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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회]
신황은 누앞에 펼쳐진 마니산을 올려다보았다.
"이 땅을 세운 단군왕검이 쌍룡맥을 봉인하고 하늘에 제를 올리던 곳으로 천하에 둘도 없는 명당자리다."
"단군할아버지가 백부님의 나라를 세우신 분 맞죠?"
"그래! 맞다. 그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었다고 전해지지."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정말 백부님의 나라는 정말 구경할수록 신기해요."
신황의 말에 무이는 순수하게 감탄을 했다.
이곳까지 오면서 신황이 늘 손에 피만 묻혔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은자들과 싸우지 않으면 홍염화와 무이에게 조선의 명산과 그에 얽힌 전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그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우면서도 재밌었기에 홍염화와 무이는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제 화천과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고 하니 이제까지와 다르게 홍염화와 무이는 많이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얼굴에 웃음을 지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굳은 얼굴은 좀처럼 잘 펴지지 않았다.
'천마(天魔)가 부활했다면 제아무리 신가가라 할지라도......'
홍염화의 얼굴에는 검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백 년 전에 중원에서 그야말로 공포의 위명을 떨쳤던 천마이다.
그는 이제까지 중원에 나타났던 수많은 마인들과 전혀 궤를 달리하는 존재이다. 그가 강호를 종횡할 때 누구도 그의 한수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했다.
비록 그 상대가 강호에서 명성을 날리던 초절정고수라 할지라도 말이다. 오히려 그의 악명은 당금 천하에서 최고의 악명을 날리는 신황보다 더했다.
죽음을 거부한 채 영혼을 봉인해두었을 만큼 그는 집요했고, 수많은 사공이학에 능통했다. 더구나 전설에서 말하는 그의 무위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 인간 이상의 존재가 눈앞의 산에 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신황은 홍염화와 무이를 바라보았다.
"같이 가겠느냐?"
홍염화와 무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단호한 얼굴, 그의 얼굴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사랑하는 이를 제일 안전한 곳에 둘 것이다.
그리고 결전을 벌일 것이다. 그러나 신황의 생각은 달랐다.
사랑한다면 같이 가야한다. 비록 그곳에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그것이 신황이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홍염화와 무이는 그의 양손을 잡았다.
그녀들 역시 신황을 보내고 홀로 마음을 졸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녀들은 어디까지라도 신황을 따를 생각이었다. 그곳이 설령 다시 못 올 곳이라도.
신황의 입가에 웃음이 어렸다. 홍염화와 무이의 입가에도 한줄기 웃음이 떠올랐다.
'정말 못 말리는 양반들이군.'
신원이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반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신원은 그들을 이해했다. 그 역시 신황과 똑같은 종류의 사람이었기에.
산에 올라갈수록 청량한 기운이 느껴졌다. 동시에 그들의 등 뒤로 활짝 펼쳐진 바다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느 순간 신황과 신원이 우뚝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에 불산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내 그 이유를 알아차리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결계?"
"그런 것 같군요. 이미 저들은 이곳에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이건 처음 보는 종류의 결계인 것 같군."
그들의 앞에는 산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바위들이 무질서한 모습으로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자연스런 모습이 아니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이다.
"무슨 결계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글쎄! 은자들이 쓰는 결계에 중원에서 쓰는 진법을 한데 모은 것 같은데 이렇게 바깥에서만 봐서는 어떤 건지 전혀 모르겠네."
불산자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대답했다. 보통 조선에서 쓰는 결계는 살상력이 없다.
그들이 결계를 치는 목적 자체가 그들의 공간에 일반인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결계는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의 지독한 살기가 넘실거렸다. 마치 무질서하게 늘어산 바위를 경계로 생과사의 공간이 갈려진 것 같았다.
백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불산자에게도 이런 종류의 결계는 처음이었다.
때문에 화천이 중원에 있었던 기간 동안에 배워온 진법을 결계에 결합시킨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해볼 뿐이었다.
"어쨌거나 몸으로 부딪치기 전에는 어떤 것도 모른다는 이야기군."
신황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결계를 보면서 싸늘히 중얼거렸다.
어차피 쉽게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이곳에 올 때도 일이 쉽게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수십 년 동안 집념을 가지고 벌이는 일이다. 그것이 비록 세상에 해가 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집념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
그렇게 상대를 인정해야 이쪽에서도 비로소 최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자!"
신황이 앞장섰다. 그리고 일행이 뒤를 따랐다.
휘리링~!
그들이 결계 안으로 들어서자 공간이 바뀌었다. 동시에 그들이 들어왔던 입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꼭 지옥 같아......"
무이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의 어깨를 문질렀다.
아직 한 번도 지옥이라 곳을 보지 못했지만 만일 지옥이 있다면 마치 이런모습일 듯싶었다.
분명 보이는 것은 마니산의 모습이었지만 그 뒤에는 음산한 기운이 마치 환영처럼 어려 있었다. 그래서 더욱 무서웠다.
홍염화와 무이는 서로 손을 꼭 잡았다. 그녀들은 신황과 신원의 사이에 서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몸을 엄습하는 불길한 기운에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불산자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육십사괘를 바탕으로 만든 결계이다. 건곤(乾坤)이 막히고, 부(否)를 바탕으로 박(剝)을 움직여... 어렵구나, 어허!'
상리에 어긋나는 결계이다. 안으로 들어오면 어느 정도 풀릴 줄 알았건만 오히려 더욱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해다.
상리적인 움직임을 이미 벗어났다. 그런데도 결계를 유지한 기운이 유지가 된다는 것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正)과 반(反)이 뒤집혔다. 양(陽)의 기운은 밖으로 나가고 음(陰)의 기운만을 받아들인다.
이것은 단순히 산과 외부를 격리하기 위한 진이 아니라, 쌍룡맥의 기운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이다.
이리 되면 참성단을 파괴하지 않더라도 이 땅의 지기가 어긋나게 되며 국운이 쇠락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아직 결계가 완벽하지 않기에 막을 수 있다. 빨리 막아야 한다.'
불산자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신황과 신원에게 말했다.
신원의 입에서 대번 욕이 터져 나왔다.
"미친 새끼, 도대체 어디까지 가자는 거야? 그러니까 최소한 조선이 망하는 것이고, 최대한은 세상을 멸망시키자는 것이네. 그자식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원래 귀원사의 존재 이유가 그것이니까. 어쩌면 화천은 자신이 미륵(彌勒)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것은 정말 도가 지나쳐.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든 생명체를 말살하려 들다니.
내가 그 새끼 잡으면 한번 머릿속을 열어봐야겠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한번 봐야지 속이 풀릴 것 같아."
평소에 상소리를 거의 하지 않던 신원의 입에서 나온 욕이다. 그것은 그가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이미 결계의 안쪽에 존재하는 나무와 풀들이 생명력을 잃고 노랗게 말라가고 있었다. 그것은 마니산의 정기가 급속도로 소진되어간다는 증거였다.
신황이 무이와 홍염화에게 말했다.
"심법을 운용해라. 이대로 간다면 너희들도 정기를 빼앗길 수도 있다. 미리 심법을 운용해 심신을 보호해라."
"네!"
"알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부터 무기력증을 느끼고 있던 무이와 홍염화는 곧 심법의 운용에 들어갔다.
스스스ㅡ!
그때 주위 공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신황 일행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대기가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산 전체가 신황 일행을 거부하듯 격렬한 적의를 내보이고 있었다.
신황이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지독한 살기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해 보자구, 피의 축제를......"
마니산 전체에서 풍기는 살기에 못지않은 지독한 살기가 자욱이 풍겨 나오기 시작했다.
무이가 그 모습을 보더니 중얼거렸다.
'꼭 백부님이 악당 같아.'
크릉!
순간 설아가 고개를 빠끔히 빼며 동의한다는 듯이 으르렁거렸다.
참성단의 중앙,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있던 화천이 눈을 떴다.
"온 것인가?"
귀원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결계에 침입자가 들어온 것이 감지됐다. 그가 만든 결계는 불산자의 짐작대로 조선의 결계와 중원에서 얻은 진법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화천은 자신이 수십 년의 세월을 경주해 만든 이 진법을 신천개벽진(新天開闢陳)이라 이름 붙였다.
극선(極善)이면 극마(極魔)와도 통한다.
너무나 깨끗하면 오히려 변질되기가 쉽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화천은 이곳의 신령스런 기운을 변질시킨 것이다.
너무나 깨끗하게 보존되었기에 오히려 더욱 쉽게 이곳의 기운은 화천의 뜻대로 변질 되었다. 그 때문에 마치 지옥의 마기 같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것이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살아나고, 완벽한 붕괴 끝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신천개벽진이 그것을 도와줄 것이다.'
신천개벽진은 마치 스스로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다. 때문에 그 스스로가 침입자의 존재를 감지하고 몰아내려 움직인다.
그리고 신천개벽진 속에는 화천이 이끌고 온 은자들과 백무귀들이 매복해 있었다. 이 정도라면 이곳에 온 자가 누구이던 간에 완벽하게 말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천마가 화천의 곁에 다가오며 말했다.
"이제 일식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군. 그때까지 그자가 올라올까?"
"만신창이가 되어도 그는 올라올 것이다. 그는 그런 자이니까. 기대해도 좋을 거야."
화천은 아직까지 마니산에 올라온 자가 신황의 아버지인 신권영인 줄 알고 있었다.
결계가 요동치는 것으로 침입자가 들어온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상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흐흐! 정말 기대되는군. 그런 자라니... 정말 몸이 근질거려."
천마가 몸이 근질거리는지 아까부터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는 정말 명왕과의 대결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천마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에서 폭발적인 마기가 풍겨나왔다.
이제 백용후의 몸에 완벽하게 적응을 한 것이다. 때문에 더 이상 그를 가로막고 있던 제한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더구나 화천이 마니산 전체에 펼친 신천개벽진은 그의 마기와 폭발적으로 반응해 그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라면 예전에 개념만 정립해 놓은 미완성의 무공을 펼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때문에 천마는 무척이나 몸이 근질근질한 상태였다.
화천은 그런 천마를 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그러길 빈다. 내 눈으로 그놈이 갈가리 찢겨 죽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원한은 풀리질 않는다. 그의 피만이 나의 갈증을 해소해 줄 것이다.'
점점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달과 해가 서서히 겹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제 한 시진 정도만 지나면 완벽한 일식이 일어날 것이다.
"한 시진만 기다리면 된다. 한 시진이면 귀원사의 수백 년 염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썩어 빠진 세상을 모두 쓸어버리고 미륵의 세상을 만들 것이다. 크하하핫! 내가 바로 미륵이다."
화천이 광기에 젖어 광소를 터트렸다.
그의 웃음에 따라 산 정상에 모여 있던 구름이 흩어지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우스스!
참성단의 돌 부스러기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며 돌가루가 바람에 흩날렸다.
신천개벽진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신황과 일행은 방향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더구나 산을 둘러싼 마기는 그들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고 있었다.
크르릉~!
설아가 아까부터 계속해서 나직하게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이미 설아의 털은 바짝 곤두서 있었다.
스거억!
그때 소리도 없이 공간을 가르며 눈부신 칼날이 나타났다.
"아~!"
순간 무이가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허리를 뒤로 젖혔다. 그러자 그 뒤로 예리하게 바람을 가르며 은색의 도가 지나갔다.
순간 무이가 번개처럼 일어서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뒤를 이어 홈염화의 체대가 창처럼 일어서며 무이에게 재차 다가오던 도가 있는 방향으로 섬전처럼 날아갔다.
푸ㅡ욱!
손끝에 짜릿한 느낌이 온다.
홍염화는 즉각 손을 잡아 당겼다. 그러자 하얀 옷을 입은 백무귀가 딸려 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이 목에는 홍염화의 체대가 깊숙이 꽂혀 있었다. 아직 숨이 완벽하게 끊어지지 않았는지 백무귀가 몸부림을 치며 다시 도를 휘두르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설아의 조그만 몸이 그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푸화학!
허공중에 피안개가 퍼져나가며 백무귀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이인일수(二人一獸)의 완벽한 연수덕분이었다.
"헤~!"
무이가 기습을 피해낸 데에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이제 신황이 전해준 자령도법이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몸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주기 때문이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조금 전의 기습을 결코 피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무이의 등 뒤에 있던 신원이 갑자기 그 커다란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부ㅡ우웅! 콰ㅡ직!
광폭하게 공기가 찢겨나가는 소리가 나며 동시에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원이 앞으로 팔을 뻗은 채로 웃으며 말했다.
"첫 번째 공격을 피한 것은 좋았는데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되지. 그래서 실격!"
무이가 질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귀면탈을 쓴 남자의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가슴뼈는 움푹 함몰이 돼있었고, 그 자리에는 신원의 거대한 팔뚝이 존재하고 있었다.
만약 제때 신원이 주먹을 날리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위기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아~!"
"그렇지만 조금 전의 회피 동작은 아주 좋았다. 형에게 제대로 배웠는걸."
"헤헤!"
신원의 칭찬에 무이의 얼굴에 뿌듯한 빛이 어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눈을 빛내며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이제부터는 자신의 영역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무이의 앞에는 신황과 신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산악이 있어 무이와 홍염화의 앞을 지켜주는 것과 같았다.
세상의 누구도 허락 없이는 넘어올 수 없는 난공불락의 거대한 산과 같이 말이다. 그들이 있어 지금 이 순간이 무섭지 않았다.
촤ㅡ아ㅡ앙!
신황의 장포가 일어섰다.
어느새 그들의 주위의 공간이 이지러지며 은자들과 백무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천개벽진은 바위로 이루어진 진이 아니라 은자들과 백무귀들이 하나의 도구가 되어 만든 거대한 살아있는 진이었던 것이다.
마니산 전체에 퍼져 있는 은자들, 그리고 백무귀들, 그들 전체가 적인 것이다.
신황과 신원 형제가 무이와 홍염화를 중심으로 등을 맞대었다.
그들을 향해 백무귀와 은자들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들개떼처럼 꾸역구역 몰려들었다.
우지끈!
백무귀의 가슴이 안으로 오그라들었다. 가슴이 함몰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가슴 위에는 신황의 발이 존재하고 있었다.
신황은 막 쓰러트린 백무귀의 가슴을 밟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백무귀들은 살기를 분출하며 말없이 신황 일행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캬우웅~!
설아가 살기에 찬 울음을 터트렸다. 그에 신황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화천이 이번 일에 귀원사의 모든 것을 투입한 모양이군."
"큰일일세. 이러다가는 제때에 그들을 막지 못할지도 모르네.
그리고 이 많은 살귀들은... 더구나 이렇게 많은 수의 은자들이 그에게 협력하고 있다니......"
신황의 말에 불산자가 질렸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신황이 은자들에게 가혹하게 손을 썼던 것에 대해 아직까지 불만이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 아직도 많은 수의 은자들이 화천에게 협력을 하는 모습이 보이자 두려움과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기이잉!
불산자가 분노를 터트리는 동안에 들려오는 갑작스런 날갯짓 소리.
옆을 보니 신황의 손에서 무언가 부르르 떨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감...히 나에게 덤빈 것을, 너희들의 본분을 잊어버린 것을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거라, 지옥에서......"
휘ㅡ이익!
신황이 차갑게 내뱉으며 손을 횡으로 뿌렸다.
순간 불산자의 눈이 부릅떠졌다.
분명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거대한 살기를 머금은 그 무언가가 신황의 손에서 발출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ㅡ이ㅡ잉!
허공중에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끔찍한 참극이 펼쳐졌다.
슈우우!
"크아악!"
"흐억!"
단말마의 비명을 터트리며 백무귀들 서넛이 한꺼번에 동작을 멈추었다.
이어 그들의 몸이 서서히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두 동강 나고 말았다. 그들이 쓰러진 자리에는 핏물이 흥건하게 고였다.
월영륜의 끔찍한 위력이었다.
신황의 무공이 발전하면서 그의 월영륜과 월영인은 이제 예전처럼 찬연한 빛의 무리를 발산하지도 않았고, 확연한 형태도 갖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무서웠다. 보이지 않기에 바로 코앞에 들이닥치기 전에는 느낄 수도, 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백이늗 천이든 오늘 이 자리에 참가한 자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신황의 생각이었다.
하나라도 남기면 또다시 화천의 경우처럼 누군가 귀원사를 다시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럼 후에는 더욱 큰 피를 흘려야 할 것이다.
어설픈 자비는 베풀지 않는 것만 못하다.
차라리 잔인하단 소리를 듣더라도, 대를 이어 은자들에게 경원의 대상이 되더라도, 지금 확실히 해야 피의 굴레를 끊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신황은 기꺼이 악마라는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악마가 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한꺼번에 다섯의 백무귀가 신황을 향해 자신들의 무기를 휘둘렀다. 순간 신황의 몸이 그들의 전면에서 안개처럼 사라졌다.
흠칫!
갑자기 상대가 사라지자 백무귀들의 온몸에서 소름이 올라왔다. 그리고 등 뒤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살기에 절로 몸이 떨려왔다.
어느새 신황이 만월보를 펼쳐 그들의 등 뒤에 나타난 것이다.
퍼버버벅!
칼날처럼 일어선 소맷자락이 그들의 등 뒤에 폭우처럼 쏟아졌다. 그에 백무귀들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신황이 자리를 비움으로 인해 홈염화와 무이가 적들의 시야에 드러났다. 그에 백무귀들이 홍염화와 무이를 향해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감히!"
신황이 싸늘히 중얼거리며 움직였다. 그러나 그보다 불산자가 먼저 움직였다.
"여래신수(如來神手)."
순간 허공에 불산자의 손바닥 환영이 가득 나타났다. 그의 손바닥은 무이와 홍염화에게 달려들던 백무귀들의 혈도를 제압했다.
자비와 활법을 근본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차마 살수를 펼치지 못하고 일단 제압을 한 것이다.
서거걱!
그러나 그 순간 불산자의 눈앞에서 백무귀들이 피를 부리며 쓰러져 나갔다. 어느새 신황이 그들을 향해 월영인을 날린 것이다.
불산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움직이지 못하는 적에게 살수를 슨 신황이 인간 같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불산자에게 신황이 싸늘하게 말했다.
"인질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살인이 마음에 걸린다면 방어만 하십시오. 죽이는 것은 내가 할 테니."
"으...음!"
어차피 은자인 불산자에게 많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구름 속의 학처럼 고고한 존재, 산 위에서 세상을 관조하며 깨끗하게 살려는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핏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자신 형제이면 족했다.
진흙탕 속에서, 피 웅덩이 속에서 몸이 더럽혀지는 것은 자신 하나면 충분했다.
'나는 명왕(冥王), 나는 어둠의 존재, 나는 지옥에서 태어나 다시 지옥으로 돌아갈 존재, 지옥에서 영겁을 윤회할지라도 나는 결코 오늘 일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천 명을 죽여 천하를 구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리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존재 이유니까.'
악으로 악을 제압한다. 그를 위해서 신황은 기꺼이 악이 될 것이다. 그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치잇!"
홍염화는 철통같은 경호를 뚫고 다가온 백무귀의 가슴을 날려버렸다. 만화미인수에 당한 백무귀가 밖으로 튕겨 나갔다.
신황과 신원이 지켜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자신이 무이까지 챙겨야 했다. 때문에 홍염화는 채대와 만화미인수를 번갈아 펼치며 고군분투를 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백무귀가 신황과 신원의 손에 의해 죽었기에 그나마 버틸 만했다.
무서웠다.
죽음을 도외시한 채 몰려드는 백무귀들이 무서웠고, 이런 처참한 혈전을 벌여야 하는 현실이 무서웠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서게 되면 천하가 피에 잠기기에 죽어도 물러설 수 없었다. 때문에 홍염화는 울고 있었다.
비록 겉으로는 결의에 찬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숨겨진 내면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공을 처음 배웠을 때만 해도 이런 싸움을 하게 될 줄 몰랐다.
그녀가 아는 무림은 협과 멋이 살아있는 낭만의 대지였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혹독했다.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고, 음모와 모략이 횡행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쉬익!
그녀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소리도 없이 접근한 백무귀가 검을 맹렬한 기세로 찔러왔다.
'늦었다. 왼팔로......'
이미 피하기는 너무 늦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왼손을 들어올렸다.
잘하면 잘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악이라면 잘릴 수도...
여자가 한쪽 팔이 잘렸다면 분명 다른 남자들은 거들떠도 안 볼 것이다. 그러나 신황은 그런 그녀라도 아껴줄 것이다.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교차되는 수많은 상념 속에서 홍염화는 나머지 손으로 백무귀를 후려쳐갔다.
파ㅡ앙!
"큭!"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백무귀가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러나 뜻밖에도 홍염화의 팔은 무사했다.
캬웅~!
어느새 홍염화의 팔에는 설아가 앉아 있었다. 홍염화의 팔에 백 무귀의 검이 닿기 직전 설아가 몸을 날려 백무귀의 힘줄을 끊은 것이다.
때문에 백무귀의 검은 아슬아슬하게 홈염화의 팔을 비껴났다.
"너에게 빚을 졌구나. 고맙다."
크릉~!
설아가 자신의 앞발에 묻은 피를 핥으며 나직하게 울음을 터트렸다.
"언니, 괜찮아요?"
어느새 뒤에 다가온 무이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홍염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괜찮아!"
무이도 어느새 신황이 예전에 선물해준 자령도를 꺼내들고 있었다. 그리고 무이의 손에도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끊임없이 떨리는 무이의 손.
무이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방금 전 무이는 난생 처음 자신의 손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 사실이 무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홍염화는 무이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그러자 무이가 홈염화를 올려다보았다. 그에 홍염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덩달아 무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어리광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등 뒤로 숨을 때도 아니었다.
일단 이 자리에 있는 이상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지켜야 했다. 그것이 신황의 발목을 잡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녀들은 신황의 짐이 되기 싫었다. 그녀들이 그러지 않아도 이미 신황의 어깨 위에 짊어진 무거운 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무거웠기에.
"명...왕이라......"
등이 꾸부정하게 굽은 노인이 신황의 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곁에는 팔이 하나 없는 남자가 조용히 서 있었다.
어깨에서부터 깨끗하게 잘려진 팔을 가지고 있는 남자, 그는 신황에 의해서 팔이 잘린 사우였다.
사우는 조용히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자는 명왕의 아들입니다. 아니 저자도 명왕의 호칭을 가지고 있으니 명왕이군요. 하지만 저자는 무림맹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사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신황의 아버지인 신권영.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신황과 그의 동생이 나타났다.
더구나 예전보다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결국 내 절기를 배운 제갈문이란 아이는 저자의 손에 의해 죽은 모양이군. 끌끌끌~!"
등이 꾸부정한 노인. 그가 바로 제갈문에게 황금제마수(黃金制魔手)를 전수했던 호 노인이었다. 그리고 그가 바로 귀원사와 손을 잡은 은자들의 정신적인 수장이었다.
물론 무력으로도 이곳에 있는 은자들을 모두 능가했다.
그가 제갈문에게 전수해준 황금제마수는 그야말로 정수(精髓)가 빠진 껍데기뿐, 진짜는 오직 그 혼자만 알고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세상의 정화, 그리고 은자들이 주도하는 세상, 그를 위해 귀원사와 손을 잡았다.
왕조를 뒤집으면 간단하지 않느냐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일반인들은 은자들의 존재자체를 모를 뿐아니라, 대의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백성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역모는 성공할 수 없다.
더구나 은자들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나라 전체의 힘을 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때문에 그는 귀원사와 손을 잡은 것이다.
어차피 자신의 수중에 넣을 수 없다면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것이다.
순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악에 물들기 쉽다. 호 노인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한 번 어긋나자 그를 감싸고 있는 어둠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급속히 잠식해 나갔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그야말로 악과 어둠뿐이었다. 때문에 그는 이제까지 죽음 속에서 성장해온 사우보다 더욱 강렬한 살기를 풍기고 있었다.
"저들이 과연 저 죽음의 함정을 통과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러지 못할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요. 그리고 호 노인께서도 준비를 하십시오. 곧 움직여야 할 겁니다."
"음!"
사우는 싸늘히 말을 내뱉고 걸음을 옮겼다.
신황에게 잘려나간 팔이 아파왔다. 이제는 상처가 아물어서 고통이 모두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신...황, 내 손으로 숨통을 끊어주마."
부ㅡ웅!
신원의 거대한 덩치가 가볍게 허공에 떠올랐다. 마치 무게가 하나도 없이 깃털처럼 가벼운 모습이다.
기ㅡ이잉!
그의 다리가 급격한 곡선을 만들어내며 눈앞의 적을 향해 섬전처럼 뻗었다. 천패각이라는 수법이었다.
퍼석!
순간 신원의 다리에 강타당한 상대의 머리가 수박처럼 부서져 나갔다. 머리를 잃은 몸은 잠시 멈칫하다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신원은 순식간에 백무귀 하나를 죽인 후 바닥에 내려서며 바닥을 힘차게 굴렀다.
쿠ㅡ웅!
강렬한 진각이 대지를 힘차게 울렸다. 신원의 거친 진각에 바닥에 바위로 이루어진 바닥이 움푹 팼다. 이어 신원의 주먹이 힘차게 앞으로 뻗었다.
콰ㅡ아ㅡ앙!
"크아악!"
"켁!"
신원의 일전격에 휩쓸린 백무귀 서넛이 한꺼번에 어육처럼 짓이겨지며 뒤로 날아갔다.
신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기술보다는 힘을 위주로 하는 권법, 때문에 신원의 기술에 당하면 시신마저 온전한 형태를 남길 수 없었다.
신원의 주변에는 수많은 백무귀들의 시신이 널려 있었다. 그러나 백무귀들은 마치 끊임없이 기어 나오는 개미처럼 그렇게 꾸역꾸역 나타나며 빈자리를 메웠다.
때문에 어지간한 신원의 몸에도 상처가 하나둘씩 늘어났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무이와 홍염화의 몸에는 상처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신황과 신원이 철저하게 그녀들을 지키면서 싸움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을 뚫고 들어간 몇몇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홍염화와 무이의 손에서 해결이 되었다.
"이 녀석들, 인해전술을 하겠다는 것인가?"
신원이 잠시 호흡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분명 그들의 숫자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이렇게 끊임없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각적인 위압감을 던져주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당할지도 모르네. 저들은 끊임없이 나오는데 반해 우리들은......"
"그 정도도 각오하지 않는다면 어덯게 싸움을 하겠습니까? 우리 가문의 남자들이 참여한 전장에서 한 번도 유리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 이번에도 다를 것 하나 없습니다."
기가 꺾인 불산자의 말에 신원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은 자신에게 거는 최면과도 같았다.
'아무리 상황이 불리하다고 계집처럼 울 수는 없잖아.'
신원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금 명왕심결을 운용하며 숨을 들이켰다. 그러자 그의 근육이 부풀면서 그렇지 않아도 커다랗던 덩치가 더욱 커졌다.
순간 위압감이 폭발적으로 풍겨 나왔다.
"이야아앗!"
신원이 거칠게 기합을 터트리며 폭풍처럼 몸을 회전시켰다.
파바바박!
순간 그의 주먹에서 엄청난 경기가 일어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거친 폭풍우가 몰아치듯 신원의 경력이 닿는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초토화되었다.
"끄으으~!"
간신히 신원의 공세에서 살아남은 백무귀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그 자신을 제외하고는 살아 있는 생명체는 없었다. 단 한 번의 주먹질에 의한 결과치고는 너무나 참혹했다.
이제까지 공포를 느끼지 못하도록 키워진 백무귀의 눈에 처음으로 공포란 감정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가 채 공포의 감정을 토해내기도 전에 그의 의식이 끊겼다.
우지끈!
백무귀의 목이 모로 꺾이며 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순간 그의 눈이 반짝였다. 무이와 홍염화를 향해 달려드는 일단의 무리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야앗!"
무이가 앙칼지게 기합을 내지르며 자령도를 휘둘렀다. 그러나 상대는 이제까지의 백무귀와 달리 매우 유연하게 무이의 도를 피하고 있었다.
'위험하다!'
머리를 스치는 본능, 그의 감각이 무이가 위험하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신원이 무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무이는 자신에게 쇄도하는 그림자들을 피해 보법을 펼쳤다. 작은 몸을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다람쥐가 움직이는 것과도 같았다.
핑그르!
무이는 자신의 가슴을 찔러오는 검을 피해 멋지게 허공에서 한바퀴 돌아 이동했다. 이어 자령도를 번개처럼 휘둘렀다.
츠츠츠!
자령도에서 도기가 뭉게뭉게 일어났다. 비록 어설프긴 했지만 무이의 도에서 발출되는 기운은 도기가 분명했다.
"어린 것이 제법이구나."
그때 무이를 덮친 남자가 조소를 터트리며 검을 종횡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무이의 도에서 발출되던 도기가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아!"
무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아직 실전경험이 부족한데다가 임기응변의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인 무이로서는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이었다.
무이는 급히 몸을 뒤로 뺐다. 그러자 설아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설아는 무이를 공격하는 남자의 목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이런 고양이 새끼가!"
남자가 자신을 방해하는 설아에 화가 나 검에 더욱 공력을 집중 시켰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 검기가 물씬 일어났다. 무이와 같은 어설픈 기운이 아닌 진짜 고수의 기운이었다.
남자의 검기 앞에 설아의 모습이 매우 위태롭게 보였다. 그러나 설아는 그런 남자의 공격을 매우 교묘하게 회피하며 그의 주위를 어지럽게 맴돌았다.
"이...익!"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한낱 고양이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자신도 우스웠지만 마치 비웃는 듯한 설아의 나직한 울음소리가 무척이나 신경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만약 일반 백무귀였다면 설아가 남자를 쉽게 쓰러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남자는 백무귀가 아니었다.
그는 귀원사에 동조한 은자 중 하나였던 것이다. 때문에 설아 역시 일시지간 그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어야 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무이에게 위험이 닥쳤다.
설아가 남자를 견제하는 사이 다른 은자들이 무이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들은 이들 일행 중 무이가 제일 약하다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제일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노리려는 것이다.
순간 무이가 두리번거렸다. 피할 곳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무이가 피할 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무이의 얼굴이 다급해졌다.
"가만히 있으면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순순히 잡히거라."
은자 중 한 명이 무이에게 말했다. 그러나 무이는 도리질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만큼 은자들은 무이에게 다가왔다.
점점 무이에게 위기가 닥쳐왔다. 이제 무이에게는 이 위기를 타파할 그 어떤 방법도 없을 것 같았다.
무이의 얼굴에 다급한 빛이 떠올랐다.
그때였다.
크허허헝!
갑자기 짐승의 거대한 포효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짐승의 포효에 무이에게 다가오던 은자들이 흠칫했다.
쉬이익! 콰ㅡ아ㅡ앙!
"크아악!"
이어 커다란 그림자가 맨 앞에 섰던 은자를 덮쳤다. 은자가 대항하려 했지만 그 육중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바닥에 몸을 누이고 말았다.
철푸덕!
은자의 몸이 바닥에 짓눌리면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크허헝!
은자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거대한 그림자가 다시 포효를 했다.
이 장 길이의 거대한 몸체, 그리고 눈처럼 하얀 가죽, 마치 기둥처럼 두터운 네 개의 발과 오연하게 내려다보는 시선을 가진 동물, 그것은 눈처럼 하얀 백호였다.
"아......!"
순간 무이가 자신이 위험했었다는 사실도 잊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감...히 미물 따위가 서형을......"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동료를 해친 백호에게 나머지 은자들이 당혹한 얼굴을 했다. 그러나 백호는 그런 은자들을 무시하며 무이를 바라봤다.
이토록 커다란 짐승이 자신을 바라본다면 겁이 날 법도 하건만 무이는 그렇지 않았다.
나직하게 울음을 토하는 백호의 모습이 무척이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백호의 머리를 만졌다.
크르릉~!
의외로 백호는 무이의 손을 기분 좋게 즐겼다.
"너... 정말 착하구나."
무이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러자 백호가 기분 좋게 울음을 터트린 후 자신을 엉거주춤 바라보는 은자들을 바라봤다.
크ㅡ아아앙!
무이를 대할 때와 다르게 살기를 담은 포효가 마니산을 쩌렁쩌렁 울렸다.
무이에게 다가가려던 신원은 갑자기 나타난 백호를 보며 중얼거렸다.
"호...아."
조선에 저토록 커다랗고 하얀 털을 가진 백호는 오직 하나뿐이다. 장백산의 영물로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저 백호를 산신으로 추앙한다.
그러나 신원에게 있어 눈앞의 백호는 그의 아버지인 신권영을 따르는 덩치 큰 호랑이에 불과했다.
"아버지가 온 것인가?"
그러나 어디에도 신권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백호가 나타났다면 무이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장백산의 뭇 짐승들 중 우두머리인 백호는 어지간한 은자들이라도 쉽게 어찌햘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니까. 때문에 신원은 더 이상 무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몸을 돌렸다.
신원의 생각대로 무이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호아의 거대한 몸체에 완벽하게 가려있는 무이의 몸은 은자들에게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아가 어슬렁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하얀 가죽 속에 숨겨진 역동적인 근육이 꿈틀거렸다.
은자들의 얼굴에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호랑이에게 이런 압박감을 받을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호아에게 받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크허헝!
갑자기 호아가 포효를 하며 은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거대한 덩치가 바람처럼 움직이며 은자들을 향해 짓쳐 들었다.
그러자 은자들이 서둘러 절기를 펼쳐 호아를 베어내려 했다. 그러나 채 그들이 검을 뽑기도 전에 호아가 그들의 앞에 이미 도착했다.
호아는 그 커다란 입을 벌리며 맨 앞에 서있던 은자를 덥석 물어갔다.
자신을 덮쳐오는 커다란 입에 은자가 기겁을 하며 급히 검집째 막았으나 호아의 커다란 이빨은 은자의 검집을 뭉그러뜨리며 어깨까지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크아악!"
은자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호아는 자신의 입 안에서 버둥거리는 은자를 문 채로 뒤에 있는 은자들을 향해 달려들며 거대한 앞발을 휘둘렀다.
촤하학!
순간 은자들의 얼굴 가죽이 호아의 앞발에 벗겨지며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그 순간 이미 호아의 입에 물린 은자의 숨도 끊어져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만약 호아가 일반 대호였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호아는 신권영을 오랜 시간 따라다닌 영물이다.
그동안 호아는 신권영에게 혹독한 조련을 받았기에 일반 은자들을 능가하는 속도와 힘을 지닌 괴물로 성장한 것이다.
털썩!
호아는 입에 물고 있던 은자를 뱉고는 무이에게 다가왔다. 무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호아를 바라봤다.
마침내 호아가 무이의 앞에 서자 둘의 크기가 확연히 비교되었다.
호아의 앞발 높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이의 모습, 호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무이의 뒷덜미 옷자락을 물었다. 그리고 그대로 들어 자신의 등 뒤에 태웠다.
무이는 호아가 하는 대로 등에 앉았다. 하얀 털이 무척이나 푹신하게 느껴졌다. 무이는 손을 뻗어 호아의 등을 긁어주었다. 그러자 호아가 기분 좋은 듯 나직하게 울음을 터트렸다.
크르릉!
그때 호아의 머리 위로 무언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캬우웅!
설아였다. 설아는 자신이 없는 동안에 나타난 이 낯선 동물을 계속해 바라보다 곧 호아의 머리 위에 털썩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호아가 기분 좋은 울음을 터트렸다.
크ㅡ허헝!
호아와 설아, 두 영물 덕분에 무이는 안전한 곳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홍염화가 그들의 곁으로 다가왔다.
전장이 훤히 보이는 커다란 나무 위,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높다란 가지에 누구나 서있었다.
고양이가 올라가 있어도 부러질 것 같은 얇디얇은 가지 위에 오연히 서있는 사람은 뜻박에도 덩치가 무척이나 큰 남자였다.
그는 호아를 타고 있는 무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웬만하면 아이는 밑에 두고 올라올 것이지."
그러나 그리 탓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저 한번 해보는 말일뿐이다.
"호아가 잘 지키겠지."
그랬다. 남자가 호아를 보낸 장본인인 신권영인 것이다.
신권영은 날카로운 눈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한눈에 모든 흐름이 들어왔다.
"알아서 헤쳐 나가겠지."
자신의 아들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는 그의 눈에는 한줄기 따스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듬직한 둘째 아들도 좋고, 혼자의 힘으로 이 정도까지 올라온 큰 아들도 좋았다.
특히 그의 큰 아들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벽을 모조리 부수고 이곳까지 왔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그 집념만큼은 정말 인정해야 했다.
"그나저나 내 실수로 이 지경까지 됐군. 화천이라... 정말 턱도 없는 녀석이 살아남았어. 이런 일을 벌이다니 말이야."
신권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잔당이 남아 이런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었다.
"싸우는 것은 내 아들들의 몫으로 남겨두지. 내가 할 일은 따로 있으니까."
신권영이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그 자리에서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낭창낭창 휘어졌으나 꺾이지는 않았다.
그는 그렇게 나뭇가지와 나뭇가지를 오가며 멀리 사라졌다.
전장의 흐름이 급격히 변하였다.
아까까지는 백무귀가 압도적으로 많고 은자들이 그 속에 섞여 있는 형상이었는데, 지금은 은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신황은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의 힘이 어느 정도 소진한 지금이야말로 저들이 움직이기 최적의 시기인 것이다.
천만다행히도 홍염화와 무이는 무사했다. 그리고 당분간 그녀들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을 것 같았다. 호아와 설아라는 두 영물이 지키는 동안은 말이다.
뚝뚝!
신황의 소맷자락을 타고 진득한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의 선혈과 적들의 선혈이 같이 뒤섞여 흘러내리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백무귀들이 그의 손에 피를 묻힌 채 숨이 끊어졌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만큼 지독한 영혼의 무게가 신황의 어깨를 짓눌렀다.
자신도 모르게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나 신황은 전혀 그런 표를 내지 않았다. 눈앞에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이와 홍염화가 아닌 다른 인물이다. 때문에 그들은 적이었다. 자신과 같이 온 인물들을 제외하면 친구 따위는 없었으니까.
은자들의 선두에 등이 굽은 노인이 나타났다. 그는 사우와 함께 있던 호 노인 이었다.
"호... 노인, 금강산에서 안 보인다 했더니 이곳에 있었군."
호 노인을 알아본 신원이 중얼거렸다.
"저자가 바로 호 노인인가?"
"맞아! 금강산과 은자들이 귀원사와 협력하는 일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이지."
"그렇단 말이지?"
신황이 으르렁거렸다. 신황의 입에서는 마치 맹수의 울음소리 같은 목 울림이 새어나왔다.
호 노인은 그런 신황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자네의 아비는 어디로 가고 자네들이 왔단 말인가? 어린 명왕이여......"
"당신을 죽이는 데는 나 혼자면 충분해."
"광호하구나. 네 아비도 내 앞에서는 감히 그런 말을 하지 못할것이다."
"당신 이제까지 산에서만 있었지?"
"뭐?"
갑작스런 질문에 의아해하는 호 노인, 그런 호 노인을 보며 신황이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피워 올렸다.
"자신은 안전한 산에만 있기에 세상의 흐름에 무관하다 생각하지. 그러다 보니 세상에 강자가 태어날 때마다 천한 것으로 치부하고 무시하지.
아마 당신도 그럴 거야. 아니 그게 스스로 은자라고 칭하는 당신들의 형태야. 그리고 당신은 나 정도로도 충분해. 늙은 은자여......"
마지막 말은 호 노인의 어투를 흉내 낸 것이 틀림없었다. 때문에 호 노인의 얼굴이 누르락푸르락해졌다.
"어린놈의 입심이 대단하구나. 하지만 너는 분명히 이곳에 몸을 누일 것이다. 넌 이미 지쳤고, 부상을 당했으니까."
"당신 따위는 나 혼자로도 충분해. 내가 이보다 더 지치고 심한 부상을 입어도 당신 같은 늙은이는 상대가 안 돼."
"이 녀석이......"
호 노인이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신황의 눈은 냉정했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그의 눈은 절대 흔들릴 것 같지 않았다.
그때 불산자가 나서며 호 노인을 엄하게 꾸짖었다.
"이 친구야. 마음을 돌리게나.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자네의 스승께서 자네에게 무예를 전수해주실 때 겨우 이런 일이나 벌이라고 했단 말인가?"
"어차피 자네와 나는 길이 달라. 이런 세상을 더 남겨두어서 무얼 한단 말인가? 차라리 모든 것을 파괴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나아."
"어리석은 친구야. 어쩌다 귀원사와 손을 잡은 것인가?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와 상극이었거늘."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법이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지. 자네도 생각해 보게. 이제까지 우리가 얼마나 천대를 받았는지.
단지 무예를 배웠다는 이유로 나라에 배척을 당했어. 대대로 음지에서 나라를 지켜왔는데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 무엇인가?
이 나라의 태조인 이성계는 그 자신이 은자에게 무예를 배웠으면서 오히려 우리를 두려워해 군을 이용해 결코 우리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어.
왜 힘이 있는데 우리가 그렇게 죽어지내야 하는 건가? 난 용납할 수 없어. 정권을 지키기 위한 야욕 때문에 음지에서 평생을 살 수는 없어. 이제 세상을 바꿀 것이네."
뒤로 갈수록 호 노인의 음성은 절규에 가까웠다. 그것은 평생을 짓눌러오던 굴레에 대한 그의 분노이기도 했다.
강한 힘을 지녔기에 세상에 나가지 못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 그런 논리에 편승한 위정자들, 덕분에 지난 세월 동안 은자들은 세상의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때문에 일부 은자들의 분노는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이 귀원사와 손을 잡는 최악의 형태로 분출이 된 것이다.
호 노인은 소리를 쳤다.
"난 세상을 바꿀 것이네. 힘 있는 자가 대접을 받게... 그래서 중원에 굽실거리는 나라를 바꿀 것이네."
"이 친구야. 백성이 받는 고통은 왜 생각하지 못해.
자네의 욕심대로라면 이 땅의 백성들의 대다수가 죽고 말 것이야. 세상의 근간이 되는 백성이 없는 개혁이란 것이 말이 된단 말인가?
"어쩔 수 없어. 소소한 희생 따위는 넘어가야지. 그러지 않고는 큰일을 할 수 없어."
이미 호 노인의 눈은 뒤집히 상태였다. 철저한 자기 논리에 눈이 뒤집힌 그에게는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자신만의 아집에 잡혀있기 때문이다.
"힘없는 백성들이 당하는 것이 소소한 일이란 말인가? 이 친구야. 정신 좀 차리게나, 정신을......"
"시끄럽네. 나의 결심은 절대 흔들리지 않네. 이제부터 입을 열면 자네라도 가만두지 않겠네. 알겠는가?"
"이 친구......"
불산자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너무나 변한 친구의 모습에 슬픔이 복받쳐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 불산자의 앞에 신황이 나섰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산자에게 말했다.
"이미 대화가 통할 시기는 지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신황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요란하게 뼈 부딪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애당초 대화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주먹만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백부님!"
그때 무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황이 바라보자 무이가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동시에 태양과 달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일식이 곧 시작되려하고 있는 것이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신황 형제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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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앍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 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즐감요
무시 무시 하네요
감사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즐감
다음이 기대 됩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ㄳㄳ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태양과 달아합친다....일식의 시작이다...........
즐감하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하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