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황금의 땅 ㅡ3권 13 산타모니카의 부대 모래사장으로 다가오는 고영무의 몸에서는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있 었다. 그는 바닷가에 세워 놓은 커다란 비치 파라솔 밑으로 들어셨다. "어깨는 다 나으셨습니다. " 나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알폰소가 그의 어깨에 시선을 주며 말했다. 총에 맞은 자리에는 꿰맨 자국이 있었고 다른 피부와는 달리 붉었다. 새살이 돋아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빨리 낫고 있습니다. " 의자에 걸쳐 놓은 수건으로 몸을 밖으면서 고영무가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알폰소는 그의 건강한 몸매를 찬탄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 다.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육체미를 다듬은 몸매는 아니었다. 넓은 어 깨와 탄탄한 가승, 굵은 팔은 물기까지 띠고 있어서 그런지 울등불통 하다기보다는 미끈했다. 그러나 부및치면 금방 퉁겨 나갈 듯한 탄력과 ao 힘이 느껴지는 몸매였다. "오늘 저녁에 출발하신다고 그러셨지요?" 커다란 타월로 어깨를 덮은 고영무가 그의 앞자리에 앉아 물었다. "네. 마침 카르타헤나에서 들어온 배가 있어서 그놈을 타고 갑니 다. " "어디로 가십니까?" 알폰소가 템그레 옷자 콧수염 밑의 희고 가지런한 이가 드러났다. "잘 모르실겁니다. 오리엔탈 산맥 기슭의 오르크에라는 도시인데 베 타 강가에 자리잡고 있지요.우리는 그 도시 부근을 장악하고 있습니 다. " "그곳에 라파엘씨도 있습니까?" "네, 미스터 고. 그곳에 내 군대도 있지요. 숫자는 많지 않지만 정예 들입니다. " 머리를 끄덕인 고영무는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아침 첫살을 받은 저 택의 유리창이 반짝이며 이쪽으로 빛을쓰았다. 모래사장을 건너면 경 사가 심한 바위 언덕이 있고,언벽 위에는 회색빛의 2층 저택이 게처럼 및드려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택의 본체가 장방형인데다가 양 쪽으로 데라스가 뻗에 있었으므로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면 게처럼 보 이는 것이다. 그것을 맨 처음에 발견한 사람은 최대광이었다. 저택을 구입한 지 닷새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신용만과 최대광은 이 집을 개집이라고 부 르고 있었다. 게집을 개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고영무가 개집에 시선을 주고 있는데 가파른 바위 사이로 난 계단을 내려오는 신용만의 모습이 보였다. 붉은색 바탕에 횐 무책가 있는 남 방 셔츠에 횐색 바지를 입은데다가 눈에는 선글라스를 했다. 한껏 멋 을 낸 멕시칸 불량배 같은 차림이었다. "고, 크링거가 마약부에 끌려들어가지 않는 것이 대단해요. 소문으 로는 앨버트가 증인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던데." 신용만에게서 시선을 델 알폰소가 그를 바라보았다. "크라우스 사건을 유야무야 넘긴 것도 마약부가 작용해서 그런 것 아님니까?" "그런 것 같더군요. 하지만 난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 고영무가 알폰소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내가 이렇게 산타모니카의 해변에서 살고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 요. 그렇지 않습니까?" "고, 당신을 벗대어 말한 것은 아넘니다. " 따라 웃으며 알폰소가 말했다. 그는 버롯처럼 백타이의 매듭을 고쳐 매 었다. "당신은 마약부와 타협할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페르난도의 마약밀수건은 증거가 없어서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페르난도와 원수지간이 되었지요." 알폰소가 머리를 끄덕였다. "페르난도는 카를로스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지금 LA에 남아 있습 니다. 고, 당신을 노리고 있어요." 그러자 신용만이 다가와 앞쪽에 싫다. "형님, 준비 끝났습니다. " 머리를 끄덕인 고영무가 알폰소를 바라보았다. "1억 달러를 차에 실어 놓았습니다. 그걸 가지고 가세요." "고, 난 한 일도 없는데. 이거 고합습니다. " 알폰소가 눈을 깜박이며 신용만과 고영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라파엘 각하께서도 고마워하실겁니다. 제가 우선 대신해서." "제가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았지 않습니까?그래서 약속대로 드리 는겁니다. " 떠나는 인사차 들렸던 알폰소는 갑작스러운 고영무의 호의에 당황 하면서도 기뿐 모양이었다. 그의 얼굴은 생기에 차 있었다. "제가 귀국해 각하께서 직접 인사를 드리도록 만들겠습니다. 요즘 자금이 부족해서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 "제가 페르난도의 돈을 빼앗았기 때문이 아님니까?" "네.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알폰소가 다시 웃었다. "미국의 원조도 이젠 현금이 아니라 군수물자로 대체시켜 주더군요. 이번에도 하물선 한 척분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것도 레바논에서 쓰다 남은 군수물자지요." 신용만이 그의 옆자리에 앉아 주의 깊게 알폰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로서는 새로운 세상을 보는 느낌일 것이다. 알폰소가 미국에 가지고 있는 라파엘의 정보망과 조직들은 이제 모 두 고영무의 지시를 받게 되어 있었다. 현재의 카스틸로 정권에 전복 당하기 전에 콜룹비아를 통치했던 라파엘이었다. 따라서 아직도 그를 지지하는 콜룹비아계 미국인들이나 난민들이 많았다. "그림 저는 이만 작별하겠습니다. " 알폰소가 자리에서 일어싫으므로 그들도 믐을 세웠다. "고, 페르난도를 조심하세요.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명예회복을 해 카를로스에게 돌아가려고 할겁니다. " 그의 손을 잡으며 알폰소가 정색을 했다. "그는 집넘이 강한 사람입니다. " "알고 있습니다,알폰소. 어차피 우리는 마주칠 운명입니다. 선택은 먼저 그쪽이 했지만." 고영무가 빙그레 웃었다. 페르난도가 방에 들어서자 밀리카가 잠자코 자리에서 일어딘다. "밀리카, 잠깐." 그를 스쳐 밖으로 나가려던 밀리카가 멈춰 싫다. "병원에 다녀왔니?" 밀리카가 머리를 끄덕이자 그는 머리를 돌렸다. 그에게 한 걸음 다 가선 밀리카가 물었다. "페르난도, 파올로가 두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어요. 만나 보셨어 요 "지금 들어오고 있어." "어쨋든 몸을 잘 돌보도록 하고." 파을로가 마르코와 함께 들어섰으므로 밀리카는 방을 나섰다. 그들은 자리에 않아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카를로스의 소환에 응하지 않은 페르난도는 지난 주에 집까지 옮겨 그와 단절한 것처럼 보였다. 이곳은 산 페드로 만이 내려다보이는 바닷가의 저택이었다. 롱비치 공항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으므로 하늘에서는 끊임없이 비행기의 폭 음이 들려 오고 있었다. "페르난도, 지미 골드는 제가 LA를 떠나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꼭 떠날 일이 있을 때는 미리 연락을하라고 하더군요." 파올로가 조심스럽 게 입을 열었다. "시청의 도서관에 일자리도 만들어 주었는데, 다니기 싫으면 집에 있으라고 합니다. " 페르난도가 입술 끝을 비틀며 잠자코 탁자 위를 내려다보았댜. "페르난도, 경찰국이나 마약부에서는 크링거 사건을 종결'해 버린 것 같습니다. " 마르코가 입을 열었다. 비행기 한 대가 폭음을 울리며 저택의 위를 지나갔으므로 그들은 잠시 말을 멈줬다. "놈이 刃디에 살고 있는지 알아 내기만 한다면야 우리들이." 입맛을 다시면서 마르코가 페르난도를 바라보았다. 크링거를 궁지에 빠뜨리기 위해서 파올로를 위장자수시켰는데도 마 약부는 이제 그를 풀어 놓아 주었다. 마약부의 구미에 맞도록 파올로 가 증거를 준비해 갔는데도 그것은 의외였다. 페르난도는 머리를 들어 파을로를 바라보았다. 마약부는 파올로가 조작된 증인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크링거를 잡기 위해서는 그만한 증인도 없다. 그들은 파올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 고 크링거는 구속되어야 했다. "크라우스는 고영무가 죽였을 것이다. " 페르난도가 입을 열었다. "크링거와 고영무 사이에 어떤 협상이 있었을거야.크라우스의 TV 방송을 보면 놈이 크링거를 배신하려고 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 f." "아마 크라우스는 크링거가 납치당하자 갑자기 욕심이 생겼겠지." "하지만 크링거가 자신을 납치한 것이 고영무가 아니고 자신은 베니 스 비치로 몸을 피해 있었다니 말도 안돼. 협잡이야." "당연한 일 아닙니까? 페르난도." 마르코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크링거하고 고영무는 이해가 갑니다. 크라우스를 제거하면 돈을 주 겠다고 크링거가 제의했겠지요. 하지만 금방이라도 크링거를 소환할 것 같았던 마약부가 파올로를 놓아 줘 버 린 것은." "그건 나도 모른다, 마르코." 페르난도는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이제 다시 공이 크링거한테서 고영무한테로 넘어갔다고 생각하기 만 하면 된다. 미식축구에서처럼 공을 가진 놈만 찾아서 자빠뜨리면 돼. 마약부나 경찰놈들은 내버려 둬라." "고영무를 찾아 내어 죽인다. 그리고 돈을 찾아야 돼. 우리가 할 일 은 그것뿐이야." "페르난도." 마르코가 머리를 들었다. "카를로스가 집행자들을 보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즐름비아의 제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 "카를로스가 무섭게 화를 내었다고 합니다. " 파올로가 두 손바닥을 비비다가 페르난도의 시선을 받고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집행자들을 보냈다면 카를로스는 페르난도에게 이미 사형선고를 한 것이다. 페르난도는 머리를 들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너무 빠르군. 그런데 알폰소는 어떻게 되었나?" "어젯밤에 떠났습니다. " "그가 며칠만 일찍 들어가서 카를로스를 만나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았을델데요. 카를로스와 알폰소는 친하지 않습니까?" "오늘은 이만 일어나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페르난도가 말했다. "파올로도 피곤하겠다. 쉬어야지." "페르난도, 전 고생하지 않았습니다. 마약부원들과 아파트에 살았는 데 실컷 먹고 하루 종일 TV나 보았는데요." "그래도 쉬어. 여기 올 때 조심했겠지?" 마르코를 돌아보며 묻자 그가 머리를 』1덕였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 어났다. "마르코, 네가 파올로를 데려다주어라. 혹시 미행당할지 모르니까, " 그들을 향해서 페르난도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흥성회는 서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최대광이 스커트의 지퍼를 찾느라고 더듬거리자 허리를 번책 치켜 들더니 로 지퍼를 찾아 스커트를 벗어 내렸다. 그러자 최대광도 상체를 세우 고는 그녀에게서 떨어겼다. 침대가에 서서 셔츠를 벗어 던지고 바지의 혁대를 푸는 사이에 흥성 회도 누운 채로 브래지어를 풀어 내리고 팬티를 내리더니 한쪽 발끝으 로 밀어 던졌다. 흥성희가 더 빨라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그제야 팬티 를 벗으려고 허리를 굽히는 최대광의 몸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두 눈이 물기에 젖은 듯 반짝였고 눈의 둘레가 붉은색 물감으로 돌려 칠 한 것처럼 보였다. 최대광이 허리를 세우자 흥성희의 시선이 딸려들어가는 것처럼 그 의 하반신에 머물렸다. 그녀의 입술이 조금 벌어져'있었으므로 하얀 치아가 드러났다. 한 팔을 굽혀 몸을 받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쪽 다리를 다른 쪽에 올려놓고는 발끝에 힘을 주었다. 발가락 끝이 아래 쪽으로 굽혀졌다. "조금만 더 그렇게 었어 봐요." 그의 하반신에 시선을 준 채 홍성회가 말했는데,입술이 발라 있는 지 혀를 내밀어 좌우로 돌리떤서 윗입술을 적셨다. 그녀는 손을 델어 최대광의 남성을 건드렸다. 이제는 온 얼굴에서 풍기는 열기가가잡게 다가왔다. 침대 위에 나란히 누운 그들은 모두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모두 알몸이었고 그것을 애써 감추려는 기색도 없다. 방 안은 후팀 지근했으나 에어컨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들이 방 안의 온도를 올린 것이다. "당신은 정말 사람 같지가 않아요, 짐승 같아." 천장을 향한 채 홍성희가 입을 열었다. "난 당신 생각만 해도 아래가 뜨거워져요. 어떤 땐 젖어요." "정말 당신하고 떨어져 있어서는 못살 것 같아, 이게 워o 한국에 서보다 더 못하잖아?" 흥성회가 머리를 돌려 최대광을 바라보았다. "당신 지금 어디에 살아요?" 최대광이 입맛을 W다 "그건 말 못해. 나는 서울에서 했던 것처럼 그러면 안돼." "서울에서 어떻게 했는데?" nB 흥성희가 힘들게 상반신을 반즘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젖가승이 최 대광의 가습에 닿았다.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며 최대광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그래요?" 흥성희가 다시 물었다. "그것도 말할 수 없어." "비밀이에요?" "그래 ." "또 도망쳐 다녀야 돼요?" "나하고 떨어져 있으면 성희는 그러지 않아도 돼." "그럼 여기서도 서울하고 마찬가지 일을 한다는 말이군요? 어편지." "당신 형넘이 총에 맞아서 들어오고, 백인 영감을 끌고 다니는 것이 TV에도 났다고 하더군요. 나는 못 보았지만." "그게 어줬단 말이o" 최대광의 목소리가 쟁평해졌다.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끈 "난 미국에 올 적에 당신하고 같이 오순도순 살려고 했어요. 조그만 가게를 하든지, 하다못해 시장에서 장사를 하더라도 같이 살려고." 그녀의 머리칼은 어깨를 덮고 있없는데 이야기를 하떤서 머리를 흔 들자 젖가슴 위로 를어져 내렸다. 최대광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머 리칼을 쓸어 올렸다. "당신은 한 번도 그런 얘기를 해 주지 않더군요. 비행기 안에서도, 호텔에서도, 아파트에서도. 그러다‥‥‥ "도대체." 최대광이 상체를 일으켜 세웠으므로 얼굴을 그의 가승에 부딪친 흥 성회가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눈을 부룹뜬 최대광이 그녀를 딘아보았다. "네가 내 연장을 좋아한다는 건 알아. 그리고 나도 네것 좋아하고. 그런데 살림이 어쩌고 하는데, 이건 도무지." "너는 동거생활에 질리지도 않냐? 맨날 만나면 질리는 법이여. 틀림 없이 니가 먼저 정이 떨어질 것이다. " "나는 아직 그럴 생각 없어. 괜히 따라온다고 해서는." 침대에서 일어선 그는 바닥에 버려진 바지를 째었다가 다시 벗고는 의자 밑에 떨어져 있는 팬티를 주워 입었다. "그러고 우리 형넘이 어쩌코 했는데, 넌 모르는 소리 말어. 우리는 렛날의 최대광이 신용만이가 아녀." 바지와 셔츠를 입은 최대광은 의자를 끌어당겨 침대를 바라보고 않 았다. 홍성희가 시트 자락을 잡아당겨 하반신을 가렸다. 최대광은 주머니 에서 두들한 봉투 하나를 꺼내어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나하고 용만이가 가져온 것 전부여. CD 2억하고 달러 수표로 3만 달러쯤 돼. 이걸 가지고 가게를 하든지 뭘 하든지 해 봐." "대광씨." 아릿입술을 깨문 홍성희가 그를 노려보았다. "나도 돈 있어, 누가 가게 차려 달라고 했어?" "돈 모자라면 내가 형넘한테 말해서 타 올테니까." "대광씨." "하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못 만나. 꼭 필요할 때 형넘 허락받고 나을 테니까." "그 사람이 그렇게 하라고 해?" 최대광이 와락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혀를 業다. "형님이 할 일 없어서 그런 말 히건 내가 알아서 하는 첫이여." "크게 놀 사람은 의지와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거여. 난 그것을 느꼈 어." 흥성희가 찬찬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네가 이해를 해야 돼. 지난번처럼 내 여자 문제로 일을 만 들면 안된단 말이다. " "... "너, 명심혀. 내가 찾을 때까지 너도 맘먹고 가게를 차리든지 어쩌든 지 혀.그리고 급한 일이 있으면 박정환씨한테 연락하고.나하고는 직 접 연락하면 안돼. 휴대폰이라도." 딸을 마친 최대광은 어금니를 굳게 물고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정민씨,오늘 저녁에 내 친구고영무를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가지 않을테야?" 포크를 내려놓으며 박정환이 물었다. 김영지는 잠자코 그를 바라본 채 얼굴에 웃음을 띄줬다. 박정환은 그것을 숭낙하는 표정으로 알아들 은 모양이다. "힐튼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는데,같이 저벽을 먹자구,놈한테 지난 번에 정민씨 이야기를 해 주었어. 반가워할거야." "두 분이 할 이야기가 있을텐데. 그렇지 않아요? 괜히 내가 끼어서." "할 이야기는 월. 이제 그놈은 나한데 부탁할 일도 없어, 거물이 되 었다구." "싫어요." 김영지는 머리를 저었다. "정환씨는 친구니까 할 수 없지만 난 그 사람과 연관되는 것이 싫어 요. " 박정환이 빙그레 옷었다. "무서운가 보지? 콜름비아에서 일을 저지르고, 여기서는 크링거라는 유명인사를 납치했다고 TV에도 나오고 하니까 말이야,"
[이원호] 황금의 땅 ㅡ3권 14 무섭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사람이 크링거씬가 누군가를 납치하지 않았다니 다행이에.3.:" 박정환이 머리를 끄덕였다. "어됐든 매스컴하고는 인연이 있는 놈이야. 가는 곳마다 사건을 뿌 리고 다니는군, " "지금 어디 살고 있대요? 지난번 아파트는 나왔다면서요?" "그건 나도 몰라. 오늘 정민씨가 만나서 물어 보지 그래?" 김영지가 힐끗 그를 보고는 머리를 돌렸다 "오늘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주말에 누나한테 가는 것은 잊으면 안돼. 벌써 말해 놓았으니까." 물잔을 들어올리면서 박정환이 말했다. "누나는 벌써부터 준비를 하고 있어." 조그만 식당이었으나 점심때가 되어서인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 다. 모두가 샐러리맨들이었고 점심을 마치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던 김영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박정환 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그를 향해 살짝 웃었다. "정민씨는 가끔 멍한 표정을 할 때가 있어. 딴 생각을 한단 말이야." 계산서를 집으면서 그가 말했다. "수심에 가득 찬 표정일 때도 있고 화가 난 얼굴일 때도 있어. 하지 만 화가 나 있어도 나는 그런 정민씨의 표정이 좋아." "내 버롯이에요. 학교 다닐 때에도 그러다가 선생넘한테 많이 혼났 어요." "나는 정민씨처럼 마음이 끌린 여자는 처음이야.어떤 때에는 마구 소리를 지르고 싶어져.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 정민씨. 당신을 좋아하고 있어, " 박정환의 얼굴을 바라보던 김영지의 얼굴이 조금씩 달아올랐다. 이 윽고 그녀의 얼굴은 딸갛게 되었다. "당신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얼마 전부터 망설이고 있 었지만,나는 내 감정을 먼저 표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 f. " 박정환이 손에 계산서를 쥔 채 김영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정민씨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 어떤 고민이 나 어떤 과거도." 그는 눈을 두어 번 깜박이다가 손에 든 계산서로 시선을 돌렸다. "난 사랑의 고백을 했어, 오늘, " 계산서를 바라보며 박정환이 입술 끝을 올리면서 웃었다. "대답을 강요하지는 않을게, 언젠가는 이야기를 듣게 되리라고 믿 어." "저도 정환씨를 좋아해요." 달아오른 얼굴로 김영지가 말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구부려 잇몸 안으로 넣어 축였다. 두 눈에 습기가 배어 있는 것 같다고 박정환은 생 각했다. "그리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한테 잘해 주신 것." 입맛을 다시면서 박정환이 머리를 저었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꼭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정환씨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그때에도 변 하지 않을거예요." 그들은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주변의 소음이 전혀 그들 의 귀에 들려 오지 않는 표정들이었다. 테이블 주위에 둘러앉은 사내들을 둘러보던 고영무의 시선이 짐 버 클리에게 머물렀다. "짐, 자네 이제 괜찰나?" "문제 없습니다, 보스." 보스란 말이 생소한 듯 고영무가 템긋 웃었으나 이내 머리를 돌렸 다. "브루노, 택시 사업은 어때?" 삼십대 후반의 육중한 사내는 검은 눈을 들어 고영무를 바라보고는 머리를 』1덕였다. "오늘은 마침 쉬는 날입니다, 보스." 그는 택시 운전을 하면서 알폰소의 일을 거들고 있는 사내였다. 고영무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들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표정 을 굳혔다. 테이블의 좌우에는 짐과 브루노,신용만과 최대광이 랄아 있었다. "난너희들에게 오늘분명히 이야기해 둘 것이 있다. 앞으로내가 어 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너희들에게 이야기해 주려는거야." 고영무가 그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앞으로 라파엘씨의 일을 맡기로 알폰소와 합의했다. 나는 그 를 대신해서 무기에서부터 식량까지 조달해 그들에게 보내 줘야 하는 책임을 맡았어, 그리고 미국에 있는 라파엘씨 지지자들을 관리할 책임 도 함께 말이야." 고영무가 영어를 쓰고 있었으나 최대광은 대강의 줄거리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그 이야기를 고영무로 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 일의 전부가 아니다. " 고영무의 말에 모두들 긴장한 듯 상체를 세웠다. "난 돌아가야 할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엘도라도라고 볼리는 황 금의 땅이고,또 하나는 내 고향인 한국이다. 너희들 네 명 모두의 고 향이지. 난 그곳에 간다. " "보스, 이곳 일은 어떻게 합니까?" 짐 버클리가 턱을 들고 물었다. "그리고 콜롬비아에 가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합니까?" "라파엘씨를 돕는 일이지." 고영무가 템긋 웃었다. "이곳에서도 할 일이 있지만 그곳의 일이 나에게 맞아.상대가눈에 보이고 바로 결과를 알 수 있거든.그리고 그곳은 나에게 기회의 땅이 다. " 고영무는 짐과 브루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나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았다. 나는 앞으 로 사건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나에게 일을 맡기게 될 거야. 큰 일을, " "나는 나를 따르는 사람들을 조직해서 잘 훈련된 집단을 만들 작정 이다. 그래야 우리는 몸값을 을리고 대우를 받을 수가 있어, 우리는 돈 과 명예를 같이 얻을 수가 있다. " "보스, 그럼 용병입니까?" 브루노가 눈을 껌벅이며 물었다. "그렇게 불러도 좋다, 브루노. 하지만 이왕 부르려면 부대라고 해라. 내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용병들이 모인 부대다. " "그럼 그 부대는 라파엘을 돕습니까?" "알폰소와의 약속은 미국에서 그의 물자조달을 하는 것이다. 인력도 마찬가지였지.나는 그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한다. 부대를 조 직해서 콜룹비아로 들어간다. " "돈을 받고 말이지요?" "장례비는 넉벽히 있어야 한다, 짐." "좋습니다, 형님." 한국말로 불쪽 말을 던진 것은 신용만이다. 그는 다시 영어로 정정 했다. "하겠습니다, 보스." "나도 마찬가지요, 보스." 최대광이 커다랄게 머리를 끄덕이며 영어로 대답했다. 그러나 신용 만이 그를 바라보자 와락 이맛살을 찌푸려 보였다. "보스, 하겠습니다. " 짐이 상체를 세우며 말하자 브루노가 눈을 껌백이며 고영무를 바라 보았다. "사람들은 어떻게 모읍니까?" "소문이 나면 안된다. 한 명씩 엄격하게 선발한다. 그것은 너회들이 신경을 써야 될거야, 브루노." "모두 지원하려고 할겁니다, 보스." "기준은 50명이다. 너희 둘은 준비위원을 맡아라.군대 경험이 있는 콜름비아 인이면 더 딘겠지.나는 일에 따라서 수당을 지급할 작정이 다. 절대 무보수로는 일을 시키지 않겠다. " "선발이 되면 우선 1만 달러씩 지급한다. 그것은 계약금이다. 그러 고 나면 이제 부대원이 되겠지.그때부터는 엄격한 규을 밑에서 생활 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무보수로 애죽을 강요했지만 만 보수를 주고 준 만큼 규을과 복종을 얻을 것이다. " 짐과 브루노가 함꼐 머리를 」1덕였다 "알겠습니다, 보스." "이 일은 알폰소에게도 알릴 필요가 없다. 내가 내 책임하에 진행하 는 것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압니다, 보스." 신용만과 최대광은 그들을 바라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힐들 호델의 로비 라운지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박정환이 사람 들을 혜치고 다가왔다. "야, 너 요즘 유명인사가 되었더라? 다행히 TV에 사진이 안 나왔으 니망정이지 사진까지 나왔으면 사람들이 사인받으려고 몰려을 델했 어."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싫다. 박정환은 천 성이 밝은 탓도 있지만 오늘따라 조금 들떠 보였다. "아마 LA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모두 네 이름을 외우고 있을거야. 어디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네 이름을 대면 외상으로 물건을 줄거다. "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에서 내렸다. "오늘 내 애인더러 널 만나러 같이 가자교 했더니 무섭다는거야.우 리가 결혼할 때 널 들러리로 쓰지 못하겠어." "잘되었다. 귀찮은 일 안하게 되어서. 그럼 그 여자하고 결혼할 작정 of냐?" 그의 들뜬 분위기에 젖어 고영무가 가볍게 물었다. 그들은 예약석으 로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않았다. 20층에 있는 프랑스 식당이었는데 요 리값이 턱도 없이 비쌌으나 좌석은 빈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식 당에 않은 남녀는 모두 정장 차림이었다. 고영무는 그들의 표정에서 선택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식 맛이 야 어떻든 간에 옆자리에서 점잔을 때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새삼 확인하는 곳이다. "글쎄, 결혼 이야기는 아직 꺼내지 않았지만." 커다란 메뉴판을 펼처 들면서 박정환이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오늘 점심때 프로포즈를 했지. 오늘은 나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 "내가 날을 잘 잡았군." "그 여자도 날 좋아한다고 말해 주더구나. 인사 치레는 아니었어." "그래, 난 그 여자하고 결혼하겠어." "하려무나. 내가 결혼 선물로 신형 자동차를 한 대 사 주마." 그러자 박정환이 메뉴에서 . 얼굴을 들고는 그를 멀뚱밀등 바라보았 다. "넌 요즘 월 하는거냐 이윽고 그가 전혀 딴 사람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최고급 식당에서 만나자고 하고, 자동차를 선물하겠다고 하 고. 년 지금 어디에 살" "자식아, LA지 어딘 어디야 "집도 왔어?" "왜? 신문에 낼래?" "서울에서는 아침부터 전화가 오고 난리야. 네가 납치범이 되었다가 만 사건이 그쪽에 알려져서." "회사에서?" 웨이터가 다가왔으므로 그들은 말을 멈추고 음식을 시켰다. "물론 회사에서지. 넌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히어로야. 영웅이라고는 말 못하겠구만, 화제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 고영무가 잠자코 그를 바라보자 박정환이 생각난 듯 물었다. "너 이자영이 회사 그만둔 거 알고 있니?" "내가 알 리가 있나? 어디 다른 회사에 스카웃되었니?" "그게 아니야. 집에 있다는거야. 소문이 조금 났었는데 "그랜드 호텔은 부회장이 허리운동하는 곳으로 소문이 난 곳이야. 그곳을 이자영이 제 하숙집 드나들 듯했다는구만." "부회장도 흔자겠다, 잘되었구만 그래." 박정환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자영이 보통 여자냐?대야망이 있었겠지 그래서 회장실로도 옮 겼고. " "그럼 결혼하려고 집에서 준비하는가 보다. " 박정환은 그,이상은 알지 못하는 듯 잠자코 있었다. 음식이 날라져 왔으므로 그들은 포크를 들었는데 박정환은 식욕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수프에서부터 사승고기에 이르기까지 깨작거리 다가 접시를 내가게 하고 있었다. "너 콜름비아에서 마약거래를 했니?"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난 박정환이 참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만 알고 있을테니까 말해 봐." "이 자식, 다음에는 사람 죽인 것이 사실이냐고 물을 참이군." 곤영무는 그를 향해 웃어 보이면서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이 미 그와의 사이에 괌여진 보이지 않는 간격을 느꼈다. 그것이 이제 앞 으로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이런 만남이 힘들지도 모른다. "나는 사업을 하고 있어. 하지만 마약은 아니다. " 정색을 한 얼굴로 고영무는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내가 할 일을 찾아 내었어. 및날에 콜름비아를 정복해 보고타 를 건설한 것은 캐사다라는 스페인 장군이야. 8백 명의 군대로 상륙해 서 보고타에 도착하니까 174명이 남았어. 황금의 땅을 찾아온 것인 fl," 박정환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이맛살이 찌푸려져 있었다. "나도 그렇게 할거다. 그리고 나는 그와는 달리 황금을 걷어 올거 다. " "글째, 어떻게 말이야?너도 말타고 들어가겠단 말이냐?그래서 은 행이라도 털겠다구?" 고영무는 입술을 꾸욱 다물떤서 눈으로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한 MO 모금 포도주를 삼켰다. "아버지는 나에111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하셨지만 이제 나는 기회를 찾아 나설거다. 두고 봐라." 고영무의 말에 어깨를 늘어뜨린 박정환이 입맛을다셨다. "보스, 누가 미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브루노가 백미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운타운에서 웨스트우드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고영무는 잠자코 브루노의 됫머리를 바라보았다. 글러교 보면 미행 할 만한 사람들이 여렷 있었다. 첫째는 페르난도의 일당이다. 마약으로 단단히 기딴을 굳힌 그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카스틸로 정권이 운용하는 공식적인 그룹 이나 라파엘측의 협조자들보다도 더 막강한 교민 세력과 현지인들을 부하로 끌어들여 놓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보스? 떨어뜨려 버릴까요?" 브루노가 상체를 딱딱하게 굳히면서 물었다. 그는 이제까지 택시 운 전사가 생업이었으므로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호텔에서부터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 어쩌면 앨버트의 마약부원들이거나 FBI 요원들일 수도 있다. 크링거와 협상하여 크라우소를 제거하고 나서 그가 감춰 두었던 돈 자루를 넘겨 받을 수가 있었다. 크라우스는 금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의 창고로 옮겨 놓았던 것이다. 크링거는 자신이 고영무를 본 적 이 없다고 주장하였으므로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고,고영무 는 산타모니카로 옮겨 올 수 있었으나 그들이 금방 믿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브루노, 따돌려라." 됫좌석의 의자에 등을 붙인 고영무가 말하자 브루노는 대뜸 액셀러 레이터를 밟았다. 신형 콘티낸털은 3백 마력에 최고 속도가 250킬로였 다. 무거운 앞부분이 불쪽 쳐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이내 앞차 들을 제쳐 가기 시작했다. 8차선의 도로에서 제각기의 속력으로 달리던 차량들 사이를 콘티낸 털은 무서운 속력으로 빠져 나갔다. ·이봐, 커크, 나야. 난 웨스트우드에서 UCLA 쪽으로 가고 있어." 브루노가 차.내에 장치된 무전기로 말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핸들 을 움켜쥔 채 머리 위쪽에 달린 마이크로 통화하는 것이다. H나는 지금 검정색 승용차에 미행당하고 있어. 일제 같은데, 차 안에 는 세 사람이 타고 있어. 네가 UCLA쪽으로 와서 이놈들을 막아." "알았습니다, 브루노." 커크의 목소리가 마이크에서 흘러 나왔다. "커크, 난 UCLA 입구 쪽으로 회전해 들어가겠다. 넌 그 앞에서 기 다리고 있어. 내가 놈들을 뒤쪽에 달고 갈테니까." "신호를 해요, 브루노."' "좋아, 두 번 장박여 주지," 브루노는 차의 속력을 뚝 떨어뜨렸다. 산타모니카에서 달려오는 커 크와 시간을 맞추려는 모양이었다. "보스, 해치워도 좋습니까?" 브루노가 백미러를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놈들이 누구인지는 알아야겠다, 브루노." "패르딘도 일당 같습니다만." 그가 다시 힐끗 백미 러를 올려다보았다. B42 "이제 바로 뒤쪽에 붙는군요. 아까는 거리를 두고 따라오더니." "내가 힐튼에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을 놈들이 알 리가 없는데, 브루 노. " "놈들의 정보원이 사방에 깔려 있습니다,보스. 카를로스가 집행관 들을 보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만." "집행관이라니?" 브루노가 다시 백미러로 고영무의 얼굴과 뒤쪽을 한꺼번에 바라보 았다. "페르난도는 카를로스의 소환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집행관은 그들 조직의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어떤 명령을 받고 오는지 는 알 수가 없습니다. " 집행관이 오기 전에 페르난도는 명예와 돈을 찾아 놓고 싶을 것이 다. 그가 LA에 남아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고 들었으므로 고영무 는 잠자코 앞쪽을 바라보았다. "보스, 여기에서는 소문이 빠릅니다. 카를로스, 카스틸로, 그리고 우 리측의 모든 사건이 하롯밤만 지나면 모두 알게 됩니다. " 차의 속력을 내면서 브루노가 말했다. 그는 이제 조금도 긴장한 것 같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카를로스의 조직원 가족이나 친척하고 카스틸로 사람들 의 친척이 서로 이웃집에 살거나 친척간인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울베라 거리 부근에서 모여 살지요. 소문은 금방입니다, 보스." "페르난도의 여동생이 보스에게 원한을 품고 있다는 것도 모두 압니 다. 그의 약흔자 문제도." "약혼자라니?" "매린은 약혼자였습니다. " "밀리카는 아이를 떼었다고 합니다. 여편네들한테서 퍼진 소문이지 요.남자들이 여편네에게, 여편네는 또 남자에게,소문은 그렇게 돕니 다. 본인만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브루노는 백미러를 바라보고는 다시 속력을 떨어뜨렸다. "끈질기게 따라오는군요, 보스. 이젠 저놈들도 이쪽이 눈치채고 있 다는 것을 아는 로양입니다. " 그러자 마이크에서 커크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브루노, UCLA 입구로 다가갑니다. " "정문의 왼쪽 길을 봐.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끝이 막힌 길이야. 그쪽 안으로 들어가 있어. 내가 이놈들을 끌고 갈테니까." "어떻게 합니까? 정면으로 들이받아 버 릴까요?" 브루노가 백미러로 고영무를 올려다보았다. "커크, 놈들을 잡아라. 확인할 것이 있다. " 앞쪽을 향해 고영무가 말했다. "알았습니다. 보스." 커크가 대답하고는 통신이 끊겼다. 앞쪽에 표지판이 나타났고, 브루노는 바짝 길가로 차를 붙이면서 표 지판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회전해 들어갔다. 그가 백미러를 힐끗거리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보아 뒤차도 여전히 따라오는 모양이었다. 밤 12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UCLA 정문으로 향하는 길을 빠른 속력으로 달리던 검정색의 대형 콘티넨털 승용차가 갑자기 다른 승용차의 앞을 스치면서 도로의 우측 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깜박이는 켜지 않았으나 도로의 우측에서 정 차하거나, 아니면 우측에 나 있는 길로 회전해 들어가려는 의도 중의 하나였다. 콘티넨털의 뒤쪽에서 차 한 대를 사이에 두고 따르던 검정색의 일제 도요다가 떤에서 2차선으로 쥐어 들었고, 이미 1차선을 달리고 있 는 콘티넨털의 뒤쪽에 붙으려고 속력을 내었다. 그러나 1차선을 달리 는 두 대의 버스 때문에 한동안 버스와 나란히 달리면서 조바심을 내 다가 불쪽 속력을 내어 버스를 앞질러 버렸다. 그러자 이제는 콘티낸 털의 바로 뒤쪽에 붙어 있게 되었다. 눈치를 챈 모양인지 콘티넨털이 부책 속력을 올렸으므로 도요다도 이제는 바짝 따라붙었다. 그들의 눈에는 우측으로 빠지는 도로의 표지 판이 거의 동시에 눈에 띄었다. 콘티넨털이 속력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우측으로 취어 들어가자 무 거운 차체가 우측으로 기울어지면서 타이어의 마찰음이 요란하게 났 다. 도요다도 오히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 우측으로 회전해 들어 한다. 그들 앞에는 직진 도로가 펼쳐져 있었는데, 길가에 드물게 가로등만 켜져 있을 뿐 왕래하는 차량은 두어 대밖에 보이지 않았다. "보스, 이놈들이 옆쪽으로 다가오려고 하는데요." 백미 러를 올려다본 브루노의 목소리가 조금 긴장되어 있었다. "보스, 엎드려요!" 그러자 옆쪽에서 불이 번책이는 느낌이 들더니 유리창이 산산조각 이 나면서 유리 조각이 차 안으로 뿌려겼다. 브루노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으므로 도요다는 저만큼 앞질러 가다가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멈춰 싫다. "보스, 괜찰습니까?" 핸들을 잡은 채 몸을 옆쪽으로 숙이고 있던 브루노가 소리쳤다. 고 영무가 숙였던 몸을 조금 세웠다. "난 괜찰아, 브루노. 놈들은 미행 정도가 아니었군 그래 ." "또 옵니다. " 도요다가 후진으로 달려왔으므로 브루노는 및드린 채 와락 액셀러 레이터를 밟았다. 이쪽에서 梁어질 듯한타이어의 마찰음을내면서 전 진해 나갔는데 육중한 차체로 들이받을 기세였으므로 도요다가 후진 해 오면서 왼쪽으로 꽁무니를 틀었다. 다시 무겁게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면서 총알이 차체에 맞아 튀었고, 몇 방은 차 안으로 쓸아져 들어왔다. "빌어먹을." 직진해 달리면서 브루노가 입 안으로 욕설을 델었다. 고영무는 됫좌 석의 캐비닛에서 우지 기관총을 꺼내어 실탄 케이스를 소리나게 집어 넣었다. "브루노, 속력을 조금만 줄여라." 브루노는 금방 말뜻을 알아차렸다. 콘티넨틸은 속력을 떨어뜨리면서 1차선으로 바짝붙어 달렸는데 뒤 쪽에서 보면 엔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도요다는 금방 다가왔다. 2차선으로 다가왔고, 1차선을 직진하고 있는 큰티넨털 이 그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으므로 서두르고 있었다. "옵니다. " 왼쪽의 백미러를 바라본 브루노가 낮게 외치면서 핸들을 움켜쥔 채 몸을 조수석으로 기울이자 요란한 엔진 소리가 다가왔다. 도요다에서는 오른쪽 조수석과 됫자리의 오른쪽에서 총을 쓰아 대 고 있다는 것을 보아 두었다. 고영무가 벌떡 상체를 세웠을 때에는 도 요다의 보닛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고영무의 기관총이 비스듬한각도 로 불을 뽑었다. 그는 한꺼번에 60발을 몽땅 쓸아부었는데 앞자리의 사내가 두 팔을 내흔들고,운전사의 머리가 정개쳐지듯 반대편 유리창에 부딪치고,됫 자리의 사내가 놀란 듯 커다랄게 눈을 뜨면서 반대편으로 미끄러져 가 는 것을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빈 탄창이 철컥이는 소리 가 들리자'브루노는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 그들은 2차선을 직 진하여 달려가는 도요다를 바라보았다. 도요다의 혜드라이트가 벌정했 으므로 도요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시벤트 담장이 고영무의 눈에 보 였다. 그들이 잠자코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도요다는 템렬하게 달 리더니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담장에 부딪치면서 됫바퀴를 번책 치 켜 들었다. 그리고는 옆쪽을 다시 한 번 담장에 부딪치더니 이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멈춰 딘다. 그들이 보기에는 그것은 이미 차가 아니었 다. 엔진 부분이 좌석과겹쳐져 있는 고철덩이가되어 있었다. 옆쪽에서 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더니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핸들 을 쥐고 있는 커크와 옆자리에 타고 있는 신용만의 모습이 보였다. "돌아가자." 고영추가 말하자 브루노는 머리를 끄덕이며 차를 회전시켰고, 커크 가 운전하는 폐건이 뒤를 따랐다. 그들이 다시 로터리를 우회전하여 고속도로로 접어들 때까지 고영 무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미행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아직 누군 지는 파악이 되지 않았으나 이쪽을 죽이려고 따라왔던 것이다. 그는 미행자를 잡아 신원을 알아보려고 했던 자신이 얼마나 상황을무 디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고 있었다.I 응접실로 들어선 크링거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동양인을 보고는 얼 굴에 웃음을 띄웠다. 동양인은 사십대 후반으로 보였는데, 체격이 켰고 넓은 얼굴에 콧날의 한복판이 폭탄을 맞은 것처럼 움푹 들.어가 있었 다. 영락없는 은퇴한 권투선수였다. <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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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늘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
잘~~~감상~~~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