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산행)
설악산 종주에서 지리산 종주로 순식간에 결정을 마친 우린
지리랑설악이랑 산악회에 1무1박 3일 지리산 종주 산행에 함께한다.
밤 10시 동대문역 8번 출구에서 이번 산행에 함께할 이들과 산악회 버스에 오르고
양재역 강남역에서 또다른 일행을 태우고 11시에 우린 죽전 신갈정류장을 지나
경부선으로 진입한다.
산행을 위해 미리 정해진 식당에서 산채음식으로 몸을 돋우고 산행 들머리인 성삼재로 향한다.
새볔 3시 20분
차가운 새벽공기에서 지리산의 기를 느끼고
어둠에서 빛나는 수많은 별들과- 선명히 빛나는 북두칠성에서
또 한번의 정기를 깊이 들여 마시며
칠흑같은 어둠을 향해 지리산자락에 추억을 새기려 길을 잡는다.
한번도 야간산행 경험이 없는 난 밤눈조차 어두워 무척 걱정했건만
아직까진 잘 닦여진 길을 앞서 가는 사람들의 전등에 온 신경 곤두 세워 걷고 또 걷고...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과 몸을 녹이려는 사람들로 왁자찌껄한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한다.
우리도 어둠에서 긴장된 몸도 맘도 잠시 내려놓고 별들 가득한 하늘을 본다.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적막속 노고단은 금방이라도 겨울의 문턱을 느꼈고
칠흑같은 고요함에서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뿐이었으며
보이지 않는 말소리와 누군가의 발자욱소리들 뿐이었다.
** 성삼재-노고단-임걸령-반야봉-삼도봉-화개재-영선봉-형제봉-벽소평대피소
-칠선봉-영신봉-세석산장(1박)
** 촛대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제석봉-통천문-천왕봉-천왕샘-개선문-법계사
-로타리대피소-중산리-중산리대피소
들머린인 성삼재탐방소
삼도봉
경남, 전남, 전북의 3도를 상징하는 삼도봉의 삼각형은
그곳이 반야봉 아래 삼도가 맞닿은 의미 있는 지점임을 일러주었고
한참의 어둠에서 해방된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며
차 오르는 햇살에, 온통 타 오르는 풍광에
스스로의 모습 담기에 여념이 없다..
저만큼 바다를 뚫고 솟아오른 햇살을 받아 산이 하나둘 생기를 찾기 시작했고
어둠에서 벗어난 난 역시 황홀함에 웅장함에 천번만번 오길 잘했다 감격에..
벅차 오르는 맘 결코 속일수가 없었다.
지리산 능선에 있었던 장터의 하나로 물물교환이 이루어졌던 곳이라는데
그 옛날 이 높은 고개까지 무거운 짐들을 짊어지고 어떻게 올라왔을까?
삼도봉에서 쉼없이 여기까지 온 우리도 잠시 숨고르며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자취도 남기고,,,,
오전 9시 도착
연하천대피소(해발 1,440m)
목도 같은 계단을 지나 아담한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니
삼삼오오둘러앉아 쌀을 씻어 밥 짓는 사람,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 ......
하지만 이 모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임에 내맘처럼
마냥 감격에 또 행복해 하며 지리산을 마음껏 즐기고 있겠지.
우리도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맛있는 아침에 행복해 하고
뜨거운 커피 한잔으로 지침을 완전 내려 놓는다.
주변이 공사 중이라 좀은 어수선하지만 들뜬 등산객의 표정 그 또한 한폭의 좋은 풍광이리.
천왕봉 14.3km’란 이정표를 보고 누군가가
천왕봉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단 멀지 않으니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데....
결코 만만치만은 않는 그곳에서 내일
일출을 맞이 할 우리도
부지런히 전진 또 전진이다!!!
연하천에서 행복한 아침을 보내고 10시 30분에 벽소령 대피소로 출발
형제봉(1,115m)
완연한 가을날 길을 가는가 싶으면 찬바람 성성한 응달을
로프에 의지해 오르내리기를 반복해 가기를 한시간 남짓
깎아지른 암벽위에 우뚝 선 소나무 두 그루가 반겨주었다.
형제봉이라네...
우뚝 솟은 봉우리가 우애 깊은 형제의 형상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벽소령대피소(해발1340m)
벽소령은 높고 푸른 산들이 겹겹이 쌓여 깊은 달밤이면
푸른 숲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너무나 희고 맑아
오히려 푸르스름해 보인다 하여 지리산 10경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란다.
따사로운 햇살아래에서 한숨을 돌리는 등산객의 표정에선
힘든 길 함께 했던 산사람들의 배려와 깊은 우정 느낄수 있고
아무 연고도 없는 우리들은 단지 짧은 시간 길을 함께 한 이유만으로
맘 가득 챙겨보는 기쁨 또한 가질수 있었다,
너무 가뭄이 심하단다,
벽소령에서 물을 채울려 연하천에서 준비를 못했는데...
이곳엔 물이 말라 버렸다.
대피소 직원도 자리를 비워 생수도 살수 없고
오던 또다른 일행이 선비샘은 물이 그나마 쫄쫄 나온다는 말에
한숨 돌리고 목장울타리를 연상하는 길을 따라 깎아지른 옹벽을 끼고
우리는 물을 찾아 또 길을 나선다.
벽소령에서 선비샘 가는 너덜길
선비샘
산죽군락지를 지나 울타리가 처진 넓은 평지에 도착하니
울타리 끝자락에 선비샘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고산인데도 쫄쫄 흘러나오는 물이 신기하기도 고맙기도...
쉼 없이 달려온 탓에 목마른 갈증을 풀고자
한 모금 마셨더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다른 일행들에 겨우 물통 한개만 채우고 또 길을 나선다.
망바위(1,576m)
시야가 탁 트인 망바위를 지나 한참을 가니
코끼리 코를 닮은 바위를 만나고..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아무런 이정표가 없다.
분명 코끼리를 닮았는데..
우뚝 솟은 칠성봉에 도착하니 주변에 작은 기암절벽군이 버티고 있었으며
곧바로 길게 이어진 계단에 올라서자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침염수림과 빨갛게 물들은 단풍이
크고 작은 암릉과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함이 넋을 빼고 만다.
오후 3시 30분 도착
세석산장
넓은 평원의 영신봉(1651m)을 지나 결코 낮지 않는
하지만 금방이라도 오를듯한 지리산 천왕봉이 가끼이 보이는
봄이면 너무도 아름다울 철쭉군락지를 벗어나자
드디어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청할
세석산장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5시까지 이곳에서 우리의 일행들과 합류하기로 되어있었다.
한시간 반이나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등산객은 벌써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일찌기 저녁준비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새벽 3시30분 어둠과 함께 시작한 우리의 산행은
1박지인 세석산장까지 장장 12시간의 감격과 행복...
그리고 더 이상 내겐 막힘이 없을 자신감을
가슴속 깊이 새기고 이순간 함께한
내 사랑하는 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어둡기전에 저녁을 마친 우리는 각자 산장으로
낼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잠시 잠을 청한다.
첫댓글 친구야 너의 사는 모습이 아릅답구나 .열심히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는 너의 모습이 여유있어 보이고 삶이 풍성해 보여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