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주문을 거는 것일까. 섬에 가면 잃어버린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섬은 오늘의 현실을 한번 떠나보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장소다. 조선일보 주말매거진은 독자들 호평 속에 연재되고 있는 ‘한국의 산’과 함께 ‘한국의 섬’ 시리즈를 오늘부터 연재한다. 첫회는 국내에서 세 번째 큰 섬으로 악천후라도 육교를 건너 갈 수 있는 전남 진도 편이다. 이곳에서 보석 같은 명소들을 찾아가보자.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 고교 교사 이원도(50·경기도 고양시)씨 가족 3명은 진도를 찾았다. “한국화가 허유의 혼이 깃들어 있다는 운림산방을 가보고 싶었다”는 게 이곳을 방문한 이유. 이씨는 “배롱나무의 화사한 꽃이 다 떨어진 계절이라 아쉽긴 하지만 바로 곁에 소치기념관과 진도역사관이 있어 교육용으로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진도읍에 사는 현지 주민 허유정(27·학원강사)씨는 “남종화의 성지로 불리는 운림산방이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것은 인공연못이며 그 연못 한가운데 작은 섬에 심어진 배롱나무 등 정원 조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라며, “계절별로 빛깔과 모양을 달리해가며 멋진 풍광을 연출해내 틈나는 대로 찾아와 사진을 찍어둔다”고 자랑했다. 운림산방은 그저 가만히 거닐기만 해도 동양화의 맑은 정신이 머릿속에 솔솔 박히는 문화유적지인 동시에 결혼을 앞둔 진도 처녀총각들의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도 자주 애용된다.
운림산방뿐 아니라 진도는 섬 전체가 볼거리요, 역사 유적의 보고다. 특히 철새들이 한반도로 모여드는 요즘의 진도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진도군 북쪽 군내호에서 백조를 비롯한 겨울철새들의 군무를 만나는 일이다. 호반휴게소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새들의 휴식을 담고 있던 심해경(목포시 용당동)씨는 “이곳은 철새들의 낙원”이라며 “철새들을 본 후 해가 지기 전에 지산면 서쪽 해안가 세방마을로 가서 보는 낙조도 일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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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을 맞아 가족여행객들이 운림산방 연못가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도가 고향인 예비 신혼부부들은 이곳에서 평생 간직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운림산방 옆 소치기념관은 1대 허유, 2대 허영, 3대 허건 등이 남긴 동양화를 전시한 예술공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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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나들이는 진도대교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를 잇는 현수교가 진도대교이다. 바다의 폭은 고작 295m로 한달음에 건너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다리 아래로는 남해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이 좁은 해협이 바로 울돌목이며 한자로는 명량이라고 불린다. 물살이 얼마나 거센지는 진도대교에 바짝 붙어 있는 녹진휴게소 뜰에서 내려다보면 쉽사리 알 수 있다. 그토록 빠른 물살을 이용해서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왜군을 크게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유명한 명량해전이다.
진도는 용장산성이며 남도석성 등 문화유적지도 풍부하지만 신비의 바닷길을 비롯해서 해안 풍광이 절경이고 한겨울에도 들판에서는 월동배추, 대파 등이 널리 재배돼 싱싱한 초록빛 향연이 줄기차게 펼쳐진다. 간재미회와 찜, 바지락회, 전라도 한정식도 별미다.
섬 속의 섬인 진도군 남단의 조도나 관매도까지 방문하고 싶은 여행객들이라면 팽목항으로 내려가서 여객선에 몸을 싣고 귀갓길에는 흑미, 홍주, 구기자주, 돌미역과 돌김 등 진도의 특산물을 주머니 형편대로 구입하는 것도 좋다.
진도에 가는 길엔 꼭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진도아리랑이다.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노다 가세 노다나 가세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 가세.”
(진도=유연태 여행작가·‘포인트 주말여행’저자)
진도 여행명소, 다도해 낙조감상에 최적지
삼별초유적 등 명소 많아... 1박2일은 잡아야
군내호 백조무리·쌍계사 경내 늦단풍 볼만
진도에는 보석 같은 관광명소가 널려 있다. 그래서 하루 관광으로 즐기기는 벅차다. 적어도 1박2일, 넉넉하게 2박3일은 잡아야 제대로 섬을 볼 수 있다.
진도 기상대부터 찾아보자. 진도군 최고봉인 첨찰산(485.2m) 봉우리와 눈높이를 마주하고 있다. 기상대 뜰에서는 사방팔방으로 시원하게 시야가 뚫려 진도 주변 다도해 바닷가 풍광을 맘껏 눈에 담게 된다. 예서 첨찰산 봉화대까지는 불과 10여분 거리. 의신면 회동마을과 가계해변 중간, 신비의 바닷길을 서양에 처음 소개한 인물인 피에르 랑디 신부의 이름을 따서 조성한 공원 인근 국도변 바닷가에는 3층짜리 전망대가 만들어져 일출 감상 포인트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해남반도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을 만나보기에 적당한 곳이다. 날이 맑으면 제주 한라산도 눈에 들어온다.
진도에는 고려시대 삼별초와 관련된 유적이 유난히 많다. 진도 남부 임회면 남동리에 있는 남도석성은 고려 삼별초군이 몽골군과 항쟁을 벌였던 곳 중의 하나. 삼별초 관련 유적지로 또 한 군데 들를 곳이 고군면 용장산성으로 그 안에는 건물자리가 12개 남아 있고 주변에는 길이 420m의 토성이 둘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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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림산방 옆 쌍계사 경내.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가 하면 동백은 붉은 꽃망울을 툭툭 터뜨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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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역사관은 지난 11월 초에 개관한 새 나들이 명소. 삼별초실, 유배문화실,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도읍에서 의신면에 위치한 운림산방으로 향하면 왕온의 묘라 전해지는 무덤을 지나게 된다. 왕온은 고려 삼별초가 몽골군과 대적할 당시 왕으로 추대했던 인물. 그는 왕무덤재에서 잡혀 죽임을 당하며 지금의 묘에 묻힌 것으로 전해진다. 운림산방 바로 곁에는 소치기념관과 진도역사관이 들어서 있다.
운림산방 왼편의 쌍계사도 들러본다. 신라 문성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으며 절 양쪽으로 계곡물이 흐른다고 해서 쌍계사라 이름 지어졌다는 설이 전해 내려온다. 요즘 쌍계사에 가면 늦단풍과 주렁주렁 감이 달린 감나무, 그리고 핏빛 꽃망울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동백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지산면 가치리에서 가학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일몰을 감상하기에 좋은 길로, 특히 세방마을 인근에는 세방낙조전망대가 세워져 매일 저녁이면 일몰을 감상하려는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 사이로 하루를 마감하는 해가 떨어지고 붉은 기운이 완전히 가실 때까지 여행객들과 사진동호인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진도를 떠나기 전 꼭 들를 곳 중의 하나가 진도군 북서부의 군내호이다. 이 호수는 군내지구 간척사업으로 방조제 도로(3.2㎞)가 만들어진 후 생겨난 인공호수. 지금 가면 고요히 수면 위를 유영하고 있는 백조 무리들과 일찍 찾아든 청둥오리 등 철새떼를 만날 수 있다.
진도를 여행하는 일정표를 한번 짜보자. 금요일 출발하는 2박3일 일정이라면 첫째날은 왕온의 묘→운림산방→쌍계사→진도기상대→가계해수욕장 해변→금갑해수욕장 해변→임회면 여귀산 입구 탑공원→상만리 5층석탑과 구암사 답사→남도석성→세방낙조전망대에서 일몰 감상 순으로 엮는 것을 권한다. 둘째날에는 진도 북부지역을 순례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회동마을 삐에르랑디공원 인근의 전망대에서 일출을 감상한 다음 용장산성→벽파진전첩비→진도읍내에서 점심식사→전두마을→군내호에서 백조와 철새 감상→진도대교→해남 우수영관광지 방문 등으로 순서를 짜본다.
토요일 출발해서 일요일 귀가하는 1박2일 계획일 경우 진도읍→운림산방→쌍계사→진도기상대→세방낙조전망대 일몰 감상으로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삐에르랑디공원 인근 전망대에서 일출 감상→임회면 죽림리 해안도로 드라이브→남도석성→남진미술관→진도읍→군내면 군내호 방조제 드라이브 및 철새 감상→용장산성→진도대교 순으로 여행하면 좋을 듯싶다.
◆ 여행메모(지역번호 061)
정보문의처:진도군청 문화관광과(540-3136)
가는길:
1)서해안고속도로 목포나들목→영산호하구둑→영암방조제→금호방조제→77번 국도→해남군 문내면→진도대교→진도읍 코스
2)호남고속도로
광산나들목→13번 국도→나주시→영암군→해남군→18번 국도→문내면→진도대교 코스
숙박:
통나무집 콘도인 진도마린빌리지(의신면 초사리·544-7999·www.marinvil.co.kr)를 추천한다. 개그우먼 이경실씨의 친언니 이희순씨와 조정식씨 내외가 운영하는 펜션형 숙박시설로 15평형(4명), 24평형(8명), 27평형(10명 숙박 가능)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비용은 7만원, 12만원, 18만원이다. 부대시설은 커피숍과 실내 바비큐파티장 등. 숙박단지 바로 앞에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와 개펄이 펼쳐진다. 의신면 의동초등학교에서 회동마을로 가다가 초사, 송군행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숙소에 다다른다. 그밖에 진도읍내에 태평모텔(542-7000), 프린스모텔(542-2251), 대동모텔(543-5188) 등이 있다.
맛집:
진도군청 근처의 사랑방식당(진도읍 쌍정리·544-4117~8)을 군청 문화관광과에서 추천한다. 진도 토박이인 허형길, 김옥란씨 내외가 손맛을 내는 이 식당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바지락회와 간재미회, 간재미탕(모두 2만원선). 바지락회의 경우 가계해수욕장 앞바다 등 진도 주변에서 채취한 바지락조개를 회로 내놓는다. 배, 쪽파, 청·홍고추, 깨소금, 참기름, 소금, 설탕, 고춧가루 그리고 식초가 바지락회를 만드는 양념. 1인당 3000원씩 추가하면 11~12가지 반찬이 딸려나오는 백반상을 받는데 거의 한정식 수준이다. 그밖에 운림산방 근처에 별장식당(쑥국백반, 543-7749)과 푸른동산식당(토종닭, 542-1255), 의신면 소재지에 제일음식점(곰탕, 543-4107), 진도읍에 제진관(간재미회, 544-2419), 큰집회관(불고기, 544-8144)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