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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4분기 우수작품상 선정 발표
2018년도 1/4분기 우수작품상이 선정되어 발표합니다.
회원들의 많은 발표작 중에서, 선정된 작품입니다.
많이 축하해주세요.
선정되신 두 분께도 축하드립니다.
♣ 수상 작품 ♣
* 동시 부문: 「경운기」 (김용희 작, 『아동문예』 2018년 1.2월호)
* 동화 부문: 「꼭두닭」 (이은 작, 『열린아동문학』 2017년 겨울호)
♣ 심사 위원 및 시상 계획 ♣
* 예심 위원: 김춘남, 이옥용, 임나라, 조태봉
* 본심 위원: 이성자, 박마루
* 시상 내용: 상패와 기념품
* 시상식: 2019년 1월, 정기총회 시
♣ 심사 경위 ♣
2018년 1분기 우수작품상 심사는 <시와 동화 2017 겨울호>, <아동문예 1 ․ 2월호>, <아동문학평론 2017 겨울호>, <어린이와 문학 2017 12월호>, <어린이와 문학 2018 1월호>, <어린이와 문학 2018 2월호>, <어린이책이야기 2017 겨울호>, <열린아동문학 2017 겨울호>, <월간문학 2017 12월호>, <월간문학 2018 1월호>, <월간문학 2월호>, <창비어린이 2017 겨울호>에 실린 회원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하였다.
2018년 1분기 동시 심사대상은 41명이었고, 동화는 18명이었다. 예심을 통해 동시 7편, 동화 7편이 본심에 올라오게 되었다. 이번에는 동시에서만 중복추천이 있었다.
우수작품상 운영진은 심사위원 심사를 전적으로 존중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바쁘신 중에도 심사마감일 전에 결과를 보내주신 예심, 본심 심사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정중히 감사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작품상 선정이 공정하게 우수작품을 뽑아 기쁨을 주는 상이 되도록 더욱더 노력하겠다.
♣ 심사평 ♣
[동시부문]
차디찬 기계에 담아놓은 따뜻한 감성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7편이었습니다. 모두가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중 김용희 시인의 동시 「경운기」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오래도록 함께 살아 온 경운기의 등을 쓰다듬어주는 할아버지의 손길. 할아버지에게 경운기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닌 체온이 따뜻한 황소였던 것입니다. 그 손길이 고마워 ‘가쁜 숨 몰아쉬며 오르막길도 거뜬히’ 오르는 경운기의 의리.
요즈음은 사람과 사람이 정을 나누는 시간보다 기계와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오래전부터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까지 일상화 되었습니다.
단순히 지나칠 수 있는 삶의 모습을 판타지기법으로 처리한 역발상과 차디찬 기계에 담아놓은 시인의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동시였습니다.
- 심사위원 : 이성자
[동화부문]
꼭두닭, 지구별 모든 동물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노래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총 7편. 모두 다 심사를 하기에는 너무나 멀고 아득한 선배님들의 작품이다. 전 수상자에게 부여된 의무라고 하지만 나 같은 애송이 작가로선 상을 받은 대가치고는 거의 고문에 가까운 형벌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냥 하던 대로 동화읽기에 몰입할 수밖에. 그렇게 하여 어렵게 어렵게 7편중에서 이은 작가의 <꼭두닭>을 2018년 1분기 우수작품으로 골랐다.
<꼭두닭>은 어린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상여소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무럭무럭 넘쳐나는 에너지로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벅찬 어린 독자들에게 과연 이승의 경계에 선 망자들에 대한 위로와 안식의 레퀴엠이 과연 얼마나 공감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 솔직히 좀 망설였다. 하지만 엄연히 어린 독자들의 삶 역시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세상의 여러 감정과 삶의 궤적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고 그것이 동화를 통해서라면 더욱 좋겠다 싶어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한편 독서와 심사의 과정은 이승과 저승만큼 너무 멀고 두렵더라는 거, 이 자리를 빌려 본심에 오른 선배님들께 머리를 조아리며 심사결과에 대한 이해를 구한다.
- 심사위원 : 박마루
♣ 수상작 ♣
[동시부문]
경운기
김용희
황소 대신 들여와서
손발을 맞춘 경운기
할아버지 따라
그새 나이를 먹더니
털 털 털
힘겨운 숨소리
내리막도 소걸음
“아즉, 멈춰 서지 않고
힘쓰는 것이 어디여!”
등을 쓰다듬는
할아버지 손길에
툴 툴 툴
가쁜 숨 몰아쉬며
오르막도 거뜬히
• 수상 소감
벌써 몇 해를 허리가 아파서 책상에 앉지 못해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다. 그보다 몸이 불편하니 만사가 귀찮고 글이 안 써졌다. 《쪽배》 합평회 모임에도 빈손으로 가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 원고 청탁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까지 했다. 그런 남의 속도 모르고 지난 봄 《아동문예》 박옥주 편집장이 원고 청탁서를 보내고 여러 차례 독촉을 해왔다. 그보다 더 내 속을 끓인 건 《쪽배》 동인지 11호에 게재할 작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걱정이었다. 「경운기」는 그런 절박감에서 모처럼 거둔 작품이다. 상주 낙동에서 평생을 농사짓고 살았던 우리 아저씨의 삶의 애환을 경운기에 담아본 것이다. 어떤 상이든 상 타는 일은 즐겁고 기쁜 일이나 모처럼 쓴 동시조가 운 좋게 1분기 우수작품상에 받게 되었다는 소식이 얼떨떨하고 쑥스럽다. 무엇보다 이 상은 빨리 허리 통증에서 해방되어 예전처럼 글을 쓰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 격려의 기쁨을 《쪽배》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 약력 / 김용희
동시인, 아동문학평론가.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음. 1982년 《아동문학평론》으로 등단하여 평론 활동을 하며 《쪽배》 동인으로 동시조를 쓰고 있음. 제9회 방정환문학상, 제18회 경희문학상, 제21회 한국아동문학상, 제1회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제1회 한국동시조문학대상을 받음. 주요 저서로는 아동문학평론집 『동심의 숲에서 길 찾기』, 『디지털 시대의 아동문학』, 동시해설집 『짧은 동시 긴 생각1』, 동시조집 『실눈을 살짝 뜨고』 , 『김용희 동시선집』 등이 있음. 현재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객원교수,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부센터장, 계간 《아동문학평론》 편집주간. kimyh5634@hanmail.net
[동화 부문]
꼭두닭
이 은
[1]
손끝이 시렸다. 빨갛게 언 손에 호호 입김을 불었다. 망태기를 들추어 보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망태기 안에는 시커먼 개흙만 가득할 뿐, 부지런히 캐어 담았던 바지락은 온대간대 없었다. 바닷물이 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갯벌 위를 차고 들었다.
어어화 어어화 에가리넘자 어어화
모진 강풍 부지 마소
이 바다로 건너가요…….
소리를 향해 달렸다. 할머니가 갯바위 위에 쪼그리고 앉아 시계추처럼 몸을 흔들고 있었다. 어느 사이 바닷물이 할머니의 맨발을 적시고 꺼칫한 발목까지 차올랐다.
할머니, 빨리 일어나! 빨리!
움찔거리다 번쩍 눈을 떴다. 눈물인지, 땀인지 얼굴이 온통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깜박 졸았던 것 같은데 벌써 어두컴컴해졌다. 꿈에서 따라온 듯 서늘한 기운에 부르르 어깨를 떨었다. 분명 꿈인데 너무 생생해서 도리어 이상했다. 할머니가 화 많이 나셨나? 한동안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어느 순간 까맣게 잊고 있었던 할머니와의 약속, 아니 할머니의 부탁이 떠올랐다.
띠리링, 띠리링…….
현관문을 막 닫으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좀처럼 울리는 적이 없는 집 전화였다.
마침 학원시간에 늦어 종종거리던 참이었다. 문을 닫았는데도 계속 벨 소리가 들렸다. 안 받으면 좀 끊지. 도대체 누구야! 나는 툴툴거리며 다시 문을 열었다.
“여보세요?”
“거, 거, 거가…….”
“누구세요?”
“거가 해주네 집이지요?”
“혹시 할머니?”
“그래, 니가 해주가?”
“해주 아니고 해수요, 할머니.”
“아이고, 맞네 맞아. 혹시나 번호가 틀리믄 우짜노 했다. 이놈의 머리가 하도 뒤죽박죽이라.”
“할머니, 많이 편찮으세요?”
“아이다, 괜찮다. 해주, 아니 해수 니가 꼭 할 일이 있다.”
“할머니, 나 지금 학원가야 되는데 나중에 다시 전화하면 안돼요?”
“안 된다. 반짝 정신 났을 때 해야제. 니 할매 말 잘 듣고 고대로 해야 된다. 할매 마지막 부탁이다. 느그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고. 알았제?”
[2]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배는 넘실대는 파도에 울렁거렸고 부연 유리창 가득 물방울이 튀었다.
연도를 오가는 도선은 예전 그대로였다. 선실 안은 기다란 의자가 마주 놓여있고 의자 밑으로 빗자루, 쓰레받기, 낚싯대, 우산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삐딱하게 걸린 낡고 작은 텔레비전과 소화기, 선실 뒤에 수북이 쌓아놓은 빛바랜 주황색 구명동의도 여전했다. 갑판으로 나가는 뒷문이 잠긴 것만 빼고.
파도가 높아서 그런지 자꾸 속이 메슥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멀미약이라도 미리 먹어둘 걸. 잔뜩 찡그린 채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아줌마도 나처럼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니도 토할 것 같나?”
나는 붕어 입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 껌 좀 씹어라.”
아줌마가 껌을 까서 주었다. 기관실에 있던 선장아저씨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의심스런 눈초리를 피하려고 얼른 아줌마 옆으로 옮겨 앉았다.
배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나는 기우뚱거리며 일어나 갑판으로 나갔다. 섬이 가까워질수록 입술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쿵쿵 두방망이질을 쳤다. 어쩌자고 혼자 여기까지 왔는지 후회막심이다. 그 이상한 꿈만 꾸지 않았어도, 아니 어쩌면 할머니가 “마지막”이란 말만 안했어도 지금쯤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뒹굴고 있었을 텐데. 아, 몰라! 빨리 끝내고 집에 가야지.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난간을 단단히 붙잡았다.
선착장에는 사람들이 둘러서서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내 짝이었던 진희 아빠이자 섬에 하나뿐인 슈퍼의 주인아저씨였다. 진희 아빠가 피던 담배를 선착장 아래 바다로 휙 퉁기며 아는 체를 했다.
“니 해수 아니가? 맞제?”
“네, 안녕하세요.”
“아이고, 오랜만이다. 많이 컸네.”
옆에 서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턱으로 날 가리키며 물었다.
“누고?”
“저어기 골목 끝 집에 살던 할매있지요, 그 집 외손녀요. 딸네가 장사한다고 바빠서 할매가 한 이삼년 데리고 있었거든. 우리 진희하고 동갑네기라 내가 잘 알지.”
“골목 끝 집 할매라…… 기억이 통 안 나네.”
“그 목소리 큰 할매 말입니더. 옛날에 앞소리꾼 하던 집요.”
“아, 인자 기억난다. 근데 그 할매 치매라 안했나?”
“그래서 서둘러 섬을 떴지요. 병원인가 요양원인가 들어간다 하던데요.”
“아야, 느그 할매는 좀 괜찮나?”
할아버지가 물었다.
“네.”
사람들이 더 캐묻기 전에 종종걸음으로 선착장을 나왔다.
비릿한 내음이 밴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배 한척이 시퍼런 바다 위에 하얀 물띠를 남기며 지나갔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맞은바라기에 있는 솔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갈매기 한 마리가 솔섬 위를 맴돌았다.
“할머니, 저 섬에 귀신 나온대요.”
“아이다. 누가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드노?”
“얘들이 그러던데. 그럼 누가 살아요?”
“아무도 안 산다.”
“할머니는 저기 가 본적 있어요?”
“그라믄, 가봤제.”
“우리도 가봐요, 네?”
“안 된다, 저는 놀러가는 데가 아이다.”
“왜요?”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면 다 저 솔섬에다 묻었제. 연도는 아주 작은 섬이라 무덤이 하나, 둘 생기면 사람 살 데가 점점 줄어드니 그랬다 하더라.”
“으, 무서워. 난 저기 절대 안가야지.”
“이 할미는 앞세운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하나도 안 무섭다. 우리 어무이, 아부지, 언니, 남편, 동생, 다 먼저 갔다 아이가. 잘 가라, 고생했다, 손 흔들어주는 기 상엿소리라 생각하믄 되고. 니 앞소리꾼이라고 들어봤나?”
“그게 뭔데요?”
“옛날에는 남자들이 다 고기잡이 나가고 집에 없을 때가 많았제. 그래 장례도 여자들이 지냈다 아이가. 흙이랑 잔디를 옮기고 봉분을 만드는 힘든 일도 전부 여자가 했제. 상여꾼까지 다 말이다. 그 상여꾼 제일 앞에서 상여 소리 하는 기 바로 앞소리꾼이다. 학교에서 그런 것도 안 가르쳐주드나?”
할머니랑 살면서 가장 말을 많이 한 날이었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싸하게 얼굴을 때렸다. 방파제를 따라 널어놓은 미역이 검은 띠를 드리운 듯 음산했다. 꾸덕꾸덕하게 마른 미역이 띠걱띠걱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어촌계의 붉은 벽돌담 모퉁이를 돌았다. 당산나무를 지나 할머니 집으로 이어지는 실골목으로 들어섰다. 지나는 사람 하나 없는 골목이 더 길게 느껴졌다.
저만치 할머니 집이 보였다. 하늘색이었던 대문은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벌겋게 녹이 슬어 있었다. 담장 한 귀퉁이가 허물어져 까치발을 하지 않아도 마당이 다 들여다보였다.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섞여 마당 여기저기를 굴러다녔다. 눈에 익은 물건이라곤 수돗가에 있던 빨간 고무대야와 빗자루뿐이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대문을 밀었다. 잠겨있진 않은데 꽤나 뻑뻑했다. 다시 있는 힘껏 밀었다. 끼익 끽, 대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조금씩 열렸다.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그냥 불러봤다. 너무 무서워서. 신발을 벗어야 될까? 마루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할머니 방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윽, 거미줄! 이 먼지 좀 봐. 마치 백년은 비어있었던 방 같았다. 장롱 문도 다 열려있고 이불이며 베개, 옷가지까지 죄다 바닥에 쏟아져있었다. 도대체 누가 이랬을까? 자물쇠라도 좀 달아놓지. 다시 청소하려면 할머니가 엄청 힘들겠다.
다행히 할머니가 말한 3단 서랍장은 그 자리에 있었다. 칸칸이 옷가지들을 반쯤 빼물고 있었지만. 첫째, 둘째 칸은 멀쩡히 열리는데 하필 세 번째 칸만 손잡이가 없었다. 게다가 어긋나게 닫혔는지 꿈적하지 않았다. 한참을 서랍과 씨름하다보니 진땀이 났다. 펄썩 주저앉아 서랍장을 노려보다 혹시나 하며 두 번째 서랍을 완전히 빼내보았다. 칸막이가 없어 아래 칸까지 뻥 뚫렸다. 옷 들 사이를 헤집었다. 손에 딱 잡히는 것이 있었다. 찾았다!
[3]
할머니는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채로 잠들어있었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고르지 않았다.
“할머니, 저 왔어요.”
할머니를 흔들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깊은 잠이 든 듯했다. 엄마가 한숨을 쉬며 이불을 끌어올려 할머니의 어깨를 덮었다. 옆 침대에 누워있던 할머니가 우리를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깨우지 마. 약 먹고 막 잠들었어. 정신이 들었다 나갔다 해도 밥도 잘 드시고 운동도 잘하고 고만고만하더니만 요사이 갑자기 헛소리가 심해졌어. 자꾸 나간다고 밤새 소란을 피우는 통에 한숨도 못 잤네. 목청은 또 왜 그리 크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엄마가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해수 넌 여기 있어. 엄마는 원장님 만나서 얘기 좀 하고 올게.”
조금만 더 일찍 올 걸. 나한테 뭘 시켰는지 기억도 못하면 어떻게 하지? 그나저나 할머니가 날 알아보기나 할까? 엄마한테 말할까? 그럼 연도까지 혼자 갔다고 혼날 텐데……. 일단 할머니를 깨워 봐야겠다. 이불 안으로 손을 넣어 할머니를 살살 흔들었다. 이런, 침대가 삐거덕거리는 통에 얼른 손을 뺐지만 늦었다. 옆 침대 할머니가 언짢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네가 해주냐?”
“아니, 해수에요.”
“뭐 그건 그렇고, 할머니가 널 많이 기다리던데. 참, 할머니 베개 밑에 봐. 전에 간병인한테 부탁해서 뭘 써달라는 것 같더구나. 정신줄 놓으면 손녀한테 꼭 전해달라고 신신당부 하더라.”
할머니 베개 아래에 손을 넣어 더듬었다. 꼬깃꼬깃 접은 손때 묻은 종이 한 장. 나는 할머니의 편지를 펼쳤다.
해수야,
할매가 혹시나 해서 말이다,
넘한테 부탁해서 쓰니 길게는 말 못한다.
요양원 뒤로 가믄 한 구석에 평상이 있다.
그 옆으로 난 쪼매난 길 따라 한참을 쭉 가믄
나지막한 언덕이 하나 나온다.
거를 올라가봐라. 험한 길은 아이다.
꼭대기에서 보믄 멀리 하우스처럼 생긴 축사들이 보일기라.
전에 크게 닭을 키우던 데다.
거가 잘 보이고, 햇볕 잘 들고, 만지봐서 흙이 고슬고슬한 곳에
가지고 온 꼭두닭을 묻어주라.
한날 보니 거 살던 닭들을 모조리 한구덩이에 묻어버리더라.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 해도 그 불쌍한 것들이 눈에 밟히서
할매 맘이 영 안 편타.
그것들이 꼭두닭 한 마리라도 앞세우면 그래도 저승가는 길이
덜 외로울까 싶다.
할매가 소리라도 한 자락 불러주고 싶은데, 기약이 없다.
해수야,
이런 부탁해서 미안타.
할머니의 편지를 다 읽고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할머니 집에서 가져온 것의 이름이 꼭두닭이라는 것만 빼고. 일단 엄마가 오기 전에 이 이상한 꼭두닭부터 처리해야겠다. 나는 가방을 가슴에 안고 병실을 나왔다.
“어디 가니?”
아오, 딱 걸렸다.
“너 좀 수상해. 가방 이리 줘봐.”
“아무 것도 아니야.”
“뭐가 아니야? 할머니한테 가자고 졸라댈 때부터 이상했어. 어서 바른대로 말해.”
“할머니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더 알아야겠어. 도대체 둘이 뭔 일을 꾸민 거야?”
엄마가 내 가방을 휙 낚아챘다. 가방 속에서 꼭두닭을 꺼내든 엄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우나, 웃나, 화가 났나? 이럴 때는 얼른 자수해야 된다. 난 할머니의 편지를 엄마에게 내밀었다.
“바람 좀 쐬어야겠다.”
편지를 움켜쥔 엄마가 휘적휘적 앞서 걸어가 평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게 등을 보인 채 편지를 읽었다. 먼 산 한번 보고 또 읽고, 한숨 한번 쉬고 또 읽고.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엄마가 드디어 일어났다.
“가자!”
“어딜?”
“할머니 부탁 들어드리러.”
“엄마, 저기.”
험하지 않게 솟은 둥그런 언덕이 보였다. 할머니가 말한 곳인 듯했다. 오르막길을 엄마와 나란히 걸었다. 내내 말이 없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너 이게 뭔지 아니?”
“꼭두닭.”
빨간 볏과 날카롭게 찢어진 눈, 빨강 초록 노랑 파랑색으로 단순하고 거칠게 색칠한 투박한 모양새의 닭. 아무리 요리조리 돌려봐도 도무지 용도를 알 수없는 물건이었다.
“이거 어디 쓰는 거야?”
“옛날 사람들은 닭이 죽은 사람을 외롭지 않게 지켜주고 극락왕생으로 인도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대. 그래서 나무로 닭 모양을 만들어 상여 위에 꽂았지. 그게 바로 꼭두닭이야.”
“그럼 이것도 상여에 꽂았던 거겠네?”
“아니, 이 건 한 번도 쓰지 않았던 거야. 아주 오래 전에 할머니가 새로 깎아서 가져온 걸 엄마가 몰래 버렸거든. 근데 할머니가 다시 주워 놓으셨나보다.”
“왜 버렸는데?”
“할머니가 상엿소리 배우라고 해서 화가 났거든.”
“엄마는 배우기 싫었어?”
“정말 싫었어. 그런 풍습이 사라져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몰라. 근데 느닷없이 할머니랑 마을사람들이 여자 상엿소리를 민속놀이로 재연하겠다는 거야. 그 때부터 질리도록 그 청승맞은 소리를 들어야 했지.”
“나도. 그래서 저절로 다 외워졌나봐.”
소나무 사이로 드문드문 난 흙 계단을 따라 올랐다. 할머니 말처럼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길은 아니었다. 아픈 할머니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모를 일이었다.
“엄마, 다 왔어. 저기 봐.”
“그래, 저기가 축사였구나. 닭들이 묻힌 매몰지가 그 옆이고. 쯧쯧쯧, 어쩌다가 …….”
나는 주변을 휘 둘러보고 나뭇가지로 땅을 파보았다.
“여기 어때? 돌이나 나무뿌리도 없고 흙도 부드러워.”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꼭두닭을 꺼냈다. 햇볕이 따뜻해서 참 다행이었다.
어어화 어어화 에가리넘자 어어화
이내 몸이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올까
명사십리 해당화는 가서 다시 또 오는데
이내 몸은 떠나가니 다시 올까 기약 없네
어어화 어어화 에가리넘자 어어화
오늘에야 이별이네
고향 산하 이별하니 이내 맘이 섭섭하네
모진 강풍 부지 마소 이 바다로 건너가요
어어화 어어화 에가리넘자 어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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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 소감
「꼭두닭」을 쓰면서 마음의 짐 두 개를 내려놓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너무 우울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출판을 거절당한 장편동화가 있었습니다. 고쳐 쓰고 묵혀두기를 반복하는 동안 10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배경이 되었던 섬에는 뭍으로 가는 다리가 놓였고 신항만이 건설되고 분교는 폐교가 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앞소리꾼 할머니만 단편으로 모셔오며 오래 동고동락한 이야기와 작별했습니다. 또 하나는 매년 반복되는 동물들의 전염병과 살처분 소식.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고통 받다가 그나마 짧은 생도 채우지 못한 소, 돼지, 닭, 오리들. 그들에게 사죄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꼭두닭이 두 이야기의 접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나의 짐은 기꺼이 내려놓았지만 다른 하나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심사위원분들과 회원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 약력 / 이은
부산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어린이동산 중편동화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2007년 「수런거리는 빈집」으로 MBC창작동화 장편부분 대상을 받았다.
동화집「앵무새의 선물」, 청소년소설 「스쿠터 걸」과 「고물섬」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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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용희 선생님! 이 은 선생님! 우수작품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두 선생님께.. 축하를 보냅니다.. 짝짝짝..
수상자 두 분 선생님 축하합니다!
김용희 선생님, 이 은 선생님!
우수작품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
김용희님, 이 은님, 축하합니다.
두 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예, 감사합니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들과 기쁨을 함께 합니다.
아! 얼마나 좋으실까?
두 분 선생님, 정말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두 분 선생님. 힘이 절로절로 나는 새봄을 맞으시길 바랍니다.
두 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심사해주신 선생님들도 애쓰셨습니당~^^
두 분 선생님.
축하 축하드립니다~^^
두 분^^드립니다. 좋은 동시, 동화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어운 날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