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김화수교수의 언어치료이야기
 
 
 
카페 게시글
김화수교수와 함께 하는 언어치료와 언어, 그 만남! 스크랩 마음에게 말걸기-김화수
화수언어 추천 0 조회 261 10.05.24 00:10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대구대학교 앞,  문천지 호수에 지는 석양,  by김화수

 

 

마음에게 말걸기

 

내 마음과 만나는 시간을 연휴기간 가졌다.

너무나도 정신없이 보낸 5월을 마무리하며

뜻하지 않은 쏟아지는 햇살과 갑작스런 비 등과 함께

정말 오랜만에 다섯 권 정도의 책들과 함께 여행길을 걷는다.

 

Daniel Gottlieb는 샘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미 만난 사람이다.

그의 말들과 함께 시간이 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고교 시절부터 겪은 학습장애로 낙제를 거듭하여 대학을 두 번 옮긴 끝에 템플 대학교에서 학습장애를 극복하고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시기를 그는 “마치 전구에 불이 들어온 것 같았다”고 회상한다.

젊은 정신의학 전문의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던 서른 세 살의 어느 날, 블의의 교통사고로 척추손상을 입어 전신마비가 되고 만다. 결혼 10주년을 맞아 아내에게 줄 결혼선물을 찾으러 가는 길에 당한 사고였다. 그후 극심한 우울증과 이혼, 자녀들의 방황, 아내와 누나, 부모님의 죽음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삶의 지혜와 통찰력,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다.

둘째 딸이 낳은 유일한 손자인 ‘샘’이 자폐증판정을 받자 어린 손자의 가슴에 전해주고픈 이야기들을 32통의 편지에 담는다. CNN을 비롯한 전 언론과 수많은 독자들의 격찬을 받은 책 “샘에게 보내는 편지”는 11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심리학자, 가족문제치료전문가, 임상심리의, 작가, 필라델피아 공영방송국 WHYY-FM의 인기 상담 프로그램 <가족의 소리 Voices in the Family>진행자 등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이후 오히려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머쥔 그이지만, 지금 그의 명함에는 아무런 타이틀 없이 오직 ‘사람 Human'이라고 적혀 있다.

저자 홈페이지 http://www.dridanggottlieb.com

 

 

그중 한 개 이야기 하나를 불러온다.

 

....만약 이 세상에 장애인 보호구역이 생긴다면 우리 중 누가 들어 갈 수 있을까? 아마도 휠체어를 탄 나는 당연히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보행 보조기구나 지팡이를 든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맹인이나 정신분열증, 양극성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도 받아줄 것이다. 또 자폐증 같은 발달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도 입장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학습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보청기를 낀 사람, 혹은 안경을 끼었거나 주의력결핍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떨까? 그리고 넓은 꽃밭에 제각각 피어난 꽃처럼 참으로 다채로운 신경증과 집착과 노이로제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과 나 같은 사람들은? 과연 누가 들어가고 누가 걸러내질 것인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기준을 세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장애 그 자체를 정의하는 용어도 계속 변해오지 않았던가. ‘지체부자유자 crippled'에서 '병약자invalid’로, 다시 ‘불리한 사람handicapped'에서 ’장애인disabled'으로 바뀌더니 곧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 differently abled'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었고, 요즘에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 special needs'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용어도 딱 떨어지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내 휠체어만 봐도 내가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쯤은 곧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필요는? 미안하지만 그것들은 너무나 평범하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우리가 지체부자유자, 장애인,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칭할 때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나는 이 모든 혼란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싶다. 장애에 대한 고틀립 식의 정의는 이렇다. ‘다른 사람들이 원치 않는 것을 가진 사람’. 만약 당신이 누군가 쳐다보다 ‘나는 저렇게 되기 싫어! 절대 안 돼! 하고 생각했다면 당신 앞에 있는 그 사람이 장애인일 확률이 높다(물론 가난한 사람을 봐도 그런 생각이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부주의를 용서해주시길. 나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니까). 장애인들은 대체로 이상한 생김새에 이상한 행동을 하고, 상태가 심각해지면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해 살아가야만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당신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간은 독립성을 소중히 여긴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볼 때면 “나는 저렇게 되기 싫어”라고 말한다.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도 ‘의존성’은 무슨 저주의 말처럼 쓰인다. 우리 모두가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우리는 이러한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상호 의존’이라고. 사람들은 우리, 그러니까 나 같은 장애인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지금 당신이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언젠가는 우리 클럽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장애인 인권을 주장하는 활동가들은 비장애인을 ‘단기적 비장애인’이라고 부른다.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몸의 기력은 쇠하고 정신도 조금씩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이 노화의 과정은 마흔 살 즈음에 처음으로 돋보기안경을 사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쉰 살 정도에는 기억력마저 서서히 감퇴하기 시작한다. 인생의 후반기로 향해갈수록 우리는 점점 의존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하지만 내가 아직은 비장애인인 당신에게 장담하는 것은, 당신에겐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알까?

 

우리 인류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이겨냈다. 가장 끔찍한 악몽의 순간들마저 우리는 결국 이겨냈다.

 

(중략)

 

내 마음은 그 모든 걱정으로부터 자유롭다.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마음에게 말걸기(2009). 문학동네.

 
다음검색
댓글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0.05.24 00:42

    아직도 공부하고 계신 우리 박선생님^^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0.05.24 01:25

    헤헤. 저도 그래요. 자주 만나요, 우리.. 새벽에~

  • 10.05.24 18:02

    마음이든,신체든..의존적인 존재 그리고, 단기적 비장애인..누구든지 자만 하면 안될것 같아요.교수님..마음의 중심을 잘 잡고 살아야겠죠..^^

  • 작성자 10.05.25 00:50

    겸허함 가운데 그대, 살아 있으라~

  • 10.05.26 02:33

    교수님, 대사대의 강의와 과제때문에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다가 오랜만에 카페에 들렸는데 마음에 와닿는 글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네요.

  • 10.09.11 00:30

    아직은 모르지만 길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