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네는 지오의 방을 꾸며주는 김에 대대적인 집안 청소를 진행했습니다.
8년 간 지오를 양육하며 쌓아 온(?) 짐을 직장 생활을 하며 정리를 하자니
기진맥진한 상태라 더러 저와 아내의 도움을 필요로 했지요.
그렇게 일을 좀 도와주고 저녁상을 앞에 놓고 지오에게 식기도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녀석
‘고생의 추억을 맛으로 표현했습니다.’라고 해서 아멘~도 못하고
모두 웃음이 터졌습니다.
토요일엔 모처럼 지오가 할머니 집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할미는 꼭 지오의 양치를 돕고 발을 닦아 주는데
이 녀석은 ‘202동 204호에 오면 천국에 온 것 같아요.’라는 멘트를 날리곤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꿈나라로 갔습니다.
주일 아침, 녀석이 일어나기 전에 1부 예배를 드리고
부랴부랴 할아버지표 볶은 밥을 오므라이스처럼 꾸며주었는데
맛이 신통치 않았는지 양이 많다는 핑계로 반밖에 먹지 않았지요.
그래서 내친 김에 점심으로 짜장 라면을 특수한 방법으로 진짜 맛있게(^^) 만들어
예쁜 그릇에 그럴 듯하게 담아 내놓았습니다.
게임에 빠져있던 녀석에게 자장면 먹자 했더니
아침과는 달리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서 자랑할 겸 할아버지가 요리했다고 하니까
‘와~ 저는 시켜 먹는 건 줄 알았어요’
꼭 지 아범 같은 멘트를 날렸습니다.
저녁 때 제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 지오녀석은 계속 뭉그적거리며 시간을 끌어
할미 대신 장을 봐 주기로 했습니다.
이것저것 구매하고 딸래미네 레오(개손자^^)도 와 있고 해서 훈제 오리를 살피는데
‘탄두리 훈제 오리’라고 쓰인 브랜드가 보였습니다.
어디에 있는 농장이기에 동네 이름을 넣었을까 생각하며 집어 들고 돌아왔습니다.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풍기는 냄새로 아마 카레를 준비하고 있나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식탁에 앉았는데 우리 집 반찬이 아닌 요리는 훈제오리뿐이었습니다.
네, 세련된 남편이 아닌 無識한 남편이었습니다.
* 탄두리
탄두르(tandoor)는 인도 전통음식을 조리하는 항아리 형태의 화덕으로 보통 치킨이나 양고기를 향신료에 절여 항아리 안쪽에 붙여 케밥처럼 굽는다. ‘커리(카레)’와 함께 ‘탄두리 치킨(tandoori chicken)’은 인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 지식in 인용 정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