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 칸영화제 |
2005.5.14 (토) 08:40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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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습니다” 튀는 김기덕 칸도 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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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만한 시선 ‘활’ 첫선 극장 안팎서 뜨거운 갈채
[조선일보]
뤼미에르 극장 레드카펫 위에서의 포토 콜(Photo Call)도, 공식 경쟁 부문처럼 상영 후 기자회견도 없었다. 하지만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수상한 김기덕은 칸에서도 이미 스타였다.
칸 공식 섹션이자 비경쟁 부문의 하나인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부터 이미 큰 화제를 불러모은 김기덕 감독의 신작 ‘활’이 12일 낮 오후 2시 반 공식 상영관 드뷔시 극장에서 성공적으로 첫 선을 보였다. 그 조짐은 김 감독이 2시 반 경, 노인 역 전성환과 소녀 역 한여름 등 두 주연을 대동하고 상영관을 들어설 때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공식 입장이나 무대인사도 아니건만, 꽤 열띤 박수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 것이다.
조직위원장 질 자콥까지 등장한 개막 무대에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가 알렉산더 페인(‘어바웃 슈미트’ ‘사이드웨이’의 감독)을 수장으로 한 7인 심사위원단을 소개한 뒤, 김 감독을 비롯해 영화의 세 주역을 무대에 불러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이 한층 더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무대에 오른 김 감독이 그저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습니다”라며, 단 한마디 인사말을 던진 채 서둘러 무대를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장내에서나 극장 밖에서도 그랬다. 사인을 받고 사진을 함께 찍으며 좋아하는 얼굴들이 수십명은 족히 되었다. 칸을 8차례 찾은 나로서도 전에 보지 못한 진풍경이었다.
게다가 그 열띤 반응은 예상 이상으로 오래 지속되었다. 그건 결코 칸에 처녀 입성한 감독에게 기대되는 바는 아니었다. 국내에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감독!
일곱살 적부터 10년 가까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낡은 배에서 자신을 데려다 키운 초로의 노인과 함께 사는 소녀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이 기이한 러브 스토리는 김기덕 특유의 잔혹성은 한결 약해졌지만, 김기덕다운 ‘튀는’ 발상과 설정, 극전개, 영상 등은 여전한, 김기덕 표 드라마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향한 러브콜이 놀랍다고 해외 세일즈를 맡고 있는 시네클릭 아시아 관계자는 전한다.
한편 개막 이틀째를 맞이하고 있는 12일 밤 현재(현지시각), 개막작 ‘레밍’을 포함해 일본 엔트리 ‘배싱’과 이라크계 쿠르드 엔트리 ‘킬로미터 제로’ 등 세 편의 경쟁작이 공식 선보였으나, 작품성 여부를 떠나 그 어느 것도 영화제의 열기를 달구진 못하고 있다. 아마도 ‘엘리펀트’로 2003년 황금종려상 및 감독상을 거머쥔 거스 반 산트의 ‘마지막 날들’과 칸의 총아 아톰 에고이얀의 ‘진실이 있는 곳’이 상영되는 13일부터 본격적으로 달아오르지 않을까 싶다.
(칸=전찬일·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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