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술은,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진 사물의 상이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공정을 거쳐 필름에 자리잡을 때 비로소 태어납니다. 그러므로, 촬영은 영화 예술을 존재하게 하는 핵심적인 부문입니다. 촬영감독 그렉 톨랜드가 <시민 케인> 현장에 없었다면 그 위대한 딥 포커스는 영화사에 기록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크리스토퍼 도일이 빠진 왕가위 영화의 프리즈 프레임을 상상할 수는 없습니다. 라울 쿠타르라는 걸출한 촬영감독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프랑스 누벨바그라는 영화사의 위대한 운동도 생성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유영길이라는 촬영감독이 없었다면 1980년대에 싹튼 한국 영화의 뉴웨이브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유영길 촬영감독은 유현목 감독의 <나도 인간이 되련다>(1969)로 촬영 감독 이력을 시작한 이래, 정지영, 배창호 감독 등 한국 중견 감독들의 영화동지였고, 하길종, 하명중, 장선우, 박광수, 이명세, 여균동, 이창동, 허진호 감독 등이 데뷔할 때 그들이 짓는 이미지의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1998년 1월 16일 유영길 감독이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십 년이 지났습니다. 유영길 감독의 십주기인 2008년, 우리는 ‘한국 리얼리즘 영상미학의 대부’이자 ‘한국영화 뉴웨이브의 정신적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유영길 감독이 촬영한 대표작들을 함께 만나며 그를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예술가의 경지에 이른 비전을 지녔던 유영길 촬영감독이 창조한 빛과 그림자 속에서 한국영화의 미학과 역사를 더불어 생각하는 이번 특별전에 많은 성원 기대합니다.
■ 특별행사
1. 시네토크 유영길 촬영감독과 한국영화사에 남을 작품들을 함께 만든 배창호, 정지영, 이명세, 이현승, 허진호 감독 등이 관객들과 함께 자신의 영화를 보고, 촬영 현장의 에피소드와 유영길 감독에 대한 기억, 자신의 연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 9월 18일(목) 19:00 <안녕하세요 하나님>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 배창호(영화감독) 2) 9월 20일(토) 14:30 <남부군>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 정지영(영화감독) 3) 9월 21일(일) 15:10 <개그맨>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 이명세(영화감독) 4) 9월 23일(화) 19:00 <네온속으로 노을지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 이현승(영화감독) 5) 9월 24일(수) 19:00 <하얀전쟁>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 정지영(영화감독) 6) 9월 28일(일) 13:00 <8월의 크리스마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 허진호(영화감독)
2. 영화관 속 작은 학교 ‘영화관 속 작은 학교’는 영화문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서울아트시네마 교육사업의 일환으로서, 청소년들이 월 1회 직접 시네마테크를 찾아와 영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젝트입니다. 9월에는 한국영화계의 거목인 촬영감독 유영길 10주기를 맞아, 한국영화 뉴웨이브의 선구자 박광수 감독이 연출하고 유영길 감독이 촬영을 맡아 임철우 작가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그 섬에 가고 싶다>를 함께 보고, 한국영화와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9월 27일(토) 10:00 <그 섬에 가고싶다> 상영 후 강의 및 토론 ※‘영화관 속 작은 학교’는 사전에 참여를 신청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열립니다. 참여 문의는 서울아트시네마 교육프로그램 담당자에게 하시거나, 본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 후 지정된 메일 주소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
첫댓글 서울 아트 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