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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제6시집 『마늘촛불』 출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1991년 계간 시전문지 『시와시학』으로 등단한 복효근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마늘촛불』을 지난 3월 10일 도서출판 『애지』에서 간행했다.
지리산 아래 범실마을에 살면서 산처럼 푸르고 깊은 시를 꿈꾸고 있는 그는, 그간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문』『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목련꽃 브라자』를 상재한바 있다.
금번 시집은 양장본으로 본문 117페이지, 52편의 시편들이 제 4부로 나누어져 실려 있다. 해설은 아주대 교수인 문혜원 시인 맡았는데, ‘속 깊은 이해와 타당한 생활 철학’이라는 글로 복효근 시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복효근 시인은 그의 자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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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눈 위를 고양이가 지나갔나보다. 그 자리에 얼음이 얼었다. 고스란히 꽃이다. 세상에, 발자국이 꽃이라니! 서늘하고 투명하다.
내 시와 삶은 무엇을 닮아있을 건가. 조심스레 여섯 번째 발자국을 내려놓는다.
2009 새봄 지리산 아래 범실에서 |
[제1부] 명편名篇/ 마늘촛불/ 숙제와 폐타이어/ 접목?木/ 세속 사원/ 자벌레/ 나비/ 매화는 똥이 아니다/ 숫돌/ 개한테 배우다/ 숟가락 단상/ 손톱을 깎으며/ 목련 후기後記/ 뒤꿈치라는 말/ 합일合一
[제2부] ‘섬’의 동사형/ 시래기를 위하여/ 우체통 앞에서/ 겨울 궁남지/ 썩을 놈/ 들꽃에게 지다/ 위태로움을 위한 기도/ 섬/ 꿈에 나비를 보다/ 아침/ 직립/ 청둥호박 속에 하느님이 산다/ 슬픔에 대하여
[제3부] 명작/ 상수리나무 스승/ 헌화가에 부쳐/ 아줌마, 아내/ 상고대 처방전/ 껍질을 위하여/ 막막한 날엔/ 새의 울음소리에는/ 무심풍경/ 나뭇잎 편지/ 돌담/ 검은등뻐꾸기의 전언
[제4부] 보름달/ 혼자서는 안 되는 국수집/ 대숲에서 뉘우치다/ 멸치똥/ 헌 신/ 종료/ 겨울밤/ 천관산 등행/ 캔맥주를 마시며/ 빚/ 어떤 화폐개혁/ 마침표에 대하여 --------------------------------------------------------------------------
◈ 박남준 시인이 추천 글
‘변산 바람꽃을 보러간다고, 앉은부채꽃 군락지를 발견했다고 꽃소식을 따라 발길을 재촉하는 그의 소년처럼 상기된 얼굴을 떠올린다. 그의 전언을 더듬어 춘설이 분분한 낯선 산 속을 찾아갔다. 그때 내 앞에 펼쳐진 눈 속에서 피어난 앉은부채꽃의 경이로움이라니, 복효근의 시가 왜 그렇게 서늘하도록 아름다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가를 슬쩍 엿볼 수 있었다. 서정의 빼어남을 굳이 말해 무엇하리. 절창의 수사를 덧붙여서 무엇하리. 무릇 시를 쓰는 이라면 살아서 꼭 한번은 이르고 싶은 곳이 있다. 마침표를 찍고 싶은 한 편의 시가 있다. 이 시집의 한 편, 한 편의 시들이 꿈틀거리며 살아나서 막무가내로 밀려오며 울리는 도저한 파문이라니, 걷잡을 수 없는 질투심에 치를 떤다. 복효근은 분명 시의 한 끝을 보았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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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마늘 촛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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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나도 누구에겐가/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조금은 매콤하게/조금은 아릿하면서/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복효근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의 표제작, ‘마늘촛불’의 일부이다. 1991년 문예지 <시와시학>으로 등단한 후 자연과 구체적인 일상에 대한 깊은 응시와 자신을 향한 성찰, 생명의 아름다움을 노래해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우리 삶의 이면에 감춰져 있는 비의를 끌어안고 한결 융숭 깊은 사유로 형상화한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편에 녹아 있는 생명존재들을 향한 사랑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만 살 것처럼 사랑하고/또 다 산 것처럼 싸우고/옷 벗고 뒹굴고 또 옷 입고 종주먹을 들이대고/나날을 최후처럼 살았네”. 아내와 싸우고 나와 집 주위를 배회하며 쓴 시 ‘세속 사원’에서 “나 옷깃 여미고 저 사원으로 돌아가겠네”로 귀결되는 것도, 동사 ‘서다’의 명사형은 ‘섬’이고 해저에 뿌리박고 있는 섬을 아우르며, 명사 ‘섬’의 동사형은 ‘사랑하다’가 아니겠는가,로 사유하는 시선도 사랑이다.
그에게 사랑은 황소가 죽음의 현장으로 끌려가면서도 한사코 두 다리 버팅기며 일어서는 욕망이고(‘직립’), 제 몸이 닳아야 칼날이 서고 그 날은 무언가를 베어내게 되는 숫돌을 생각하며 수컷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묻는 고뇌(‘숫돌’)이고, 다른 세상 다른 우주를 퍼담는 숟가락질이다(‘숟가락단상’). 그러니까 모든 살아있음의 위의(威儀)를 고민하고 고뇌하며 ‘합일’(合一)을 꿈꾸는 증거들인 셈이다.
그의 홈페이지 <시산인방>을 보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과 내가 택한 시의 길과 사람을 사랑하며 더불어 함께 하고 싶어 내 이름을 대신하여 시산인(詩山人)이라는 아호를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소통과 겸손을 미덕으로, 세상만물을 큰 스승으로 모시며, 그가 줄곧 사랑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이다. 사랑은 곧 그의 삶의 자세이자 세계관인 듯 보여진다.
때로 찾아오는 슬픔과 삶의 긴장으로 무너지고 싶을 때, 균형을 놓아버리려 술을 마시고 무릎을 꺾는 순간, 부드럽고 친화력 강한 복효근의 언어들은 지극한 위로로 다가온다. “내 마음이 그대 발에 꼭 맞는 신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마음이 매콤하고, 아릿하고, 환하게 그려져 있다.
이번 시집은 총 52편이 묶여 있고 가격은 8,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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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연일 터지는 우리시회의 축포소리에 나무와 꽃들이 마구 꽃을 터뜨리고 새싹을 내밀 듯합니다. 복 시인님의『마늘촛불』의 출간을 축하합니다. 지리산 산자락 아래 조용한 통나무집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굽고 막걸리 몇 통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건강, 건필을 빕니다.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 촛불처럼 /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 복효근시인님 축하드립니다..... 마늘 촛불...... 시집 제목도 너무 멋지군요...... 봄날 땅밑을 뚫고 솟아오르는 푸른 촛불...... 얼마나 싱싱하고 매콤한지..... 나비들도 모다 달아나고 마는군요.....
그냥 지나칠수 없게 만드는 글...복효근 시인님 시집발간 축하드립니다.
복효근 시인님^^< 마늘 촛불> 시집출간 축하드립니다^^ ^^ 발길 끄는 매력으로 촛불까지 밝히시는군요 기대합니다^^ ^^
축하합니다, 추카,.!! ^*^마늘촛불!! 제목부터 궁금증을 막 일으키네요. 무엇일까, 마늘의 그 여린 푸른 싹이 일으키는 촛불심지는,..!! 기대를 한껏 해봅니다. 그러나 내게까지 시집이 올려나,.? ,.봄빛이 먼 이곳에서 얼마를 막무가내로 기다려야 할지,..얼마를,..!!
오늘 퇴근길에 받은 복효근 시인의 시집 '마늘촛불'이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봄에 받는 시집 선물에 더욱 감사드립니다. 방물방물 하얗게 맺혀질 벚꽃나무처럼 어두웠던 마음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축하드립니다. 복효근 시인님....
복효근 선생님, 시집 상재를 축하드립니다. 아주 오래 전 선생님께 제 시 한 편의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답니다. 선생님의 홈페이지에서요... 호호
복효근 시인님! 시집 '마늘 촛불' 상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보내주신 주옥 같은 시들 열심히 읽고 많이 배우겠습니다. 즐거운 나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뒤늦은 인사가 되었네요. 복효근 시인님의『마늘촛불』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