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KBS박혜진님의 칼럼이라는군요^^
요즘 관심가는 쪽이 영국이다 보니.... 참고하세요^^
연초에 4박5일간 런던을 여행하면서
나름대로 프랑스와 참 다르구나 느꼈던 몇가지를 써 본다.
물론 빠리=프랑스가 아닌 것처럼,
런던만 며칠 경험하고서 영국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지만
프랑스 생활에 익숙해진 아낙의 눈에 비친 양국의 차이점 정도로
가볍게 이해하시면 될 듯 싶다.
1. 애견인구가 프랑스 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까흐까손 공항에서 가족마다 곰 만한 개 한마리씩 데리고 배웅나온 풍경에 비해,
런던에서는 개 구경하기가 좀처럼 힘들었다.
길에서 개똥을 발견하기도 어려웠다(개똥에 대한 벌금이 엄청나단다).
첫날은 뚤루즈에서 늘 그러하듯이 발 딛는 지점을 살피며 소심하게 걸었는데
이튿날부터는 마음 푹 놓고 건물과 하늘을 보며 산책할 수 있었다.
하긴 끊임없이 뿌려대는 가랑비때문에라도
애완견 산책시키기가 여의치않을 듯. 고양이를 더 많이 키우남?
2. 아침은 든든하게 점심은 간단하게...
런던에서 호텔조식으로 오렌지 쥬스, 우유와 시리얼, 토스트와 잼과 버터,
달걀(후라이, 반숙, 오믈렛..)과 베이컨, 굵은 소시지가
서빙되었고 원하면 더 주문할 수 있었다.
아침에 달걀을 먹어보는게 얼마만인지...
프랑스인은 어떻게 아침부터 소화도 잘 안 되는 달걀을
먹을 수 있냐며 미개인을 쳐다보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
참고로 프랑스의 호텔조식은 심플의 극치를 달리는데
빵 한조각(바게뜨와 크로와상)에 코코아(커피나 차) 한잔이 전부다.
점심식사 역시 프랑스와 다르다.
런던대학에 미팅나갔던 소반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점심을 샌드위치와 커피나 차로 10분만에 간단히 해치우고
다시 미팅하러 가더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소반교수는 으례 외국에서 뚤루즈로 중요한 미팅 손님이 올라치면
미리 근처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2시간 동안의 풀코스 점심 만찬을 대접한다.
물론 프랑스 요리에 대한 찬사와 와인을 곁들여서..
그렇게 점심을 푸지게 먹고 나면 팽창된 위와 식곤증 때문에
오후 일과로 복귀하는데 애를 먹을 수 있다.
조식과 점심식사의 차이..
아침에 먹는둥 마는둥 하고 오후에 폭식하는
프랑스인의 식습관이 더 미련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런던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 생활을 해보니
나머지 식사를 샌드위치로 때웠는데도 불구하고
금새 피로한 줄 모르고 활기차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3. 영국에는 고유 음식이 없다?
프랑스에 이런 농담이 있다.
A가 "나 영국간다"라고 말하면
B가 "캬캬캬, 너 가서 뭐 먹을래!"
까뜨린이 영국가서 잘 먹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더니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해봤자 간단한 튀김요리 FISH AND CHIPS뿐이고
지방마다 특색있는 요리가 발달한 프랑스에 비하면 정말 초라하다.
까흐까손 공항에서 나와 함께 임의 가방검색대상 리스트에 올랐던
폴은 어머니가 프랑스인이고 아버지가 영국인이라는데
양국간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FOOD!"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런던 거리를 돌아다녀보니 술과 간단한 식사를 파는 PUB을 빼고는
외국음식점이 점령한 상태였다.
차이나타운이 시내 한 복판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고
(영국과 중국의 오랜 역사 관계를 생각하면 당연한지도..)
인도, 파키스탄 계통의 식당도 많았고
피자, 스테이크집, 패스트푸드점이 넘쳐흘렀다.
프랑스에서는 흔치 않은 고급 와인바도 많았고
심지어 뚤루즈 소시지를 파는 식당도 있었다. ^^
처음 버스를 타고 런던시내를 둘러봤을 때
반가움과 거부감이 섞인 묘한 감정을 느꼈는데
약 2년 만에 구경하는 미국 브랜드 먹거리가 런던시내에 많았기 때문.
스타벅스, 베스킨라빈스, 티지아이, 버거킹, KFC, SUBWAY, 기타등등.
마치...
서울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
4. 런던 날씨를 닮은 사람들 표정
뚤루즈나 빠리나 프랑스인은 눈만 마주치면 Bonjour, Bonsoir
Merci, Pardon이란 인삿말이 전자동으로 튀어나온다.
표정도 밝고 잘 웃는 프랑스인(빠리인보다는 뚤루즈인이 더욱)에 비해
런던 사람들은 표정도 딱딱하고 대화 중에도 표정변화가 거의 없었다.
날씨탓이나 대도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런던 사람들은
프랑스인 만큼 인사성이 밝지 못하다.
버스기사도 내가 먼저 굿모닝이라고 인사해야 끄덕 하는 수준.
대부분 인사도 없이 곧바로 본론에 들어간다.
평소, 프랑스인이 다소 호들갑스럽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형식적인 인삿말이라도 나누지 않으니 어째 허전하고 섭섭했다.
그렇다고 영국인이 불친절하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영국 남자 경찰들은(Bobbie) 셜혹 홈즈의 후예라서 그런가 -.-
대체로 키 크고 친절하고, 프랑스 경찰보다 사기 높고 유능해보였다.
5. 음냐..왜 이리 비싸?
런던은 한창 세일기간 중이었는데도
도저히 쇼핑할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숫자는 뚤루즈에서 보던 가격수치와 얼추 비슷했는데
유로가 아닌 파운드..
노르웨이와 막상막하를 이루는 고물가를 실감했다.
영국인의 검소함을 배우자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일반 대중은
검소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 아닐까?
아, 물론 거들먹거리는 로얄 페밀리는 빼고!
6. 런던 시내의 상점과 빌딩과 거리 이름이 온통
영국군주제를 상기시키는 명칭으로 도배되었다.
여왕폐하 극장, 왕립 오페라하우스, 여왕 갤러리,
여왕 기도처, 여왕 공원, 여왕폐하 수영장...
아무리 이름뿐인 군주제이고 상징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여왕폐하 수영장이 뭐냐. 우습다.
혁명을 통해 무능한 왕을 처형시키고 봉건군주제를 없앤지 오래된
프랑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7. HSBC은행이 숱하다.
런던시내에 홍콩상하이은행이 많은 이유는
아직도 홍콩 내 외국인 산업투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영국자본 때문인듯.
그런데 100여년에 걸친 영국의 홍콩 식민통치가 막을 내린 이래
영국경제에 커다란 타격이 있었는지 나도 궁금하다.
내가 아는 영국 노인 친구는 홍콩 반환에 상관없이
홍콩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던데..
8. 빨간색이 예쁜 2층 버스.
시내버스 대부분이 2층이다.
여행 초기에는 버스에 타자마자 시야가 탁 트인
2층 맨 앞자리에 눈독을 들였는데
날이 갈수록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 귀찮아져서
1층 하차문간에 서 있곤 했다.
손바닥만한 런던 시내에 버스는 어찌 그리 많은지
10분 이상 기다린 적이 없을 정도다.
공급과잉인듯 싶었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갈아탈 수 있어서 편리했다. 좌우만 잘 구별하면 된다. ^^
런던 버스는 처음에 탈 때도 표를 보여야 하고
별도로 검표원이 표를 검사하러 돌아다닌다.
그리고 런던의 버스운전자와 검표원에는 쿤타킨테의 후손이 많다.
뚤루즈 버스에서는 흑인 운전자를 한번도 본 적이 없군..
9. 쇼킹폭로뉴스의 대명사 썬지(The Sun).
우리가 머무른 기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Ripper(연쇄 살인마)에 관한 뉴스가 1면을 장식하던데
엽기 토막살인이나 왕실의 동태 외에는 쓸거리가 그렇게 없나?
프랑스에도 "GALA"나 "VOICI"와 같은 가쉽 주간지가 있긴 하지만
주로 연예인에 관한 기사가 주를 이루고 그런 신문을 보는 사람을
한심한 저질로 보는 분위기가 만연하기 때문에,
(대체로 프랑스인들이 고상하고 지적인척 하는 경향이 있음)
파파라치를 고용하고 뉴스를 과장, 왜곡해서까지
판매부수에 열을 올리는 썬지와 같은 일간지가 발디딜 틈이 없다.
10. 금연구역에 대한 강력한 제재.
런던은 대부분의 공공장소가 금연구역이다.
흡연자를 구경한 유일한 장소는 pub 뿐이었다.
만일 금연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리면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한다.
공항 금연구역, 사무실, 심지어 연구실 안에서도
버젓이 담배연기를 뿜어대는데도 누구도 터치하지 않고
벌금도 물지 않는 프랑스와는 딴판이다.
예전에 어떤 기본적인 인사도 안 하는 시건방진 프랑스인 녀석이
연구실에서 날마다 담배를 피워댔다.
담배냄새를 지독하게 싫어하는 박모씨는 속으로만 끙끙대고
다른 멤버들은 만성이 되서인지 상관하지 않고 앉았길래
내가 '거, 연구실에서 담배 좀 피지 말지'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가 내겐 있단 말이시.
틀린말은 아니기에 그 순간에는 얼굴을 붉히며 담배를 끄더니만
습관때문인지 다음날 또 다시 피워대더군.
나와 눈 마주치는 것을 피해가며.. -.-
차이점은 대충 이러하고...
양국의 공통점은 너무도 잘 아시다시피
경쟁적으로 땅 따먹기해서 전 세계의
식민화와 노예화에 골몰했던 제국주의국가라는 점.
그때 뽑아낸 단물을 자양분으로
오늘날의 선진국이란 타이틀을 얻었다는 점 등이다.
이것으로 양국의 표면적인 차이점을 수박겉핥기 모드로 열거해봤다.
영국에서도 한 2년 살아보면 속살까지 비교할 수 있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