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움 씨가 전날 <만개의 레시피>앱에서 직접 고르고 캡처해 보내준 레시피. 주방을 오가며 요리할 때 보기 편하게, A4크기로 인쇄해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 두었습니다.
전세움 씨도, 직원도 단계와 담당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함이 가장 큽니다. 조리 단계 그대로 따르는 것을 선호하는 전세움 씨입니다. 전세움 씨가 보내준 순서는 바꾸지 않고, 대신 단계와 몫을 세밀하게 쪼개었습니다.
직원도 잘 설명할 수 있고, 전세움 씨도 이해할 만한 표현으로 다듬었습니다. 전세움 씨가 친절하고 상세한 레시피를 고른 덕분에 직원이 바꿀 것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평소 전세움 씨는 요리할 때 핸드폰으로 찬양 틀어둡니다. 레시피를 보려면 음악을 멈추고 읽고, 또 멈추고 읽고. 작은 화면을 확대해 가며 봅니다. 화면 속 예시 사진이 작아서 한눈에 조리 과정을 파악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레시피 종이’를 준비했습니다.
여기에 전세움 씨가 혼자 할 수 있는 단계는 주황색,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하늘색으로 글자색을 나누어 표시했습니다. 색을 바꾸고 보니 전세움 씨가 감당하는 몫이 많다는 게 확연히 눈에 들어옵니다. 주황색 글씨 가득한 레시피 보며, ‘내가 이만큼이나 할 수 있다, 해 내고 있다.’ 체감하기를 바랍니다.
함께하는 부분도 미리 표시해 두었습니다. 전세움 씨와 미리 의논한 것을 바탕으로 적어둔 조리 과정. 그렇게 정해진 순서를 따르는 것이니 그 단계에서 도움을 청하는 것도, 협력하는 것도 대수롭지 않고 자존심 상하지 않겠지요.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일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한 과정이 되겠지요. 결국 이 협력이 전세움 씨가 허락하고 주도하는 일이 되겠지요.
요리 시작할 즈음, 전세움 씨에게 좋아하는 색을 물으니 “분홍색이요.”라고 답합니다. 다음에는 분홍색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합니다.
요리하는 도중, 전세움 씨가 말합니다.
“쌤, 서비스 시간 같아요.”
“학교에서 실습하는 거요?”
“네~”
“학교에서도 이렇게 레시피 종이 보면서 해요?”
“네!”
학교에서도 레시피를 인쇄해서 종이를 붙여놓고 실습을 하나 봅니다.
전세움 씨는 종종 학교에서 조리실습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토스트와 스파게티 만들었고, 다음 주에는 떡볶이 만들 거고…. 이번 주는 핫케이크 만들었다고 자랑합니다.
무척 즐거이 임하는 것 같았는데요. 학교에서 배우는 방식과 비슷해서 그런지, 호응이 좋습니다.
“쌤 강사 같아요.”, “저는 학생 같고요.”, “쌤 진짜인데.”, “쌤 농담 아닙니다.”
강사가 될 생각은 없었는데.... 그런 모양새이려나요. 일단 진심 담긴 칭찬에 감사 전합니다.
그리고 저도 (요리에 있어서는) 학생이라고, 미역국은 전세움 씨 덕분에 처음 만들어 본다고 솔직하게 밝힙니다.
요리를 마칠 즈음 물었습니다.
“세움 씨 이거(레시피 종이) 보면서 하니까 어때요?”
“편해요.”
“그래요.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거나 아쉬운 점 있으면 말해 주세요. 반영할게요.”
“쌤, 아쉬운 점 있습니다.”
“뭔데요?”
미역국 레시피가 없다고, 같이 보면 좋았겠다고 말합니다. 미역국도 전세움 씨 식사이지요. 전담하는 볶음밥뿐만 아니라 미역국까지 ‘자기 식사’라고 여겨 꼼꼼히 챙기는 마음이 고맙습니다. 오늘은 직원이 한 가지를 잘 돕고 싶어서, 볶음밥에만 집중했다고 말합니다.
“제가 이렇게 준비해 올 수 있었던 건, 전세움 씨가 전날에 미리 의논해서, 메뉴랑 따라 할 레시피랑 역할을 정한 덕분이에요.” 앞으로 이렇게 함께 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언젠가는 ‘전세움 씨가’ 이렇게 직접 레시피를 받아 적거나, 아니면 조리 과정이 손에 익어서 작은 핸드폰 화면만 보아도, 혹은 몇몇 단계만 참고해도 뚝딱 만들 수 있게 거들고 싶습니다. 이 마음을 어설프게 덧붙여 전했습니다.
전세움 씨가 직원을 바라봅니다. 그러고는 평소 무언가 제안할 때 하던 특유의 손짓―손바닥을 뒤집어 앞으로 내미는 ― 을 하며 말합니다.
“쌤, 도와주세요.”
! 드디어 협력자로 인정받은 듯합니다. “인정받았습니다.”라고 고쳐 쓰고 싶을 만큼요.
고맙습니다. 성심껏 거들겠어요.
2026년 7월 10일 금요일, 이다정
레시피 종이! 전세움 씨가 알아보기 쉽게 정리하여 나누니 고맙습니다.
한 장 한 장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전세움씨만의 레시피북으로 엮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전세움 씨가 언제든 레시피 종이 보며 식사 준비할 수 있게요. - 21더숨
<과업 관련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