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영토 중 유일하게 아시아에 속해 있는 부분이 바로 시나이 반도입니다. 일전에 소개해 드렸던 수에즈 운하는 아프리카 대륙과 시나이 반도가 만나는 경계선에 위치해 있고, 수에즈 운하를 지나 동쪽으로 이동하면 시나이 반도로 들어서게 됩니다. 전체 면적 60,000Km2의 광대한 사막 지형으로 북쪽의 지중해와 남쪽의 홍해를 맞댄 역삼각형 모양의 반도입니다.
고대 파라오들이 이집트를 다스리던 시기에 시나이 반도는 터키석을 공급하는 중요한 광산이 있던 곳입니다. 이 땅은 서기 1260년부터는 맘루크 제국이 이집트를 지배할 때 행정적으로 이집트에 속해 있었는데, 이후 1517년 오스만 제국의 이집트 점령과 함께 공식적으로 오스만 제국의 영토로 복속됩니다.
하지만 이후 1886년부터 실질적으로 이집트를 식민지화하기 시작한 영국의 입김으로 1906년부터는 이집트 정부로 행정 자치권이 넘어오게 됩니다. 시나이 반도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 반도를 소유한 나라는 홍해와 지중해로 연결되는 수에즈 운하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로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곳은 이집트 아랍 공화국의 설립과 함께 이스라엘과 중동 아랍국가들의 네 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의 중심에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제 4차 중동전쟁이 있었던 1973년 이후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으로 현재까지 시나이 반도는 이집트의 영토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시나이 반도 풍경>
<시나이 반도 고속도로>
시나이(Sinai)라는 이름은 구약성경에 언급된 모세가 하나님의 계시로 이집트 파라오 밑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데리고 약속의 땅으로 가는 탈출 여정 중 시나이 산이라 불리는 곳에서 십계명을 받았던 기록에 근거해 반도의 이름이 되었다는 설도 있고, 이 광활한 사막지대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의 Sin이라는 달의 신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카이로에서 시나이 반도를 가로질러 시내산으로 가는 길은 전 세계의 크리스챤들에게 유명한 성지 순례 코스이기도 합니다. 크리스챤이 아닌 분들도 그 유명한 모세의 출애굽 얘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상상도>
지난 30년간 시나이 반도는 전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을 매료시켰는데, 사막지형의 야생이 살아있는 광야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인 홍해 바다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독특한 자연경관을 비롯해 구약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시내산(Mt.Sinai)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성 캐더린 수도원, 홍해 바다 최고의 휴양지인 샤름 엘 세이크, 다합, 누웨바 등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나이 반도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30만 명 정도 됩니다. 사막에 흩어져 거주하는 전통 유목민 베두인을 비롯하여 홍해 바다 주변의 휴양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입니다.
<시나이 반도에 흩어져 있는 베두인 거주지>
카이로에서 버스를 타고 시나이 반도의 시내산과 성 캐더린 수도원이 있는 마을까지 가려면, 6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도중에 휴게소도 들르고 점심도 먹고 하면 대략 7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광야 사이로 나 있는 한 줄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달리며 보는 시나이 반도의 장관은 여행자들에게 끝없는 광야와 마주선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선물해 줍니다.
제가 카이로에 거주할 때는 휴일만 되면, 직접 차를 운전해 카이로에서 시나이 반도를 건너 홍해까지 가는 6시간을 거침없이 질주해 광야의 고속도로를 건넜는데, 마음이 답답할 때나 복잡한 일이 있을 때 이 광야를 달리며 사막의 일출과 일몰을 홀로 마주할 때의 감동은 늘 지금도 제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일몰의 시나이 반도 풍경>
<바이크로 시나이 반도를 건너는 여행자>
시내산은 (혹은 시나이산,호렙산이라고도 불림) 아랍어로는 Gebal Musa, 즉 모세의 산이라고 불립니다. 구약 성경의 모세가 하나님께 십계명을 받은 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슬람의 경전 코란에도 이스라엘 백성(유태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했을 때 머물며 신의 계시를 받은 산으로 나옵니다. 해발 2,285m의 화강암과 사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며, 시내산 등정을 하기 위한 초입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그리스 정교회 소속 성 캐더린 수도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내산 전경>
시내산 초입이 이미 해발 1,550m 지점이기 때문에 실제 등반 하는 높이는 1,000m가 채 안됩니다.
하지만 가파른 바위산 사이로 난 경사진 길을 일출을 보기 위해 나서는 새벽산행에서는 실제보다 더 높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지역의 베두인들은 잘 훈련된 산악용(?) 낙타들을 대기시켜 놨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산행이 힘든 사람들은 낙타에 태워 정상 부근까지 친절하게 에스코트를 해 줍니다. 물론 돈을 내야 하는데, 낙타비가 보통 10-15$ 정도 합니다.
시내산 정상 바로 밑에는 낙타 정류장이 있는데 그 곳에서부터 시내산 정상까지의 약 300미터 가까이 돌계단으로 되어 있어 그 곳을 걸어 올라가서 일출을 기다리게 됩니다.
시내산 등정은 성지 순례의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있지만 일반 관광객들도 이 성스런 산에 올라 시나이 반도의 대자연을 만끽하고자 반드시 빠질 수 없는 시나이 반도 일정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곳에서 일출을 보며 산 정상에 지어 놓은 베두인 천막캠프 안에서 마시는 뜨거운 커피나 차, 혹은 컵라면(한국분들이 유행시켰다죠)으로 몸을 녹이고 천천히 산을 내려오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성 캐더린 수도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내산 정상의 일출>
성 캐더린 수도원은 동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콘스탄티누스 1세의 모후인 헬레나의 명에 의해, 서기 330년 경 모세의 불타는 떨기 나무 주변에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교회를 지은 것을 시작으로 유스티니아누스 1세(527-565) 때인 557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구약의 모세가 불타는 떨기 나무 속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당시 그 떨기 나무덤불 주변에 세워진 제단을 중심으로 이 수도원이 세워졌습니다.
원래의 이름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시내산의 성스러운 황실 수도원’(줄여서 시내산 수도원)이었습니다.
이 후 이집트에 기독교가 한참 전파될 때 알렉산드리아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 순교한 성녀 캐더린이 죽고 난 후 그녀의 시신이 사라졌는데 천사들이 시내산으로 옮겨 놓았다고 합니다. 그것을 서기 800년 경에 이 수도원의 수사가 발견하여 썩지 않고 보존된 유해를 수도원에 안장함으로써 지금까지 성 캐더린 수도원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 수도원은 건설 이후 서기 7세기에 이집트가 아랍의 정복으로 이슬람화되는 과정에서도 수도원 자체는 정복자들에게 조차 보호의 대상이 된 곳입니다. 이후 십자군 전쟁을 겪으면서도 서구의 기독교와 아랍의 무슬림들 사이에서 아슬 아슬한 운명을 맞았으나 어느 쪽이 이집트를 정복하든 이 훌륭한 문화 유산을 지켜주었으며, 심지어 1798년 이집트를 정복한 나폴레옹도 수도원의 보호에 앞장섰다고 합니다.
<성 캐더린 수도원 전경>
성 캐더린 수도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이자 수도원 내부에 1400년 전 건립 당시 지어진 거대한 교회 정문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2000점이 넘는 목판 성화와 수많은 성인들의 유해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내부 도서관에는 서기 4세기 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서 사본인 ‘시내사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바티칸 사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서 사본 중 하나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세부터 이어지는 기독교 역사의 중요한 기록과 자료들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수도원으로도 손꼽힙니다. 이 수도원은 모세의 불타는 떨기 나무와 함께 모세의 우물 및 내부 교회 등 극히 수도원 내부의 한정된 곳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지만, 수도원의 사정에 따라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내부 관람이 쉽지 않은 곳입니다.
<성 캐더린 수도원 바깥쪽의 성지 순례객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 풍경>
<성 캐더린 수도원 내부 교회>
<성 캐더린 수도원 내부에 있는 '모세의 불타는 떨기 나무'>
<수도원 내부 미사실의 제단>
시나이 반도에서 시내산을 등정하고 일출을 봤다면, 14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역사의 성 캐더린 수도원을 둘러 봐야 합니다. 그리고 등반에 지친 몸을 홍해의 코발트 및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면 제대로 시나이 반도를 돌아 보는 정식 코스를 완성하게 되는 겁니다.
홍해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라고 합니다. 흔히들 홍해(Red Sea)라고 하면 바닷물이 붉은 색인가 의아해 하실 수도 있겠지만, 홍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국경을 표시하며 붉은 땅의 바다라고 한 것이 후세에 Red Sea라고 전해졌다는 학설도 있고, 성경학자들은 모세의 출애굽 당시 갈대의 바다 (Reed Sea)를 가르는 기적을 보인 모세의 기록에서 갈대 ‘Reed’가 'Red'로 오역된 사연이라는 학설도 있습니다.
<시나이 반도에서 마주치는 홍해>
어찌 되었든 이 홍해는 실제로는 눈부신 파란색입니다.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로 손꼽힐 만큼 바다 속의 깨끗한 환경과 다양한 어종들, 훼손되지 않은 산호초의 보고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곳에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갖 해양 스포츠와 시나이 사막 트레킹, 럭셔리한 휴양시설들은 이집트를 단순한 사막으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줍니다. 홍해의 물빛은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잊고 지냈던 아련한 꿈을 상기시켜주는 마법을 지녔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광야와 하늘빛을 닯은 홍해에 푹 빠질 준비가 되셨나요?
<홍해 휴양지>
<다이빙 및 스노클링 보트>
첫댓글 볼 때마다 눈이 정화돼서 좋긴 한데 못 가는 게 너무 안타깝네요..ㅠㅠ
스페샬 케이님은 이집트 꼭 가셔야겠어요. 이렇게 아쉬워하시니.. 담번엔 꼭!! 함께 가요
그러게요.. 정말 꼭 같이 갔음 좋겠네요.. ㅠㅠ
볼수록마음이 설레입니다. 20명이갈때나30명이갈때나 여행경비는똑같나요 ?
율리아나님, 시나이반도는 언제 가도 방문자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내려놓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공지해드린 경비는 최소 20명이 가야 맞춰지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아래 글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20명 이하가 된다 해도 추가 경비없이 진행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신청 마감이 된 게 아니라서 저도 현지 여행사에 말은 안 했지만 경비가 추가되면 부담이 생기니까 최대한 약속드린 경비에서 추가되지 않게 노력할겁니다. 여행의 질을 떨어뜨리면서까지 경비를 낮추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모든 조건은 그대로 진행하고 약속드린 경비는 반드시 동일하도록 할 겁니다.
우와~~ 정말 멋집니다. 제가 시나이반도 고속도로 어디쯤 달리고 있는듯합니다.
아름님 함께 시나이반도 횡단하면서 휴게소에서 먹는 한식 도시락도 진짜 맛있답니다. ^^
일몰이 넘 황홀합니다....저 일몰사진속 주인공이 되고픈 맘이 절~~절~~이집트라는 나라가 이렇게 멋찐 나라일줄 몰랐네요...요즘 이집트를 알아가며 이집트의 매력에 쏙~~ㅎㅎ
제가 그 매력덕에 6년을 거기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