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철광석.유연탄.구리 등 원자재 가격 급등 후폭풍이 산업현장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자동차.조선. 기계 등 국내 주력 업종 에 원재료를 공급하고 있는 주물업계가 각 업종의 대기업에 대해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제품 공급 중단에 나섰다. 후판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조선업계도 원자재 공급난에 직면해 있고, 건설업계도 본격적인 건설 성수기를 앞두고 철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무물은 쇠붙이를 녹여 거푸집에 부어 만드는 것으로 자동차와 선박, 공작기계 등의 부품 소재로 쓰인다. 230여개 업체가 가입된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7일 "대기업들이 최근 급등한 철강 가격을 제품값에 반영해 주지 않아 손해가 막심하다."며 9일가지 대기업에 대한 납품중단을 선언했다. 주물협회는 오는 15일가지 대기업의 적절한 조이가 없을 경우, 다시 압품을 둥단하는 등 실력행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경북 다산주물공단과 경남 진해. 마천주물공단에서는 오전부터 각 지방 사업조합 직원들이 공단 입구에 나와 주물제품 운송차량의 통행을 제한했다. 제품은 평소처럼 생산했지만, 이를 창고에 쌓아두고 차량에 싣지는 않았다. 경남 진해 A기업 관계자는 "현재 납품을 해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 대부분 업체가 이번 납품거부 운동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주물업계의 집단 핻옹은 원자재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제품가격 인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주물업계는 원료로 쓰는 고철값이 지난 10년간 190%, 선철값은 120% 올랐지만, 주물제품가격은 20~30% 상승에 그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이유로 가격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은 "지금가지 수차례 대기업에 제품가격 인상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최악의 경우, 공장가동 거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대.중소기업간 갈등은 석유제품.철근 등 다른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다음주 중에 이사회를 열고, 고사위기에 놓은 업계의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며 "회사들의 입장이 강경해 공급중단 등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긴급 모임을 소집, '중소기업 원자재 수급 및 가격안정과 공정경쟁 촉구룰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기문 외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원자재 공급 확대와 원자재가격-납품단가 연동제 등 조속한 대책 마련을 정부와 대기업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일부 제품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납품 업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올해 추가 상승분에 대해 연초부터 협력사들과 협의를 진행중이며 이달 중순 인상할 계획"이라면서 "제품 가격에는 재료비와 인건비, 물류비 등 여러 부분이 포함돼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은 사정이 낫지만, 중소형.신생 조선업체들은 웃돈까지 줘가며 후판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3월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일부 중소형 건설사의 공사 현장중에는 철근이나 시멘트가 없어 공사를 중단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