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무당 김금화씨,
신내림 60주년 큰굿판 '만수대탁굿' 시작
만신대탁굿은 무속예술의 진수이다.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강신무가 된 이후, 오랜기간 많은 사람들의 천대 속에
그가 겪었던 죽음과도 같았던 아픔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팔순으로 향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운
그의 이름을 딴 금화당은 굿 체험과 굿 교육의 공간으로서
2년 전 강화읍 부근 하점면의 나지막한 산 기슭에 세운 굿당이다.
큰무당 김금화 씨가 신내림 60년을 기념하며
무당이 평생 세 번밖에 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큰 만수대탁굿을
어제 12일부터 닷새 간 금화당에서 벌인다.
이굿은 산 사람과 죽은 영혼을 위한 의식을 같은 순서로 반복해 행한다.
특히 소, 돼지를 포함한 막대한 재물과 인력과 시간이 소모되는 것이어서
굿에 평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만수대탁굿을 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무속 예술의 진수이며 오직 큰 무당만이 할 수 있다고 하는 만수대탁굿을
그동안 그가 벌인 것은 다섯 번. 큰 무당이라고 해도
평생 세 번 하면 잘한다고 하는 만수대탁굿을 그는 이번에 여섯 번째로 하는 것이다.
대택굿, 만구대탁굿, 만구대택굿이라고도 하는 이 굿은
신들에게 굿의 시작을 알리는 '신청울림'으로 시작해
'마당굿'으로 마무리짓는 등 모두 37거리로 돼 있다.
이 거리들이 닷새 간 계속 진행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노인이 만수무강하기를 기원하는 굿이지만
굿이 중간에 가면 놀이로 바뀐다.
막둥이가 몇 십년 만에 어마이를 만나는 굿이나 즉흥성의 해학적인 거리가 있다.
사또놀이같은 거로, 구관사또가 뇌물 먹고 기생들하고만 노는 얘기.
신관사또가 부임해서 동구 밖에서 구관사또의 품행이 어떤가 물어보는 거.
암행어사 얘기 같은 게 나온다."
전통제의와 공연이 어우러진 형태의 굿잔치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무당이면서 관객 입장에서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굿이 예술적인 측면에서는 종합예술이라고도 얘기한다.
그러나 역시 근본적으로 굿은 무교(巫敎)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굿은 모든 것을 정화합니다. 한이 맺혔던 것도 풀어주고 화도 풀고
굿을 통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마음을 신선하고 깨끗하게 만들어 줍니다. "
김 만신은 아픈 손자를 낫게 해 달라며 소복을 입고
맑은 물을 떠놓고 기도하는 할머니의 모습과 무당을 비교하며
굿이 우리의 삶, 일상생활 속에 있음을 강조한다.
어려운 사람,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보살피고 거둬주라고 비는데
방식이 다르다 뿐이지 기독교나 불교 같은 종교와 다를 바 없는데
굿을 배척하고 무당을 왜 무서워하는지 알 수 없다고 김 만신은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