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시작인가 싶더니 어느듯 달력 한장만 달랑 남겨 두었다.
세월의 체감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더니
시속 40키로, 50키로 세월의 빠름만 느끼고
세월을 제대로 느끼고 생각하지는 못하는 세월인가 싶다.
오늘은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김장 배추를 뽑기 위해 터로 향했다.
원래 12월 3일경 김장을 할 요량이었으나
마눌님의 일정이 워낙 바쁜터라 부득이 한주를 미루어
12월 10일에야 배추를 뽑고 소금절임을 하고 하루밤을 잔다음
씻어 가져오기로 하고 1박 2일을 일정으로 출발하였다.
그동안 며칠 날씨가 많이 추워 혹시나 배추가 얼지나 않았을까
마을 간이상수도는 얼지나 않았을까 하고 염려를 하였는데
다행이 배추도 얼지 않고 물도 얼지 않아 무난히 절임 배추를 만들어 오게 되었다.
올해는 가을에 비가 많이 와서
배추가 너무 잘되어 전체적으로 한 130여포기가
속이 꽉찬 노랑 배추가 되어있었다.
동네분들도 배추가 달고 잘되었다 칭찬아닌 칭찬을 한다.
올해도 동네분들의 도움으로 이틀동안
배추를 뽑고 소금 절임을 하고 행구고
물을 뺀 배추를 비닐 포대에 나누어 담아 집으로 돌아 왔다.
항상 그렇지만 배추 모종을 심고 가꾸고
뽑고 절이고 김장까지 모든 걸 자급자족 할려니 힘이 많이 들게된다.
나이가 들수록 장모님도 마눌님도 힘에 겨워 한다.
김장 절임과 씻는 틈틈이 나는 나무 가지 전정도 하고
퇴비도 주고(말뚝 퇴비를 한박스 박음)
나무 밑둥에 수성 페인트로 칠해주고
수도 배관도 보온재로 감싸주는 등으로
나름 겨율 채비도 마쳤다.
그간 조그마한 농막(3*6m 구조 조립식 주택)을 짓고서는
처음 1박을 하였는데 바닥의 전기판넬이 너무나 따뜻해
모처럼 찜질을 잘한 한밤이 된 것 같았다.
바깥은 밤에 회오리 바람이 불고
찬바람이 불어도 다행이 방안에는 우풍도 없고
비교적 따뜻하게 보낸 한밤이었다.
다만 이동식 구조로 하여
바닥이 안정되지 못하여
울렁그림이 있는 점이 아쉬운 것 같았다.
낮에 동네분들이 와서는 갈 생각은 않고
따뜻하고 좋다고 하신다.
그만큼 사람이 그립고 외로운 탓이라 여긴다.
13여년 주말 농장에 배추농사를 지어본 중에서
올해가 가장 수확이 좋은 한해가 된 듯 하다.
세상만사가 그렇지만
너무 많아도 탈이고 너무 적어도 탈이고
적당하게 조화롭게 만들어야 탈이 없는 법이니
순리에 따르며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일인 듯 싶다.
그저 이추운 겨울 뜨뜻한 구들방에 등을 지지고 누울만한 조금만한 공간과
아는 분들이 오면 정담을 나누며 얘기 할 수 있는 공간,
한밤을 따로 편안히 재워 줄 수 있는 방 정도의 12평 정도의 조그마한 전원주택과
50여평 텃밭 정도를 준비한다면
아주 만족하고 넉넉한 노후 준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 겨울 밤이었다.
또! 시골의 한밤은 적막강산 속에서
길고도 길구나 나이드신 분들이 새벽이 일어나 설치는
이유도 다 있구나하는 생각도 더불어 해보면서 말이다.
이제 배추 수확을 마지막으로 올해 농사는 마무리를 하는 듯 싶다.
첫댓글 대단히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을 위하여 농한기때. 푹 쉬시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평소 많은 관심과 격려 감사합니다. 농한기~ 푹 쉬고 체력 비축해서 내년을 기약해야 겠슴니다 !
내년 3-4월에는 데크 위 차양(비가림) 시설과 돔형 비닐하우스(4-5평) 자작에 도전해 볼까 구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