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태백산 눈축제가 진행된 지난 18일 새벽, 가늘게 눈발이 날리는 북영천역을 출발해 철암역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기차에 몸을 실었다. 동행이 없어서 혼자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전날 밤 11시에 아내가 동참의사를 밝힘에 따라 외롭지 않은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철암역에 도착한 후 시티투어버스 출발까지 30여분 남은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철암탄광역사촌을 찾았다. 탄광산업 호황기의 활발했던 영화를 상징하는 까치발가옥을 보고 앞쪽으로 나오니 해설사가 마음 급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우리 부부와 인상 좋은 아가씨 3명이 탑승한 시티투어버스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최고의 인기드라마였던 ‘태양의 후예’ 드라마 촬영장이었다. 아주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였던 만큼 우르크태백부대의 내무반이나 의무실, 광산 등의 느낌이 생생했고 군복을 입고 사진 촬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태백역에서 6명이 더 버스에 탑승했으나 당골광장에서 개별적으로 움직이겠다고 했다. 축제장에서 갈비탕과 뷔페음식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 눈축제장과 석탄박물관을 구경했다.
올해로 스물일곱 번째를 맞이해 눈조각과 얼음조각, 이글루카페, 체험공간, 눈썰매장, 얼음썰매, 전국 대학생 눈조각, 향토 먹거리타운과 공연 등이 잘 조성된 축제장과 광산근로자들의 업적을 되새기고 석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석탄의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1997년 오픈한 석탄박물관에서 겨울왕국에 빠진 듯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올해 축제는 시작을 며칠 앞두고 많은 비가 내려 준비하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날 많은 눈은 아니었지만 막바지에 눈 구경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큰 기대를 안 하고 무심히 따라간 세계최초 안전체험 테마파크인 365세이프타운은 완전 반전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1시간여밖에 안돼서 급하게 쫓아다닌 덕에 케이블카 탑승과 풍수해ㆍ안전벨트ㆍ지진체험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상황과 거의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이곳에는 이외에도 산불ㆍ대테러ㆍ5G 재난안전ㆍ생활안전ㆍ노래방/항공기 탈출ㆍ전기ㆍ스마트CPRㆍ9D/VRㆍ흡연/사이버 중독 예방 체험 등이 가능하다.
또한 종합안전체험관, 소방안전체험관, 교통안전체험관, 챌린지월드, 키즈랜드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가족이나 단체로 방문하면 아주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함께 다니던 아가씨는 365세이프타운에 남고 해설사와 우리 부부만 이날 마지막 관광지인 낙동강 1,300리 발원지인 황지연못으로 향했다. 태백시에는 남쪽으로 흐르는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 서해로 흘러가는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동해로 흐르는 오십천의 발원지 ‘삼수령’ 등 삼면으로 흐르는 강의 발원지가 있다.
둘레 100m인 상지, 50m인 중지, 30m인 하지로 구성된 황지연못은 가뭄이나 장마에도 변함없이 수량은 1일 약 5,000톤이 용출되며, 수온은 15°C를 유지하는 해발 700m 태백시 주민들의 상수도 취수장이다.
성질이 고약했던 황부자의 전설이 전하며 집터가 상지, 방앗간 자리가 중지, 화장실 터는 하지로 변했다고 한다.
자칫 혼자만의 여행이 될 뻔했던 일전이 더할 수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이용객이 너무 없어서 기사에게는 미안했지만 인원에 관계없이 하나라도 더 설명하고 체험하게 해주려고 바쁘게 뛰어다녔던 최순덕 해설사의 열정과 며느리 삼고 싶을 만큼 우리와 잘 어울리고 맑은 미소를 띠었던 아가씨.
철암역에서 구입한 물건 외에도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면서 정을 내었던 가게 아주머니, 해설사를 통해 철암에서 목회하다가 지금은 경남 고성으로 임지를 옮겼다는 초등학교 동창인 전치영 목사와의 통화….
인구 4만5천명에 불과한 태백여행에서 느낀 점은 탄광산업의 쇠락으로 인한 위기감이 작용한 탓인지 관광산업에 총력을 쏟고 있는 듯했다. 리조트 사업에 대한 아픔은 있었지만 눈축제, 석탄박물관, 365세이프타운, 태양의 후예 드라마 촬영장 등 뚜렷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었다.
365세이프타운에서 자유이용권을 22,000원에 구입했더니 태백사랑상품권으로 20,000원을 돌려줬다. 2명분 돌려받은 40,000원에 조금 더 보내서 탄광마을빵과 메밀전병, 산채감자떡에 인심을 듬뿍 얹어 샀더니 부자가 된 듯했다.
이글을 쓰는 동안에 태백시청에 근무하는 군대 고참 임정호 병장과의 통화가 이루어졌다. 여행 한번 다녀왔을 뿐인데 태백이 갑자기 왜 이렇게 친근해졌지,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