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21.'맞추다' '마추다' '맞히다'
"새 양복을 한 벌 입고 싶은데
이왕이면 마춤전문 양복점에서 마춰야지"
"기성복도 좋은데 뭘 맞추려고 하나"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는 옷을 '마추다'가 맞는 지
'맞추다'가 맞는 지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이 '맞추다'와 '마추다'를 혼동하는 것은
두 말이 과거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서로 일치하도록 하다'
'결합하다' '정도에 알맞게 하다' 등의 뜻으로 '맞추다'가 쓰였고
'주문하다'의 뜻으로 '마추다'가 쓰였다.
그러나 맞춤법을 개정하면서 '주문하다'도
'맞추다'와 '맞춤'으로 표기하도록 통일됐다.
다시 말해 '맞추다'란 동사는
'옷이나 음식 따위를 주문대로 만들어 주는 것'도 함께 뜻하게 된 것이다.
'맞추다'의 용례를 들면
'나사를 맞추다/정답을 맞추다/구두를 맞추다/맞춤 와이셔츠' 등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정답을 맞추다'는 '답을 알아 맞히다'와는 반드시 구별해 써야 한다.
'시험지와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춰 보다'처럼
둘을 비교해 정답을 확인할 때는 '맞추다'를 쓰지만
'퀴즈를 맞히다'처럼 어떤 질문에 대해 바른 답을 하는 경우는
'맞히다'를 쓴다.
한편 사람들은 '맞추다'와 관련해 흔히
"내가 돌로 새를 맞췄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사동사 '맞히다'를 써야 한다.
이 때 '맞히다'는 '목표를 맞게 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바른 용례는 '총으로 새를 맞히다(맞혔다)/돌로 사람을 맞히다(맞혔다)' 등이다.
또 '눈, 비, 매, 침, 도둑 등을 맞게 하다'는 뜻으로도 '맞히다'를 쓴다.
'부주의하여 비를 맞다(맞히다)/도둑을 맞다(맞히다)'가 그 예다.
<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