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 1
삼바축제의 나라 브라질 리오데 자네이루
박 선 자
UCSF에 연수 중인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와 여행하고 싶은데 어느 곳으로 가면 좋겠냐”고.
미국은 패키지여행을 두 번 하였으니 아직 발을 디뎌보지 못한 남아메리카의 이구아수를 보고 싶다 했더니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는 5박 6일의 자유 여행과 패키지를 병행한 여행을 준비해 두었다.
우리나라에서 남아메리카 여행은 쉽지 않다. 거리가 워낙 멀다. 미국에서 시작하니 우리나라에서 가는 것보다 가깝고 경비도 절감될 것 같은 무식함이 이구아수와 리오 데 자네이루의 거대한 예수상을 관광할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는 여행이라 하지 않았으리라. 무식이 용감하여 결과적으로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이구아수 여행만 생각했지 브라질은 덤으로 여행의 행운을 잡은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애미공항으로 다시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 공항에 내리니 저녁이다. 하루를 꼬박 비행하여 왔다. 정말 이렇게 먼 여정인 줄 몰랐다.
이민 2세대인 50대 여자 가이드는 차장으로 스쳐 지나는 도시의 모습과 역사와 사회구조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호주의 시드니,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 아름다운 항구 중의 한 곳인 리오 데 자네이루 Rio de Janeiro는 이곳이 1월에 발견된 곳이어서 “일월의 강”이란 뜻이다. 대부분의 남미주민들이 스페인어를 사용하지만 포르투갈어를 쓴다.
인구는 600만인데 흑인이 40% 이상이다. 식민지 시절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팔려온 흑인 노예들이 많이 정착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브라질 문화에 많은 공헌을 하였다. 삼바 축제의 근원도 따지고 보면 그들의 고단한 삶을 발산하는 몸부림의 표현이라고 해석하였다.
국립대학은 입학만 하면 모든 것이 무료이기에 입학이 굉장히 어렵다. 세상 어디에서나 청춘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세계적인 백신 연구회사도 있고 석유자원도 많지만 빈부의 격차가 몹시 심한 나라다.
잘못된 지도자와 정치가들의 인식이 낳은 산물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을 고단하게 하는 건 아닌지…
도로를 따라 빈촌과 부자촌이 확연히 다르게 보인다. 쭉 산비탈의 달동네가 이어졌다. 교통이 불편하였던 가난한 서민들의 주거지에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한다. 최근 부산의 산복도로 케이블카 설치가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한인 교민이 약 30가구 살지만 요즈음 한류효과가 커서 한글학교에 브라질 학생이 100명이 넘는다 하니 아주 반갑게 들렸다. 거리와 건물들은 유럽의 모습과 비슷하여 과거 유럽의 식민지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삼바 축제의 거리
삼바 축제의 거리에 내렸다
매년 2월이면 TV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하고 정열적인 삼바 축제장은 700여m의 도로에 축구경기장처럼 계단식 관람석이 설치되어 있다. 도로에서 하는 공연에 관람권을 팔고 관람 좌석에 앉아 구경할 수 있다니… 놀랍고 모르던 사실이다.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단다. 축제 기간이 가까워지면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축제 거리를 볼 수 있는 산동네의 집들이 숙소로 변하여 숙박료가 엄청 비싸진다 했다. 사람 사는 방법과 심리는 지구의 어느 편에서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TV에서 보았던 열광적인 축제장을 떠올리며 텅 비어 있어 삭막한 시멘트 거리를 걷는다. 우리나라는 시월의 가을이지만 지구 반대편인 이곳은 여름철이라 햇볕이 따갑다. 시멘트 거리의 후끈한 열기가 온몸을 감싼다.
삶의 고단함과 한을 풀어내는 우리의 “살풀이춤” 보다 더 진한 아픔을 토해내는 춤이 삼바다.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노예들의 한을 광란의 춤으로 발산하는 그들의 애환을 느껴 보았다.
페스티발이 끝난 공허한 삼바거리는 휑하다.
관람 계단 옆으로 길게 이어진 상가에서 삼바 축제에 입었던 다양한 무용복을 진열해 놓고 관광객에게 빌려주며 사진을 찍어보라 권하였다. TV에서 보았던 축제를 떠올리며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포즈를 취하며 촬영을 하니 마치 축제장의 일원이 된 듯 즐거웠다. 여행의 맛은 이런 데 있지 않나 싶다.
삼바축제거리 무용복을 입고
삼바 축제는 매년 2월에 전국에서 열린다. 그중 가장 전통 있고 유명한 축제가 이곳 리오 데자네이루 카니발 축제다. 우리는 “리오”라 발음하지만 이곳에선 “히오” 라 한다. 약 200여 개의 삼바 학교가 이곳에 있다. 단 이틀만 열리는 퍼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는 팀은 고작 10개 팀이라니 경쟁률을 알만하다. 1위를 하여 ‘히오’가 되면 다음해에 출연할 수 있는 영광을 가진다. 삼바 학교에선 일 년을 준비하고 학교의 개학일도 축제가 끝나는 날이 된다. 그러니 “삼바 축제”하면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를 상징하는 것이 맞다 여겨졌다.
브라질의 랜드 마크 예수상 Cristo redactor
2016년 하계 올림픽개최지가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이었다. 매일 TV 뉴스 첫 화면에 휙~, 날아와 등장하는 코르코바도언덕의 거대한 예수상을 만나러 간다. 너무 먼 곳에 있어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관광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안개가 자주 끼는 항구 도시의 높은 산꼭대기인 코르코바도 언덕에 있어 아침 안개 때문에 삼바축제거리를 먼저 관람하였다. 다행히 안개가 그치기 시작하니 볼 수 있을 거란다.
브라질의 랜드 마크인 예수상은 1931년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독립한 100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인공 건축물이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 중 가장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며 세계 7대 불가사의 건축물중 하나로 등재되었다.
700여m 높이의 산꼭대기에 있는 예수상으로 가려면 산악열차를 타고 산 중턱까지 간다. 거기서 에스컬레이터 타는 역까지는 언덕길을 걸어서 가야했다. 여름 한낮 더위에 무척 힘들었다. 동상이 있는 가파른 정상의 마지막 코스를 에스컬레이터로 갈 수 있어 편하고 좋았다.
높이 38m 인 무소불위의 위엄으로 서 있는 거대한 동상을 올려다보니 아득하고 아찔하였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어도 저절로 기도가 되었다. 어찌 이렇게 큰 동상을 세울 생각을 했을까. 인간이 소망을 이루려는 욕망과 능력의 한계는 어디 쯤 일까…
예수님 동상
날이 차츰 맑아지니 아름다운 리오 데 자네이루 항구도시가 모형처럼 사방에 그림을 그리며 널려 있다. 가슴이 펑 뚫리고 날아갈 듯 마음이 맑아졌다.
수많은 관광객이 인증 삿을 한다. 날개를 펼치듯 두 팔을 벌리고 세상을 모두 품어 안을 자세로 우뚝 선 예수님을 흉내 내는 젊은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 팔을 벌리고 찍으면 예수상과 하나가 된 듯 겹쳐져 보이는 곳이라 한다. 우리도 기다려서 인증 삿을 했다. 단체로 성지순례 오신 분들이 여기저기 모여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드린다. 우리 가족 셋이 인연이 있어 당신 앞에 서 있음이 고맙다는 기도를 올렸다.
뒤에서 본 예수님 동상
팡데 아스카루Sugar Loaf Mountain
“빵 산”
우리나라에 ‘빵 산’으로 소개된 ‘팡 데 아스카루’로 갔다. 해 질 녘이라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서둘러 케이블카를 탔지만 오르는 내내 안개가 자욱하다. 중간 역에서 내려 안개에 둘러싸인 희미한 도시의 풍경 겨우 볼 수 있었다.
뿌연 안개 속에 가물가물 보여 더욱 신비롭게 다가오는 산꼭대기의 바윗덩어리가 나의 눈에는 U자를 거꾸로 세운 아니면 커다란 주물밥통을 뒤집어 놓은 듯 보였다.
유럽 사람들이 처음 이 땅을 밟았을 때에 산의 모양이 정제된 설탕으로 만든 바게트 모양 같다고 보여 “설탕 바른 빵”이란 팡 데 아스 카루의 이름을 붙였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낯선 땅에 온 이민들이 식량을 갈구하는 간절한 마음이 서린 곳이다. 선명한 경치는 못 보았지만, 이민자들의 애환이 묻혀 있는 곳이라 생각되었다. 안개 때문에 사진도 찍지 못하고 내려왔다.
브라질은 고기의 천국이었다. 값이 저렴하다더니 정말 그랬다. 매끼 식사에 풍성한 채소와 쇠고기가 많이도 나왔다. 웨이터들이 쇠꼬챙이에 꿴 고깃덩어리를 부위마다 들고 식탁주변을 돌면서 큼직하게 썰어 담아주었다. 부위의 맛을 잘 감별할 줄 모르니 너무 많이 나오는 고기에 질리었다. 이렇게 고기를 많이 먹으니 비만 인구가 많은가 보다.
올림픽 경기장 구경을 갔었지만, 문이 닫혀 있어 광장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 나왔다.
신도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성당과 국립도서관, 리오극장도 들러 보았다.
세라론 Escadaris Selaron 계단
산타 테레자 언덕에 위치한 세라론 계단은 원래 높은 언덕에 위치한 빈민가를 오르던 계단이다.
1990년 칠레의 조각가 조지 세라론 Jorge Selaron이 계단에 색깔 타일을 붙이기 시작하였다. 소문이 세계각지로 알려지면서 각국에서 다양한 타일을 보내어 왔고 오늘의 화려한 타일로 계단장식이 이루어져 유명한 장소로 자리매김하였다. 우리나라의 태극기 타일이 있다 하여 찾아보고 반가워 인증 삿을 했다. 지금은 215개 계단에 2000여 개의 색깔이 다양한 계단을 보려는 관광객이 넘쳐난다. 한 예술가의 새로운 발상이 동네를 훌륭한 관광명소로 바꾸어 놓았다. 이런 것이 창조예술, 창조경제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이틀간 숙박한 호텔은 세계적인 관광 휴양지로 이름난 코파카바나해변 근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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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 코카카바나해변
빠듯한 일정 때문에 호텔 건너편 모래사장에서 사진 한 장 남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아~두, 리오 데 자네이루여!”
다음 여정인 브라질 이구아수로 출발하였다. 비행장으로 가는 도로의 건축물에는 유럽 구시가지에서 보았던 건축물에 지은 연대가 새겨져 있어 도시의 역사를 말해준다. 울창한 가로수가 긴 터널을 이루고 있는 도시를 지나면서 경제가 밑바닥이라는 소문보다 풍성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