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뱀, 독사에 의한 교상(물림)이 많아집니다. 더 공격적이 되기에 여름철 보다 더 많은 독사 교상 환자가 생기는 계절입니다. 가을에 흔히 더 독성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이는 가을이 되면서 동면을 위한 영양저장을 해야 하는 반면, 먹이감은 줄어들기에 더 공격적으로 된다고 합니다.
등산을 하거나 수확을 위해 들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독사교상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매년 30만 명이 뱀에게 물리고 있으며, 5만명 정도가 독사교상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의 경우 매년 45,000명이 뱀에게 물리며 8,000명이 독사교상입니다.
독사와 뱀과 의학
기독교인의 성경에 보면 마태복음 3장에는 세례 요한이 위선자를 보고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비난하며, 불경에는 물을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고 비유합니다.
뱀은 인도나 고대 이집터에서는 신성시되기도 하였고 의학의 상징으로 쓰여집니다만 대부분의 문명권에서 이와 같이 음흉하거나 사악한 동물로 간주하고 뱀 같은 자식이라는 말은 우리 나라에서도 모욕적입니다. 이래저래 뱀은 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의학의 상징이 바로 뱀이고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이고 흔히 손상을 일으키는 동물이 뱀입니다. 또 유해생물에 대해 가장 많이 연구된 동물입니다. 독사의 독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뱀이 의학의 상징으로 된 것은 그리이스 신화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골럽 저 '의학의 과학적 한계'에 보면 일반의 (의료계) 상식과는 달리 지팡이에 뱀 두 마리가 감긴 것은 치유의 신(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아니라 신들의 사자이며 대장장이 신인 헤르메스의 지팡이 (카드케우스, caduceus)라고 합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한 마리의 뱀이 휘감고 있는데 두 지팡이가 유사하여 뱀 두 마리가 감겨 있는 카드케우스가 의학의 상징 마크가 되었습니다.
성경에도 모세가 신의 징벌로 병에 걸린 히브리 족속을 치유할 때 뱀을 보게 합니다. 이렇게 뱀이 의학의 상징으로 되거나 고대 이집터나 인도에서 신성시 된 것은 인류학에서는 뱀의 모양이 남성의 성기를 닮았고, 뱀이 허물을 벗는 것에서 재생, 부활의 의미와 함께 강력한 독성에 대한 경의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성시되는 것은 뱀으로서 기분 나쁠 것은 없지만 사악함의 대표적인 동물로 취급받는 것은 인간적인 관점으로 뱀으로서는 억울할 것 같습니다. 뱀은 아주 겁이 많은 동물로 공격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공격하는 경우가 드물고 독도 오직 생존을 위해서 가진 것뿐인데 독이나 생김새로 사악함의 대명사가 된 것입니다. 성적인 것을 연상하게 하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도 상사병에 걸려 죽은 사람은 뱀으로 환생한다는 설화가 아주 많음에도 보듯이, 성적인 연상으로 인해 뱀을 사악한 것으로 보게 하였을 것입니다.
독사 교상을 판별하는 법
현재 의학교과서는 대부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응급의학 교과서에도 우리 나라에는 없는 방울뱀 등에 대해서 더 자세히 쓰여져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가장 흔한 독사인 방울뱀은 살모사의 일종입니다. 한국에 맞는 교과서가 빨리 나와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독사는 14종의 뱀 중에서 세 종류로 까치독사, 불독사, 살모사 이며 이중 살모사가 가장 맹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아는 대로 독사인지 아닌지는 다음과 같이 판별합니다.
1. 뱀의 모양에 의해
살모사는 다음과 같은 모양입니다. 머리는 평평하고 삼각형이며, 콧구멍의 바로 뒤에 열감지 기관인 소와(pit viper)가 있습니다. 등에 여러 가지 색의 가로무늬나 둥근 무늬가 있습니다. 독니가 2개 입천장에 있습니다. 눈동자가 아래로 처진 모양입니다.
2. 물린 모양에 의해
독사는 두 개의 뚜렷한 잇자국이 있습니다. 여러 개의 물린 자국이 말발굽 모양이면 대개 독사가 아닙니다.
3. 증상에 의해
독사에 물려도 25%는 증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독사에 물려 나타나는 증상은 거의 전부 8시간이내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8시간이 지나도 최소한의 증상인 물린 부위가 부풀어오르거나(부종) 피부색이 변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있습니다. 독사에게 물리면 독성 효과는 뱀의 종류,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물린 깊이, 경과된 시간, 물린 깊이, 위치, 횟수 등에 의해 아주 다양한 차이를 보입니다. 일단 물린 부위에 2개의 독이빨 자국과 붓는 다면 독사로 간주하고 항독소를 맞을 수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증상의 경과
독증상은 물린 부위에 심한 뜨거운 통증과 함께 붓고 피부 변색이 나타납니다. 증상은 물린 후 빠르면 5-10분 후에서 대부분 발생하여 늦는 경우 8시간 후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점모양의 출혈반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전신증상으로는 구토, 어지러움, 의식상실이 생깁니다. 공포감으로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독은 단백독으로 독소의 90-95%를 차지 합니다. 물린 부분의 독반응은 주로 단백독 중에서도 효소반응에 의하여 생기며 나아가서 전신 반응으로 세포가 파괴되거나 응고, 항응고 작용, 출혈, 적혈구 파괴, 미토콘드리아 파괴, 폐부종(폐에 물이 차는 것), 광범위한 응고장애 등을 일으키게 됩니다.
증상의 위중한 정도는 사지라면 어디까지 부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의학적으로는 신체의 모든 반응을 검토하여 결정하지만 상식적으로는 물린 부위만 부었는지, 물린 사지의 전부가 부었는지, 전신 증상이 나타나는 지에 따라 위중한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이에 맞추어 독사 독 해독제인 항독소의 양을 조절합니다.
항독소는 그 자체가 부작용이 많고, 8-10개 이상 사용하면 대부분 혈청병이 생기기 때문에 적절한 양을 사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며, 더하여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나라 건강보험체계상으로는 입원하여 항독소를 맞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듭니다. 그러므로 항독소를 맞아야 한다면 입원하는 것이 치료비가 적게드는 모순이 있다는 것도 알면 치료비를 절약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독사는 모두 혈액독이며, 독성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은 독소로 인해 심장, 신장 등에 2차적으로 영향을 일으키며 구획증후군이라는 물린 부위가 부어오르면서 2차독성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또 항독소는 말에게 주사하여 만든 항체를 사용하는데 과거의 경우, 우리 나라 독사교상에는 효과가 떨어져 한국 독사 교상에 맞는 항독소를 개발하는 것이 급한 실정입니다.
응급조치 : 일반인으로서의 응급조치
1. 일단 물린 부위를 움직이지 않습니다. 움직일수록 독소가 빨리, 많이 퍼지기 때문입니다.가능하면 부목을 대어 고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2. 환자를 안정시킵니다. 역시 흥분할수록 맥박이 증가하고 피의 순환이 빨라져 독이 빨리 퍼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독사에게 물려도 50%의 환자들은 아주 가벼운 독증상만 나오거나,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심이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3. 물을 주는 것은 좋습니다. 단, 흥분제나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는 술이나, 커피 등은 금해야 합니다.
4. 물린 부위 위를 여러 가지 도구로 손가락 한 두 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묶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묶은 부위 아래가 새파랗게 되거나, 하얗게 되어 피가 통하지 않는다면 15분 정도 묶고 약 30초 정도 풀어주는 것을 반복합니다.
5. 물린 부위를 칼로 절개하는 것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의사나 의학자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고 있지만, 상식과는 달리 현재의 연구 결과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 입으로 물린 부위를 빨아내는 것은 효과가 의문시 되고 물린 부위의 세균 감염의 위험성도 고려해야 하면 입안이나 식도 등에 상처가 있을 경우 위험 할 수도 있습니다. 독의 흡입은 빠른 시간내 (1-2시간)내에 병원에 갈 수 없고, 독이 많이 주입된 것으로 판단된 경우에만 추천합니다.
6. 일단 붓거나 토하거나 하는 어떠한 증상이라도 생긴다면 신속하게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특히 독사도 공격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고 가을 철, 수확과 등산 중에 독사에 의한 불의의 고통이 없기를 바라며.
[참고 도서]
1. "응급의학-응급질환의 진단 및 치료" 도서 출판 한우리, 틴티날리 편, 한국 응급의학회 번역 2001년.
2. " 의학의 과학적 한계" 에드워즈 골럽저 몸과 마음사 예병일 외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