금 먹었다. 와사비에게 호되게 당한후로 초밥은 이제 조금 꺼려하고 있는마당에 키조개? 문어?초밥에 잔뜩 발려있는 와사비에 한번더 눈물이 왈칵 솟았다. 사모님이 직접 절이신것같은 식초생강도 먹어봤는데 생각 외로 생강냄새가 안나서 괜찮다 싶었다. 이내 시큼함에 눈물이 한번더 솟았지만.
오늘은 양선생님에게 성적표(?)를 받았다. 역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듯 하다. 그래도 파일을 들고다니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하시는게 나도 나아진게 있긴 있는것 같다. 또 선생님께서 일본에 다녀오신걸 책 분량을 만드셔서 파일에 보관해 둔 모습을 보니 내 일기도 저만큼 빼곡히 차면 보람찰거라 생각했다. 오늘 일기는 내 책의 몇페이지쯤 해당할까?
저녁약속이 있는 날이다. 누구랑 같이먹냐면 이제 군대에 들어가 직업군인이 되는 내 친구 형엽이랑 창호. 나랑 같은 나이에 벌써 직업이 생긴다는게 대단하고 부럽기도 하지만 이녀석들의 파르라니 깎은 머리를 보니 웃음도 안나온다. 그게 부끄러워서 둘이 똑같은 모자를 쓰고 나왔는데 멋쩍게 웃는 모습이 그리울것 같았다. 오늘은 특별히! 내 생일 다음날임도 기념해서 한턱 거하게 쏘기로 했다. 요놈들을 이제 언제보나 싶어서 말이다. 뻬헤헤헤하고 웃는게 인상적인 형엽(고라니)와 키만 멀대같이 큰 여성스런 창호(창코). 정말 군대하고는 안어울리는 녀석들이 군대에 간다니...
송도 신도시에 있는 수제 햄버거 집인 '크라제 버거'에 갔다. 말이 햄버거집이지 패밀리 레스토랑이라서 조금 비싸긴 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는 3인당 햄버거 2개와 사이드메뉴 두개면 충분히 먹을수 있을거라 했는데 남정네들이 메인디시 하나씩은 해치워야 하지 않겠나 하며 각자 하나씩 햄버거를 시켰다. 그리고 나온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보던 납작둥그런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닌 뭐랄까, 정말 요리에 가까운 것이었다. 크라제 버거의 슬로건인 '여태까지 당신이 먹은 햄버거는 잘못된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와닿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햄버거니 한입에 먹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꾸욱 눌러 한입 베어보니 호오, 괜찮다. 두놈도 맛이 괜찮은지 맛있게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내가 요새 한문공부를 한다니까 애들이 놀란다.
"한우(나)가 공부를 어떻게해."
"아, 나도 할땐 하거든?"
창코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 알수있는 질문이었다. 아니 나름대로 학창시절도 알차게 보냈는데 왜 내 이미지가 이런거야? 하여튼 사이드 메뉴로 나온 고기볶음을 얹은 감자...튀김이라고 해야할까. 이것도 역시 패스트푸드 점에서 보던 네모길쭉한 프렌치프라이 스타일의 감자튀김이 아니라 반월로 퉁퉁썰어서 튀겨내 고기볶음을 얹은 대단한 물건이었다. 양파가 아삭아삭 씹히는게 정말 맛있었다. 다 먹고나서 얘네들이 하는말이 첫 휴가 나와서 나 술사준다고 한다.
"창코 너는 그때 술마시고 뻗었잖아."
"아냐~이제 잘마셔."
"잘마시긴 개뿔이."
키득거리다가 헤어졌다. 이제 한동안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 가슴이 아팠다. 집에 와서 겉옷을 갈아입고 농구를 하러갔다. 손선생은 오늘 불참이라서 우자랑 둘이서 농구를 했다. 정말 운동엔 소질이 없다고 느끼는게 한 두달이 되어가도록 아직도 실수연발이다. 뭐 같이 땀흘리고 웃는걸로 즐거운 시간이라고 할까. 우자가 집까지 태워준다는걸 극구사양했다. 운전에 재미가들린 우자는 이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는곳도 운전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사고한번 안났으니 참 신기한 녀석이다.
헬스장에 가보니 오늘은 또 무슨바람이 불어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운동을 하고 돌아와 이 글을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