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지도 그리기와 나의 현재 위치 파악
법경(法境) 박영재
(사) 선도성찰나눔실천회 지도법사/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장소: 경기도 포천군 기갑부대 철갑사(군포교당, 주지 지일 스님)
일시: 2010년 3월 21일(日) 오전 10시
주최: (사) 선도성찰나눔실천회와 아비라테합창단 공동 주관
대상: 군장병 180명
1차정리: 혜문(慧文) http://cafe.daum.net/abirate/7nMw/348
2차정리: 법경(法境)
인생 지도 그리기와 나의 현재 위치 파악하기, 간단하게 말해서 각자 자신의 주제파악에 대해서 오늘 법문을 이어 갈까 합니다.
서울은 약속장소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이용하면 참 쉽고 비교적 정확하게 약속시간에 맞추어서 갈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촌의 현대백화점에서 3시에 만나자고 약속했다면 지하철을 타고 신촌역에 내려서 몇 번 출구에 현대백화점이 있는지 개찰구에서 나오면 신촌역주변 지도가 있어서 쉽게 찾아 갈수 있습니다. 인생의 지도 또한 나 자신에게 정해진 시간에 어떻게 하면 좀 더 유용하게 나의 삶을 살아 갈수 있을까 하는 것을 미리 그릴 수 있는 것이지요.
보통 우리의 인생은 70-80년 의학의 발달로 100년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주의 나이는 몇 살입니까 약 150억 년 이상 흘렀다고 합니다. 우주의 나이에 비해 우리 인간의 일생은 전부가 아닌걸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부모님이 안계셨다면, 또 부모님의 부모님이 안계셨다면, 현재 지금의 우리 만남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비롭고 소중한 우리의 인생을 신비롭고 소중한 존재에 걸맞는 인생을 살아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신비롭고 소중한 존재에 걸맞는 인생을 이해하고 실천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벤치마킹, 즉 롤 모델을 정해서 인생의 지도를 세밀히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생의 지도를 완성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벤치 마킹의 모델로 스스로의 삶을 조명해 보고 인생의 지도를 그려서 실천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저의 스승님은 세 분입니다. 첫째로는 당연히 석가세존이시고 두 번째는 <무문관>을 지으신 무문혜개 선사님이시고, 세 번째는 이를 수행의 나침반으로 삼으시고 실천해 나가신 종달 노사님이 저의 스승님이자 롤 모델입니다. 저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70년대 중·고등학생 때 아주 소심하고 보잘 것 없는 마마보이의 전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을 하고 대학 2학년인지 3학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름방학 10여일을 남겨두고, 얼마 전에 입적하신 법정 큰스님께서 번역하신 <숫타니파타>라는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 큰 서점은 종로서적이었는데 서점에서 <숫타니파타>라는 책을 만난 이후 불교서적 코너에서 저의 수준에 맞는 책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을 했고 인간 석가의 채취를 느끼고 번뇌를 타파하려고 치열하게 노력을 했습니다. <아함경>에 독화살의 비유라는 대목이 있는데 우리네 인류가 살아갈 때 독화살이나 쉽게 산에 등산을 하다가 독사에게 물렸을 때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우선 독이 온몸으로 퍼지지 않도록 노력을 먼저 한 후에 후속 조치를 해야겠지요.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서 그냥 있으면 독이 온몸으로 퍼져서 결국엔 사망을 하겠지요. 우선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서 시급한 것을 먼저 해결하고 나중에 순차적으로 일들을 해결해 나아가야 할 것 입니다.
여러분들은 현재 군인입니다. 낮에는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밤에는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일출즉작일몰즉식(日出則作日沒則息)’, 즉 해가 떠있는 낮 시간에는 맡은 바 임무를 최선을 다해서 수행을 하고, 해가 진 이후 휴식(休息= 人 +木 +自+心, 사람이 자연 속에서 자기 마음을 깊이 성찰하는 것)을 취하는 저녁 시간에는, 앞으로 전역을 해서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양평에 있는 정곡사라는 사찰에 계신 정곡 스님을 뵙는데 이 스님은 “정신 차려!”라는 주제로 늘 법문을 하시는 분입니다. 여러분들도 군 생활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할 것이 아니라 정신 차리고 어떻게 하면 더 알차게 할 수 있을까 깊게 생각을 해야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제 대한민국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이때, ‘호국불교(護國佛敎)’를 넘어 지구촌을 구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초국불교(超國佛敎)’, 즉 나라의 경계를 초월하여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나라들을 도우며 국제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삶들을 살기 위해 미래를 설계해야겠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법정 스님의 또 다른 책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저도 1996년에 제가 지은, 생활선(生活禪)을 위한 <두문을 동시에 투과한다>란 책에서 ‘일기일회’란 제목의 글을 다루고 있는데 그 뜻은 일생에 단 한 번의 시간, 일생에 단 한 번의 만남이란 뜻입니다. 사실 지금의 만남과 또 시간이 한 달이든 두 달이든 흘러서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이 되겠지만 벌써 계절이 바뀌고 여러분과 저와의 사이에서 미묘한 것들이 분명히 달라져 있을 것 입니다. 그렇듯 여러분들도 군 생활이 지금 당장 힘들고 하겠지만 항상 만남은 일생에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이러한 만남을 잘 살려서 미래를 잘 설계해 나간다면 좋을 듯합니다.
덧붙여 영국 수상 처칠에 대한 일화를 소개 하겠습니다. 처칠경의 소년시절 스코틀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더운 여름 수영을 하다 깊은 곳에 빠져 익사를 하게 되었는데, 밭일을 하던 동네 시골청년이 소년 처칠을 구해주었다고 합니다. 처칠경이 이 사실을 아버지께 말씀을 드리니 그 당시 영국에서 큰 부자이셨던 아버지께서는 그 시골청년에게 소원이 있으면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노라고 하시며 물어 보라고 하셨답니다. 시골청년은 너무도 가난하여 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소원은 의대에 진학을 해서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년처칠의 아버님께서는 그 시골청년의 학비를 의사가 될 때까지 아무런 조건 없이 후원을 했다고 합니다. 이 시골 청년의 이름은 플레ald이라는 이름의 청년이었는데 항생제의 일종인 페니실린을 발견을 해서 그때 당시 세계 제2차 대전 무렵 페니실린의 발명으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고 처칠 또한 어느날 폐렴에 걸려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했으나 항생제(페니실린)을 복용하고 처치를 잘 받아서 살아났다고 합니다. 이렇게 남에게 배풀고 좋은 일들을 많이 하면 그러한 이로움들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옵니다. 이를 불교에서는 ‘자리이타(自利利他)’라고 합니다.
끝으로 조금 전에 꼬마 도현이가 나와서 부른 음성공양곡 ‘참 잘했지’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 가운데, ‘그때 꽃씨를 뿌리길 참 잘했지’라는 대목 기억 하시죠. 이 노래처럼 여러분들도 넓은 안목을 키워서 소중한 세월을 허비하지 마시고 오늘 저의 법문을 깊이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20-30년후 뒤돌아 봤을 때 내가 군 생활을 할 때 어떤 법사님이 법문을 해주셨는데 그때부터라도 열심히 준비해서 잘했으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를 하시는 장병들도 있을 것이고, 법문을 듣고 가슴 깊이 새기며 실천을 잘 하신 분들은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사실 석가세존께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 하신 때는 29세 때의 일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석가세존보다 훨씬 어린 나이이기에 석가세존보다 더 유리한 입장에서 보다 쉽게 큰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법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법경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