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막바지에 경주로 1박2일 답사를 다녀왔다.
수원지기학교의 겨울방학프로그램중 다른 프로그램들은 우여곡절끝에 어찌되었든 다 진행되었다.
다만 내가 맡으려고 했던 경주프로그램만 사그러들뻔했다.
경주는 작년에 다녀와서 그런지 모여지는 인원이 적어 취소하게 되었는데, 마침 교사MT를 경주로 장소를 잡았다.
교사들과 교사아이들을 맡길곳이 없어 함께 하는데 25인승버스가 먼 거리에 너무 비좁을 것 같아 45인승 버스를 예약하고 이왕에 멀리 가는데 지난번에 취소한 아이들을 다시 연락해 보았더니 흔쾌히 보내주신다고 하신다. 감사한 일이다.
5명이 한팀으로 꾸려져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당일에 버스출발할 즈음 진작에 연락해주지 않았냐고
못가게 된 아이들이 있어 아쉽다고 한다.
명절지내고 와서 마음이 분주하여 일을 진행하지 못한 부분이다.
어찌됐든 8시35분에 영통에서 경주행 버스는 출발하였다.
오늘 일정은 경주가는 고속도로 마지막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함이다.
경주에 들어가면 대릉원에 들러 천마총 황남대총 미추왕릉을 본 뒤 길을 건너 첨성대 계림 월성 석빙고를 보고 월성의 해자를 본뒤 안압지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고 분황사와 황룡사를 간다. 유물이 많은 경주박물관에서 시간을 많이 쓰기위해 다른 곳은 걸음을 조금 빨리했다. 임해전터는 야경이 아름다워 야간에도 입장을 할 수 있어 6시에 입장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면 오늘 실외일정은 끝난다.
경주까지 가려면 4시간정도가 걸린다. 버스에서 일정을 설명해 주고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다녀본 경험이 있고 박물관 수업도 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를 잘 알아듣는다.
신라의 왕은 몇명인지 아는 사람??56명이요, 57명이요, 27명이요 라며 제각각 대답을 한다.
경주에 오면 산처럼 커다란 무덤들이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띄는데, 신라의 마지막왕 경순왕의 무덤도 이렇게 클까? 경주에 있을까?
물으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마지막 휴게소 건천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주문을 받았다. 각자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해서 주문해 주니 아이들은 입맛대로 선택 하여 맛있게 먹었다.
드디어 경주에 들어왔다. 곳곳에 신라인의 얼굴이 보인다. 커다란 봉분을 보며 아이들은 소리를 친다.
대릉원 후문에서 하차를 하고 가장 큰 황남대총에서 사진을 찍고 무엇을 닮았는지 관찰하라 했더니 아이들은
"아~말 못해요" "왜" 나는 짖궂게 끝까지 질문을 했다.
"왜, 엉덩이 닮았다고 말을 못하는데" 라고하니 아이들은 "으~~"하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ㅎㅎ
천마도를 발견해서 천마총이라는 이름이 붙은 천마총에 들러 신라인들의 무덤양식에 대해 자세하게 관찰하도록하고 이곳에서 나온 유물들은 박물관에 있지만 그래도 어떤 유물이 발견되었는지 자세히 보도록 했다.
무덤을 보며 신라무덤이 도굴안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며 신기해 한다.
천마총에서 나와 "이젠 미추왕릉 찾아가기" 라며 미션을 주고 힌트는 대나무....아이들은 묻지도않고, 이정표도 보지않고 무작정 앞으로 앞으로 전진한다.
미추왕릉을 찾아서 대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니 "대나무가 검정색이에요" "저는 대나무가 검정색인건 처음봤어요"라며 신기해 한다. 미추왕릉은 대릉원에서 유일하게 주인이 밝혀진 무덤이다.
대릉원 정문을 나와 길을 건너면 첨성대가 나온다. 주차장에서 앞을 잘 보기만 해도 첨성대가 보인다.
"자~~이번 미션은 첨성대 찾아가기" 아이들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열심히 찾는다.
가는 중에 넓은 공터에 연날리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연 한번 날려보고 싶어 안달이다.
아이들이 가장 보고 싶은 것 중 하나 첨성대!!!
첨성대로 들어가 어느쪽으로 기울어졌는지 잘 살펴보고 몇단으로 쌓여있는지 하나하나 세어보도록 했다.
"선생님, 책에서는 굉장히 작다고 했는데 실제 와 보니 굉장히 커요"라며 책에서만 본 것을 실제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같다.
서울에 가면 조선시대 궁궐이 5개나 있듯이 경주에도 궁궐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터만 남아있어 눈감고 상상해 볼 뿐이다.
월성을 가는 길에 수로에 물이 없는 것을보고 독수리5형제중 남자아이 4명은 멀쩡한 길 놔두고 수로로 걸어간다.
다람쥐까지 합세해 아이들은 길로 올라올 생각이 없다. 하는 수 없이 계림앞 수로에 앉혀놓고 김알지탄생설화를 이야기 해 줬다.
계림에서 닭싸움 한판 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은 다람쥐에 빠져있어 게임은 물건너갔다.
월성에서 조상들이 과학적으로 쌓아놓은 석빙고를 관찰하고 해자로 갔다.
해자는 꽁꽁 얼었지만 그래도 깊은 물인지라 조심을 해야만 했다. 남자아이들은 그곳도 그냥은 못 지나간다.
옆에 보이는 돌을 주워들어 일단은 던지고 본다. 하지말라고 말을 한들 입만 아프다.
분황사는 선덕여왕을 위해 지은 절이다. 현재에는 3층짜리 모전석탑만이 옛날 분황사의 위용을 말해준다. 네 귀퉁이에 암사자 숫사자 조각상이 놓여있다. 신라 호국용이 살았던 우물을 들여다보며 지금도 용이 살고 있냐고 묻는 순진한 우리 독수리 5형제들!!
황룡사는 고려때 몽골이 침입하여 다 불타버려 빈터만 덩그마니 놓여있다. 터가 어찌나 넓은지 비행기 활주로보다 더 넓어보인다. 이런 곳에선 기운넘치는 독수리 5형제들과 맘껏 뛰어놀아도 좋다.
준범이가 중문터 기둥구멍에서 얼음을 뽑아냈다. 얼음축구를 하고 그러다 지치면 얼음을 주춧돌에 던져 깨트려버린다.
넘치는 기운들을 어찌해야 할지!!
이젠 해가 기울기 시작하니 바람이 차다. 넓은 황룡사터에서 아이들이 놀기에 걸음을 조금 빨리하여 분황사 당간지주 아래에 있는 귀여운 거북이 조각을 보려고 서둘렀다. 예전에 갔을땐 당간지주만 보였는데 이번 여행을 하려고 책을 다시 읽어보니 꼭 확인해 보고 싶었다.
답사를 할 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이 있다. 정말 똑같은 장소에 오더래도 예전에 못 보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갔던 장소를 또 오고 또 와보는 것이다. 가끔은 부모님이나 아이들은 갔었는데, 새로운 곳도 많은데 왜 간곳 또가요. 라고 말하시는분들이 있다. 올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어 한 장소에 여러번 와 봐야하는 것이다.
경주박물관에 왔다. 야외전시장에서 전에 못 본것들을 찾아나섰다. 물론 성덕대왕신종은 기본이고 탑과 불상등 볼거리가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꼭 경주박물관에서만 볼수 있는 것들 위주로 보아야만 했다.
미술관에 들러 이차돈순교비. 어마어마하게 큰 황룡사 치미와 치미에 붙여있는 익살스런 얼굴모양등 을 보았다.
아래층에서 신영주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서있는 사자상도 찾아보고 다리가 조금 아프다 싶으면 로비에서 다리쉼을 하며 천천히 둘러보았다.
야경이 아름다운 임해전터에 왔다. 아이들은 물을 보면 또 물장난이다. 손이시렵든 발이 시렵든 그런한 것들은 어른들의 걱정인 것이다. 현석이가 물에 발이 빠진모양이다. 숙소에 들어가 신발을 말리라고 당부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경주는 어느 식당을 가든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다. 경상도 음식은 친해질 수가 없다. 아무래도 경기도 음식이 익숙해서인가보다.
숙소가 너무 따듯하다 못해 후끈해서 낮동안 추위에 움츠렸던 몸을 녹이기엔 안성맞춤이다.
씻기가 끝나고 9시에 집합하여 낮동안 답사한 곳을 정리하고 일기쓰기를 했다.
방 안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 방 창문을 조금 열어뒀다. 활동이 끝나고 창문닫는 것을 잊은 준범이는 추웠다고한다.
아침에 일어나 "선생님 너무 추워서 잠바를 입고 잤어요" "뭐~~" 다른아이들은 더워서 잠을 설쳤다고 하는데 밤에 열어놓은 창문을 닫지 않아 생긴 일이다.
6시30분 기상
아이들은 아침운동 안하냐고 말한다. 국토체험 경력자가 있다보니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아침운동을 하자고 하니 대견하다.
아침운동을 해야만이 아침밥맛이 좋은 것을 경험자들은 잘~~안다.
방학동안 집에선 이른아침 운동과 아침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지 못 할텐데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 된다.
동해로 출발~~~
문무왕은 삼국을 통일하고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 동해의 용이되어 나라를 지키고 싶다고 하여 바다에 묻어달라고 했다. 사실 대왕암은 책에서 사진으로 보는것이 훨씬 더 자세하다. 바다에 와서는 대왕암은 관심도 없다.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들어왔다 나갔다하는 파도에 아이들도 덩달아 이리뛰고 저리뛰고 그러다 신발속에 바닷물이 들어가고....
상현이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신발에 물이 들어가도 즐겁단다.
문무왕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아들 신문왕이 절을 지어 바쳤다. 그 절이 감은사다. 감은사의 전각은 다 없어지고 탑만이 남아있을뿐이다. 감은사 탑은 직접보지 않고는 말을 아끼자.
불국사는 아이들이 가보고 싶은 장소중 하나이다.
청운교 백운교를 보고 극락세계로 올라가는 연화교 칠보교를 보았다. 연화교의 연꽃조각을 찾아보라했더니 아이들은 신기해 한다. 극락전은 서방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전각이다. 극락전에 있는 황금돼지를 찾아보라하고 대웅전 구역으로 올라갔다. 대웅전마당에 불국사에서 가장 유명한 다보탑 석가탑이 있다. 사진으로만 본 탑들을 실제로 보니 신기한가 보다.
사적1호인 포석정으로 이동했다. 포석정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둘레를 쳐놓은 줄때문에 자세히 볼 수 없어 안타깝다. 돌을 곡선으로 깎아서 조각들을 이어붙인 포석정은 신라의 마지막을 상상케한다. 경애왕이 후백제 견훤에게 당하는 수모를 상상하며 남산으로 향했다.
배리삼존석불입상에서 부처님의 가지런하고 앙증맞은 발을 보며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꽃 목걸이가 너무 길어 발에까지 닿는 대세지 보살을 보았다. 삼존불의 뒷태도 보고 옆면도보고 앞모습도보고 요모조모 살펴보니 친근감이 듣다.
이렇게 1박2일의 빡빡한 일정을 마친후 수원으로 출발!!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집 밥과 김치가 너무나 그리웠던 1박2일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