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 없을 좋은 기회(2014. 11. 07)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구 분할이 표의 등가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득실을 따지는 계산이 분주한 것은 기본이고 향후 정국에 어떤 변화가 동반될지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헌재의 판결로 내년 말 이전에 국회의원 선거구가 재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체적으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국회의원 수가 늘고 영남과 호남지역은 국회의원 수가 줄어드는 결과가 예상된다. 충청권은 대도시 지역은 분구로 지역구가 늘어나고 일부 농촌지역은 합구를 통해 지역구가 줄어들어 전체적으로는 현재의 인원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예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충청지역은 영남과 호남의 인구대비 지역구 의원수를 견주어 현격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구 재조정의 밑불이 된 이번 헌재의 결정을 어느 지역보다 반기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 자세히 살펴보면 웃는 지역만큼이나 울어야 할 지역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을 앞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표의 등가성만을 일방적으로 내세우면 농촌지역이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가뜩이나 소외되고 낙후되고 있는 농촌지역에 국회의원 수마저 줄이면 박탈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대전과 천안, 아산의 지역구 분할로 도시지역 국회의원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만 보고 부여·청양, 보은·옥천·영동 등지의 단독 선거구 유지가 불가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도시지역 국회의원 수는 인구수 대비 형평성에 맞게 늘리면서도 농어촌지역의 국회의원 수는 합리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묘책을 찾아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주문이란 사실을 잘 안다. 필자는 1년 전인 지난해 11월 금강일보 칼럼을 통해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모범답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헌재 결정 발표 이후 정치 거물들도 잇따라 중대선거구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 됐다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선거구제 개편과 더불어 개헌을 통해 시대적 상황에 맞는 국정운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로 대통령 1인에게 권한이 집중된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논리이다. 또한 대통령의 5년 단임제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내년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국가적 선거가 없는 한해가 된다. 이 때문에 여야 개혁성향의 인사들은 내년이 개헌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데 주목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거구 재조정과 더불어 개헌을 통해 국가 권력을 분산시켜 시대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흘러가는 상황으로 미루어 내년은 대한민국 정치사상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국의 핫 이슈인 국회의원 지역구 개편과 더불어 본격적인 개헌 논의가 꿈틀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개헌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힘이 실리지 않고 이내 잠잠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논의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7번 소선거구제로 총선을 치렀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시대상도 많이 변했다. 30년간 같은 틀에서 진행되고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는 필요해 보인다.
2015년은 대한민국 정치사상 중요한 한해로 기록될 성 싶다. 소선거구제가 지속된 국회의원선거구가 중대선거구제로 바뀔 가능성을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든 불합리한 선구거가 대폭 조정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동안 수면 아래서만 논의됐던 내각제나 책임총리제 등 새로운 국가 운영형태가 제시되거나 대통령의 임기나 권한이 대폭 조정되는 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2015년이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기에 더없이 좋은 한해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