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든 건물’에 사니까 몸이 아프지 |
빛
자연광이 최대한 들어오도록 채광창을 크게 한다. 이성준씨는 “창은 외부와의 통로 역할을 하므로 크고 넓을수록 좋다”고 말한다. 창가에 작은 화분 여러 개를 배치하면 밖에서 들어오는 기운을 정화해 준다.
가구의 색깔이나 내장재 표면이 빛이 잘 반사되는 것으로 고르는 것도 방법. 또 밖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인공조명등이 꺼지거나 켜질 수 있도록 센서를 부착해 실내 어디든 어둡고 칙칙한 곳이 없도록 한다. 사무실에서 책상을 배치할 때는 가급적 창문을 등지지 않도록 한다.
온도
우리나라에서 겨울철 적정 실내 온도는 18~20℃. 그러나 업무의 성격에 따라서도 적정 온도가 달라진다. 지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업무는 적정 온도보다 약간 낮은 서늘한 상태여야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육체노동은 최적 온도보다 낮으면 능률이 떨어진다.
그러나 온도계 눈금만 믿을 게 아니다. ‘머리는 시원하게, 발 따뜻하게 두라’는 전통적인 건강법을 염두에 두고 머리 위쪽에서 열기를 내뿜는 온풍기 등의 위치를 바꿔줄 필요가 있다.
지난해 낡은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출판사 현암사의 경우 사무실 온돌바닥을 깔아, 온도가 높아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도 발이 시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여의치 않다면 발 쪽에 히터를 사용하고 책상에는 선풍기를 틀어 실내 공기의 순환을 돕는 것도 한 방법이다.
냄새
소비자보호원이 제안한 실내 공기오염 퇴치법을 보면 새 집에 이사했을 때나 새 가구를 샀을 때 냄새를 충분히 제거한 뒤 사용하라는 부분이 있다. 새 집에 들어가면 눈을 톡 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이것은 포름알데히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접착제를 사용한 목재가구에서도 이것이 방출된다.
라벤더, 재스민 등에서 나는 향기는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작업 능률을 향상시킨다. 미국에서는 직원들의 작업 능률을 높이기 위해 환기시스템을 통해 레몬 에센스를 방출하는 회사도 있다. 향이 좋은 생과일 주스나 허브차를 마시는 것도 기분전환 효과가 있다.
습도
겨울철 습도는 30% 정도, 여름에는 50% 정도가 적절하다. 겨울에는 난방시설과 밖에서 들어오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 때문에 실내가 건조해지기 쉽다.
건조한 곳에서는 코막힘 증세가 나타나고 목도 마르다. 자주 물을 마시는 것도 좋지만 겨울에는 가습기로 적정 습도를 유지해 주도록 한다. 단, 수증기가 직접 호흡기를 자극하지 않도록 가습기와 일정거리를 두는 간접 가습 방식이 좋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건물 자체를 환경친화적,인간중심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환경운동연합은 건물을 개조하면서 ‘에너지 자립형 사무실’을 내걸었다. 태양광을 이용한 전력 생산과 이중유리창을 이용한 온실난방시스템이 핵심. 건물 남향 전면부를 두께 8mm짜리 유리창으로 만들어 해가 드는 동안 건물 전체를 데운다. 덕분에 평균 30%, 많게는 50%까지 에너지를 자립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지속가능개발 네트워크(KSDN)’를 중심으로 ‘에코오피스’ 만들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 운동은 에너지 절약 차원을 넘어 인간의 건강을 생각하고 자연을 보존하는 공간 만들기로 그 개념을 넓혀가고 있다.
대통령자문 ‘지속가능개발위원회’의 유연백 서기관은 “한때 건축 설계자들이 냉난방만 잘 되면 좋은 건물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단열보다 환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고 말한다. 밀폐된 건물들은 지금 중병을 앓고 있다.
채광, 환기 문제 해결… 감기 환자 부쩍 줄어 | |
1년 전 출판사 현암사는 27년 된 3층짜리 낡은 사옥을 리노베이션했다. 목표는 자연친화적 건물 만들기. ‘세상으로 열린 집’이라는 옥호가 걸린 현암사 사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3층 유리천장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지하 바닥까지 골고루 내리쬐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 창과 문이 유난히 많아 열기만 하면 맞바람이 들이쳐 여름철에 에어컨 켤 일이 별로 없고 겨울에도 해가 내리쬐는 동안은 난방이 아쉽지 않다. 형주간은 인간중심의 설계 덕분에 직원들의 건강과 생산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