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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국제울트라마라톤 한라산 트레일 런148km 완주기
⊙ 일자 :
⊙ 제한시간 : 30시간
⊙ 실제 완주시간 및 순위 : 24시간54분31초, 5위/41명중
⊙ 코스 : 제주~성판악~백록담~관음사~어리목~윗세오름~영실입구~돈내코~서귀포~
중문~영실입구~관음사~제주
⊙ 복장 : 상하 롱타이즈, 윈드자켓, 모자, 양말, 트레일화
⊙ 런닝준비물 : 소형배낭, 선글라스, 면장갑, 진통제, 바셀린, 일회용반창고, 헤드랜턴,
깜박이2개, 지도, 핸드폰, 사진기, 스카프, 시계, 썬크림, 비상금, 신분증,
비상식(빵, 영양갱, 파워젤, 사탕, 쵸코렛, 비타민C, 포도즙2팩, 식수),
번호표2개, 주행계획표, 휴지, 필기구
⊙ 보관준비물 : 런닝화, 순모롱티, 양말, 핸드폰밧데리, 예비전지,
비상식(김밥(현지구입), 영양갱, 파워젤, 사탕, 포도즙3팩, 콜라, 단무지)
⊙ 예비준비물 : 테이프, 화장품, 수건, 세면도구, 양말, 속옷, 일상복, 지갑,
여행용가방, 명함, 휴지, 생수
⊙ 지도
⊙ 각 포인트 별 통과시간
구간(km) 지명 도착소요시간 휴식시간 누적 비고
01구간(19.1/19.1) 제주~성판악 :
02구간(09.6/28.7) 성판악~백록담 :
03구간(08.7/37.4) 백록담~관음사 :
04구간(12.6/50.0) 관음사~어리목 :
05구간(04.7/54.7) 어리목~윗세오름 :
06구간(06.1/60.8) 윗세오름~영실 :
07구간(19.5/81.3) 영실~돈내코 :
08구간(13.7/95.0) 돈내코~서귀포 :
09구간(07.8/102.7) 서귀포~중문 :
10구간(15.7/118.4) 중문~1100 :
11구간(16.6/135.0) 1100~관음사 :
12구간(13.0/148.0) 관음사~제주 :
⊙ 후기
완주 후 후기를 쓰려고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니 머리 속이 하얗게 비어있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를 않네요.
달리면서 순간순간 느꼈던 생각들은 다 어디를 간 것인지..
이제껏 울트라 마라톤은 제주일주 200km를 두 번 완주하고 4번 정도 100km를 완주 하였습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저 같은 경우는 울트라 마라톤도 100km 정도면 할만한데 그 이상은 너무
고생스럽기도 하고, 달리기도 아니고 걷기도 아니라는 생각에 큰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라산 148km는 산악마라톤 이기에 등산과 마라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대상이 한라산이라는 곳이기에 매력이 한층 더해졌습니다.
예전에 대회가 아니더래도 개인적으로 지리산 능선 왕복달리기를 20시간에 걸쳐 한바 있기에 한라산도
그러한 맥락에서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참가조건도 예전 보다는 상당히 좋아 참가비도 싸고 간식이나 급식도 지원이 잘 된다고 해서 상당히
부담을 덜고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로는 절대 100km 까지만 출전을 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100km는 년 1회 정도만 출전하면 적당히 고통도 즐기고(?), 마음에 긴장도 유지하고,
밤새 별을 보며 달리는 맛이 가히 일품이라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도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제주 울트라는 우리 회에서는 노선배님이 200km를 출전하시기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한반도 횡단311km를 비롯해서 저하고 둘이 지리산 왕복 달리기를 하신 분이라 이번에도 또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
등산을 가는 것이 아니라 큰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준비하는데 부담은 없었습니다.
주로 곳곳에 간식처가 있으므로 먹을 것 준비는 비상용으로 최소화 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배낭에
넣어보니 가볍지만은 않네요.
공항에 나가 노선배님과 저녁6시경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자! 이제 출발인데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조금 떨려 옵니다.
산이라서 오르막내리막이 있기에 도전해 보는 거지 평지만 달린다면 지겨워서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평소에 훈련도 많이 부족한 편이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월250~300km 정도는 달려줘야 울트라도 가능하겠는데,
150~200km 밖에는 못했으니 턱없이 모자라는 훈련량입니다.
믿는 것은 오직 하나.. 등산 다닌 것은 마일리지에 포함이 안되었으므로 분명 알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믿고 해보는 것입니다.
제주에 도착할 즈음 회장님께서 격려 전화를 주셨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이미 한라산 트레일 런을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신 바 있으시기에 오기 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회장과 숙소인 팔레스 호텔에 가서 등록을 하고 짐을 풀었습니다.
저녁식사는 인근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는데 제대로 된 맛이었습니다.
잘 먹어 둬야 하기에 밥 두 공기를 깨끗이 비웠습니다.
밖에는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떠 있어 내일 밤 상당히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밤에는 조금 서늘하고 낮에는 더울 것 같아 상하 반 타이즈를 입고 윈드자켓은 배낭에 넣어 가져 가기로
했습니다.
숙소는 1실에 3명씩 자는데, 한 친구가 늦게 들어 와 준비를 한다고 불을 늦게 끄는
바람에 몇 시간 잘 수가 없었습니다.
◐…
몸에 긴장을 풀기 위해 따끈한 물에 샤워도 마치고..
아침을 부페식으로 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나왔습니다.
아침도 든든히 먹어 둡니다. 이런 식사를 또 언제 하게 될지..
다리근육이 아직 약간의 통증이 감지되는 곳이 있었는데 전체적인 컨디션은 양호한 편입니다.
근육에 유연성이 살아나고 있어 부드럽게 반응하는 것도 느껴집니다.
기분이 확 살아나는 것 같고 도전에 따른 희열이 전류처럼 온 몸으로 기분 좋게 퍼집니다.
<사진1>
팔레스 호텔 로비에서 물품을 맡기고 있는 울트라 주자들.
<사진2>
출정 전 노선배님과 함께..
육십 중반에 연세임에도 용기 있는 도전을 하시는 대단한 분이십니다.
<사진3>
출발지인 제주 탑동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 울트라 전사들.
이번에는 200km 84명, 100km 64명, 한라산148km 41명이 출전합니다.
<사진4>
출발에 앞서..
드디어
아직 주위는 어렴풋한 어두움 속이지만 한발한발 힘차게 내딛습니다.
한라산 코스는 5.16도로를 따라 성판악까지 꾸준히 올라 갑니다.
울트라 임에도 초반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중간 정도에 대열에서 km/
<사진5>
서서히 날이 밝아 오면서 달리는 울트라 선수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 옵니다.
맨 뒤에 일본인 여자선수도 보이는데 벌써부터 힘들어 보이네요..
타국에 와서 울트라 산악마라톤을 달린다는 자체가 대단한 용기와 도전이라고 생각되는데,
여성으로서는 엄청난 일인 것 같습니다.
<사진6>
성판악으로 가는 길에..
<사진7>
성판악으로 가는 길에 나타나는 목장지대.
아침이 밝아 오면서 초원지대가 아름답게 모습을 나타냅니다.
<사진8>
첫 구간인 성판악휴게소 에서..
[1구간(19.1k/19.1k) 제주~성판악 : 2:26:49(시간) 0:02:04(휴식) 02:28:53(누적) 7시28분]
성판악까지19.1km에 오름길을 2시간26분 정도에 달렸습니다.
물과 사탕을 먹고 곧 바로 백록담을 향해 등산로로 진입합니다.
아직
길을 내기 위해서는 양해를 구하고 추월할 수 밖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에 등산객들은 협조를 잘 해주시고 간혹 “파이팅”도 외쳐 주시고..
어느 분은 사탕을 내밀기도 하는 고마운 분들 이시네요..
등산로에 돌들이 많아 달리기는 어려웠고 숨이 닿는 한 속보로 올라 갑니다.
간혹 나무로 만든 나무통로 길에서는 또 달리기를 반복합니다.
<사진9>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9.6km 인데 산이라서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오를수록 더 가파라 힘이 드는데 산에서 힘을 많이 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은 아주 중요한데.. 산에서는 빨라 보았자 시간적으로 크게 도움이 될 것이 없고
오히려 다리 근육이나 관절만 무리가 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산에서는 힘을 아끼고 도로에 나가 시간을 버는 편이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진달래대피소가 나타나자 배도 출출하던 차에 들어가 컵라면을 사먹습니다.
백록담을 내려가 관음사에나 가야 먹을게 있기에 미리 먹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10>
백록담을 오르며 나타나는 바위지대.
<사진11>
백록담을 오르며..
하늘이 하도 청명해서 주위에 모든 풍경이 깨끗이 잡힙니다.
한라산에 이렇게 바람이 없는 날도 드물다고 하네요..
간혹 불어 주는 미풍이 알맞게 더위를 식혀줍니다.
제주 일주 주자들은 지금쯤 더위와 싸워가며 힘들게 달리고 있을 텐데요..
노선배님이 전화가 왔는데 30km 지점에서 종아리에 뭉침 현상이 나타나 상당히 고전 하신다고..
속도를 줄여 오면서 나아지기는 했지만 시간이 늦는다고 합니다.
서로가 격려를 하고 힘을 보냅니다.
<사진12>
백록담을 오르며..
<사진13>
드디어 백록담 정상에 올랐습니다.
[2구간(9.6k/28.7k) 성판악~백록담 : 2:09:32(시간) 0:11:37(휴식) 04:50:03(누적) 9시50분]
성판악에서 2시간20분 걸렸는데, 컵라면 먹은 것을 빼면 2시간1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정상에는 체크요원 밖에는 없어서 사진만 한 장 찍고 배도 부르겠다 바로 관음사 방면으로 내려갑니다.
<사진14>
관음사로 내려 가는 길은 고사목이 줄비해 아주 멋진 장관을 보여 줍니다.
빨리 가야 되는데 주위 경관이 하도 멋있어서 사진기를 계속 꺼내게 만드네요.
길도 위험한 곳이 곳곳에 있어 주의도 해야 되고..
자칫 카메라를 넣다가 발을 헛디딜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15>
<사진16>
백록담 주위에 모습..
<사진17>
백록담 주위에 모습.. 북쪽 사면에는 아직 눈이 보입니다.
<사진18>
<사진19>
<사진20>
관음사 코스는 얼음이 아직 녹지 않아 굉장한 빙판길 이었습니다.
경사는 급한데 빙판길이라 아주 위험했는데 빨리 내려오느라 두 번 정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찌었습니다.
아이젠을 생각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 때문에 가지고 올 수도 없고 해서 몸으로 때우기로 했는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외국선수는 여기서 포기도 하고 다치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재수가 없거나 조금만 방심해도 다치기 쉬운 곳인데 무사히 잘 내려 옵니다.
<사진21>
<사진22>
백록담에서 관음사까지 내려오는 8.7km의 길이 왜 이리도 길고 돌들이 많은지 아주 지겹습니다.
무릎과 대퇴부에 무리가 많이 옵니다.
되도록 충격을 받지 않으려고 너무 속도를 내지 않고 적당하게 내려옵니다.
두어 번 정도 돌에 발끝이 걸려 앞으로 넘어질 뻔 한걸 간신히 넘깁니다.
1시간36분을 뛰어 내려오니 산길이 끝이 납니다.
아주 이가 갈리도록 징그럽네요.
[3구간(8.7k/37.4k) 백록담~관음사 : 1:36:22(시간) 0:06:42(휴식) 06:33:07(누적) 11시33분]
관음사 휴게소까지 총6시간30분이 걸렸습니다.
시간은
한라산을 한 번 오르내리니 기운이 다 쭉 빠집니다.
온 몸에 맥이 빠지는 것 같고 힘이 탁 풀려 버립니다.
큰일이네요.. 이제 초반전이고 한라산을 한 번 더 오르락내리락 해야 되는데..
컵 라면을 내밀지만 조금 먹다가 생각이 없어 바나나만 먹고 도로를 따라 어리목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언덕에서는 걷고 평지나 내리막에서는 달려 줍니다.
다시 기운이 나고 산에서 비축했던 힘으로 다른 주자들을 하나씩 추월합니다.
산에서 빠르게 갔던 주자들은 힘이 드는지 고통스러운 표시가 역력히 납니다.
많은 회원님들과 지인들에게서부터 격려 전화와 메시지가 날라 옵니다.
반갑고 힘이 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사진23>
어리목 계곡의 말라버린 모습.
[4구간(12.6k/50.0k) 관음사~어리목 : 1:45:03(시간) 0:02:53(휴식) 08:21:03(누적) 13시21분]
관음사에서 어리목대피소까지 12.6km 구간을 1시간45분 만에 주파합니다.
이제 50km 왔고 출발한지 총 8시간20분이 소요 되었습니다.
시간도 어느덧
어리목대피소에서는 관문 통과시간이
이번에도 많은 탈락자가 있었습니다.
이제 또 어리목 코스로 해서 영실로 내려 가야 하는데..
몇 킬로 안 되는 산길이 시간만 많이 가고..
물론 그러니까 산악 마라톤 이긴 하지만..
어리목에서 윗세오름까지 4.7km 구간을 1시간38분이나 걸려 올라갑니다.
힘을 비축해 둘 필요도 있었지만 이제는 일반 등산객들과 거의 같은 속도로 올라갈 수밖에 없네요.
벌써 50km를 달린 후라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에너지젤을 꺼내 조금씩 먹으면서 올라 갑니다.
나와 같이 중위권을 이룬 다른 선수들은 나보다 훨씬 앞서 가서 보이질 않습니다.
도중에 두 번씩이나 평상으로 만든 휴게터에서 드러 누웠습니다.
꼭 힘들다기 보다는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껴 보고 싶었습니다.
그 2~3분이 어찌나 달콤하고 편안하고 자유스러웠던지..
꼭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진24>
윗세오름으로 가던 중 반가운 약수터가 기다립니다.
마침 식수가 떨어져 있었는데 이렇게 고마울 때가..
배낭에 딸린 물주머니에 물을 적당량 채우고..
고무호수는 필요시 배낭을 내리지 않고 조금씩 물을 마실 수 있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약수터에 물이 아주 차고 맛이 있네요.. 이거야 말로 오아시스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25>
윗세오름을 오르며 바라 본 백록담.
<사진26>
다행히 이쪽 코스는 오를수록 완만하고 나무로 길을 해놔서 마지막에는 수월합니다.
<사진27>
윗세오름 휴식처에 staff인 KU 정동숙님과 함께..
[5구간(4.7k/54.7k) 어리목~윗세오름 : 1:38:19(시간) 0:01:55(휴식) 10:01:17(누적) 15시01분]
출발한지 딱 10시간 만에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산길도 내려가기만 하면 끝이 납니다.
<사진28>
영실 방향으로 나 있는 길.
<사진29>
<사진30>
영실 가는 길은 처음엔 완만한 것 같더니 이내 급경사로 변하고 돌들이 많아 험해 집니다.
자칫 발목이 삘 우려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사진31>
주위 경관은 상당히 시원하고 아름답습니다.
<사진32>
밑으로 내려오니 오랜만에 계곡에서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33>
영실 휴게소 매점 앞에서..
[6구간(6.1k/60.8k) 윗세오름~영실 : 0:43:24(시간) 0:12:24(휴식) 10:57:06(누적) 15시57분]
영실입구 휴게소에 도착하여 떢국을 먹었습니다.
윗세오름을 오르면서 에너지젤을 먹은 게 힘을 발휘하여 이곳까지 아주 잘 왔는데
마침 시장하려는 차에 식사를 할 수 있게되어 천만 다행입니다.
아직까지는 입맛을 잃지 않았습니다. 너무 힘에 겹거나 달짝지근한 간식들을 먹게 되면
입맛 잃기가 십상인데 아직은 견딜 만 합니다.
떡꾹이 잘 익지가 않았는지 딱딱하기는 했지만 가릴 처지도 아니고 동동주 두 사발과 함께 깨끗이 비웁니다.
처음으로 배가 포만하게 불러 옵니다.
이제 도로를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배가 불러 걸어 갑니다.
내려 가는 길을 걸어 가자니 아깝기는 했지만 식사 후 바로 달릴 수가 없어 약17분간을 걸었습니다.
이제껏 오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두 사람이 앞에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옵니다.
가까이 가보니 한 사람이 부상이라고 더 이상 가기가 어렵다고 하네요..
저한테 자기 친구를 동반주 해달라고 하는데.. 일단 같이 가기로 합니다.
먼 거리를 같이 달리는 사람들끼리니 통하는 것도 있고..
그러나 동반주라는 것이 모든 게 맞아야 하는 건데.. 속도도 그렇고 씀씀이도 그렇고..
일단 같이 달려보고 판단하기로 했습니다.
어찌 보면 밤새 같이 달릴 좋은 친구 하나 만난 셈이고..
어찌 보면 자유롭게 달릴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고..
그러나 적어도 이러한 인연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거부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달리면서 대화를 해보니 인천에서 오셨고 48세에 노동부에 다니신다고 하네요.
상당히 예의가 바르고 젊잖고 배려가 많으신 분 이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달리는 속도도 같이 맞춰주고 달릴 때나 걸을 때나 모든 걸 편하게 맡겨 주네요.
이분도 작년에 제주 200km를 완주 했다고 하니 범상하지 만은 않습니다.
신나게 돈내코 방향 갈림길로 km/6분 정도로 달려 내려왔습니다.
산악 코스가 재미있는 것은 오를 땐 어려워도 이렇게 내리막에서는 신나게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돈내코로 향하는 1115번 도로는 11km 가 조금 넘는데 거의 오르막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간간히 나오는 평지에서는 달리고 오르막에서는 속보로 가는데 시간당 7~8km는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저 혼자였다면 지루해서 긴장을 늦추고 마냥 걸어 갔을지도 모르는데 동반자가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이것이 주효했는지 저 멀리 앞선 울트라 주자들에 모습이 눈에 들어 옵니다.
일단 눈에 들어 온다는 것은 추월할 수 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상당히 부지런히도 왔나 봅니다.
[7구간(19.5k/81.3k) 영실~돈내코 : 2:51:19(시간) 0:01:30(휴식) 13:49:55(누적) 18시50분]
돈내코에 들어서니 이제 80km가 되었습니다. 소요시간은 13시간50분.
어려운 산악 코스를 다 거쳐왔기에 상당히 빠른 시간입니다.
돈내코에서 처음으로 우리보다 앞선 주자가 몇인지 확인해 보니 9명입니다.
생각으로는 중위권쯤 되려나 했더니 상위권 끝자락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앞에 4명이 있는데 이 주자들을 추월하면 6위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잘 믿어지지가 않더군요. 앞에 간 사람들이 5명뿐이라니..
산에서 충격이 많았는지 이 분들도 힘들어 하고 있어 간단히 추월해서 서귀포까지 거의 멈추지 않고 달려
갑니다. 80km가 넘은 상황에서 내리막 길이라도 km/6분 속도로 10km 이상을 달렸으니 참 대단했습니다.
더욱이 한꺼번에 4사람을 추월하고 현재 6위를 하고 있으니 힘이 저절로 생깁니다.
잘하면 24시간 언더로 골인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대해 보기로 했습니다.
서귀포월드컵운동장 거의 다 갈 무렵 200km 주자이신 노선배님과
아주 감격적이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늦어 걱정이 되었는데 무사 완주를 빌었습니다.
<사진34>
드디어 CP3가 있는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8구간(13.7k/95.0k) 돈내코~서귀포 : 1:53:52(시간) 0:06:46(휴식) 15:50:34(누적) 20시50분]
95km 지점. 15시간50분만에 도착 했습니다.
여기서 원래 식사를 주기로 되어 있었는데
신었습니다. 상의도 긴 것으로 갈아 입었더라면 좋았을 뻔 했는데 경황이 없어 그냥 달리기로 했습니다.
잠시 쉬었다 출발하려는데 몸이 어찌나 떨리는지 한동안 양팔을 꼭 감싸고 총총히 달립니다.
쉽게 나타나지 않는 식당은 중문 갈림길을 지나 우회전 하니 순대국밥 집이 하나 보였습니다.
지금은 메뉴 가릴 처지가 아니므로 무조건 식당으로 들어 갑니다.
순대국밥을 시키고 나오는 사이 화장실로 가 땀에 범벅이 된 얼굴을 딱았습니다.
소금기가 버적버적 합니다. 상의도 벗어 손수건에 물을 묻혀 소금기를 제거 합니다.
몸에 소금기만 없애도 추위가 많이 가십니다.
[9구간(7.8k/102.7k) 서귀포~중문 : 0:55:00(시간) 0:20:00(휴식) 17:05:34(누적) 22시05분]
아직 입맛은 살아있어 순대국에 고기는 다 건져내고 국물에 밥 한공기를 다 말아 먹습니다.
중요한 입맛이 살아 있다는 게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이제 1100고지를 향해서 도로를 따라 밤새도록 걸어가야만 합니다.
이 지역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같이 바람이 없는 때도 서늘한 바람이 몸 속으로
파고 듭니다. 약간 일그러진 보름달이 떠서 길 동무를 해 줍니다.
3시간을 넘게 1100고지를 향해 올라가자니 인내가 많이 요구 됩니다.
이 고지만 넘으면 그래도 희망이 있겠지..
조용하고 깜깜한 밤에 두 사람에 숨소리만 거칠게 메아리 칩니다.
그리고 보니 밤에 동반주자가 있으니 참 다행이었네요.
이 분도 대퇴부와 고관절이 아프다고 그러는데 내색은 않고 아주 고통스러워 합니다.
열심히 따라 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
드디어 120km 지점인 1100고지에 닿았습니다.
[10구간(15.7k/118.4k) 중문~1100고지 : 3:10:46(시간) 0:05:38(휴식) 20:21:59(누적) 01시22분]
시간은 어느덧 20시간20분이 흘렀고.. 다음날
A/S 차량이 있어 커피를 한 잔 마시는데 바람이 불어 한기가 몰려 옵니다.
쉴 수가 없어 커피만 겨우 마시고 바로 출발합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라 달려야 합니다.
내리막에서 달리지 않으면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추월 당하게 됩니다.
어느덧 순위는 5위라고 하니 앞선 주자가 하나 포기한 것 같습니다.
이제 부상 없이 추월 당하지만 않고 가면 됩니다.
우리보다 앞선 4명의 주자들 하고는 워낙 시간 차이가 많이나 안될 것 갔고..
처음에 시작은 욕심 없이 완주나 하자고 생각했었는데 순위를 보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24시간 언더라는 목표도 마구 만들어 갑니다.
실로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 같네요.
간혹 도로 옆 숲 속에서는 노루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밤에 바스락 소리가 들리니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굉장히 빠르게 도로를 가로질러 숲 속으로 도망가는 노루의 형체를 보며 가슴이 철렁 거립니다.
아마 노루는 우리보다 더 놀래 피하는 것 같네요..
본의 아니게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사실 야간산행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도 야생동물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오늘 같은 상황에서 보면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쉬다가 달리면 달릴 수가 없어 얼마간 어기적거리며 뒤뚱뒤뚱 해야 정상으로 돌아 옵니다.
고통스럽지요. 그래서 쉬거나 걷다가 달리려면 많은 인내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마라톤이나 울트라 정신 가지고 극복해야 합니다.
산에서 신발 속으로 들어간 자그만 돌들을 무시하고 그냥 달렸더니 이제 양쪽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상당히
아파옵니다. 그야말로 한걸음 한걸음이 고통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러나 아픔을 애써 무시하고 물집을 지긋이 눌러 마비를 시킵니다.
[11구간(16.6k/135.0k) 1100고지~관음사 : 2:39:17(시간) 0:02:11(휴식) 23:03:27(누적) 04시03분]
마지막 A/S인 관음사주차장에 도착하니 23시간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거리는 13km 정도.
의미는 크게 없지만 24시간 언더는 안될 것 같고 25시간 언더는 할 수 있겠네요.
동반주자가 고통이 점점 심해 내리막에서도 걷습니다.
저 보고는 혼자라도 가서 24시간 언더를 하라고 하지만 밤새 같이 온 동지를 버리고(?) 혼자 갈 수는 없지요.
물론 저는 최선을 다해 더 달리고도 싶지만 끝까지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누군가가 뒤에서 달려 내려와 우리를 추월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골인 지점 2km 정도를 남겨두고 뒤에서 달려오는 주자가 한사람 보였습니다.
동반주자는 황당해서 저 보고 빨리 달아나라고 했지만 상관없다고 했지요.
그래서 결국 셋이서 달려 같이 골인을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참 재미있네요..
<사진35>
24시간54분 만에 드디어 감격적인 골인을 했습니다.
[12구간(13.0k/148.0k) 관음사~제주 : 1:51:04(시간) 24:54:31(누적) 05시54분]
동반주자와 감격의 악수를 합니다.
고통을 함께한 그 시간들이 손끝을 통해 말없이 전해져 옵니다.
아! 이런 느낌.. 이 순간과 이런 느낌을 위해서 그 고통을 감수하며 달려 왔겠지요..?
순위나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바로 이런 느낌 하나면 충분하지요..
노선배님은 200km를 힘들게 진행 중이시라 기다리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네요.
사우나에 가서 씻고 조금 쉬다가 아침밥을 먹기 위해 나왔습니다.
밥을 혼자 먹기도 그래서 마침
오전에 인당 두 병 정도 마시니 피곤해서 그런지 금새 취합니다.
적당히 몸을 눕혀야 하는데 대회장에 무료 마사지 봉사단 캠프가 있길래 잘되었다 싶어 마사지를 받고
받은 김에 그 자리에 내쳐 눌러 누웠습니다.
아직까지는 들어오는 주자들이 드문드문 있어 마사지 걸들이 조금 한가한 편이라..
걸들에게 둘러 쌓여 희희낙낙 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돌아 가면서 마사지를 네 번이나 받으며 있는데 노선배님이 마지막 주자로 들어 오신 것 같습니다.
술에 취하고 걸에 눈이 가려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지 못하다가 저를 찾아서 무사히 완주하신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 대단한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셔서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래야 돌아가는 마음도 가볍고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마사지도우미와 함께.. 기쁨을 만끽하며..
많은 지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비 때마다 너무도 많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혼자 달리면서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마음에 큰 위안이 됩니다.
모든 세상 일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런 힘이 언제나 제 주위에서 떠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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