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映畵 감상>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고
글-德田 이응철 (춘천에서)
우울과 고독과 냉기를 느끼는 회색 동절기에 판타지 영화 한편을 감상한 것은, 순전히 바쁜 업무에도 고향을 찾는 큰 딸 덕분이다.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감동을 얻어 평범한 일상을 출렁이게 함이리라. 녹이 쓸어가는 뇌리에 번득이는 한줄기 전광석화(電光石火)를 불러오기 위함이지만, 더 큰 이유는 계절적으로 영육을 조여 오는 추위 때문이리라.
하 수상한 정치문제들이 백성들의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이다. 갈등을 불러온다. 정치에 관심이 있건 없건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후목분장(朽木糞牆)이란 말처럼 썪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지 않은가! 외면이란 말은 주권을 가진 자에겐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판타지 영화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소설이 가지는 허구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가상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초자연적인 능력에서 상상의 세계를 활짝 열어준다. 픽션이다.
판타지 영화는 주로 영국에서 지구 전체를 흔들거린다. 작은 체구에 갸름한 얼굴, 흐트러진 까만 머리에 초록빛 눈과 낡은 안경을 쓴 주인공 헤리포터를 쓴 작가 조앤 K 롤링은 국가 지원을 받는 기초유급자였다. 신비한 세계의 문을 열어 4억부 이상의 책이 팔리면서 세계 부자 552위에 올랐다고 한다. 완전 허구의 세계, 우리나라 말로 새빨간 거짓말인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것일까?
나는 이번 롤링의 판타지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자는 큰 딸의 제안을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했다. 애들이나 보는 영화가 아닌가! 뿌리가 없는 스토리를 벌건 대낮에 거짓말을 하는 영화를 장장 두시간 반의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감상하는 것이 내겐 용납할 수 없었다.
투탑의 퇴계동 영화관 5층을 찾을 때만 해도 이른 아침 아이들이 성사를 이루었다. 그래도 집에서 웅크리고 역사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나랏님의 무능력을 대하기가 싫어 따라나섰던 것이 결국 글 쓰는 내겐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1926년 영국의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는 큰 가죽가방을 들고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신비한 동물들을 찾기위해 뉴욕으로 여행을 떠난다. 큰 가죽가방에 다양한 크기의 신비한 동물을 구조해 마법의 공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보살핀다. 가방을 열고 탈출한 동물 때문에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뉴욕의 검은 존재의 횡포-. 그런 마법으로 뉴욕 최대 위기가 스펙타클하다.
동절기에 주눅이 든 작은 시민의 두뇌에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가상치 않은 일들이 세밀한 묘사로 관객들 뇌에 폭풍을 일으킨다. 바위처럼 팔장만 끼고 있던 나 역시 갑자기 태반주사라도 맞은 듯 온 몸이 스멀거린다. 허무맹랑한 거짓말, 애들에게나 속이는 판타지가 고희로 접어든 내게 청순한 접근을 허용하고 유혹하였다.
마법사(魔法師)!
빗자루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경기하는 오즈의 마법사, 드라큐라, 머리 셋 달린 개가 지키는 마법 학교, 마법의 돌찾기, 악마의 덫 탈출, 헤리포터와 마법사, 마법의 약제조, 약초학, 변신술, 어둠의 마법 방어술, 이상한 나라 그 지하에서 펼쳐지는 엘리스. 신비스런 반지의 제왕, 지킬박사와 하이드, 그 환상과 상상의 세계들-.
실제 마법이 존재하는 것처럼 특히 영국에서 제 2차 세계를 펼쳐 전 세계의 흥행돌풍을 일으킨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어른인 나 자신 이승이 아닌 세계를 잠시 떠올리기도 했다. 인간이 죽어서 저런 곳으로 가서 다시 생을 이어가는 것은 아닐까?
활기찬 외국의 판타지에 비해 우리나라엔 어떤 판타지들이 회자되고 있는지 꼽아본다. 신비스럽고 현존하지 않는 대상들을 순서없이 꼽아보았다. 신을 부르는 무속인, 굿, 토속신앙 북두칠성, 도깨비,신화(神話), 하늘로 치솟는 잠룡, 항룡, 하늘을 나는 무협지, 고전소설, 구운몽, 홍길동의 변신술, 공동묘지, 십자가, 전설의 고향, 90년대의 퇴마록, 최면술, 환단고기는 어떨까 꼽힌다.
가방 안에 넣은 오리너구리같은 등 굽은 짐승이 니플러다. 은행 앞을 지나던 중 금은보화를 좋아하던 희한한 동물 니플러는 가방을 탈출하고,그것을 찾아 나서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주인공 스캐맨더는 니플러를 찾아나서면서 평범한 시민들을 만난다. 통조림 공장 노동자의 가방과 바뀌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이 여간 재미있지 않다.
등장하는 동물들도 참으로 신비감이 뚝뚝 흐른다. 조상새 같은 모양의 새가 마법에 의해 시공을 초월해 뉴욕 곳곳을 누빈다. 대거 탈출한 희한한 동물들을 접하면서 고정된 뇌리가 단번에 신비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어느새 주인공 마법사 스캐맨더 대열에 날개를 편다.
결국 뉴욕을 위협하던 중 인간사회와 마법 사회를 발칵 뒤집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이를 추적하던 미국 마법 의회의 대통령과 어둠의 마법사를 체포하려는 수장 그레이브스는 이 모든 것이 뉴트의 소행이라는 오해를 하게 된다.
이제 주인공은 마법새에게 고향 아리조나로 보내주면서 비를 내리게 한다. 그 비로 마법으로 파괴된 기억을 지우게 평정을 되찾게 하고 미국을 떠난다. 영국으로 가서 신비한 동물사전 책을 낸다고 제이콥에게 안녕을 한다. 함께 줄거리를 이어간 노마지 제이콥은 그간의 기억이 지워진 채 얻은 은화를 팔아 제과업을 오픈해 성공하며 일상으로 돌아온다.
서양에서는 문학 장르로 인정을 받는다는 판타지 소설-, 제 4차 혁명으로 세계는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공부보다 다른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금의 세태에 시, 노래가 등장하고 마법으로 신비로운 상황이 환상적 분위기를 추구하는 문학이 앞으로 크게 각광을 받지 않을까, 이참에 나도 무당의 신비를 한번 멋지게 쓰고 싶은 욕구마저 스멀거리며 가족과 함께 지하 2층에서 떨고 있는 애마에게 다가간 어제 11/26일이었다.(끝)
*강추
첫댓글 와우!!!!
정말 다시 영화를 보는것처럼 재밌는 글을
단숨에 읽었네요.
자상한 판타지영화의 부연설명과 함께 풍부한 이해를 하기위한 우리나라의 예를 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아침을 여는 멋진글
감사드립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덕전님은
진정한 문학匠人 이십니다.
존경합니다.
고맙네 ㅎㅎ 사리에 어둡고 철이 없던 시절 무당하면 무조건 저주 멸시했는데 그 무당의 주문속으로 난
아스팔트를 따라 나타난 거대한 세계에 들어가고 싶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