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이 고향인 선배의 소개로 알게 된 테라로사. 강릉에서는 꽤나 유명한 곳으로 커피 원두를 직접 볶는 공장이라고 했다. 한데 기자의 관심을 더 끈 것은 테라로사 주인의 특이한 이력이었다
20년 차 은행원에서 건축가이자 커피 공장 사장으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감행했다는 게 아닌가. 커피 공장과 그 옆에 붙은 살림집도 모두 그가 손수 지었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커피 공장이 궁금해졌다.
공장이 카페고, 카페가 공장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날이 좋았는데 강릉에 다다를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알려 준 대로 강릉IC를 나와 관동대 정문에서 U턴한 다음 다리가 보이자 우회전. 큰 개울이 흐르는 길을 따라 10분쯤 가니 또 다리가 나왔고, 방향 감각을 잃고 좌회전을 해서 다 리를 건너려다가 오른쪽에 있던 숲에서 낡을 대로 낡은 ‘Terarosa Coffee Factory’라 고 쓰인 작은 간판을 발견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좁은 산길로 들어가니 펼쳐 지는 조용한 시골 동네. 그리고 입구에서 봤던 간판이 또 서 있다. 여기가 테라로사 커 피 공장? 그냥 네모난 공장을 상상하며 찾아갔는데, 프로방스 스타일의 카페다. 담장도 없다. 이런 곳까지 누가 올까 의심하면서 묵직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니 놀라운 광경 이 펼쳐졌다. 밖은 사람도 없고 고즈넉해서 시골 마을다웠는데, 공장이 아니라 카페였 고 이 카페에는 비까지 오는 월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 었다.
그리고 놀라운 건 커피 공장이 바로 이곳이란 사실이었다.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 니 카페 한쪽에 커다란 커피 볶는 기계들이 있다. 커피콩을 담은 포대도 잔뜩 쌓여 있 다. 그러니까 이 공장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함께 있는 것이다. 공장이 카페고, 카페가 공장이다. 참 특이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다. 마침 커피를 볶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내 부는 연기가 가득했고, 커피 향이 넘쳐났다. 공장과 카페는 단어의 어감에서부터 어울 리지 않는데, 실제로 보니 어색한 듯하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는 곳이 다.
1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면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경 포대만 알던 기자는 강릉의 아름다운 시골 풍경에 완전 반해버렸다.
2 방 한쪽에 두 줄로 쌓여 있는 책더미.
커다란 기둥이 인상적인 거실. 흰색 피아노는 아내가 처녀적부터 사용하던 것이다. 벽 난로는 실제로 사용하는 것인데 여기에 고기 굽는 재미에 사람들을 엄청 초대했었다고. 아무리 둘러봐도 ‘새 물건’다운 것은 없다.
그를 포함한 목수 4명이 3개월에 걸쳐 지은 커피 공장. 당시 중학생이던 아이들까지 동 원되어 지붕 나무를 올려주는 작업을 했었다. 처음 지어졌을 때만 해도 커피 볶는 기계 만 있던 진짜 커피 공장이었는데 그 향을 맡은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와 커피 한잔씩을 주문하면서 지금은 카페와 레스토랑, 베이커리와 와인까지 모두 갖춘 공간이 되었 다.
이국적인 모습의 공장. 왼쪽이 살림집이고 오른쪽이 공장, 가운데 부분이 레스토랑이다 . 담도 없고 옆에 높은 건물도 없어서 한적한 시골 마을 딱 그모습이다.
3 어쩌면 여기저기 쌓인 포대나 작은 소품들로 별로 정돈되지 못한 모습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있으면 이런 모습에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4 카페와 공장이 낮은 유리벽 하나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카페에 앉아서도 커피콩 볶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 늘상 사람이 붙어서 커피 볶을 때의 온도와 습도를 체크한다. 영 문이 잔뜩 쓰인 커피콩 자루 때문에 이국적인 느낌이다
첫댓글 정말 이국적인 모습, 편안한 모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