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평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부와 계간 「시작」에서 주관하는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에는 많은 분들이 응모해주었다. 오랜 시간의 노력이 녹아 있는 가작들 덕분에, 심사위원들은 즐겁고도 보람 있는 시 읽기를 경험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이 우리 문단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더없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551명의 응모자 가운데 마지막까지 권현우, 김은상, 이은영, 조양비, 한지이 씨(가나다 순) 등 다섯 분의 작품에 각별하게 주목하였다. 이분들의 시편은 안정감과 패기, 익숙함과 낯섦, 산문 지향과 운문 지향, 서정의 구심과 원심 등 우리 시의 다양한 미학적 충동과 방향을 여러 방향에서 보여주어, 심사위원들로서는 어느 분이 당선자로 뽑히더라도 무방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만큼 작품적 성취가 균질적이고, 충분한 습작 시간을 담고 있었다. 그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안정된 언어 구사나 주제의 진중함보다는, 시적 언어의 활력과 가능성을 풍부하게 내장하고 있는 언어를 높이 사서, 한지이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조양비 씨를 가작으로 각각 뽑기로 합의하였다.
당선작인 한지이 씨의 작품은, 감각적 구체성과 감각적 체험에서 비롯된 시적 실감이 단연 앞서 있었고, 더구나 최근 시편들에서 잊혀져가는 기율이기도 한 동시대의 타자들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형상화를 지속적으로 해갈 가능성이 짙게 보였다. 신뢰와 축하를 얹어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가작인 조양비 씨의 작품은, 일상의 리듬과 그 안에 미세하게 번져 있는 균열을 포착하는 감각과 언어적 형식에서 가능성이 점쳐졌다. 스케일과 활력을 늘여간다면 좋은 작품을 생성할 여건이 준비되었다고 판단하여, 가작으로 추천하기로 하였다.
심사위원들로서는, 앞으로 더욱 젊고 패기에 찬 젊은 언어들이 우리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오기를 바란다. 이번에 당선되지 않은 분들도 더욱 정진하기를 바라고, 거듭 당선자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 당선소감 - 한지이
시를 쓰는 동안 아이를 잃은 프리다 칼로처럼 아무것도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두근대는 깊은 밤 폐광 속으로 들어가는 여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펜을 잡을 때마다 밤이 길을 이끌어오고, 바람은 집 앞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누군가 버린 것들, 혹은 잃어버린 것들을 짊어지고 늘 어디론가 숨어 들어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시를 썼지만, 그것 역시 헛것일 때가 많았습니다.
항상 생각했습니다. “시는 언어의 스펙트럼에 나만의 색깔로 내뿜는 아름다운 운율의 생명체 이므로 때로는 진지함으로 때로는 발랄함으로 때로는 따스함으로 때로는 날카로움으로
시가 나를 선택하게 하자, 그리고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자” 라고 다짐했습니다.
가끔씩 제 몸이 깊은 터널처럼 느껴져 저는 밤이면 수없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온 몸 전체가 현악기의 몸통처럼 수없이 울릴 때가 있었습니다. 멀리서 터져오는 메아리, 메아리 같은 것들이 밤마다 저를 일으켜 세우고 또 펜을 잡게 했습니다.
시를 쓰지 않아도 늘 어두운 밤들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터널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늦은 저녁 골목길에 낮게 깔린 안개처럼 저는 항상 밑에서 서성거렸습니다.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동안, 제가 의지해온 것은 터널에서 낯선 궤도를 따라 멈칫멈칫 하던 저를 붙잡아준 펜, 한 자루였습니다.
오늘 한통의 전화로 깊은 폐광 속으로 더욱 더 밀어 넣어 주신 심사위원 분들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어두운 나머지 딸이 길을 잃을까 걱정하시는 부모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때로 길을 잃을 때마다 늘 제가 옳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셨던 전상국 작가, 이윤학 시인, 시 선생님인 신동옥 시인, 윤한로 선생님, 모든 분들을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언제였던가 감히 시는 허락된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처받고 버려진 것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 세상을 떠나는 것들을 잡지 못하고 가만히 서서 바라보는 것이 시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펜을 잡으면 사람들의 슬픔이 떠오릅니다.
반짝하는 것은 모두 눈물이고, 먼 하늘에서 힘주고 있는 별들에 대해서 저는 오늘 밤에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눈물을 담는 가슴이 되고 싶습니다.
몇 편의 시로 자욱한 그리움들을 몰아내기는 어렵겠지만 자만하지 않고 결코 쉬지 않겠습니다. 분발하기 위해 견고한 날개를 만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부럽다. 난 언제쯤 목 메일 런지?............ㅎㅎ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참 대단하네요 부러운마음은 당연지사,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그려,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