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산행기
일시: 2016.07.24.(일) 10:50-16:30
코스: 장구목이- 가리왕산 정상- 마항치삼거리- 주왕산- 마항치삼거리- 심마니교- 휴양림 매표소(17.5km, 평속:3.2)
1.
지난 5월 7일 화대종주 이후, 우리 카페의 산행에 처음으로 참가하였다. 그간 중거리 종주를 목표로 산행을 하다 보니 중거리 종주 코스를 하는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하였다. 지난 주말에는 전국에서 유명한 12대 중거리 코스의 하나인 제2탄 경북 대구 “가팔환초”(39km) 무박산행을 하였다. 금주에는 제3탄 서울 강북오산(45km)을 할 예정이었으나 해외여행을 떠난 마나님 때문에 남겨진 강아지를 돌보느라고 무박산행을 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다 7월말 40시간 예정인 “삼백종주(105km,강원 함백-태백-소백산)”참가를 신청완료한 상황이라 금주 주말을 연습없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리왕산 산행을 신청한 것이었다.
오랜 만에 다시 시작하는 일요 산행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참가해 주셨다. 사람들이 많다 보니 주관하시는 지기님과 월산 대장님도 신나는 듯했고 함께 하는 분들도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요즘 토요 산행이 대세이다 보니 토요일 원정산행은 길이 많이 막힌다고 하는데 일요 원정 산행은 아침 출발지에서나 등산하는 도중에나, 돌아오는 밤이나 모두 길이 막히지 않고 아주 여유로웠다. 또 아침이나 저녁 모두 출발 시간이 지연되었지만 도착시간은 예정대로 지켜졌다.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그간 만나고픈 분들을 한 분씩 뵙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지기님과 월산대장님, 휘파람님은 물론, 멀리서 오신 녹색쉼터 선배님과 묘심님, 자연 속의 유명한 사진사이신 구르미님, 내가 신청한 걸 보고 신청해서 즐겁게 함산했던 청명님, 정말 오랜만에 뵙는, 초창기 우리 카페의 대장님으로 리딩을 많이 하셨던 광천김님은 귀농의 자랑스런 결과물인 맛있는 사과즙과 자두를 갖고 와서 나눠주셨기에 우리를 더욱 기쁘게 했다. 앞으로 이런 분위기가 쭉 이어지길 바란다.
장구목이 계곡에서 시작되는 가리왕산 산행은 정상까지 약 4.5km의 된비알이 계속 이어지는 힘든 산행이다. 하지만, 습도가 높은 장마 기간인데도 좀처럼 비가 오지 않아 모두가 눅눅한 찜통 더위로 고생을 하고 있는 요즘, 걸어오르는 산록마다 푸른 이끼가 낀 청청한 바위의 원시림을 뚫고 풍성히 흘러 넘치는 물소리로 가득찬 장구목이 계곡 옆을 걷다 보면 그 시원한 소리와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물가의 풍성한 물들의 증발로 계곡 주변은 한기가 느껴질 정도이고 그 물에 손을 넣으면 짜릿한 느낌이 머리끝까지 쭈볏거리는 느낌을 준다.. 한번 여길 다녀간 이라면 여름마다 또 오고 싶은 느낌이 들 것 같다. 계곡이 끝나고 계속 길을 오르다 보면 끝날 듯 끝나지 않게 계속되는 된비알 옆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야생화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자주 보이는 산수국은 물론 주황색 동자꽃,그 곁에 핀 둥근 이질풀들과, 분홍빛 노루오줌, 가끔 보이는 노란 하늘 말라리, 신령스런 모습의 주목까지 강원도 고지대에서 이맘 때 보던 야생화들을 다시 만나는 또 다른 반가움이 있다. 여느7월 산 속에서 한두 종의 야생화를 보는 게 고작인데 여기는 좀더 많은 꽃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요즘 명산 100산을 열심히 하셔서 더욱 등력이 좋아지신 청명님의 힘찬 발걸음을 뒤좇으며 오르다 보니 어느 덧 가리왕산 정상에 다다랐다. 사방에 안개가 잔뜩 끼어 주변을 조망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산자수명한 정선 고을과 그 주변 풍광이 참 멋있을 텐데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정상의 돌무더기 옆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고 마항치로 하산하는 중에 삼거리에 도착했다. 시간은 12시도 안 됐고, 내려가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아서 인멸된 길이나 다를 바 없는 길을 따라 주왕산을 향한다. 삼거리로부터 사거리까지 계속 내리막길이 이어지는데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인지 풀은 우거져 있고 길이 제대로 이어져 있지 않았다.산돼지들이 다녀간 자국만 즐비하다. 사거리 조금 못 미처서 조선 시대에 여기가 나라에 산삼을 공물로 바치던 곳이란 표지가 있는 정선의 산삼봉표를 만나게 되었다.바로 그 아래가 사거리인데, 마항치 삼거리로 직접 이어지는 길은 없었다. 다만 12km정도 구불구불한 임도를 내려가면 가리왕산 휴양림 매표소로 가는 길과 연결이 된다는 표지만 있었다. 수풀로 우거져서 입구가 보이지 않는 주왕산 가는 길을 어렵사리 찾아 가파른 길을 계속 올라가다 기운이 달려서 거기서 점심을 먹고 주왕산을 거쳐 되돌아 내려와서 다시 삼거리를 향해 가다 보니 타산악회에서 온 분들이 줄줄이 사거리를 향해 내려 오신다.아마 그 산악회는 사거리 방향으로 하산 지점을 정한 것 같았다.
마항치 삼거리로 되돌아 오는 길은 계속 올라가야 하는 길이기에 주왕산 오르다 이미 지친 몸이 매우 힘들었다. 다행이 청명님이 앞장서서 꿋꿋이 걷는 데 힘입어 알바를 하기도 했지만 원래 삼거리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거기서 심마니교까지는 계속 내림길이고 얼마를 내려가자 다시 반가운 계곡물들과 만나게 되어 다시 힘이 난다. 이끼낀 맑은 계곡물올 보면서 하산하다 보니 여름에 다시 와볼만한 계곡이란 생각이 든다. 심마니교에 못 미쳐 차가운 계곡물에 몸 전체를 담그는 알탕을 했다. 전신이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하루 산행의 피로가 여기서 모두 풀어진다. 내려오다 광천김님, 월산님을 뵙고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맞으며 매표소까지 내려갔더니 저 앞에 빨간 세계관광차가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찾는 것은 음식점인데 음식점이나 슈퍼가 전혀 보이지 않고 온통 민박과 펜션뿐이다. 이렇게 청정한 곳도 있나 하는 의아심에 사람들에게 여러 번 물어 1km 더 내려가면 시골 슈퍼가 하나 있다고 해서 거기까지 내려가서 맥주 한 잔씩 하고 청명님이 막걸리 두 통 사가지고 와서 이런 사정을 모를 사람들에게 한 잔씩 권하고자 했지만 우리 포함해서 단 네 명만 내려와 있었다. 출발시간이 40분 정도 지나서 다들 내려와서 막걸리 한 잔씩 권하고 서울로 출발하게 되었다. 알탕 때문인지서인지 올라오면서도 졸음이 오지 않았다. 내내 정선,평창,횡성의 풍경을 보며 올라올 수 있었다.
새해벽두부터 시작된 카페 내 갈등이 급기야 동족상잔의 비극인 남북 분단처럼 분열이 고착되어 이젠 다음카페란 한 하늘 아래 있지만 각각 다른 산악회의 이름으로 회원들이 나누어졌다. 그간 카페를 되살리기 위한 지기님 이하 총무, 대장님들의 노심초사야 뭐라 다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카페에 대한 애정의 여신(餘燼)이 있는 분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조금씩 재기하는 과정 중에 있다. 부디 과거와 같은 활발함이 넘치는 행복한 자연 속 우리들 카페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산행에 옥의 티라 할 수 있는 출발과 도착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점은 앞으로 반드시 고쳐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기님과 대장님 모두 이 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셨을 것이다.
첫댓글 황선생의 가리왕산-중왕산행,정말 부럽네~ 삼백종주는? 폭염에 건강 잘 챙기이소.
삼백종주 백키로를 사십 시간에 토요일 새벽부터 일요일 여섯 시까지 걸어 완주했습니다.19명 중 8명이 완주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