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의 테마파크 쉬까렛(Xcaret)
칸쿤에서 4일 째, 숙소에 함께 머물렀던 일본인들은 쿠바로 떠나보내고 나는 테마파크인 쉬까렛(Xcaret) 1일 관광길에 나섰는데 기대이상으로 매우 만족하였다.
칸쿤 남쪽 60km지점 카르멘(Carmen) 인근에 있는 쉬까렛은 버스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데 편도 버스비가 74페소이다. 버스터미널에서 1일 관광 티켓을 끊었는데 왕복 버스비, 입장료, 점심값(뷔페), 음료수 2병, 스노클링 자유이용권을 포함한 가격이 99달러(10만원 정도)이다.
마야어인 Xcaret의 발음이 좀 까다로운데‘쓰까렛’이라고 발음했더니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정확한 발음은 (eesh-ca-ret)으로‘이쉬까렛’정도이겠는데 강세가 맨 뒤에 있어 앞의‘이’소리는 잘 안들리고‘쉬까’는 약하게,‘렛’을 강하게 발음해야 한다. 마야어의 특징인지 이 부근의 지명에는 첫소리가 엑스(X)인 곳이 제법 많이 눈에 띤다.
처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하루 쉬는 셈치고 갔는데 의외로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볼 것도 많아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 테마파크는 엄청난 넓이였는데 동쪽으로는 카리브 해변을 끼고 있고 마야 유적이 포함된 넓은 밀림 한가운데에 조성되어 있었다.
해변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으며, 마야 빌리지(민속촌), 지하수로에서의 스노클링, 아름다운 풍경의 해수욕장, 돌고래 쇼와 돌고래와 수영하기, 자연 방사식의 대형 동물원(재규어, 퓨마, 태피어 등)과 식물원, 잉꼬와 플라밍고 사육장, 버섯 재배원, 물고기 양식장, 나비궁전, 대형 바다거북과 가오리 사육장, 거대한 해우(Manatee) 사육장 등 볼거리가 널려있다.
언덕 위에는 자그마한 성당이 있고 바로 앞 작은 동산에는 예쁘게 꾸며진 묘지도 있었는데 매우 아름답다. 또 서너 개의 대형 뷔페식당이 있어 어느 곳이든지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었는데 다양하고 푸짐한 해산물 식단이 갖추어져 있어 먹을 만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기타(Guitar)와 우리나라 양금(洋琴)같이 생긴 악기를 함께 연주하는 생음악을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점심 식사 후 둘러본 마야 민속촌은 마야인 고유복장의 인디오들이 전통가옥에서 살면서 여러 가지 민속 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도 하고 있었는데 옷감 짜기, 도자기 만드는 것도 직접 볼 수 있다.
쉬까렛의 스노클링장 / 아름다운 쉬까렛 해변과 위락시설들
또 야외 공연장에서는 마야인들의 인간새(Flyers)공연과 인간 수레바퀴 공연, 다른 공연장에서는 흥겨운 멕시코 음악(악단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에 맞춘 흥겨운 멕시코 특유의 마상(馬上) 쇼도 보여 주었는데 여성 기수들도 다수 나온다.
동물원은 맹수인 재규어와 퓨마도 철망 울타리 대신 깊이 7~8m의 자연 해자(垓字-물은 없음)로 둘러싸인 섬에 자연 방사하는데 해자가 너무 가파르고 깊을 뿐더러 폭도 5~6m여서 건너 뛸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남미에서 가장 큰 야생동물이라는 태피어(Tapir:일명 맥)는 흡사 살찐 돼지를 닮았는데 짧은 코끼리 코를 가진 원시동물로 보인다.
마야 전통 인간새 공연(Flyers) 마야 민속촌에서 마야 여인과 한 컷
저녁 6시부터는 2시간 짜리 공연을 보여주는데 엄청나게 큰 실내 공연장은 마야 볼 경기장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관람석을 배치한 형식이었는데 지붕만 있고 야외이다.
첫 공연은 고대 마야인들의 볼 경기를 재연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무대장치와 조명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경기를 알리는 뿔고둥 소리와 연기가 피어오르고 곧이어 경기장 가운데로 양편 선수들이 입장하여 간단한 의식을 치른 다음 경기가 시작된다.
경기에는 배구공 크기의 공이 사용되었는데 손이나 발을 사용하면 안되고 오직 엉덩이나 허리, 혹은 팔꿈치로 공을 쳐서 높은 링을 통과시키는 형식이었는데 마야인들은 이 경기에 열광하였다고 한다.
또 바짝 마른 코코넛 껍질인 듯 한 볼에 불을 붙여 막대기로 치는 하키와 비슷한 경기도 보여주었는데 너무 세게 쳐서 불이 꺼지면 곧바로 불이 붙은 다른 공이 투입된다.
다음으로는 멕시코 각 지역의 민속무용을 공연하였는데 베라크루즈(Veracruz), 푸에블라(Puebla) 등 7~8개 지역의 고유 민속무용으로 화려한 복장과 음악, 독특한 구성 등이 볼만하였다.
1시간 정도의 공연이 끝나고 20분 정도 휴식시간이 있은 후 다음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두 번째 공연은 멕시코 역사를 극화하여 보여주는 일종의 대 서사극라고 하겠다.
스페인 침공이전, 마야인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과 피라미드와 신전 건축 및 제사 드리는 장면, 곧 이어 스페인의 침공이 시작되는데 말을 탄 군인들의 입장과 그 뒤에 무리지어 따르는 천주교 신부들과 수사들, 말을 탄 정복자 코르테즈(Cortez)를 인디오들은 자신들을 구원하러오는 깃털 달린 성스런 뱀(Quezalcoatl)으로 오인하여 환영하고, 정복자들은 피라미드와 신전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성당을 세우고....
스페인과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독립과 멕시코 혁명에 이르기까지 멕시코 역사의 모든 것을 극화하여 보여주었는데 화려한 복장과 조명, 스페인 음악과 멕시코 음악의 멋들어진 조화 등으로 2시간 공연이 전연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쉬가렛에서 야생 펠리컨과 함께 / 멕시코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 서사극의 피날레
관람을 끝내고 돌아오며 일일관광비 99달러(10만 원)가 전연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볼거리는 제외하더라도 멋진 야외 뷔페에서 먹는 푸짐한 해산물 요리도 2~3만원, 저녁에 관람한 두 시간짜리 공연만도 10만원 가치는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