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백일법문』 上
개정증보판.
발행인: 원택스님
2562. 4. 20.
제2부 중도사상
제3장 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
2. 대승불교의 정통성
천태종이나 화엄종의 원교(圓敎)나 선종에서는 중도를 근본으로 삼았다는 것은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초전법륜이나 『수타니파타』를 살펴봐도 부처님의 근본사상이 중도임을 알게 되었으니, 천태종이나 화엄종이나 선종이 부처님의 근본사상을 그대로 이었다는 것을 완전히 증명되었습니다. 여러 번 말하지만, 처음에 잘 몰랐을 때에는 대승불교를 의심하여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에 성립되었으니 표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소승불교만이 진정한 불교가 아닌가 하고 연구해 보았지만, 부처님의 근본불교가 중도임이 판명 뒤에는 세계 불교학자들의 사이에서도 대승비불설론(大乘非佛說論)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일본 불교를 보더라도 대승비불설론은 메이지(明治,1868-1912) 말에서 다이쇼(大正,1912-1926) 초기에 나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용수보살(龍樹菩薩,150?-250?)이나 마명보살(馬鳴菩薩,100?-160?)이 주창한 대승불교운동이란 것은 무엇일까? 대승비불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승불교는 용수보살이 만들었으므로 대승불교는 용수보살의 불교지 부처님의 불교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승불교만이 부처님의 불교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근본불교가 중도에 있다는 것이 판명됨으로써 그런 주장도 다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용수보살이 대승불교운동을 제창한 근본 뜻은 ‘근본불교복구운동’이었습니다. 그러면 어째서 복구운동이라고 하는가?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고 난 뒤에 세월이 지나면서 제자들이 각지로 흩어져 살면서 각자의 교리를 주장하게 되었는데, 이 시대를 불교 사적으로 부파시대部派時代라고 합니다. 파가 갈라져 자기들이 아는 대로 이것이 불교다. 저것이 불교다 하며 모두 변견으로 다퉜는데 18개 또는 20개의 부파가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유有로써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무無로써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소승불교입니다. 이 시대에는 유견有見이 많고 무견無見이 적었습니다. 대중부(大衆部) 측에서는 무견(無見)이 좀 있지만 상좌부(上座部)는 대개가 유견(有見)을 근본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소승불교라고 하면 상좌부를 대표로 삼는데, 대중부 역시 부파불교의 속합니다. 부파불교 시대에는 변견으로 근본을 삼다 보니 유견이 아니면 무견이고, 무견이 아니면 유견입니다. 경전 역시 전해 내려오면서 개필(改筆)하면서 자기 학파의 사상을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용수보살이 대승불교사상을 선전하고 나선 뜻은 ‘파사현정(破邪顯正)’즉 삿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유견이 아니면 무견인 소승불교의 삿된 변견을 부셔버리고 부처님의 중도정견으로 바로잡기 위해서 용수보살이 나선 것입니다. 이것도 학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 그 자리를 깨치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문자로 표현된 용수보살의 근본은 『중론(中論)』에도 있고 『대지도론(大智度論)』에도 있습니다.
『중론』은 양변을 떠난 중도로 근본 체계를 삼았습니다. 자신의 학설을 담은 저술의 제목을 『중론』이라고 한 것은 중도만이 부처님의 정통사상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100권으로 된 『대지도론』의 ‘지도(智度)’는 ‘반야바라밀’이란 뜻입니다. 반야바라밀을 번역하면 ‘지혜도피안(智慧到彼岸)’입니다. 『대지도론』에서도 ”양변을 떠난 중도가 반야바라밀이다."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대지도론』은 나중에 다시 말하겠습니다.
용수보살과 그의 제자인 제바존자(提婆尊者)같은 이들은 부파불교의 변경과 일생동안 논쟁을 했는데, 부처님의 근본사상인 중도를 표방하여 부파불교의 삿된 변견을 부수어 정통의 불교를 회복시키려 한 것입니다. 이것이 용수보살과 제바존자의 근본 역할입니다.
결국 대승경전이 시대적으로는 부처님과 5~6백 년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상적으로는 부처님의 근본을 바로 계승한 것이 확실합니다. 대승은 정계(正系)이고 소승은 방계(傍系)라는 것이 이제 확인 되었습니다. 이것은 세계의 불교학자들이 공인하는 것이지 나 혼자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를 시대적으로는 원시불교(原始佛敎)•부파불교(部派佛敎)•대승불교(大乘佛敎)로 나눕니다. 원시불교는 다시 부처님 당시와 직계 제자들이 있었던 불멸 후 30년까지를 대개 근본불교(根本佛敎)라고 하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100년까지를 협의의 원시불교라 합니다. 부파불교란 곧 소승불교로서 불멸 후 1세기부터 대승불교가 일어나기까지 4~5백년 사이를 말하고, 또 대승불교는 기원전 1세기 무렵부터 일어난 새로운 불교 운동을 말합니다. 근본불교인 원시불교와 부파불교인 소승불교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부파불교시대에는 유견 아니면 무견이고, 무견 아니면 유견의 변견으로 각각 자기 교설을 주장한 불교로서 중도사상이 없는 반면, 근본불교는 중도사상에 입각하여 모든 교실설이 설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소승불교는 부처님 사상을 오해한 변질된 불교이고 정통의 불교는 아니라고 요즈음 학자들이 말합니다.
불교의 최고 원리는 대승불교에서 볼 때도 중도에 있고, 또 선종에서 볼 때도 중도에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대승비불설 입장에서 보면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오래되고 정확한 ‘초전법륜’이라든가 『숫타니파타』에서도 분명히 불교의 근본은 중도에 있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분명히 중도를 정등각했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래서 불교의 근본은 중도라는 것이 억천만 겁 지나도 흔들릴 수 없는 근거를 갖게 된 것입니다.
해일(海日) 寫經合掌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