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월례회 이지향선생님의 ‘나의 애송시’
(시) 버섯
김명수
숲 너머 저편 밝은 세상은
환한 꽃도 활짝 핀
햇살 속인데
어두운 골짜기 습지로 가면
남몰래 돋아나는 울음을 보네
꽃 한번 피워보랴
씨 한번을 맺어보랴
인적 없는 습한 땅에 홀씨로 돋아
누구 위한 끝 모를 상사이더냐
네 무슨 그리움 그리 많길래
큰 눈물 비온 뒤에 벌겋게 돋았느냐
월식(月蝕)
김명수
달 그늘에 잠긴
비인 마을의 잠
사나이 하나가 지나갔다
붉게 물들어
발자욱 성큼
성큼
남겨 놓은 채
개는 다시 짖지 않았다
목이 쉬어 짖어대던
외로운 개
그 뒤로 누님은
말이 없었다
달이
커다랗게
불끈 솟은 달이
슬슬 마을을 가려주던 저녁
김명수(金明秀,1945년~ )는대한민국 시인이며,아동 문학가이다.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으며안동사범학교졸업과대구교대전문학사 학위를 거쳐방통대초등교육학과 학사 학위하고,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대학원 독어독문학과 문학석사 과정에서 수학하였다.1977년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1980년첫 시집 《월식》을 펴냈으며, 절제된 문장으로 뛰어난 서정시를 많이 발표하였다.
2023년 제15회 구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 봄날 아침
이지향
아파트 옆 밤골은 내 무덤
아파트 안 거실은 내 요람
글의 생성과 명멸로 고뇌하는
햇살 싸라기 사운대는 봄날 아침
냐인 오돌뼈 오도독거리며 눈을 맟추고
사운대다(가볍게 이리저리 자꾸 흔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