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불안정으로 국지성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습니다."
"강수 확률 60%"
"에이, 담주 화요일과 목요일 또 비가 온다네..."
새벽이면 제일 먼저 기상청 홈피에서 날씨예보를 보면서 한걱정입니다.
감자 수확을 하려고 목요일에는 비닐을 걷고 캐 보려고 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먹구름이 몰려 오면서 세찬 비가 제법 많이 내렸습니다.
농담으로 농활 온 새내기 학생에게 "지연이가 기우제를 지냈나봐" 합니다.
에라, 잘 됐다, 다 하느님의 뜻이여, 너무 피곤했는데 쉬라는 뜻인가봐,
감자 캐 놓았는데 내렸으면 어쩌겠어, 오늘 일 더뎌진 것도 다 뜻이 있었어!
덕분에 빗소리 들으며 학생들에게 유기농 쌀라면을 끓여 주고 소주도 한 잔씩 했습니다.
"야, 우리 영화볼까? 너희들 공동경비구역 JSA 봤니?"
선배 학생 하나만 중학교 때 보았다 하고 다들 안 보았다 하네요.
좋아, 이왕 보는 것 빔 프로젝트로 보자!
금왕읍에 있는 농민약국으로 프로젝트를 빌리러 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 배우기도 하고...
좀 쉬어줘야 하는데 결국 또 일을 만들고 맙니다.
암튼 그 날은 그렇게 보내고 금요일 빡센 감자캐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도 있었고 하늘도 어두워졌다 갰다 하길래
마음을 졸이며 밭의 절반 조금 더 하고 주워 담는데
몇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하늘이 많이 참아 주었습니다.
토요일은 농활대 해단식이라 너무 아쉬운 손길입니다.
이제 겨우 반의 반 캤는데 아득한 심정입니다.
밤에 모닥불에 고기를 구워 먹으며 "낼 오전 두시간만 더 하고 끝내자" 했더니
학생들 그러마 하네요.
토요일 새벽부터 봄꿈은 서둘러 예초기로 풀을 치고
여덟시 지나니 학생들 내려와 비닐을 벗기고 걸리적거리던 풀을 없애줍니다.
학생들을 읍내에 실어주러 가야 하는데,
아, 우리 충북의 등대지기 은갱이님이 나타납니다.
든든한 신랑을 대동하고...
마음 놓고 나갔다 와도 되겠구나!
"무슨 일을 할까요" 하는 은갱이 부군께
기계 지나가기 수월하게 풀을 좀 치워달라 했더니
털썩 주저앉아 밭고랑을 기기 시작합니다.
아, 너무나 고마운 일입니다.
너무나 귀중한 사람들입니다.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은갱이님이 넷째를 가졌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어떤 녀석이 태어날까 벌써부터 마음이 근질근질합니다.
감자를 담고 있는데 가는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부지런히 차로 옮기는데...제법 세찬 비로 바뀝니다.
서둘러 포장을 씌워 다행히 감자들이 비를 많이 맞질 않았습니다.
차에 들어가 앉아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데
저쪽 하늘에 무지개가 보입니다.
피곤한 몸으로 졸음운전을 하며 감자를 실고 올라와
집에 들어오니 봄꿈각시가 내미는 편지 한통.
남은 쌀을 가져온 푸대 안에 학생들이 남기고 간 편지네요.
"첫번째 농활이라 걱정도 많이 했고 긴장도 많이 했지만,
이모 이모부님께서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맛있는 것도 많이 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셔서
정말 저희가 생각했던 농활과는 다르게 재미있고 편안한 농활 보냈습니다.
마을분들에게서 시골의 인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분들의 따뜻함과 여유로움 등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좋은 사람들이 있어 바쁘고 힘들지만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은갱이님 부부...네째를 잉태하심 축하드려유^^
웬 미션수행?
첫댓글 아, 농촌은 이리도 일손이 딸리고 바쁜데 도시에 사는 저는 체력관리한다고 수영장에 가서 두 시간 동안 헉헉거리다 왔습니다.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자동차로 출퇴근하고 에어컨없이는 일도 못하는 도시사람들을 어찌해야 합니까?
정말 땀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네요...허아람샘 강연중에 본 단다라 시바샘의 말씀이셨던가요? 어디서든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쓸수 있는 사회가 제대로 된 것이라고...농사를 짓는 분들을 보니 그 말씀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은갱님 네번째 임신 정말 축하드립니다. 출산율 최저인 우리나라에서 이게 왠 대박입니까? 부디 건강하게...
은갱이님 추카추카!!! 넷째, 요즘 참 보기드문 아이네요 ㅎㅎㅎ 건강하게 순산하시길... 글구 감자밭, 고추밭 사진 보니 20년전 농활갔던 때가 기억납니다. 강원도 평창으로 갔던 저희는 일명 '구농대'('구사대'에서 따온 말이지요^^) 할아버지들과 경찰, 공무원들을 피해 게릴라식 농활을 했었지요. 일손이 딸리는데도 마을 유지들 눈치보느라 도와달란 말도 못하던 마을 주민들 눈빛이 지금도 선합니다. 그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농민회 아저씨들, 지금도 잘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봄꿈님, 감자 잘 말리셔야 할텐데 비맞으면 저 아까운 것들 다 썩을까 걱정입니다.
은갱이님 정말정말 추카드려요~ 부럽기도 하고.
사진 보니 자연환경에 참 좋습니다. 봄꿈님 여전히 바쁘게 지내시는군요. 진우님, 댓글도 보니 반갑네요. 은갱이님, 넷째 축하드려요. 제 주위에도 벌써 넷째 가진 분들이 꽤 되네요. 나라에서 여러모로 협조해야 할텐데...
봄꿈님 글은 언제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사진 속 학생들 참 예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텃밭의 잡초도 제대로 뽑지 않았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내일은 몸을 많이 움직여 땀좀 흘려 볼랍니다.
감사합니다...기운내서 순풍낳아야할텐데...노산인가봅니다..흐흐흐 고령임신의 기준이 35세던데...그걸로 따지자면 노산 맞죠? 여기서 봄꿈님이 터뜨리실줄은 몰랐는데...
와 정말 2학년때 농활 생각난다..우리 동네로 시집오라고 날 그리 붙잡으셨는데....하루종일 곡주에 취해 일하면서 즐거웠던 그때 ...그립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 소치는 아이 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국민학교 때 외운 시조가 생각나고요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나니 / 조그마한 시간인들 경홀히 할바 아니니라 / 연못가 푸른 잔디 봄꿈 깨지 않은 새에 / 뜰 앞 오동잎에 벌써 가을소리 들리나니... 주자(朱子)의《朱文公文集》〈勸學文〉 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이로학난성) 一寸光陰不可輕 (일촌광음불가경) 未覺池塘春草夢 (미각지당춘초몽) 階前梧葉已秋聲 (계전오엽이추성)
아울러 은갱이님의 기쁜 소식 함께 축하하고요, 봄꿈님 내외분, 무더위에 더욱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안해근 선생님! 오랜만에 소식 주셔서 반갑습니다...청주지기 모임을 함 해야겄는디 지가 넘 경황이 없어서 마음을 거기까진 못 내고 있네요...이제 7월이 가고 8월이 오면 슬슬 풀무를 돌릴터니 안선생님 요이땅 준비하고 계십시요~~^^
은갱이님 축하해요^^ 대단하셔~~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