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선생님은 수업만 들어오시면 영 딴 사람이 되었다. 수학을 가르치시는데 어려운 공식을 설명할 때마다 꼬박꼬박 존대어를 사용하였다. 우리들은 수업만 놓고볼 때는 선생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기가 쉽지않았다. 그 선생님께서 한 번은 수업도중 그 날 무슨 일이 신변에 있었던 것인지 문득 훈계를 하시는 것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남자들은 많은 일에 부딪치게 되는데 그러한 곤경에 빠지지 않으려면 세가지 입을 조심해야 한다. 입은 그 종류가 세가지 있는데, 첫째는 말 그대로 우리들이 말을 할 때 사용하는 바로 그 입이다. 즉, 말조심을 해야한다는 뜻이다.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남자들은 큰 어려움들을 모면할 수 없게 된다. 두번째는 바로 우리의 손가락, 엄지를 말한다. 흔히 도장에 비유되는 것으로 함부로 도장을 찍지 말라는 것이다. 각종 계약서나 신용보증과 같은 서류에 엄지를 남발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 번 잘못 사용함으로써 패가망신하고 폐인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너희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지, 즉, 남근의 사용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이것 역시 쉽게 어려움으로 빠져들게 하는 남자들만의 약점인데 함부로 사용하다가 인생의 내리막길로 떨어지는 경우 또한 많이 보았다. 너희들은 이 세가지 입을 평생동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말씀하시는 논조가 갑자기 엄숙해졌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이십 여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난 아무런 낌새도 느끼지 못하는 어느 일상 생활 중 내 입으로 흘린 한 마디의 말로 저녁에 갑자기 모인 회의실에서 이십 여명의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멸을 당했고 결국 강제로 사표를 내게 되었다.
"결혼도 하고 나이도 서른이 넘었으면 주변의 사태가 어떤 정도인지 꿰뚫어 보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사리판단은 서있어야 하는 법인데, 당신은 그렇지 못했어. 이 공사가 끝나면 다음에 이어질 2차 물량의 수주에 회사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모르나? 그동안 우리가 공단 직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정성을 들였나? 현장에서 감독관들과 늘 같이 있었으면 그 정도는 굳이 말을 해주지 않아도 피부로 감지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내일 본사로 올라가도록 조치를 해줄테니 저녁에 짐을 정리하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