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47장 1- 12절 야곱의 인생회고 260715 원주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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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은 가나안 땅에 몰아친 혹독한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이주해 온 그의 가족들(아버지 야곱과 형제들)의 소식을 바로 왕에게 알리며, 현재 그들이 고센 땅에 머물고 있음을 고했습니다. 이어서 형제들 중 다섯 명을 택하여 바로 왕에게 보였습니다. 바로 왕이 그들의 생업을 묻자, 형제들은 조상 대대로 목자였음을 밝히며 "가나안 땅에 기근이 너무 심해 양 떼를 칠 곳이 없으니, 원하건대 고센 땅에 잠시 거류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바로는 요셉의 헌신을 기억하며 "네 아버지와 형들이 네게 왔으니 애굽에서 가장 좋은 땅을 그들에게 주어 거주하게 하라"고 선포했습니다. 이에 따라 고센 땅을 그들의 거처로 삼게 하였고, 그들 중 능력 있는 자들에게는 왕의 가축을 관리하는 중책까지 맡겼습니다.
이후 요셉은 마침내 아버지 야곱을 인도하여 바로 왕 앞에 서게 하였습니다. 야곱은 최고의 권력자인 바로를 대면하자마자 그를 축복했습니다. 야곱의 당당한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바로가 "네 나이가 얼마냐"고 묻자, 야곱은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130년입니다. 비록 조상들의 장수한 연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참으로 험악한 세월을 보냈나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야곱은 떠나기 전 다시 한번 바로를 축복하고 그 앞을 나왔습니다. 요셉은 바로의 명령대로 애굽의 가장 좋은 땅인 라암셋을 가족들에게 소유로 주었고, 그 식구의 수에 맞추어 먹을 것을 공급하며 정성껏 봉양했습니다.
1.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 야곱이 누린 노년의 축복
우리의 인생은 정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마지막까지 가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나이 육십을 넘기고 보니,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의 행적이 저마다 너무나 다르게 변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옛날에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 보여서 참 부러워했던 친구가 세월이 흐른 뒤 인생의 뒤안길로 쓸쓸히 밀려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학창 시절에는 참 미약하고 보잘것없어 보여서 은근히 아래로 깔보았던 친구가 나중에는 훨씬 더 훌륭하고 앞선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인생의 반전과 차이를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적인 기준이나 인간의 짧은 생각으로는 도저히 함부로 예측하거나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우리의 인생입니다. 야곱의 노년 역시 바로 이러한 극적인 인생의 반전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2. 세상의 권력자 앞에서도 빛난 강력한 영적 권위
당시 야곱이 마주했던 애굽의 바로 왕은 단순한 한 나라의 군주가 아니었습니다. 가나안과 애굽, 그리고 지중해 전역을 호령하던 당대 최고의 제국이자 가장 강력한 국가의 절대 권력자였습니다. 게다가 그 시절의 바로는 정치적 지배자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태양신의 아들이라 칭하는 종교적 제사장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온 세상을 발아래 두었던 그 위엄 있는 왕 앞에, 초라하고 나이 든 시골 목자인 야곱이 당당히 선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야곱이 바로 앞에 서자마자 주저 없이 그 절대 권력자를 축복했다는 사실입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노인이 제국의 황제를 향해 영적인 축복을 선포하는 이 장면은, 세상의 눈으로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적 권위의 신비를 보여줍니다.
진정한 축복은 물질적인 부나 군사력 같은 세상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을 온전히 경외하는 자에게 부어주시는 하늘의 영적 권위에서 비롯됩니다. 육체적 한계로 다리가 굳어 평생 무릎으로만 기어 다니시면서도, 하늘의 신령한 영적 권위를 지녀 수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기도를 받게 만들었던 구순의 고 김숙녀 천성기도원 원장님처럼, 참된 영적 거장의 권위는 외모나 처지가 아니라 하나님과 동행한 깊은 세월에서 우러나오는 법입니다.
3. 130년 험악한 나그네 인생과 그 속에 감춰진 영적 유산
야곱은 아브라함과 이삭으로 이어지는 찬란한 믿음의 3대 가문에서 자랐습니다. 부유하고 평탄한 길을 걸을 수 있는 배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바로 앞에서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고 쓰라리게 고백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형 에서와 장자권을 두고 다투다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손에 든 것이라고는 기름 한 병이 전부였던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쳐 기약 없는 타향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잠깐 피하려던 발걸음은 무려 21년이라는 긴 세월의 고역이 되었고, 그사이 아버지가 남긴 모든 세상적인 재산은 형 에서가 고스란히 차지해 야곱에게는 단 한 푼의 유산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야곱에게는 세상이 보지 못하는 위대한 영적 유산이 있었습니다. 바로 조상 대대로 흘러내려 온 하나님의 '영맥(靈脈)'이었습니다. 그 영맥 덕분에 야곱은 광야 한복판에서 하늘까지 닿은 사닥다리를 보는 축복을 누렸고, 인생의 낭떠러지에 설 때마다 기도로 모든 문제를 돌파해 낼 수 있었습니다.
외삼촌 라반이 야곱을 속여 품삯을 열 번이나 바꾸며 부당하게 대할 때도, 야곱이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은 역사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삶에 들이닥친 온갖 화를 변하게 하여 오히려 복이 되게 하셨습니다. 야곱은 비록 지독한 고난과 험악한 연단의 세월을 보냈지만, 그 광야 학교를 통과하면서 비로소 완벽하신 하나님과 온전히 살아가는 법을 온몸으로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4. 구속사의 여정에서 우뚝 솟은 봉우리와 영적 어른의 무게
야곱은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놀라운 평안과 안식을 얻었습니다. 평생 가슴에 피눈물로 묻고 살았던 아들 요셉이 살아있음을 알게 하시고, 그를 애굽 땅에서 다시 만나 노년에 가장 비옥한 고센 땅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셨습니다.
또한 임종 직전에는 그의 열두 아들을 앞에 두고 한 사람씩 예언적인 축복을 선포했는데, 야곱이 입술로 선포하고 기도한 그대로 아들들의 앞길이 열리는 영적 권능을 드러냈습니다.
이것은 야곱의 삶이 단순히 개인의 복에 머물지 않고, 에덴동산에서부터 약속하셨던 '여자의 후손(예수 그리스도)'을 이 땅에 보내시는 인류 구원의 위대한 역사, 즉 '구속사(救贖史)'의 위대한 도구로 쓰임 받았음을 증명합니다. 노아, 아브라함, 이삭, 다윗과 마찬가지로 야곱은 이 거룩한 복음의 역사 속에서 가장 높이 우뚝 솟은 믿음의 봉우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누구나 저절로 존경받는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 노인은 될 수 있을지언정, 참된 어른이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 이는 겉으로만 대접을 받을 뿐 마음으로 존경받지 못합니다. 야곱처럼 세상의 최고 권력자 앞에서도 주저함 없이 그 시대와 그 영혼을 품고 축복해 줄 수 있는 영적인 무게감과 사랑을 지녀야 비로소 이 시대의 진정한 영적 어른이라 불릴 수 있습니다.
5. 끝까지 신앙의 경주를 완주하며 열매 맺는 삶의 비결
우리가 인생의 온갖 풍파 속에서 실족하지 않고 야곱과 같은 영적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삶의 분명한 신앙 원리가 서 있어야 합니다.
첫째, 하나님의 간섭하심에 예민하게 반응하십시오.
하나님은 우리 삶의 고비마다 끊임없이 간섭하십니다. 때로는 마음에 주시는 세미한 감동으로, 때로는 목회자의 강단 설교로, 찬송 중 흘리는 눈물로, 혹은 신실한 믿음의 동역자의 따뜻한 권면으로 우리를 두드리십니다. 이 거룩한 하나님의 간섭과 신호를 놓치지 않고 즉각 돌이키며 순종하는 자가 복이 있습니다.
둘째, 자기 안의 죄성을 철저히 다스리고 건강하게 해소하십시오.
인간은 누구나 나약한 죄성을 가집니다. 내가 음란에 취약한지, 영적 교만이나 혈기, 분노에 쉽게 넘어지는지 자신의 영적 약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이 죄성과 스트레스를 그저 마음속에 꾹꾹 억누르기만 하면, 언젠가 폭발하고 맙니다. 내면으로 폭발하면 깊은 우울증이 되고, 외면으로 폭발하면 거친 혈기와 폭력이 됩니다. 가톨릭 신부님들이 격렬한 스쿼시 운동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듯, 우리도 건전한 운동이나 취미, 여가를 통해 삶의 억눌린 에너지를 지혜롭게 해소하고 항상 말씀과 기도로 내면을 깨끗이 다스려야 합니다.
셋째, 적극적으로 죄의 길을 차단하고 선한 일에 힘쓰십시오.
예배에 힘쓰고 은혜의 자리에 나아가는 동안에는 죄를 지을 틈이 생기지 않습니다. 적극적으로 거꾸로 뒤집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한 도모를 하십시오.
넷째, 하나님과의 교제 및 공동체 안에서의 믿음의 교제를 생명처럼 여기십시오.
성경 속 삼손은 엄청난 힘을 가졌지만, 언제나 철저히 혼자였습니다. 기도의 동역자도, 영적 멘토도 없이 혼자 방황하다가 결국 들릴라의 유혹에 빠져 두 눈이 뽑히고 맷돌을 돌리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우리는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신앙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가정을 믿음으로 굳건히 세우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나를 위해 함께 울어주고 손잡아 줄 동역자들과 부지런히 격려하며 나아갈 때, 우리는 끝까지 낙오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습니다.
6.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 하나님을 바라봅시다
야곱의 인생은 전반전과 중반전이 참으로 거칠고 험악했습니다. 그러나 신실하신 하나님의 다듬으심을 통해 그의 인생 후반전은 눈부신 해피엔딩으로 마감되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하루하루도 세상의 아수라장과 야바위판 속에서 때로는 억울하고 거친 험악한 세월을 지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까지도 모두 다듬으셔서 결국에는 가장 아름다운 믿음의 거성으로 빚어내실 신실하신 주님의 손길을 온전히 신뢰하기를 소망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사랑과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야곱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마지막 회고를 함께 나누며 우리의 지나온 나그네 길을 겸손히 되돌아봅니다. 참으로 거칠고 험악한 골짜기를 지나온 야곱이었지만, 마침내 바로 왕마저 축복하는 위대한 믿음의 거장으로 빚어내신 주님의 놀라운 손길을 바라봅니다.
우리의 삶 또한 여전히 허물투성이고 연약하기 짝이 없으나,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인도하여 주실 주님의 신실한 사랑을 찬양합니다. 날마다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우리 내면의 연약함을 다스리고, 허락하신 믿음의 가정을 든든히 지키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노년과 인생 마지막 여정이 주님이 주시는 참된 안식과 영적인 권위로 가득한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우리 삶의 처음과 끝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복하며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