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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행기 (8) - Yazd | |
이란 여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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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선의 세계 배낭여행기(http://cafe.daum.net/elsonpark/) | |
2006년 7월 8일, 토요일, Yazd, Aria Hotel
(오늘의 경비 US$19: 숙박료 120,000, 점심 7,000, 저녁 9,000, 식료품 5,000, 택시 5,000, 가이드 10,000, 인터넷 2,000, 우편엽서 4,000, 수건 5,000, 환율 US$1=9,000 Iranian rial)
아침에 나가니 호텔 근처에 있는 큰길 Emam Khomeini 길에 버스회사 매표소가 여럿 보였다. 한 매표소에 들어가서 내일 오전 11시에 떠나는 Bam 버스표를 쉽게 샀다. 이렇게 쉽게 살 수 있는 것을 어제 밤에는 고생만 하고 사지도 못했다. 터키와 이란에서는 버스표 매표소가 어떤 도시는 시내에도 있고 어떤 도시는 버스 정거장에만 있다. 그런 정보는 미리 알 도리가 없으니 어제 밤 같은 문제가 생긴다.
버스표는 샀지만 버스표 내용을 읽을 수가 없으니 제대로 샀는지 확인을 할 수가 없다. 매표소 직원이 내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 수가 없다. 내일 떠나는 버스표가 아니고 월요일 떠나는 버스표라면 낭패다. 버스표를 확인해야겠다. 어느 은행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영어를 하느냐고 하니까 조금 한단다. 이란에는 영어를 조금 한다는 사람들은 참 많은데 말을 시켜보면 대부분 못한다. 은행 직원에게 내 버스표를 보여주며 번역 좀 해달라고 하니 버스표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버스표 얘기는 안 하고 갑자기 왜 국적은 묻는단 말인가. 이란 사람들 영어 조금 한다는 친구들은 "What country are you from?"과 "What is your name?" 두 마디는 모두 다 한다. 하루에도 이 질문은 십여 번씩 듣는다. 은행 직원은 국적 체크를 끝내고는 한다는 소리가 내가 가려고 하는 도시가 어디냐고 묻는다. 내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목적지는 Bam, 출발 날자와 시간은 내일 오전 11시인데 나에게 오히려 목적지를 묻다니, 동문서답 식이다. 영어를 못하는 것인지 버스표를 읽지를 못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친구와 더 얘기하다가는 시간손해만 될 것 같아서 고맙다고 하고 나왔다.
한참 더 걸어가다가 어느 금은방 안에 젊은이 네 명이 앉아 있어서 혹시 그 중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있나 싶어서 무조건 들어가서 영어를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니 세 명이 동시에 한 친구를 가리킨다. 말을 시켜보니 은행 직원보다는 영어를 잘하고 생긴 것도 더 똑똑해 보인다. 버스표를 보이며 내용을 얘기해달라고 하니 한참 들여다보기만 하고 역시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안 나온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목적지가 없다는 것이다. 목적지도 없는 버스표도 있나,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할 수 없이 내가 버스표의 항목을 하나씩 짚어가며 그 친구에게 번역을 시켰더니 출발 날자와 시간, 요금, 내 이름은 다 맞는데 정말 목적지는 빈칸으로 있다. 이 친구가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버스표에 찍혀있는 버스회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다. 내 버스표를 보면서 한참 전화로 얘기를 하더니 목적지가 Bam이라며 목적지 빈칸에 Bam이라고 써넣는다. 드디어 버스표가 확인된 셈이다. 참 힘들었다. 아마 매표원 실수로 목적지를 안 적어 넣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은행 직원도 목적지가 어디냐고 나에게 물었던 것 같다. 별일을 다 본다.
Yazd의 Old City 구경을 다녔다. Old City는 구 시가지라는 뜻으로 오래된 건물이 많은 곳이다. Old City로 들어가서 일정한 목표가 없이 이곳저곳 걸어 다니면서 구경했는데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집들이 모두 흙벽돌로 지어졌다. 며칠 전에 가본 Abyaneh 마을의 집들과 비슷하다. 이곳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지붕 위에 흙으로 된 네모 난 구조물이 많이 보이는데 (한국 아파트 지붕에 있는 물탱크 비슷하게 보이는) 이 구조물은 공중에 미풍이라도 있으면 바람기를 이 구조물 아래에 있는 실내로 끌어들이는 선풍기 같은 역할을 한단다.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웬만한 집은 에어컨을 쓰고 있으니 별로 필요 없는 물건이 되어버린 셈이다.
Old City 안에 있는 Yazd에서 200년 묵은 옛날 부자 상인의 저택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고급 호텔 Malek-o-Tojjar를 찾아갔다. Bazaar 안 깊숙이 있었는데 몇 사람에게 물어서 간신히 찾아갔다. 건물 구경을 하고 싶어서 찾아간 것이다. 들어가 보니 정말 멋있었다. 매니저에게 호텔 구경을 하러왔다고 했더니 맘대로 둘러보라고 한다. 참고삼아서 숙박료는 얼마냐고 물었더니 비수기라 일인용 방이 US$15란다. 그 가격이면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방이나 마찬가지다. 어제 이곳에 올까하다 말았는데 또 실수를 한 것이다. 어제 밤에 택시를 타고 이곳에 와서 US$15짜리 방에 들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호텔 매니저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니 Bam 버스표 사는 것도 쉽게 해결해 주었을 것이다.
이 호텔에 안 온 이유는 너무 비쌀 것 같아서였다. 론리에 독방이 US$35라고 나와 있었는데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이란 호텔의 숙박료가 론리에 나온 금액의 배였으니 US$70은 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한 번 와보려고 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꾸었는데 정말 아쉽다.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1인용 독방 구경을 했는데 내가 들고 있는 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다. 이 호텔은 론리에 "one of the most atmospheric hotels in Iran" 이라고 평이 나와 있는데 이곳에서 못 자고 가는 것이 아쉽다. Yazd에 오는 여행자에게는 꼭 이 호텔부터 우선 체크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근처에 있는 옛날 지하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음식점 Hamun-e-Kahn을 찾아가보니 Shiraz의 Hammam Vakil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멋있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는데 아무도 주문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한참 앉아 있다가 나와 버렸다. 걸어가고 있는데 한 친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이 도시 지붕 경치가 멋있다면서 원하면 안내해주겠단다. 속는 셈 치고 안내해 달라고 하고 따라갔더니 어느 카펫 공장으로 들어가서 지붕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올라간다. 잠긴 지붕으로 올라가는 문을 열쇠로 열고 지붕으로 안내한다. 지붕에 올라가 보니 정말 볼만한 경치였다.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오는데 자식이 일곱이라고 하면서 돈을 요구한다. 가이드 노릇을 했으니 돈을 내라는 것이다. 10,000 리알을 (1,000원) 주었더니 고맙다고 하며 받는다. 이 친구는 아마 외국 여행객을 보면 항상 이렇게 하는 것 같다. 이것도 비즈니스 아이디어니 나무랄 수 없다. 정말 볼 만한 구경이니 10,000 리알이면 안 할 외국 여행객은 없을 것이다. 세 사람을 데리고 가서 한 사람에 10,000 리알씩 30,000 리알을 받을 수 있다면 택시 운전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장사다.
너무나 더워서 시장에서 아랍 사람들이 머리에 쓰는 수건을 샀다. 내가 사용하는 반대나 수건은 사이즈가 작어서 머리를 완전히 덮을 수가 없는데 새로 산 수건은 머리와 얼굴을 완전히 가릴 수 있을 만큼 사이즈가 크다. 당분간 반대나 수건은 넣어놓고 이 수건을 사용해야겠다. 사이즈가 커서 여러 가지로 쓸모가 많을 것 같다.
Old City에는 좁은 길에 오토바이들이 많이 다녀서 매우 시끄럽다. 그러나 차가 다니지 못할 좁은 골목길이 많아서 오토바이가 제격인 것 같다. 어제 같은 버스에 타고 왔던 아일랜드 젊은이 둘을 길거리에서 세 번이나 만났다. 나도 끼어주었더라면 셋이서 심심치 않게 같이 다녔을 텐데 안 끼어준다.
Yazd Old City 길 풍경은 수백 년 전 풍경 그대로인 것 같다
터널이 많은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필요해서 만든 것일 거다
Old City는 지금도 사람이들 살고 있는 곳이다
Bazaar 천장에 구멍을 뚫어서 Bazaar 내부 조명을 한다
벽이 무너져 내려오지 않도록 받히고 있는 것 같다
Malek-o-Tojjar 호텔, 어제 들까 하다가 만 곳인데 안 든 것이 후회막심이다
옛날 부자 상인의 집을 개조해서 만든 호텔인데 이란 전국에서 분위기가 제일 좋은 곳 중의 한 곳이란다
옛날 지하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든 찻집 입구
내부 천장과 벽이 아름답다
연못 같기도 하고 수영장 같기도 하다
지붕 위에 올라가서 Old City 지붕 구경을 했다
무덤 같기도 하고 여자 가슴 같기도 한 특이한 지붕 형태다
에스키모 얼음집과 닮았다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된 탑이 둘인 회교사원
이란을 대표하는 건물 중에 하나라는데 회교사원은 아니고 무슨 용도의 건물일까?
이란 어데 서나 볼 수 있는 자선 헌금함, 처음에는 우편함인줄 알았다
알아보기 힘든 자동차 번호 판, 왜 전 세계가 다 쓰는 아라비아 숫자를 안 쓰는지 모르겠다 또한 기아차를 보니 무척 반가웠답니다.
관공서 건물 한 가운데 자리 잡은 호메이니 초상화
버스 정거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검은 베일을 쓴 여자들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 하지 않고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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