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의 신작영화 ‘詩’가 청주를 주 무대로 촬영에 들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15년 만에 스크린 앞에 선 원로배우 윤정희가 주연하고 이창동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시’(제작 파인하우스필름㈜·제공 유니코리아 문예투자㈜) 제작진은 10월30일부터 11월3일까지 5일 동안 청주시내 일원에서 밤샘촬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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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동 감독의 신작인 ‘시’가 청주를 주 무대로 촬영에 들어갔다. 사진은 이 감독(우)과 1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주연배우 윤정희(좌)씨. 사진제공/충북시사랑 | 촬영 장소는 10년째 지역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소재 카페 ‘연어가 돌아올 때’와 인근 식당인 ‘상록회관.’ 청주가 촬영무대가 된 것은 시를 주제로 영화를 구상하던 제작진이 다음 포털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충북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하 충북시사랑)’의 인터넷 카페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제작의 모티브를 찾았기 때문이다.
카페 ‘연어가 돌아올 때’를 운영하고 있는 홍민하씨는 “지난해 여름 조감독 등 제작진이 연어를 찾아와 매주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낭송회 광경을 동영상으로 찍어갔다. 당시 이달의 회원이었던 조영애씨가 시낭송과 함께 살아온 얘기를 털어놓았는데, 이번 촬영 때 보니 그 내용이 그대로 영화에 담겼다”고 귀띔했다.
홍씨는 이번 영화 속에서도 문인들의 사랑방인 카페의 주인장으로 등장한다. 홍씨 외에도 충북시사랑 소속 10여명의 회원들이 평시처럼 영화 속에서 시낭송회와 합평회를 갖는 과정이 그대로 영상에 담겼다.
청주 촬영 분 전체분량의 10%선 배우 윤정희씨는 이번 영화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며 홀로 남겨진 손자를 키우고 문화원의 시작 강의를 들으며 어린 시절부터 꿈이던 시 쓰기에 도전하는, 생활력이 강하지만 소녀의 순수함을 간직한 ‘미자’역을 맡았다.
1944년생인 윤씨는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1970년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주연배우로 각광을 받았다. 이후 피아니스트인 백건우와 결혼 후 프랑스 파리 제3대학교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지난 1994년 영화 ‘만무방’에 출연한 뒤 연기활동을 중단했었다. 이번 촬영과정에는 남편 백건우씨가 현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2일 밤 상록회관 촬영과정에서 기자와 만난 이창동 감독은 “제작사가 영화홍보까지 주도하기 때문에 공식 인터뷰는 불가능하다”면서도 “청주에서 전체 분량의 10% 정도를 찍었다. 약 15분 정도가 영화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또 “영화 속에서는 배경이 경기도에 있는 어느 도시로 묘사될 예정이지만 엔딩 크레디트에는 촬영장소가 어디인지 표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돼 등단한 이창동 감독은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받는 등 12년 동안 주목받는 소설가로 활동하다 1996년 ‘초록물고기’로 영화감독에 입문한 뒤 ‘박하사탕’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2002년 발표한 ‘오아시스’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으며, 2006년 문광부장관에서 물러나 메가폰을 잡은 ‘밀양’으로 여배우 전도연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이 감독의 5번째 영화인 ‘시’는 올 연말까지 촬영을 마친 뒤 내년 5월 개봉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