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끝나더니 어느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와 더 추워지기 전에 전부터 마음먹던 가거도를 다녀왔다. 서대전에서 기차 타고 목포에서 하루 밤 자고 10월 2일 8시 10분발 가거도행 쾌속선을 탔다. 1980년 3월 찬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첫발령지인 도초고를 가기위해 목포여객터미널에 서 있었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훌쩍 지났으니 정말 세월이 빠르다. 목포 앞 바다에 수 없이 떠 있는 많은 섬들을 감상하면서 잔잔히 헤쳐 가던 배가, 비금도, 도초도를 지나 큰 바다에 접어드는 순간 끝없이 불어오는 파도와 심한 출렁임으로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신음소리, 구토 소리 등으로 눈을 뜰 수도 고개를 들 수도 없어 죽은 듯이 의자에 앉아있다 보니 흑산도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과 더불어 시원한 바람이 정신을 들게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흑산도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언제 바람이 불었나 싶게 잔잔한 바다로 변하여 아주 편안히 가거도까지 갈 수 있었다.
(김부연 하늘공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가거1리 전경)
큰 언니같은 분이 주인인 오싱여관에 여장을 풀고, 승범이네 가족과 마음좋은 아저씨의 차(10만원)로 육상관광을 했다.
의정부에서 가거도 독실산 입구 초소에서 근무하는 군인의 안내를 받고 가거도에서 가장 높은 독실산 정상, 독실산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에서 드넓은 바다랑, 경치를 실컷 구경했다.
독실산 정산
독실산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임
독실산 바위 위에 형성된 작은 숲
독실산을 내려와 1박2일 MC몽이 낚시하던 경치좋은 곳, 인간극장에 나온 다희네, 섬누리를 둘러보았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사진같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향리 마을(뒤에 보이는 집이 가거도 주민들이 칭찬하는 다희네 집임)
육지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회룡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보는 가거1리의 전경은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보았다.
회룡산 정산에서 바라본 가거1리
오싱여관 1층 식당에서 광어회와 가오리회를 소주와 곁들여 먹으니, 맛이 끝내준다. 기분까지 알딸딸...
밤새 창을 뒤흔드는 바람 때문에 다음 날 멀미할까 걱정하며 잠을 설쳤다. 일어나보니 하늘은 청명하고 햇살 좋은 전형적인 가을날씨다. 아! 오늘은 해상관광을 해야지 마음먹고, 해상관광을 하려했더니 파도가 높아 안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해안가를 어슬렁 거리며 몽돌도 만져보고, 파도소리 들으며, 김부연 하늘공원 전망대로 향했다.
김부연 하늘공원 안내판
김부연 하늘공원 중턱에서
하늘공원 억색밭 아래로 가거1리가 보인다
목포에서 엄청나게 많던 여행객들은 대부분 흑산도 홍도로 가서인지, 10월 2,3일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가거도는 너무 한가하고 조용해서 남편이랑 둘만의 세상에서 구시렁구시렁 대화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여행이었다. 하늘 공원에 올라갈 때는 해안가를 지나 지그재그 긴 거리를 걸어올라왔는데 내려갈 때는 마을길로 접어들어 아주 짧은 길로 내려오니, 가거도 초중병설학교로 이어졌다. 마을 가장 위쪽에 자리잡은 아담하고 깨끗한 학교가 정겹다. 길에 떨어진 인쇄물을 보니 학교경영의 어려움이 나열되어 있었다. 복식학급운영, 신규교사 비율이 너무 높은 점, 부족한 기자재 등등이 열거되어 있는 것을 보니, 육지 학교보다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 맘이 찡했다.
가거초중학교 앞에서
가거도에서 해상관광을 못해 아쉽지만, 육상관광만으로도 충분히 지친 마음을 정화시킬 정도로 경치도, 물도, 공기도, 인심도 좋은 곳이다. 오싱 여관 언니! 건강하시고 화이팅 화이팅!!!
첫댓글 좋은 곳에 다녀 오셨네요...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인데..
아~~아! 風致 좋고, 등장 인물 출중하니 참 멋 있네!
진정 삶의 여유를 느껴보아야 할 만큼의 세월이흘렀군요....가는세월 무엇으로 막을수있을까만은 그래도 건강하게 세상 구경하는 친구들이 부럽소...가거도와 거가대교는 다른 곳이죠?....요즘은 잊어버리는 것이 하도 많아서....
네, 가거도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해있는 섬이구요. 거가대교는 경남 거제도와 가덕도를 연결하는 다린 줄 알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가보겠다고 벼루고 있었는데 좋은날 잡아 뒤따라 가보겠습니다.
글 좋고, 사진 좋고, 인물 좋고, 경치 좋고......인도에서 사진찍을 때 안웃으신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