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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동역자인 친구 경순씨와 저는 주님의 이끄심에 따라 오늘에 이르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십 여년 이상을 서울의료원에서 그냥 놀았습니다. 병들어 고통받는이. 사회에서 소외당한 이들, 가장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들과 때로는 안타까움에 울고, 때로는 빵 한조각 커피 한잔에도 웃으며 병원에서 인연 맺은 그들과 함께 그냥 놀았던 것 뿐인데, 병원 개설 30주년 기념책자에 저희 창고지기들의 기록이 많이 삽입되어 있는것을 보고 주님 앞에 큰 영광스러운 선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희에게는 사실 부끄러운 일이라 여깁니다. 왜냐면 그 때 그때 매 순간마다, 내가 진정 예수님의 자비로운신 마음으로 그분들을 대하였던가? 사실 그렇치 못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기에 말기환우들이 하늘나라에 오른 뒤에야 이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잘 보살펴 드릴 걸!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부족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도 배워가며. 기도하며 노력합니다.
현재 병원여건상 호스피스봉사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오후봉사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창고지기들은 금요일 오후 봉사자로 등록되어 활동을 하고있습니다. 요일별로 특화된 봉사가 실시됩니다. 예를 들면, 음악 미술 원예강좌라든가, 맛사지, 목욕담당팀, 등등, 저희 금요 오후팀의 중점봉사는 세 가지로 진행됩니다. 김로사 자매님은 환우들의 이미용 봉사를 통해 환우들의 닫힌 마음을 면도해 드리고, 머리감겨드리며 활짝 열어놓습니다. 우린 그런 마음속에 들어가 소원청취 프로그램의 재료를 찾아내지요. 창고지기 두사람은 장례전문 상담위원으로 위촉되어 임종을 앞둔 가족들에게 상장례의 전반에 관한 궁금증을 가족들의 요구가 있을 시 풀어드리는 역할을 맡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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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30년사 책자에 기록 된
호스피스봉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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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P-235P
호스피스사업 현황기록 페이지에 실린 사진
[행사중 촛불을 횃불인양 들고있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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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P-233P
호스피스 소개 페이지에서 설립초기의
의료실무진과 봉사자들 기념사진
-233P 오른쪽 4행부터~하단18행까지.-
2004년 12월 호스피스팀 설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샘물호스피스와 일찍부터 호스피스사업을 시행한 강남 성모병원의 호스피스 기관을 방문하여 실태 조사에 착수하고 2005년 3월 본격적으로 호스피스팀을 결성하기 위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준비위원으로는 윤성민, 윤수진 전문의와 이인덕 수석간호사, 김희정 의료사회복지사. 병원 원목실 소속 김재인목사, 원춘화전도사, 양아셀라수녀, 김경순, 이주희 자원봉사자[소금창고 창고지기]가 포함되었다. 호스피스 준비위원회는 2005년 4월 산재형 호스피스로 호스피스학회에 등록을 마쳤다. 또한 2005년 6월 13일 호스피스 운영계획안을 수립하여 정관이 승인된 후 별관 2층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실과 보호자 상담실을 마련하였다.
소원성취 프로그램중의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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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P 상단 사진
2007년 9월 4일 80세 된 위암 및 말기신부전으로 호스피스 돌봄을 받던 환자의 마지막 소망인 외아들(39세) 결혼식이 호스피스실[임종실]에서 열렸다. 결혼식의 코디네이터는 창고지기 김 경순막달레나가 전 날밤부터 드레스와 신랑 턱시도를 손질해 준비해 갔고 부케까지 마련해 주는 헌신적인 봉사를 하였다. 하늘도 협조했던 눈물과 환희가 뒤엉킨 병실결혼식이었다. 혼수상태를 며칠 째 지속하던 80대 아버지가 결혼식이 진행될 때 눈을 뜨고 지켜봤으며 힘겹게 아들내외와 몇마디를 나눈 후 다음날 새벽 아주 평온하게 눈을 감으셨다. 우린 장례모든 절차에 끝가지 함께 동행하였으며 어느정도 슬픔이 진정되었을 무렵 웨딩앨범을 제작해 신혼부부인 아들내외가 사는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로 찾아가 건네주었다.
-호스피스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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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노숙자로 입원해 있던
이 00씨와 병원앞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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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P-237P
파견 된 자의 기쁨
2002년부터 이곳 서울의료원(당시:지방공사 강남병원) 천주교 원목실 호스피스봉사자로 활동한 우리는 2005년 6월말 서울의료원 호스피스가 발족되면서 원목실 소속으로 파견되어 병원 호스피스봉사자로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시작 초기에는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봉사자들의 자발적인 희생과 물질적 지원으로써 버려진 창고에 불과하던 별관의 공간이 멋진 사무실과 상담실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또한 추진위원단의 열정에 감동하신 진 수일 전 의료원장님은 사비로 금일봉을 쾌척해 주시기도 했다. 임직원들도 십시일반 사랑에 동참해 호스피스 발전기금을 마련해 주어 2005년 9월 제1회 호스피스의 날 행사 때 전해 주셨다. 이렇듯 호스피스봉사회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 속에서 출범하였으며 자청해 총무직을 맡은 저 후안디에고 역시 '공공의료 호스피스 모델병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노라고 다짐했다.
향후 발전을 모색하고 배우려는 자세로서 타 기관 방문도 하게 되었다.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 위치한 샘물호스피스와 신촌 세브란스병원 그리고 지난 6월 27일에는 멀리 남원의료원까지 견학을 함으로서 우리 봉사자들의 식견을 넓힐 기회를 가졌다. 환자의 삶과 죽음, 남은 유가족의 상실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임종을 함께 지키고 빈소에서 함께하며 장례문제를 논의하고, 우리 총무단이 장지까지 동행하여 호스피스봉사를 마무리하였다. 그 뒤는 사별가족 돌봄 단계로 전환하여 그들과 관계를 지속 하였을 때 진정으로 위로 받았었다고 감사하며 고마워하는 유가족들을 대하면서 부족하기 그지없는 우리를 그들 곁에 도구로 써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게 되었다. 일 년 사이에 많은 분들을 하늘나라에 보내드렸지만 특히 기억이 나는 형제가 있어 여기어 그 사례를 올려보겠다.
40대 초기의 담낭암 말기환자 홍00씨. 그는 대기업의 유능한 중견사원이었으며 경제적으로도 기반을 갖춘 능력 있는 가장이었다. 그는 당시 366호 1인 병실을 쓰고 있었는데 나는 그의 주치의 윤성민 혈종내과장의 주선으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족은 부담스럽다며 봉사자의 도움을 거절했었다. 허나. 조건 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가슴에 담고 방문하다보니 환자와 가족들이 결국 우리를 받아들였다. 환자는 우리와 깊은 대화를 나누며 친교를 다져나간 끝에 시몬이라는 영세명으로 병실에서 세례를 받게 되었다. 세례성사 후 그와의 대화는 더욱 진솔해 졌고 스스로 죽음에 대해서도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 그는 자신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해 능동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며 사후 준비에 돌입했다.
우리는 그에게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격려하며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었다. 안도감에 평온해진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호스피스 기금으로 병원에 기탁해 주었다. 우리는 그에게 권했다. 이제 시몬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느님나라에 오를 것이니 때를 놓치지 말고 아내와 딸(초등학교 6학년)에게 남기고픈 말을 모두 나누라고 했다. 환자와 가족의 동의를 얻어 우리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임종을 맞이하기 위해. 가족에게 남기는 유언내용과 장면을 전문 촬영기사를 불러 비디오와 사진으로 장례의 전 과정을 남겼다. 그는 아내와 딸에게 죽기 전 마지막 당부를 했다. "내가 하늘나라로 간 다음 당신도 딸과 함께 성당에 나가 교리를 배우고 하느님을 믿어라."하고 부탁하였다. 우리가 물었다. 어린 딸이 성장해서 시집을 간다면 어떤 사윗감을 원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변호사나 행정가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거꾸로 힘내라며 우리 봉사자들에게 파이팅을 외쳐주던 홍시몬! 그는 병원 정원의 나무들이 다가 올 새 봄을 기약하며 붉게 물들였던 잎새를 떨구던 2005년 11월 16일 오후 3시경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 품에 들었다.
지난 7월 제1회 사별가족 모임 행사인 하늘가족 초청행사에 홍시몬씨 부인도 참석하여 병원 호스피스팀과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받았으며 끝가지 자리를 함께 해주었다. 그는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대전으로 이사한 후 그곳 괴정동성당에서 2006년 8월 15일 딸과 함께 영세를 받았다. 끝까지 애정으로 뒤를 돌보아 준 친구 막달레나가 대모가 되어 주었으며, 엄마는 아모르, 딸은 파우스티나라는 영세명으로 세례를 받음으로서 먼저 간 남편의 뜻을 이룬 것이다.
이제 공공의료 호스피스 출범 2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호스피스 운영진의 헌신적인 사랑과 열정, 임직원들의 배려로 우리 호스피스팀은 지난해 호스피스병실(433호)과 호스피스실(임종실)을 갖추게 되었다. 오늘이 있기까지 훌륭한 산파역을 담당한 병원의 호스피스 담당자 여러분의 노고를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윤 성민과장, 윤 수진과장, 이 인덕 간호팀장, 김 희정 의료사회복지사, 당신들은 우리 서울의료원의 시들지 않을 호스피스의 꽃이자 보물덩어리들입니다. 또한 천주교 원목실 소속으로 파견되어 현재까지 헌신하는 아홉 명의 호스피스봉사자 형제자매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의료원 개원 3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의 의미로 그 한 모퉁이를 장식하는 마음에서 보잘것없는 이글을 바칩니다.
글쓴이 : 호스피스 제1기 총무단
김 경순 / 이 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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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P
서울의료원
자원봉사대 출범 페이지에 실린
창고지기들의 기록
[밑줄친 부분만 옮겨적습니다.]
날마다 출근하다시피 찾아와서
환자들의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해 주어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행려환자와 노숙자들의 수호천사
이주희님, 그의 짝 김 경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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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 판이라 귀한 책자인데,
병원측에서
우리에게도 한 권을 증정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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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에서
새롭게 호스피스봉사자로
사랑을 실천하시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고
위로가 되며,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옮김.
첫댓글 유능하고 사랑이 넘치는 디에고 형님과 막달레나 누님이 계셔서 저는 참 행복합니다.
만사를 제쳐놓고 월요일 밤이면 서울의료원으로 달려가 너만의 특별한 달란트로 호스피스병동의 환우들을 위해 희생과 사랑을 실천하는 네가 내 동생이란 사실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구나.
두분을 만나게 된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저에게 몇일전 해주신 말씀들이 저에게 약이 되었고,
이토록 세상이 아름다운지 요즘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법원가는 길에 잠시 카페에서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거리의 풍경을 보는 순간 눈물이 흐르면서 내가 알고 지낸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라고 느끼면서
하느님아버지 감사합니다라고... I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선택받은 인간이기에 할 수 있습니다.
네, 크리스티나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 있다마다요! 은혜 가득한 날, 성령충만한 삶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