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기
2007년 겨울 방학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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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환갑을 맞이해 여섯 식구가 함께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두 딸이 혼인하기 전이니 앞으로 이렇게 온 식구가 여행하긴 어렵겠다. 인도가 좋다고 해서 가족이 함께 여행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지나고 나니 참 그 때가 행복했다. 그 때 보고 느낀 것을 적어 두었는데 정리해 올린다.
19일. 인디 간디공항 - 시끄럽고 공기가 나쁘고 지저분하고 복잡했다. 저녁 9시에 밥을 사먹고 11억 인구에 3억이 절대 빈곤층이란다. 길에서 잠을 자고 밥을 해먹고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자동차 뒷거울을 아예 떼고 다니는 차도 있고 경적소리가 시끄럽다. 중국이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고 교통질서가 어지럽다고 했는데 여긴 더 하다. 배고픔과 더러움이 철철 넘친다. 겨울이지만 생각보다 날씨는 춥지 않았다.
20일. 도시엔 거지가 많고 더럽지만 농촌은 유채꽃이 펴있고 평화롭다. 산에는 나무가 없고 낙타가 마차를 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가난하고 밭은 주말농장처럼 5평 정도씩 둑을 만들어 놨다. 터키보다 땅은 기름져 보인다. 보통사람들은 인도 고유어를 많이 쓰고 간판은 영어와 인도글자가 같이 있는데 고유어가 많다. 3륜 오토바이처럼 생긴 택시가 다니고 기차도 지저분하다. 길에 소와 들개가 많다. 술과 고기는 먹지 않는다고 한다.
21일. 온수가 나오지 않아 목욕을 못하다. 온풍기가 없어 밤새 떨다. 아이쁘르 거리를 인력거로 다녔다. 시끄럽고 복잡하기가 필리핀을 떠오르게 한다. 이런 지저분한 것을 보려고 관광을 왔는가 싶다. 저녁에 궁전 카페에 갔다. 그곳은 참으로 아름답고 고급스럽다. 회장실도 정원도 조명도 찬란하다. 밤하늘에 달무리까지 있어 더욱 아름다웠다.
버스엔 인도글자, 거리 간판도 인도글자. 관공서와 관광지는 영어와 인도 글자. 30%가 문맹이란다. 대학은 영어로 교육, 초 중학교는 인디어로 교육. 영어 잘하는 나라인 필리핀과 인도가 우리보다 더 못살고 지저분함을 확인. 재벌이나 지배층이 영어를 쓰면서 일반 민중은 토박이말 쓰게 하고 차별해서 값싼 노동력 착취. 지배층 30% 잘 살려고 30%는 절대 빈곤층으로 만들다. 관광지에 가면 신발 벗으라하고 사진도 찍지 못하게 하는데 돈을 주면 허락한다. 공원에서 경찰이 가이드에게 돈을 뜯는다.
평균수명은 65세. 우린 80세인데... 소가 먹을 것을 찾느라 쓰레기를 뒤지다. 가난해서 학교에 못가는 계층이 있다. 옛날엔 산스크리트어, 지금은 힌두어. 자음 42자 모음 26자인데 2000년 된 인도글자. 인도 방송도 대장금을 방영하는데 인디어 더빙. 치안이 좋지 않아서 밤에는 밖에 못 나감. 화장실마다 돈을 받는다. 겨울인데 비둘기 똥이 깔려있는 사원 돌바닥을 맨발로 다니라고 한다. 볼 것도 별로 없고 지저분하여 비닐 쓰레기를 밟고 넘어져 다리 다쳤다.
오늘 아침에 성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데 돈을 내라고 해서 2000루불을 주었다. 볼 것도 별로이고 사진 찍을 것도 없는데 이스람교 사원이라 기념으로 찍으려다 벌금을 냈다.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는 안내문도 보이지 않는다. 영어만 잘한다고 잘 사는 것이 아니다. 국민 의식과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과학과 기술자가 많아야 잘 산다. 가정에서 쓰는 말은 토속어, 주정부나 마을에서 쓰는 말은 주언어, 학교나 관공서에서 쓰는 말은 힌두어와 영어를 함께 쓴다고 한다.
22일. 23일. 24일. 그래도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걸어봤다. 해지는 모습은 아름답다. 타지마하르 사원은 아름다웠는데 설사병이 나서 화장실을 찾느라고 아무 관광도 못했다. 기억이 안 나는 사원은 좋았다. 나름대로 관광은 괜찮았는데 온통 지저분한 생각이 가득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자들이 판치고 있다. 인도와 필리핀 들 세계 여러 나라가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면서 우리도 영어를 배우면 세계인이 될 수 있고 잘 산다고 지껄인다. 참으로 한심하다. 필리핀과 인도가 영어를 쓰는 미국과 영국 식민지였으니 그렇다. 인도가 세계 문화문명 발상지라지만 지금 수도인 델리나 뉴델리, 대도시 아그라까지 거지가 득실거린다. 제 토속어보다 영어를 더 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도 영어는 영국이나 미국 영어와 같지 않고 반 토막 영어다. 영어를 아는 사람도 알아듣기 힘들어한다.
음식도 단순하고 맛이 없다. 그리고 민주사회가 아니라 계급사회요 봉건사회와 같다. 지배계급만 잘 살고 있다. 더러운 강물에 목욕과 빨래하고 그 물도 마신다. 거리에 자동차도 마티즈 같은 소형에 지저분하다. 소비도 구매력도 없다. 품삯은 싸지만 산업도 발달하지 못했다. 우리 기업 엘지가 진출해 있다. 중국도 그렇지만 이렇게 못살아도 행복해한단다. 공무원에 돈을 빼앗기고도 그러니라한다. 곳에 따라 다른 언어를 쓴다. 그래도 불평을 안 한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외국인에 대한 자존심은 강하다.
25일. 바라나시에 왔다. 아그라와 델리에 비해 공기가 좋다. 밤새 하루 보내며 기차를 타고 왔다. 11시 출발할 기차가 2시간이나 지나 도착했다. 기차 안에서 물을 끓여달라고 받아보니 지저분하다. 그래도 배가 고파 커피와 라면을 그 물로 끓여 먹었는데 괜찮을지 걱정이다. 은영이가 기차에선 괜찮더니 차에서 내리자마자 토했다. 외국 여행을 다녀봤지만 온 식구가 배탈이 나긴 처음이다. 아들과 아내도 배가 아파 아그라에서 의사를 불러 약을 탓는데 엄청 비싸다. 두 사람 약이 2100루블, 우리 돈 5만원이다. 아그라에서 이런 일이 많다고 한다. 의사인 둘째와 나는 괜찮은 편이다.
인도는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인도인들은 그 나라가 살기 좋은 곳으로 생각한다고 안내인은 말한다. 바라나시가 고향인데 모두 행복해한다고 한다. 소와 돼지가 거리에서 함께 다니고 지저분하고 거지처럼 살면서도 좋단다. 길도 좁고 운전도 무질서하고 난장판이다. 중국에서 차가 역주행 한다고 놀랐는데 여긴 더 하다. 그래도 호텔은 괜찮은 편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데 더럽게 사는 걸 보려고 오는 거 같다. 거리에 기도하는 곳도 많다. 힌두교가 기독교와 이슬람교보다 더 문제가 많아 보였다. 방송도 주로 힌두어이고 버스터미널 간판도 거의 흰두어다. 영어는 발음이 엉터리다.
경찰이 몽둥이를 들고 있는데 진짜 사람들을 때린다고 했다. 얼마나 무질서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그럴까싶다. 저녁엔 호텔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말라고 한다. 거리에 나가면 거지들이 둘러싸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어디론가 끌고 가서 돈도 뺏고 해친다고 한다. 뼈대만 앙상한 사람이 많다. 새벽엔 예배소리가 시끄럽다. 밤에는 호텔 마당에서 쓰레기 태워서 검은 연기가 하늘에 가득하고 공기가 좋지 않다. 강물에 주검을 태우고 그 강물에 목욕하는 것을 보려고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다.
바라나시 공항 – 조그만 기차역 같다. 좁고 시끄럽고 지저분하다. 공항 화장실을 볼 때도, 짐을 부칠 때도 돈을 달라고 한다. 돈을 주지 않아서인지 우리 짐 두 개를 떨어트렸다 내려 놓은 것도 아니고 일부러 그랬다. 더러운 나라, 더러운 사람들이다. 가지고 있는 인도 돈을 신고하라더니 환전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팁도 10불 달라고 한다. 미개하고 불친절하기가 끝이 없다. 그래도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게 더 큰 문제로다. 그곳을 떠나 방콕 공항에 오니 신천지에 온 거 같다.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 시대를 거슬러갔다 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