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 여행
대자연과 인간이 탄생시킨 경이로운 예술 '홍토지(紅土地)'
중국대륙의 서남쪽 모퉁이, 끝없이 펼쳐진 구름 고개 남쪽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땅 윈난성(雲南省). 그곳은 찬란한 구름의 고향이며 따뜻한 봄이 영원히 머무는 곳이다. 그 땅의 이름 또한 낭만적인 전설처럼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중국 윈난성은 우리나라 남한의 4배, 한반도 전체넓이의 1,7배에 달하는 넓은 땅으로 95%가 고원과 산지 및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사이사이에 계곡과 분지가 자리하고 있다. 윈난성의 전체인구는 약 4,500만명 정도. 윈난성은 대자연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땅이다.
마방의 후예와 함께 인류의 오랜 교역로인 차마고도(車馬古道)를 밟아볼 수 있는 땅이기도 하다. 또한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가진 다양한 소수민족의 삶과 그들이 오랜 세월 일궈온 아름다운 땅을 만날 수 있다.
필자의 이번 윈난성 여행일정은 7박8일 여정으로 쿤밍-홍토지-리장-샹그릴라--호도협 트레킹(2일)-옥룡설산 풍경구-리장 수호고전-리장 고성-따리 흐허칭 소수민족 백족시장- 따리 남조풍정도-따리 염색공장-따리 고성- 쿤밍-귀국 코스.
이번 여행은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내외분, 배경숙 시인, 이석례 시인, 임윤식 시인(필자) 등 5명이 함께 했다. 차가 다닐 수 없어 무조건 걸어서 넘어야 하는 세계 3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인 호도협트레킹 1박2일 등 강행군 코스도 있어 약간 긴장을 하기도 했는데, 아무 탈없이 무사히 일정을 마쳤다.
일행의 리더이신 오세영 시인의 경우 연세가 70이 넘으신데도 불구하고 전세계 오지여행을 워낙 많이 하신 분이라 전혀 힘들지않게 일정을 잘 소화하셨다. 배경숙 시인은 남극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 남미의 최남단 섬 포클랜드까지 다녀오는 등 전세계 수십개국 오지여행 전문가, 이석례 시인도 코이카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 2년, 페루 3년 등 해외 오지근무를 5년이나 경험한 여행베테랑이다. 필자 역시 영국에서의 4년 생활을 비롯, 지구촌 30여 개국 여행, 특히 등산트레킹을 좋아해서 국내외 오지트레킹을 즐기는 편이다.
X월 X일 오후 6:30 인천국제공항 출발하여 당일 22:30 쿤밍(昆明) 도착, 쿤밍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서울과의 시차는 쿤밍이 1시간 늦다. 비행기 탑승시간은 5시간. 윈난성의 도시들은 대부분 2,000m이상의 고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비교적 낮은 지역인 쿤민도 해발 1,850m 전후의 높이에 자리잡고 있다.
쿤밍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호텔 주변 식당에서 간단히 칼국수로 아침식사를 때운 후 1차 목적지인 홍토지로 향했다. 중국사람들은 아침에 칼국수를 자주 하는 편이다.
세상이 온통 붉은 땅인 홍토지는 쿠밍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인 동촨(東川)에서 시작된다. 대자연과 인간의 노력이 이뤄놓은 경이로운 땅인 이곳 홍토지는 해발 2,600미터 수준의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오랜 세월 흙속의 철분이 산화고 침전되어 붉은 빛깔을 띄게 된 홍토지는 땅에 심겨진 작물에 따라 그 색깔과 느낌이 다르다.
홍토지는 매년 5-11월 사이 작물이 자라나고 갖가지 색의 꽃이 필 때가 가장 아름답다. 특히 매년 5월과 6월에는 분홍빛 감자꽃과 보라빛 무꽃, 청보리 등이 온 땅을 아름답게 수놓고, 9월부터 11월까지는 새하얀 메밀꽃과 샛노란 유채꽃이 붉은 대지를 덮는다.
그야말로 자갈반 흙 반인 척박한 땅 홍토지. 돌과 자갈을 골라내어 이처럼 비단결같은 농경지로 변모시키는 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천하를 호령하던 원나라 쿠빌라이 칸도 윈난에 올 때는 유라시아 대륙을 종횡무진하던 말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맨발로 이 붉은 땅을 밟았다고 하며, 생사를 건 대장정의 길에 나섰던 홍군조차 이곳 홍토지에 이르러서는 잠시 모든 것을 잊고 홍토지의 아름다움에 취하곤 했다고 한다. 홍토지는 이처럼 신비스러운 풍광 때문에 전세계 사진작가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홍토지 중심부는 동촨에서도 약 40분 더 가야하며, 숙박시설이 있는 화쓰토우마을은 동촨에서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홍토지는 사진포인트가 무려 20여 곳이나 된다. 마치 그랜드 캐년같은 깊은 계곡도 있고 산비탈에 아슬아슬하게 집을 짓고 살고 있는 마을들도 보인다. 홍토지는 일출 이후 오전까지와 석양 직전이 가장 아름답다. 특히 비가 온 후 2-3일 째에 홍토가 더욱 선명하고 조망이 멀리까지 확보된다.
홍토지가 있는 동촨 부근에는 소수민족인 이족이 주로 살고 있다.
윈난에는 풍습이 서로 다른 26개 민족과 다양한 기후가 공존한다. 윈난성의 대표적인 소수민족으로는 부랑족(布朗族), 하니족(哈尼族), 바이족(白族), 회족(回族), 장족(藏族), 이족(彛族), 라후족(拉枯族), 나시족(納西族) 등이 있으며, 이중 이족은 인구가 780명에 달한다. 이족은 고유의 언어와 문자도 있다.
능선을 따라 자동차를 움직이다 보면 도로변에 이족들의 묘소도 보이고 능선 건너 다랑이밭('다랑이논'에 대립되는 개념으로 '다락밭'이라고도 부른다)이 그림같이 들어온다. 오랜 세월 조상 대대로 이룩해놓은 대자연의 예술작품에 그저 감탄사 만 절로 나올 뿐이다.
홍토지는 특히 산 정상능선에 도로가 나 있어 시야가 사방으로 트이고 경관이 특히 아름답다. 산비탈로 이어진 도로 위에는 지게를 지고 마을로 향하는 이곳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참으로 목가적인 풍경이다. 다랑이밭의 모습도 다양하다. 실핏줄같이 세로로 줄 그어진 모양이 있는가 하면 마치 악기 '비파'와 같은 밭모양도 보인다.
정상 능선 도로가 집 한 채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제삿날이라 한다. 제삿날에는 마을사람들이 한데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모양이다.
다랑이밭 사잇길로 지게를 진 주민 한사람이 올라오고 있다. 지게 위에는 콩깍지인 듯한 짐이 가득 올려져 있다. 어릴 적 고향에서 많이 봤던 농촌풍경 그대로다. 외딴 집을 지나 코너를 돌면 또 다시 가파른 산비탈 마을이 보인다. 마을 아래 비탈은 역시 다랑이밭이 만들어져 있다.
동촨 홍토지는 다랑이밭(다락밭)이 주를 이루는 반면 웬양은 다랑이논(다랑논)으로 유명하다. 웬양 사진여행의 최적기는 매년 11월에서 다음해 4월 초까지 다랑논에 물이 차 있을 때이다.
능선길을 달리다보면 어디 쯤부터인가 다시 고원지대가 나타나고 또 다른 마을에 이른다. 이 마을이름은 '화쓰토우'. 필자 일행은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을에는 말들도 보이고, 여기저기에서 마을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마차를 끄는 마부 한 사람을 만났다. 얼굴모습이 참으로 순박하게 보인다. 빵 모자를 쓰고 상의로 특이한 동물가죽을 걸쳐 입었다. 마을 앞 홍토지도 아름답다. 다시 카메라의 구도를 잡는다.
동네 골목에는 감자구이를 파는 주민들이 보인다. 이곳에서 생산된 감자는 중국에서도 품질이 우수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필자도 구운 감자 하나 사서 먹어본다. 맛이 괜찮다. 화로 옆에는 여러가지 자연조미료통이 놓여 있다. 고추장 모양의 통도 보인다.
전형적인 농촌풍경이다. 이곳 다랑이밭도 봄이 깊어지면서 서서히 다양한 색깔의 무늬가 입혀지고 있다. 마을어귀에는 감자구이 파는 여인들 뿐 아니라 아기를 돌보는 할머니도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흔쾌히 포즈를 잡아준다. 손녀 손을 잡고 등에는 어린 아이를 업고 있다. 어린 꼬마의 눈망울이 유난히 초롱초롱하다. 중국 소수민족들의 의상 역시 매우 다양하다. 소수민족들은 대부분 각기 다른 모양의 옷과 전통모자를 쓰는데 이곳 할머니도 모양은 현대화된 듯 보이지만 붉은 색 무늬의 빵모자를 쓰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주요 조망포인트에서 하차하여 다시 붉은 땅을 밟아본다.
장엄한 대자연 위에 인간의 의지로 이룩해놓은 위대한 예술작품인 홍토지. 붉은 대지가 도화지라면 그곳을 일구고 가꿔놓은 결과는 화가의 그림이다. 자연의 신비로움과 인간의 개척정신에 감탄을 넘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의 거대한 땅과 잠재력에 새삼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글,사진/임윤식)
첫댓글 아름답고 경이롭고 평화로운 대자연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습니다. 빗방울처럼 왔다가 그냥 사라지는 인생들은 세상을 왜 이리 시끄럽게 사는지...
중국 윈난성은 홍토지 이외에도 볼만한 곳이 정말 많더군. 역시 중국은 땅이 넓으니 가보고싶은 곳이 참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