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막을 방안은 없는 것인가?

[김상명교수]

보이스피싱 막을 방안은 없는가

김상명/제주국제대교 경찰학부 교수

최근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폭증하면서 경찰들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수사를 위해 피의자나 피고소인, 참고인 등에게 전화하면, 경찰을 보이시피싱범으로 착각해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기 일쑤다. 이렇게 되면 경찰과의 연락이 단절되어 등기우편로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낭비된다.

수사관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소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고소인에게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와달라고 전화했지만, 피고소인이 욕을 하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A씨는 그에게 여러 차례 소속과 경찰이라는 신분을 밝히며, 전화나 문자, 카톡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신분을 증명해 보이려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며칠 후 경찰서에 찾아온 그는 보이스피싱인 줄 았았다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댔다.

이런 일이 경찰만 있는 일이 아니다. 경찰의 전화에 인사말도 끝나기가 무섭게 민원인 등이 경찰을 보이스피싱범으로 오인해 욕부터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되려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도 있다. 업무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다.

올해 5월까지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 7400여건 중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4500여건으로 61%가량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수사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은 3800여건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범죄에 35%가량 차지했다. 같은 시기에 비해 건수와 비중 모두 크게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이라 스스로 경찰서를 찾았던 고소인조차도 경찰을 의심하기도 한다. 중고 거래 사기사건을 수사하던 B씨는 고소인 진술 일정을 잡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도리어 고소인은 바쁘다며 차가운 말만 남기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수신거부로 처리해 버리는 황당한 일도 경험했다.

우리 사회에 보이스피싱 범죄가 만연하면서 발신자에 대한 불신마저 커 경찰의 수사과정도 힘들어졌다. 수사 시간이 지연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로 인한 증거 수집도 어려워졌다. 분명한 것은 경찰은 절대 전화로 돈을 인출하라 하거나, 어느 계좌에 얼마를 입금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수사관은 어느 경찰서 어느 과, 언제, 누구에게 출석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가수사본부가 보이스피싱 범죄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배포한 피해자의 육성파일에서 “이 고통의 순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아직 8억여원의 대출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은 재산이 다 사라지고 원금과 이자까지 갚아야 하는 무서운 범죄”라고 경고한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직의 몸통이 해외에 있어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은 AI 인공지능 기술을 수사에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환영할 일이다. 물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경찰로부터 걸려 온 전화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없애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우선, 시민들은 가짜 경찰인지 진짜 경찰인지를 혼동된 경우에는 해당 경찰 이름으로 경찰민원포털(182)에 실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보다도 경찰은 시민들에게 진짜 경찰과 보이스피싱범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http://www.je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58140 

[제민포럼] 보이스피싱 막을 방안은 없는가 - 제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