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극성이었던 이번 여름. 청주 덕성초 운동장에서는 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한 무리의 아이들이 굵은 땀방울을 뿜어내며 피치를 뛰어다녔다. KFA 유소년클럽리그에 참가한 아이들이었다.
챌린저스리그의 청주 직지FC가 주관하고, KFA와 청주교육지원청의 주최로 펼쳐지는 ‘청주 직지FC 유소년클럽리그’는 총 12개 팀이 참가. 권역에 따라 6개 팀씩 ‘상당리그’와 ‘흥덕리그’로 나뉘어 각 조의 1위 팀이 최종 우승에 도전하는 형식이다.
이날 덕성초에서는 청주 직지FC 유소년클럽이 속해있는 상당리그 6라운드가 진행됐다. 그런데 산성초와 주중초의 첫 번째 경기를 앞두고 경기를 진행하는 김동한 직지FC 홍보팀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경기에 나서야 할 주중초에서 경기장에 갈 수 없다는 연락이 왔기 때문. 공식 결과는 산성초의 3-0승(상대 몰수승). 하지만 산성초 선수들을 배려하기 위해 코치와 심판진 협의 후 자체 청백전을 가졌다.
“올해 처음으로 유소년클럽리그를 시행하고 있어서 예측 못 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오늘처럼 경기 시작을 앞두고 이런 전화를 받으면 난감하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그냥 돌아가게 하지 않는다. 협의 후에 자체 청백전을 갖도록 해서 주어진 시간 동안 경기장을 누빌 수 있게 한다. 아이들에게 이 순간이 추억이기 때문이다.” -김동한 청주 직지FC 홍보팀장
산성초의 청백전이 끝나고 승점 3점 차이로 리그 1-2위를 달리고 있는 직지FC 유소년클럽과 청남초의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도 치열했다. 직지가 도망가면 청남초가 따라오는 형식으로 전개됐다. 결국 양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홀로 2골 1도움을 기록한 직지FC 유소년클럽 조휘준(남성초, 12)은 가장 돋보인 선수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롤 모델로 삼으며 새벽에 유로 경기까지 챙겨봤다고. 같이 뛰는 친구들에게 많은 기회를 나눠주고 싶은 마음에 득점보다 도움을 더 많이 기록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 모두를 흐뭇하게 했다.
‘청주 직지FC 유소년클럽리그’에서 뛰고 있는 어린이 중에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은 상당하다. 그렇기에 아이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은 유소년클럽리그를 통해 엘리트 선수로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고 있다고 한다.
리그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기에 매순간 추억을 만들어주고, 그 추억과 더불어 선수로서의 가능성과 희망도 찾을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유소년클럽리그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웃으며 피치를 누빌 수 있었다.
▲ 유소년클럽리그에 있는 세 가지 재미!
1. 산성초 선수들은 유니폼 등번호 위에 이름이 아닌 별명이 쓰여 있었다. 특히 6학년 친구들인 이윤선(흑인미남), 서동진(뽀통령), 오준석(오준), 김민태(간디) ‘별명 4인방’이 눈길을 모은다.
2. 안경을 쓰는 선수들은 안전고글이 필수다. 안전고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얼굴에 착용할 수 없다. 안전고글을 착용하고 뛰는 선수들을 보고 있자니 한때 네덜란드 축구를 대표하던 에드가 다비즈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3. 보통 축구경기에서 선수교체 회수는 규정으로 정해져있다. 하지만 유소년클럽리그에서는 명단에 기록된 선수들이 심판 확인만 있으면 수시로 교체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농구나 배구에서 볼 수 있듯 경기장을 나갔던 선수가 다시 경기를 뛰는 상황이 펼쳐진다. 참가하는 아이들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경기장을 밟을 수 있도록 한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