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1 생활속 향기 -불공평하지만 가장 공평하신 하나님-
불공평하지만 가장 공평하신 하나님
포루투갈 목장 김효정집사
막 판사실을 나가려다가 멈췄다.
"저는 하나님을 믿는데요, 오늘 말씀들이 제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뜨악한 판사님의 표정을 뒤로하며 조정이 끝났다.
2023년 1월 임대인이 우리와 임대차계약 이후 이사할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해놓은 것을 알게 된 지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내용증명과 조정신청을 혼자 하고 법무사를 알아보고 대응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공인중개사 7년 경력에 경매공매 낙찰 다섯 번 받아본 내가 이런 어이없는 일을 당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임대차계약을 맺은 집에 임대인이 전입신고를 한 경우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고 계약파기를 요구한 임차인에게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고 임차인의 단순 변심이라고 뻔뻔하게 우기는 사람도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이 악한 임대인을 어떻게 응징할까 분노했다. 그런데 막상 법으로 해결하려니 현실 정서와는 다른 법 논리에 당혹했고 길고 지리한 싸움에 이겨도 큰 실익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조정신청 당일, 임대인은 불출석을 예고했지만 법원에 검은 마스크를 끼고 나타났다. 내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임차인이 갑자기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바람에 몇 달간 세를 놓지 못해서 큰 손해를 봤다고 화를 내는 임대인을 보고 있자니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조정위원들이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고 전입한 행위는 당신이 잘못한 게 맞으니 계약금은 돌려주고 민사소송까진 가지 말라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임대인은 조정거부에 사인했고 마지막으로 판사님을 만났다. 판사님은 싸우는 유치원생을 달래듯 말씀하셨다.
“이 중에서 누가 거짓말하고 있는지 판사는 모르지만 우리는 최대한 법률이 정해 놓은 테두리에 적합한 증거들을 맞추어 판결을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나님이 판단하고 재판하는 것처럼 완벽하지 않아요. 민사소송으로 가게 되면 이제껏 손해 본 금액보다 더 큰 정신적, 물질적 손해가 될 겁니다. 이쯤에서 반만 주고받고 끝내는 게 어때요?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다. 이 세상은 하나님 나라처럼 공평 정대하지 않지. 그런데 말도 안 통하는 상대에게 안 지려고 손해 안 보려고 용을 쓰고 있는 내가 참 어리석구나 싶었다. 판사님은 원고부터 대답하라고 하셨고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임대인은 울그락불그락하며 마지못해 동의했다. 이로써 조정이 성립되었다.
큰소리치며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이 세상, 참 불공평하다. 하나님이 어떤 사람에겐 많이 주시고 또 누구에겐 적게 주시고 참 불공평하다. 하지만 천국에서 다시 주님 뵐 때, 내가 겨우 한 달란트 받은 종이라도 최선을 다해 남겨 주인께 드리리라 그 마음을 주님은 아실 것이다. 낙심하지 말고 불평하지 말고 한 달란트라도 귀히 감사하고 두렵고 떨림으로 주님 앞에 설 날을 달려가면 분명히 주님은 이 세상의 기준과 법으로가 아니라 가장 공평한 저울로 나를 달아주시리라 그 마음이 들었다.
임대인이 조정기일에 나타난 것에 감사.
그날 내가 신분증을 안 가져와서 끝날 뻔했지만 진행할 수 있어서 감사.
조정위원들이 임대인에게 잘못하셨다고 사이다 발언을 해주어 감사.
그래서 더 화난 임대인이 조정 안 한다고 골냈는데 판사님이 100만원 이라도 주고 피곤한 소송하지 말라고 돌이켜주셔서 감사.
난 한 푼도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에어컨 다시 살 돈은 주심에 감사.
내 삶에 이런 억울한 일을 허용하신 뜻이 뭘까 주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들에 감사.
부동산에 자신만만하던 내 교만을 깨뜨리심 감사.
악인을 맞닥뜨렸을 때 믿는 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주님 뜻을 구함에 감사.
바로 옆에서 거짓말과 남 탓하는 악인에게, 분노보단 주님이 갚아주실 거라는 평안 주심 감사.
함께 기도해 준 믿음의 지체들로 든든함에 감사.
잃어버린 버린 물질보다 더 큰 감사로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