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큰 산줄기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13개의 정맥. 그중에서도 남한에 위치한 9개 정맥은 길이가 2085㎞에 이른다.
백두대간(향로봉~지리산 천왕봉 701㎞)
강원도 인제군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701㎞를 내리뻗은 백두대간(白頭大幹). 그리고 백두대간과 연결된 2000여㎞의 산줄기인 9개 정맥(正脈). 백두대간이 고속도로라면 또 다른 산줄기인 정맥은 국도라고 할 수 있다.
백두대간 개념의 유래
백두대간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1400㎞의 산줄기를 말한다.
여기에는 백두대간 자체뿐만 아니라 1정간(正幹), 13 정맥(正脈)까지 포함된다. 하나뿐인 정간은 함경북도 지역을 가로지르는 장백정간(長白正幹)을 말한다. 정맥 9개는 백두대간에서 갈려져 나온 산줄기로 북한에 있는 청북·청남·해서·임진북예성남 등 4개, 남한에는 한남·금북·금남·금남호남·호남·한남금북·낙동·낙남 등 8개, 남북한에 걸쳐 있는 한북정맥 1개를 말한다. 정맥의 이름에는 대부분 강 이름이 들어있다. 청(淸)은 청천강, 임진은 임진강, 예성은 예성강, 한(漢)은 한강, 금(錦)은 금강, 낙(洛)은 낙동강을 말한다. 청북정맥은 청천강 북쪽, 한북정맥은 한강 북쪽, 한남금북정맥은 한강 남쪽 금강 북쪽, 낙동은 낙동강 동쪽, 낙남은 낙동강 남쪽에 위치한 산줄기를 의미한다. 또 해서(海西)와 호남(湖南)은 각각 황해도와 전라도를 뜻한다. 백두대간 개념은 멀리 신라 말 선승(禪僧)들이 처음 내놓았고, 고려 시대를 지나면서 성숙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면서 정통성을 강조하고 신라·백제의 유민(流民)을 포섭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왕건의 조상은 백두산에서 기원했고, 지리산 산신들이 태조 왕건을 인정했다는 설화가 등장했다. 이렇게 해서 『제왕운기』 , 『고려사』, 『 세종실록지리지』에도 백두산과 지리산을 잇는 산줄기 개념은 등장한다. 백두대간이란 용어 자체는 이익의 『성호사설』, 이중환의 『택리지』 등 조선 후기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신경준이 쓴 『산경표((山經表)』에서 체계화됐다. 백두대간은 산맥과는 다른 개념이다.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있다. 산줄기는 강과 하천의 유역을 나누는 분수계(分水界)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산맥은 때로 하천을 가로질러 이어지기도 하는 개념이다. 백두대간은 기후와 자연 생태, 지리를 파악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산줄기와 유역에 따라 산림의 경관, 생태계가 달라지고, 생활방식도 달라진다. 백두대간 동쪽이냐, 서쪽이냐에 따라 연평균 기온이 다르고, 연평균 강수량도 차이가 난다. 백두대간은 민족정기의 상징으로, 토속신앙과 불교 문화가 어우려져 한반도 고유의 문화를 형성토록 했다는 것이다. 동양대 신준환 초빙교수(전 국립수목원장)는~ "등산객이 중심이 돼 백두대간을 강조하다보니 마루금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 조상들이 생각한 백두대간은 산계(山系) 개념" 이라고 강조했다. 백두대간은 선이 아니라 커다란 산계, 즉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맥 전체 길이는 백두대간의 3배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 한국환경생태학회가 작성한 '한국 정맥의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남한에 있는 정맥의 마루금(주 능선) 길이를 다 더하면 2085㎞에 이른다. 남한지역 백두대간 길이 701㎞의 약 세 배다. 호남정맥이 477.1㎞로 가장 길고, 금남호남정맥이 72.4㎞로 가장 짧다.
정맥을 이루는 산은 각 8~44개, 고개는 각 12~41개다. 정맥별 평균 고도는 금남호남정맥이 598m로 가장 높고, 한남정맥이 106m로 가장 낮다. 백두대간 평균 고도 754m보다는 전체적으로 낮다.
산림청은 한국임학회에 의뢰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맥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2조9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지나는 한북정맥이 가장 많은 1조533억원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낙동정맥 2200억원, 한남정맥 1543억원 순으로 평가됐다.
①한북정맥
13개 정맥 중에서 유일하게 남북한에 걸쳐 있는 한북정맥은 한강 북쪽 수계를 이루는 산줄기다.
평강 추가령~강원도 화천군 수피령~경기도 파주시 장명산에 이르며 길이는 약 185㎞다. 수도권 시민들이 많이 찾는 북한산이나 도봉산·사패산도 포함돼 있다. 북한 지역에서는 함경도와 강원도 도계(道界)를 이룬다. 평균 고도는 362m이고, 마루금 양쪽 300m 이내 지역 면적 중에서 시가지와 경작지가 약 20% 차지한다. 소나무 군락의 면적 비율이 2%로 매우 적은 반면, 참나무류 군락의 비율이 높다.
한북정맥에는 임도를 포함한 도로가 88개가 지난다. 광산과 채석장도 각 7곳씩 있다.
②한남정맥
경기도 안성시 칠장산에서 시작해 광교산·수리산·계양산을 거쳐 경기도 김포시 문수산에 이르는 길이 190.6㎞의 산줄기다. 경기도 한강 본류와 남한강을 남쪽에서 감싸안고 있는 분수령(分水嶺)이며, 13개 정맥 중에서 평균 해발고도가 106m로 가장 낮아 산인지 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한남정맥은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개발 압력이 높은 편이다.
마루금 양쪽 300m 이내 면적 중에서 임야면적은 42.6%로 정맥 중에서 가장 낮다. 반면 시가지와 경작지 비율은 33%로 아주 높다.
100개 넘는 도로가 관통하고 있으며, 골프장 갯수도 35개에 이른다. 한남정맥에는 모두 16개의 공원묘지가 위치해 있다. 전체 9개 정맥의 공원묘지 40곳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있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백두대간과 마찬가지로 정맥도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하는 것인데, 한남정맥은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로 인해 정맥이 단절됐다"고 말했다. 굴포천 주변 지역에서는 잦은 홍수로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굴포천 방수로 공사가 추진됐고, 이것이 경인운하로 확대됐다. 2009년 3월 공사가 시작됐고, 2012년 5월에 개통했지만, 선박 통행은 거의 없어 운하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③낙동정맥
낙동정맥은 낙동강 동쪽에 위치한 산줄기를 의미한다. 다른 정맥에 비해 산세가 높고 산림지역이 많아 인간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며, 식생도 다양한 편이다. 강원도 태백시 태백산(매봉산)에서 시작해 남으로 부산시 사하구 몰운대까지 이어져 있으며 길이는 418.9㎞다. 평균 해발고도가 471m로 면산(1246m)·통고산(1066.5m)·가지산(1240.9m)·영축산1082.2m)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7개나 있다. 임야 면적 비율이 84.6%로 정맥 중에서 가장 높다.
④낙남정맥
낙남정맥은 경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산줄기다. 동쪽으로는 낙동강, 서쪽으로는 섬진강, 남으로는 남해, 북쪽으로는 남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경남 함양군 지리산(영신봉)에서 시작해서 무량산·여항산·무학산·천주산·신어산을 지나 경남 김해시 분산(고암나루터)까지 236.8㎞에 이른다. 해발고도는 평균 231m로 정맥 중에서는 한남정맥에 이어 낮은 쪽으로는 두번째다. 농경지나 초지, 시가화 지역 등 개발이 많이 이뤄진 곳이다. 낙남정맥을 관통하는 도로는 임도를 포함해 모두 138개나 된다. 2㎞도 안 되는 거리마다 도로가 관통하는 셈이다. 낙남정맥은 사천 방수로가 관통하고 있다. 진주 남강댐에서 홍수 때 남해 사천만으로 물을 긴급하게 빼낼 때 이용하는 인공수로다. 사천방수로는 1920년대 일제 강점기 때 제시된 '낙동강 하류 개수계획'의 내용을 기초로 1962~70년에 진행된 사업이다. 물로 인해 정맥 자체가 끊긴 곳은 한남정맥의 경인운하와 더불어 이곳뿐이다.
⑤한남금북정맥
한강과 금강을 나누는 분수령(分水嶺)으로 한강 남쪽, 금강 북쪽을 지나는 산줄기라는 의미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에서 경기도 안성시 칠장산 사이 169.2㎞에 이른다. 한남금북정맥의 산림을 보면 소나무 군락의 면적이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우점했으며, 인공림의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낮과 완만한 산세의 영향으로 시가지와 경작지 비율이 27.6%로 높았다. 골프장도 모두 11곳으로 9개 정맥 중에서 가장 많다. 도로는 임도를 포함해 모두 50개 관통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⑥금북정맥
충청도를 대표하는 금강의 서북쪽을 지나는 산줄기다. 경기도 안성시 칠장산에서 시작해 광덕산·오서산·백화산·지령산을 거쳐 충남 태안군 태안반도의 끝인 안흥진까지 296.1㎞에 이른다. 정맥 중 유일하게 해상형 국립공원인 태안해안국립공원과 연결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개발 압력이 심한 편이다. 금북정맥을 관통하는 도로가 123개나 된다. 또 광산이 10곳, 채석장이 6곳이나 돼 9개 정맥 중에서 가장 많은 편이다. 금북정맥에는 경작지가 89곳 148.7㏊나 개발돼 있다. 9개 정맥의 절반이 이곳에 몰려있는 셈이다.
⑦금남정맥
금강 남쪽에 있는 산줄기로 만항강과 동진강의 분수령이다. 전북 진안군 마이산(조약봉)에서 시작해 운장산·대둔산·계룡산을 거쳐 충남 부여군 부소산 조룡대까지의 138㎞ 구간이다. 굴참나무가 우점한 숲의 비율이 14%로 높은 편이었으나, 신갈나무 우점 비율 18%에는 못 미쳤다. 금남정맥에 속하는 팔재산의 경우 귀화식물 비율이 11.7%로 한남정맥 계양산의 12.5%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금남정맥의 경우 마루금에 인접하게 설치된 송전탑이 11개로 조사됐다. 송전탑 진입로나 송전탑 주변 지역에서 훼손된 산림을 복구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금남정맥 등산로의 경우 폭은 0.79m로 다른 정맥과 비슷했으며, 침식 깊이도 6.76㎝로 다른 정맥과 비슷했다. 관통 도로는 임도를 포함해 모두 36개로서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⑧금남호남정맥
경남 함양군 장안치에서 전북 진안군 마이산까지 72.4㎞의 산줄기로 9개 정맥 중에서 가장 짧다. 하지만 9개 정맥 중에서 평균 해발고도가 598m로 가장 높다. 또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을 안고 있어 북쪽으로는 금강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흐르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채석지 5곳이 확인됐는데, 100㎞ 당 채광·채석지 숫자는 7.3개소로 9개 정맥 중에서 가장 많다. 이밖에 금남호남정맥에는 훼손지로서 휴게소가 2곳,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1곳, 고랭지 채소재배단지 2곳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⑨호남정맥
전북 진안군 마이산에서 전남 광양시 망덕포구에 이르는 447.8㎞의 산줄기다.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호남정맥은 남한지역에서 강과 관련이 없는 이름을 가진 유일한 정맥이다. 주화산·내장산·무등산·제암산·조계산·백운산·망덕산이 모두 호남정맥에 속해 있다. 특히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과 영산강의 발원지인 용소에도 닿아 있다. 백두대간이나 다른 정맥의 경우 신갈나무가 우점인 반면 호남정맥은 굴참나무가 우점하고 있으며, 편백나무 숲이 넓게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호남정맥을 관통하는 도로의 숫자가 102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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