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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滉 (1501~1570. 朝鮮 中期 文臣. 大提學. 字 景浩. 號 退溪 • 陶翁. 諡號 文純. 本貫 眞寶. 儒學者. 朝鮮性理學基礎만듬. 安東 禮安縣 溫溪里 出生)
(1) 感春
淸晨無一事 ~ 맑은 아침 다른 일 없어
披衣坐西軒 ~ 옷을 입고 西軒에 앉았다.
家僮掃庭戶 ~ 어린 종은 뜰을 쓸고
寂廖還掩門 ~ 심심하여 도로 門을 닫는다.
細草生幽砌 ~ 가는 풀들 섬돌에 돋아나고
佳樹散芳園 ~ 나무는 香氣로운 庭園에 흩어져 있다.
杏花雨前稀 ~ 살구꽃은 비에 떨어져 드물고
桃花夜來繁 ~ 복사꽃은 밤사이 활짝 피었구나.
紅櫻香雪飄 ~ 붉은 벚꽃 눈처럼 휘날리고
縞李銀海飜 ~ 흰 오얏꽃은 銀빛 바다인 듯 뒤척인다.
好鳥如自矜 ~ 새들은 뽐내고
閑關哢朝暄 ~ 閑暇로운 門빗장에서 아침을 지저귄다.
時光忽不留 ~ 歲月은 暫時도 머물지 않고
幽懷悵難言 ~ 가슴 속 그윽한 懷抱는 서글퍼 말하기 어렵구나.
三年京洛春 ~ 三 年 동안의 서울 봄은
局促駒在轅 ~ 멍에 맨 망아지처럼 움츠렸도다.
悠悠竟何益 ~ 아득한 歲月 끝내 무슨 보탬이 되었는지
日夕愧國恩 ~ 아침 저녁으로 나라의 恩惠에 부끄럽기만 하다.
我家淸洛上 ~ 나의 집은 맑은 洛東江 上流에 있어
熙熙樂閑村 ~ 閑暇하고 平和로운 마을이라네.
隣里事東作 ~ 이웃 고을에서 봄 農事일 하면
鷄犬護籬園 ~ 닭과 개가 울타리를 지켜준다.
圖書靜几席 ~ 冊 놓인 깨끗한 床에 있으려니
煙霞映川原 ~ 江과 언덕은 봄 안개와 노을에 빛난다.
溪中魚與鳥 ~ 냇가에는 고기와 새들이 있고
松下鶴與猿 ~ 소나무 아래에는 鶴과 원숭이가 노는구나.
樂哉山中人 ~ 좋아라, 山 속 사람들이여
言歸謀酒奠 ~ 나도 辭職을 請하여 故鄕 돌아가 술盞이나 나누리라.
(2) 溪堂偶興十絶. 1
四麓唯紅錦 ~ 四方의 山기슭은 붉은빛 緋緞이요
雙林是碧羅 ~ 兩옆의 깊은 숲은 푸른빛 緋緞일세.
豈知淳朴處 ~ 누군들 알았으랴 淳朴한 이곳이
還被化工誇 ~ 도리어 造化翁의 자랑거리 될 줄을.
(3) 溪堂偶興十絶. 2
彴跨溪聲度 ~ 시냇물 소리 타고 징검다리 건너면
堂依壑勢開 ~ 골짝 地勢 依支하여 書堂이 열려 있네.
從他笑深僻 ~ 너무 깊고 窮僻하다 남들은 웃지마는
素履足徘徊 ~ 내 本分에 이만하면 徘徊하기 넉넉해라.
(4) 溪堂偶興十絶. 3
開鏡爲蓮沼 ~ 열어 놓은 거울처럼 蓮못을 만들고
披雲作石門 ~ 구름을 헤치고서 돌門을 세웠네.
和風吹澹蕩 ~ 실바람 불어 和暢한 날인가 하면
時雨發絪縕 ~ 때맞춰 오는 비는 봄氣運 감도누나.
(5) 溪堂偶興十絶. 4
石竇疏泉遠 ~ 바위틈에 솟는 샘물 멀리서 끌어 오고
山根卜宅幽 ~ 山기슭 깊은 곳에 집 지으니 그윽해라.
客來愁絶險 ~ 손님이 오실 제에 險難한 것 걱정하나
還往儘悠悠 ~ 오고 가는 그 길이 眞實로 悠해라.
(6) 溪堂偶興十絶. 5
盡日雲含雨 ~ 하루가 다 가도록 구름은 비 머금고
移時鳥喚春 ~ 새들은 봄을 불러 쉬지를 않는구나.
山村頗狎虎 ~ 깊숙한 山골이라 범을 저어 아니하니
溪路少逢人 ~ 시냇길에 오가는 이 만나는 일 드물구나.
(7) 溪堂偶興十絶. 6
已著游仙枕 ~ 베개 배고 꿈속에서 神仙되어 놀고 나선
還開讀易窓 ~ 周易을 읽으려고 窓門 열어 두었노라.
千鍾非手搏 ~ 千種은 손으로 잡을 것이 못 되어라
六友是心降 ~ 여섯 벗이 서로들 마음에 맞거니.
(8) 溪堂偶興十絶. 7
布穀催田務 ~ 뻐꾹새는 뻐꾹뻐꾹 農事일을 재촉하고
提壺勸客愁 ~ 사다새는 客에게 시름을 자아내네.
更憐雲外鶴 ~ 더더욱 어여쁜 건 구름 밖의 鶴이
無語立松頭 ~ 소나무 꼭대기에 말 없이 서 있구나.
(9) 溪堂偶興十絶. 8
爛熳堆紅紫 ~ 붉은빛 紫朱빛은 爛熳히 쌓여 있고
淸新遶綠靑 ~ 푸른빛 초록빛은 淸新하게 둘렀는데
三杯偶獨酌 ~ 偶然히 혼자서 석 盞 술 먹고 나니
萬事本無營 ~ 萬事는 本來부터 經營할 것 없구나.
(10) 溪堂偶興十絶. 9
因病投閒客 ~ 病든 몸을 구실삼아 閑暇한 몸이 되어
緣深絶俗居 ~ 깊숙한 곳 찾아와서 世俗 因緣 끊고 사네.
欲知眞樂處 ~ 참으로 즐거운 일 무엇인지 알고파서
白首抱經書 ~ 白首가 되도록 經書를 끼고 사네.
(11) 溪堂偶興. 10
掬泉注硯池 ~ 샘물 움켜담아 벼루 먹물 만들고
閑坐與新詩 ~ 조용히 앉아 새로 詩를 쓴다.
自適幽居趣 ~ 그윽한 삶의 情趣에 自足하니
何論知不知 ~ 누가 알든 모르든 무얼 論하겠나.
(12) 溪上秋興
雨捲雲歸暮天碧 ~ 구름가고 비 그치자 저녁하늘 푸르고
西風入林鳴策策 ~ 西風은 숲에들어 蕭瑟히 울고있네.
溪禽忘機立多時 ~ 물새가 멍하니 오랜 時間 서성이다
忽然決起飛無迹 ~ 忽然히 솟아올라 자취 없이 날아가네.
(13) 孤山
何年神斧破堅頑 ~ 어느 해에 神이 굳은 巖石 도끼로 찍어내어
壁立千尋跨玉灣 ~ 壁이 千 길이나 우뚝 灣에 걸터앉았구나.
不有幽人來作主 ~ 隱者가 찾아와 살지 않으면
孤山孤絶更誰攀 ~ 높은 山 외로운 山에 다시 누가 올라올까.
(14) 過吉先生閭
朝行過洛水 ~ 아침에 길을 떠나 洛水를 지나니
洛水何漫漫 ~ 洛水는 어이하여 그리도 길고 길며
午憩望鰲山 ~ 낮에는 쉬면서 鰲山을 바라보니
鰲山鬱盤盤 ~ 鰲山은 구불구불 鬱蒼도 하구나.
淸流徹厚坤 ~ 맑디맑게 흐르는 물 두터운 땅 뚫었고
峭壁凌高寒 ~ 깎아지른 絶壁은 하늘 높이 솟았으니
有村名鳳溪 ~ 거기에 鳳溪란 마을이 하나 있어
乃在山水間 ~ 山과 물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오.
先生晦其中 ~ 先生이 그 가운데 숨어서 살았으니
表閭朝命頒 ~ 朝廷에서 令을 내려 旌閭를 表하였네.
大義不可撓 ~ 大義가 흔들리지 않음이여
豈曰辭塵寰 ~ 티끌世上 싫어서라 어이 그리 말하랴
千載釣臺風 ~ 千 年이라 釣臺의 風潮여
再使激東韓 ~ 또다시 東韓 땅에 울리게 되었구나.
扶持已無及 ~ 나라를 扶持함은 이미 可望 없었으나
植立永堅完 ~ 節槪를 세움이여 길이 굳고 完全토다.
丈夫貴大節 ~ 丈夫는 큰 節槪를 貴하게 여기나니
平生知者難 ~ 한平生 그 마음을 아는 이 드물었네.
嗟爾世上人 ~ 아아 그대 世上 사람들이여
愼勿愛高官 ~ 부디 높은 벼슬일랑 사랑하지 말아라.
★ 吉先生의 旌閭 ~: 冶隱 吉再가 高麗末에
나라가 亡할 徵兆를 보고 故鄕인 善山으로 내려와 金鰲山 아래 洛東江 가에 숨어 살면서
朝廷에서 벼슬을 주어도 받지 않고 節槪를 지켰다. 朝廷에서는 節義를 嘉尙히 여겨 旌閭를 내려 주었다.
(15) 過淸平山有感
峽束江盤棧道傾 ~ 峽谷에 묶인 다리 골짜기에 비겨있고
忽逢雲外出溪淸 ~ 구름 밖에서 만나 맑은 개울물로 흘러나오네.
至今人說廬山社 ~ 只今까지 사람들은 廬山社를 말했지만
是處君爲谷口耕 ~ 임께서는 이곳에서 谷口 밭을 갈았다네.
白月滿空餘素抱 ~ 空中에 가득한 달빛은 남은 마음 품고
晴嵐無跡遣浮榮 ~ 갠 날 山氣運 자취 없이 헛된 榮華 씻었네.
東韓隱逸誰修傳 ~ 우리나라 숨은 선비를 누가 적어 傳할까
莫指微疵屛白珩 ~ 些少한 티 있다하여 흰 구슬을 버리지 말라.
(16) 九月二十九日溪堂卽事
(9月 29日 溪堂에서 卽席으로 짓다)
冷雨寒烟暝一山 ~ 찬비와 찬 안개에 온 山이 어둑하여
園林蕭索菊花斑 ~ 동산은 스산한데 菊花가 아롱졌네.
但知抵死芳香在 ~ 다만 질 때까지 꽃다운 香氣를 간직하려 할 뿐이니
不管風霜夜夜寒 ~ 바람과 서리로 밤마다 차가운 건 掛念치 않네.
(17) 金剛山
巨嶽臨東溟 ~ 東海에 到來한 巨大한 묏부리들
雄雄半天出 ~ 傑出한 그 모습 구름 위로 솟았네.
日月互蔽虧 ~ 해와 달은 서로 감싸며 이지러지고
靈仙粉宅窟 ~ 神仙의 窟에선 香내만 傳해오는데
我欲往問之 ~ 한 番 찾아가서 내 欲望 물어보려도
塵纓甚拘鬱 ~ 世上일에 얽매여 헤어나지 못했네.
恨無圓寵方 ~ 어이하면 神仙 되는 方法을 배워
飛去宿願畢 ~ 하늘 위로 날아올라 所願 이룰 가
超然探興客 ~ 超然히 探勝길 올라 遊覽客 되니
動止不羈情 ~ 굴레를 벗은 듯 발걸음도 情겹네.
境勝吟仍坐 ~ 切景 詩 읊조리느라 쉴 새 없고
天晴樂便行 ~ 하늘까지 개이니 風流길이로다.
江山千樣好 ~ 江山은 千態萬狀 좋은 時節인데
風月一般淸 ~ 맑은 바람, 밝은 달은 한껏 爽快해.
物外閑消息 ~ 世上 밖인 듯 消息조차 막혔네.
無人識得情 ~ 사람 없어도 情 느낄 수 있으니
海東形勝地 ~ 海東땅 어디에나 名勝地는 많지만
風景剩探佳 ~ 그 中에도 아름다운 絶勝景槪라
浩蕩江山眼 ~ 江과 山은 눈간데 끝이 없고
淸凉風月懷 ~ 달빛은 淸凉한 바람을 품으니
始知安義命 ~ 처음으로 몸과 마음 쉴 곳 찾았네.
那復飾形骸 ~ 내 어찌 富貴功名에 사로잡히랴.
此去移居住 ~ 돌아가면 이 곳에 집을 옮겨살리라.
林泉起小齋 ~ 맑은 숲 속에 작은 亭子 지으리.
聞說金剛勝 ~ 金剛山 빼어난 景致 所聞만 듣고
空懷二十年 ~ 품은 뜻 없이 스무 해를 보냈노라.
玩來淸景地 ~ 놀기 爲해 찾아온 맑고 깨끗한 곳
況復好秋天 ~ 하물며 때는 가을이라 好時節인데
溪菊香初動 ~ 시냇가 들菊花는 첫 香氣 풍기고
巖楓紅慾燃 ~ 바위 위에 丹楓나무 붉게 타는 듯
行吟巖壑底 ~ 絶壁 아래를 거닐며 詩를 읊노라니
心慨覺蕭然 ~ 慷慨한 이내 마음 외려 쓸쓸하구나.
(18) 錦江亭
鵑啼山裂豈窮年 ~ 杜鵑이는 어찌 한平生 山이 찢어져라 우는지 ?
蜀水名同非偶然 ~ 蜀나라의 江 이름도 한가지라 偶然이 아니구나.
明滅曉簷迎海旭 ~ 큰 아침해를 맞으니 가물거리던 처마가 밝아오고
飄蕭晩瓦掃秋烟 ~ 낡은 기와를 쓸듯 가을 안개 쓸쓸히 나부끼네.
碧潭楓動魚游錦 ~ 丹楓나무 흔들리는 푸른 물가엔 아름다운 물고기 노닐고
靑壁雲生鶴踏氈 ~ 구름이 이는 푸른 絶壁엔 鶴이 絨緞을 밟고 있네.
更約道人攜鐵笛 ~ 道人과의 約束을 바꿔서 날라리를 들고서
爲來吹破老龍眠 ~ 남김없이 다 불어 잠자는 늙은 龍을 돌아오게 하리라.
(19) 梅落月盈
一樹庭梅雪滿枝 ~ 뜰에 잇는 한 그루 梅花 그 가지에 눈이 소복한데
風振護海夢差枝 ~ 바람과 먼지가 搖動을 침에 꿈자저 어지럽구나.
玉堂坐對春素月 ~ 玉堂에 앉아 봄밤의 달을 마주하는데
鴻雁聲重維素思 ~ 기러기 우는 소리에 생각은 절로 向하는 곳이 있구나.
(20) 踏靑登霞山
(푸른 풀 밟으려 紫霞山에 올라)
踏靑幽徑草茸茸 ~ 踏靑 가는 깊은 골짝 길에 풀 茂盛한데
來上霞山坐碧峰 ~ 紫霞山에 올라와 푸른 봉우리에 앉았다.
萬樹欲花春漠漠 ~ 나무마다 꽃 피려나 봄은 아득한데
一山將暮翠重重 ~ 온 山이 저물려니 峰마다 푸른빛이다.
舊遊京國渾如夢 ~ 지난날 서울 일들은 아련히 꿈 같고
新卜田園只自農 ~ 새로 밭 마련하여 直接 農事지으련다.
曲水佳辰當遏密 ~ 굽이굽이 물 흐르는 좋은 때에 國喪을 當해
題詩回首涕霑胸 ~ 詩 짓고 돌아다보니 눈물이 가슴을 적신다.
(21) 嶋潭三峰
山明楓葉水明沙 ~ 山은 丹楓잎 붉고 물은 玉같이 맑은데
三島斜陽帶晩霞 ~ 夕陽의 嶋潭三峰에는 저녁노을 드리웠네.
爲泊仙蹉橫翠壁 ~ 神仙의 뗏목은 푸른 絶壁에 기대어 머물고
待看星月湧金波 ~ 별빛 달빛 아래 金빛 波濤 너울진다.
(22) 陶山暮春偶吟
(陶山에서 늦봄에 偶然히 읊다)
浩蕩春風麗景華 ~ 浩蕩한 봄바람과 華奢한 景致인데
蔥瓏佳木滿山阿 ~ 파아랗고 玲瓏한 나무가 山자락에 가득하여라.
一川綠水明心鏡 ~ 한 줄기 푸른 물은 마음 밝히는 거울인데
萬樹紅桃絢眼霞 ~ 萬 그루 붉은 복사꽃은 눈을 어리는 노을이어라.
(23) 陶山月夜詠梅. 1
獨倚山窓夜色寒 ~ 홀로 山窓에 기대서니 밤 氣運이 차가운데
梅梢月上正團團 ~ 梅花나무 끝으로 둥근 달 떠오르네.
不須更喚微風至 ~ 굳이 부르지 않았어도 실바람은 불어와
自有淸香滿院間 ~ 뜨락을 온통 맑은 香氣로 채우는 구나.
(24) 陶山月夜詠梅. 2
步屧中庭月趁人 ~나막신 끌고 뜨락을 거닐자 달빛은 사람을 따르고 (屧. 나막신 섭)
梅邊行繞幾回巡 ~ 난 梅花꽃 周邊을 얼마나 돌았던가.
夜深坐久渾忘起 ~ 밤 깊도록 오래앉아 일어나길 잊었더니
香滿衣巾影滿身 ~ 옷엔 香氣 가득, 몸엔 달그림자가 가득하여라.
(25) 陶山月夜詠梅. 3
晩發梅兄更識眞 ~ 늦게피는 梅花꽃 참뜻을 다시금 알겠으니
故應知我怯寒辰 ~ 일부러 내가 추위에 弱한것을 알아서겠지.
可憐此夜宜蘇病 ~ 可憐하다, 이밤 身病 治癒만 된다면야
能作終宵對月人 ~ 밤 다 새도록 달과 함께 하련만.
(26) 陶山月夜詠梅. 4
往歲行歸喜裛香 ~ 몇해 前엔 돌아와 기쁘게 香氣에 빠졌었고
去年病起又尋芳 ~ 지난해에는 病席에서 일어나 또 꽃을 찾았었네.
如今忍把西湖勝 ~ 只今은 西쪽 湖水의 아름다움에 歎服하며
博取東華軟土忙 ~ 부드러운 흙위에서 東쪽의 꽃을 두루 取하느라 바쁘기만 하네.
(27) 陶山月夜詠梅. 5
山夜寥寥萬境空 ~ 山 속 밤 寂寞하고 온 世上은 빈 듯
白梅涼月伴仙翁 ~ 흰 梅花 맑은 달이 神仙 老人 벗해준다.
箇中唯有前灘響 ~ 그 속에 오직 앞 내 흐르는 소리
揚似爲商抑似宮 ~ 높을 때는 商音이요 낮을 때는 宮音이어라.
(28) 陶山月夜詠梅. 6
老艮歸來感晦翁 ~ 老艮 梅花詩에 周子는 感動받아
託梅三復嘆羞同 ~ 羞同이란 글句로 세 番이나 感歎했다.
一杯勸汝今何得 ~ 너에게 한 盞 勸하고 싶으나 할 수 없어
千載相思淚點胸 ~ 千 年 前 생각에 눈물로 가슴 속을 적신다.
(29) 倒垂梅
花纔背尙堪猜 ~ 한 송이 꽃 若間 뒤돌아 피어도 오히려 疑心스럽거늘
胡奈垂垂盡倒開 ~ 어찌하여 모두 거꾸로 드리워져 피었는고.
賴是我從花下看 ~ 그 까닭을 알고자 꽃 아래에서 살펴보니
昴頭一一見心來 ~ 머리 쳐든 한송이 한송이 꽃心이 보이네.
(30) 讀書如遊山
讀書人說遊山似 ~ 글 읽기와 山놀이가 비슷하다 하지마는
今見遊山似讀書 ~ 이제 보니 山놀이가 글 읽기와 같도다.
工力盡時元自下 ~ 工力이 다할 때엔 依例히 내려오고
淺深得處摠由渠 ~ 얕고 깊음 아는 것도 모두 이에 있더구나.
坐看雲起因知妙 ~ 이는 구름 앉아 보고서 奇妙함을 알았었고
行到源頭始覺初 ~ 根源地에 이르러선 비롯됨을 깨달았네.
絶頂高尋勉公等 ~ 마루턱 찾을 것은 그대들을 期待하니
老衰中輟愧深余 ~ 늙어서 못가는 이 몸 깊이 부끄러워라.
(31) 晩步
苦忘亂抽書 ~ 健忘症이 念慮되어 冊들을 어지러이 뽑아놓고
散漫還復整 ~ 질펀히 흩어진 冊들을 다시 整理한다.
曜靈忽西頹 ~ 문득 바라보니 해는 西쪽으로 기울고 있고
江光搖林影 ~ 江에는 夕陽에 숲그림자 드리운다.
扶笻下中庭 ~대지팡이 찾아 짚고 뜰로 내려서서
矯首望雲嶺 ~ 고개들어 구름재를 바라다본다.
漠漠炊煙生 ~ 저녁 밥짓는 煙氣 멀리서 피어오르고
蕭蕭原野冷 ~ 冷氣이는 언덕과 들판은 쓸쓸하구나.
田家近秋穫 ~ 農家의 가을걷이 막 始作되니
喜色動臼井 ~ 방앗간은 기쁨으로 生動이 넘친다.
鴉還天機熟 ~ 까마귀들도 돌아오고 가을도 무르익어 가는데
鷺立風標逈 ~ 바람부는 저 멀리엔 해오라기만 우두커니 서 있구나.
我生獨何爲 ~ 나홀로 只今 무엇을 해야하나
宿願久相梗 ~ 바라던 바는 오래도록 難望하구나.
無人語此懷 ~ 이 懷抱 나눌 사람없어
瑤琴彈夜靜 ~ 고요한 이밤 거문고만 뜯어본다.
(32) 望山
何處無雲山 ~ 어느 곳인들 그름 낀 山이 없으랴마는
淸凉更淸絶 ~ 淸凉山이 더더욱 淸絶하다네.
亭中日延望 ~ 亭子에서 每日 먼 곳을 바라보면
淸氣透人骨 ~ 맑은 氣運이 뼈까지 스며든다네.
(33) 望湖堂尋梅
望湖堂裏一株梅 ~ 望湖堂 뜰 안에 한 그루 梅花꽃
幾度尋春走馬來 ~ 몇 番이나 봄을 찾아 말을 달려왔던가.
千里歸程難汝負 ~ 千 里길 가는 길에 그대 저버리기 어려워
敲門更作玉山頹 ~ 門 열고 玉山이 무너지듯 醉하리.
(34) 梅
手鍾寒梅今幾年 ~ 손수 梅花를 심어 몇해가 지나니
風烟灑蕭小窓前 ~ 작은 窓앞이 깨끗하고 산뜻하다.
昨來香雪初驚動 ~ 어제부터 흰꽃이 놀라 움직이듯 피어나는데
回首群芳盡索然 ~ 둘러보니 다른 꽃들은 아직 쓸쓸하기만.
(35) 梅花
梅萼迎春帶小寒 ~ 봄을 맞는 梅花송이 찬 氣運을 띠었기에
折來相對玉窓間 ~ 한 가지 꺾어내어 玉窓에서 마주 보네.
故人長憶千山外 ~ 山 疊疊 저 밖에 옛사람의 追憶 그리워라
不耐天香瘦損看 ~ 여위고 縮나는 天香을 못 견디리.
(36) 浮碧樓
永明寺中僧不見 ~ 永明寺에 스님은 보이지 않고
永明寺前江自流 ~ 절 앞에는 江물만 흘러가네.
山空孤塔立庭際 ~ 山은 고요하고 뜰에는 塔만 우뚝 서 있고
人斷小舟橫渡頭 ~ 나루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조각배만 매어있네.
長天去鳥欲何向 ~ 높은 하늘을 날아가는 저 새는 어디로 가나
大野東風吹不休 ~ 넓은 들에 봄바람은 끝없이 불어오네.
往事微茫問無處 ~ 지난일 아득하여 물을 곳 없고
淡煙斜日使人愁 ~ 뿌연 안개 속의 夕陽은 사람을 愁心케 하네.
(37) 山川形勢
龍淵雲氣曉凄凄 ~ 龍淵 못 구름氣運에 새벽이 쓸쓸하고
鶻峀摩空白日低 ~ 작서봉 높이 솟아 밝은 해가 낮아 보인다.
坐待山城門欲閉 ~ 山城에 앉아 보니 城門은 닫히려 하는데
角聲吹度大江西 ~ 피리 소리 불리어 큰 江 西쪽을 건너간다.
(38) 石蟹 (가제)
負石穿沙自有家 ~ 돌을 지고 모래 파서 스스로 집을 짓고
前行卻走足偏多 ~ 앞으로 가다가 도리어 뒤로 달리니 다리는 더욱 많구나.
生涯一掬山泉裏 ~ 한平生 山 속 샘 한 番 움켜잡고서는
不問江湖水幾何 ~ 江湖의 물이 얼마나 되는가는 묻지도 않는구나.
(39) 善竹橋頭血
善竹橋頭血 ~ 善竹橋 머리 위의 피
人悲我不悲 ~ 사람들은 슬퍼하지만 나는 슬퍼하지 않네.
忠臣當國危 ~ 忠臣이 나라의 危機를 맞아
不死更何爲 ~ 죽지 않고 어찌하리.
蕭蕭草蓋屋 ~ 보잘것 없는 草家 오막살이
上雨以旁風 ~ 위로는 비가 새고 옆으로는 바람이 치네.
就燥屢種狀 ~ 마른 곳을 찾아 家具를 옮기고
叛書故萊中 ~ 書籍은 헌 箱子 속에 거두네.
(40) 宿淸風寒碧樓
半生堪愧北山靈 ~ 半平生 지난 일이 北山의 靈에 부끄럽고
一枕邯鄲久未醒 ~ 베개 속 靑雲의 꿈은 아직도 못 깨었어라.
薄暮客程催馹騎 ~ 黃昏의 他鄕 길에 驛말을 달리는데
淸宵仙館對雲屛 ~ 맑은 밤 仙館에서 구름 屛風 마주했어라.
重遊勝地如乘鶴 ~ 景致 좋은 땅에 다시 노니 鶴 탄 것 같아
欲和佳篇類點螢 ~ 좋은 詩에 和答하려니 반딧불 켜진 듯 하여라.
杜宇聲聲何所訴 ~ 杜鵑의 슬픈 울음, 무슨 하소인지
梨花如雪暗空庭 ~ 눈 빛 같은 배꽃이 빈 뜰에 몰래 피었어라.
(41) 鴨綠天塹
(鴨綠江은 天然의 垓子라네)
日暮邊城獨倚闌 ~ 저물어 邊方 城 欄干에 홀로 기대니
一聲羌笛戍樓間 ~ 한줄기 오랑캐 피리소리 戍樓에 들려온다.
憑君欲識中原界 ~ 그대에게 長安의 消息을 付託하니
笑指長江西岸山 ~ 웃으며 긴 江의 西쪽 언덕을 가리킨다.
(42) 野塘 (뜰앞 蓮못)
露草夭夭繞水涯 ~ 이슬에 젖은 풀잎 싱그러이 물가를 둘렀는데
小塘淸活淨無沙 ~ 작은 蓮못 맑디맑아 티끌도 없네.
雲飛鳥過元相管 ~ 지나가는 구름과 새는 元來 비추는 것이지만
只怕時時燕蹴波 ~ 다만 제비가 차고갈 때 물결 일렁일까 그게 두렵네.
(43) 憶陶山梅
湖上山堂幾樹梅 ~ 湖水 위의 陶山書堂엔 몇 그루 매화꽃이
逢春延停主人來 ~ 봄철 접어드니 옛 主人 오길 기다리네.
去年已負黃花節 ~ 지난 해 菊花의 季節에 그대와 헤어지고
那忍佳期又負回 ~ 아름다운 그 期約 어찌 再次 저버릴까.
丙歲如逢海上仙 ~ 丙寅年 맞이하여 바다 神仙을 만난 듯
丁年迎我似登天 ~ 丁卯年은 나를 만나 하늘에 오르는 듯.
何心久被京塵染 ~ 어떤 마음도 漢陽의 風塵 오래 물들어
不向梅君續斷絃 ~ 梅花와 끊긴 因緣 어서 잇지 못하누나.
(44) 嶺南樓
樓觀危臨嶺海天 ~ 누대 높이 영해 하늘에 우뚝솟고
客來佳節菊花前 ~ 좋은 계절에 국화앞으로 손님오시네
雲收湘岸靑楓外 ~ 소상강(중국 유명한 강) 언덕 푸른 단풍바깥 구름 걷혔네
水落衡陽白鴈邊 ~ 형산(중국 유명 산) 해 밝은데 흰 기러기 물에 내려앉네
錦帳圍將廣寒月 ~ 광한전(달의 성) 달 비단휘장 둘렀네
玉簫吹入太淸烟 ~ 태청(태허)안개속으로 옥 퉁소 들려오네
平生儘有騷人興 ~ 평생에 진실로 시인의 흥이 있어
猶向尊前踏綺筵 ~ 술항아리 앞에서 아름다운 비단 자리에 춤을 추노라.
(45) 映湖樓
客中愁思雨中多 ~ 나그네 시름이 비 만나 더한데
况値秋風意轉加 ~ 더구나 가을바람에 더욱 心亂하구나.
獨自上樓還盡日 ~ 홀로 樓閣에 올랐다 해 져야 돌아오니
但能有酒便忘家 ~ 다만 술盞 들어 집 그리움 잊는다.
慇懃喚友將歸燕 ~ 慇懃히 벗을 불러 돌아가는 제비는
寂寞含情向晩花 ~ 쓸쓸히 情을 품고 늦은 꽃을 向하는구나.
一曲淸歌響林木 ~ 한 曲調 맑은 노래 숲 속을 울리는데
此心焉得似枯槎 ~ 이 마음 어쩌다 마른 삭정이같이 되었나.
(46) 玉堂憶梅
一樹庭梅雪滿枝 ~ 뜰앞에 梅花나무 가지 가득 눈꽃 피니
風塵湖海夢差池 ~ 風塵의 世上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玉堂坐對春宵月 ~ 玉堂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鴻雁聲中有所思 ~ 기러기 슬피 울 제 생각마다 散漫하네.
(47) 又雪月中賞梅韻 李滉
盆梅發淸賞 ~ 花盆의 梅花가 맑은 感賞을 發하고
溪雪耀寒濱 ~ 시냇가의 눈은 찬 물가에서 빛나네.
更著氷輪影 ~ 다시 차갑고 둥근 달 그림자 떠오르지만
都輸臘味春 ~ 한겨울인데도 봄을 맛보네.
迢遙閬苑境 ~ 아득하니 神仙의 境地요
婥約藐姑眞 ~ 아름다우니 藐姑射山의 仙女일세. (藐 멀 막. 射 벼슬이름 야)
莫遣吟詩苦 ~ 詩를 읊조리느라 苦心하지 말게
詩多亦一塵 ~ 詩가 많은 것도 또한 하나의 欠이라오.
(48) 雨中賞蓮
畵樓東畔俯蓮池 ~ 畵樓에서 東쪽 蓮못을 굽어보는데
罷酒來看急雨時 ~ 술자리 끝내고 보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溜滿卽傾欹器似 ~ 蓮잎이 젖혀질 때는 기울어진 그릇 같고
聲喧不厭淨襟宜 ~ 소리는 搖亂해도 싫지 않아 가만히 옷깃을 여민다.
(49) 雨留新蕃縣 (비 만나 新蕃縣에서 묵으며)
已見中秋月欲虧 ~ 中秋의 달을 바라보니 기울어가고
南州行客尙逶遲 ~ 南녘 고을로 떠난 나그네 머뭇거린다.
紅雲北闕三千里 ~ 붉은 구름 大闕에서 三千 里나 되고
白髮高堂十二時 ~ 白髮의 어머님 밤낮으로 못 잊겠다.
醉別故人風挽袖 ~ 옛 벗과 離別하니 바람이 소매를 잡고
愁吟孤館雨催詩 ~ 客館에서 詩 읊으니 비는 詩를 재촉한다.
徒令倦僕知飢渴 ~ 부질없이 馬夫가 飢渴 느끼게 했으니
屈指歸程倂日期 ~ 손꼽아 돌아갈 길 이틀을 하루로 잡는다.
(50) 月瀾寺和西林院詩韻
(月瀾寺에 묵으면서 朱子의 西林院 詩韻에 和答한 詩)
似與春山宿契深 ~ 봄 山과 묵은 約束 깊었던가
今年芒屩又登臨 ~ 올해도 짚신 신고 또 올라본다.
空懷古寺重來感 ~ 쓸쓸히 옛 절 떠올리니 感懷가 새롭고
詎識林中萬古心 ~ 숲 속 오랜 마음을 어찌 알 수 있을까.
從師學道寓禪林 ~ 스승 따라 도 배우려 禪林에 머무니
壁上題詩感慨深 ~ 壁에 붙인 詩句에 感慨가 깊어진다.
寂寞海東千載後 ~ 寂寞한 우리나라 千 年 歲月 지난 뒤
自憐山月映孤衾 ~ 山에 솟은 달 이불에 비춰 어여쁘다.
(51) 月影臺
老樹奇巖碧海堧 ~ 오래된 나무, 奇異한 바위의 푸른 바다 空터에
孤雲遊跡總成烟 ~ 崔孤雲(崔致遠) 노닌 자취 다 煙氣가 되었구나.
只今唯有高臺月 ~ 只今은 다만 높은 樓臺에 달만 떠있고
留得精神向我傳 ~ 精神만 여기 남아 나에게 傳해오네.
(52) 威化島
麗季狂謀敢逆天 ~ 高麗 末에 無謀하게 逆天을 꾀했으나
飛龍京會尙田淵 ~ 飛龍의 맑은 빛이 모여 오히려 못처럼 깊도다.
自從神勸回旌後 ~ 天神의 도움으로 軍士를 되돌린 後로
東海春融萬萬年 ~ 東海나라 봄의 어울림 億萬 年을 이어가리.
(53) 游春詠野塘 (봄놀이에 들판 蓮못을 읊다)
露草夭夭繞水涯 ~ 싱싱한 이슬 맺힌 풀이 곱게 물가를 둘러
小塘淸活淨無沙 ~ 작은 蓮못은 맑고도 깨끗해 모래 하나 없구나.
雲飛鳥過元相管 ~ 구름 날고 새 지나감은 元來 서로 關係되니
只怕時時燕蹴波 ~ 다만 때때로 제비가 물결을 차는 것이 두려워라.
(54) 義州
龍淵雲氣晩凄凄 ~ 못에 서린 구름 氣運 저녁되니 쓸쓸하고
鶻岫磨空白日低 ~ 높은 山 위의 松鶻매는 하늘 해 위에 솟았구나.
坐待山城門欲閉 ~ 山城의 門이 닫히기를 앉아서 기다리니
角聲吹到大江西 ~ 피리소리 큰 江의 西쪽으로 불어오는구나.
(55) 李剛而見訪月下詠梅
歷盡崎嶇荷遠尋 ~ 險한 길을 마다않고 멀리 찾아주었으나
花殘春老恨休深 ~ 지는 꽃 저문 봄을 너무 傷心하지 마오.
天敎緩緩梅花發 ~ 梅花가 더디핌도 하늘의 뜻일진데
月白風淸待子吟 ~ 달 밝고 바람 맑아 그대 기다려 읊으리라.
(56) 自歎
已去光陰吾所惜 ~ 이미 지난 歲月이 나는 안타깝지만
當前功力子何傷 ~ 그대는 이제부터 하면 되니 뭐가 걱정인가.
但從一簣爲山日 ~ 한 삼태기씩 흙을 쌓아 山을 이룰 그날까지
莫自因循莫太忙 ~ 躊躇하지 말고 急하게 서둘지도 말게.
(57) 折梅揷置案上
(梅花를 꺾어 冊床 위에 꽂아 두다)
梅萼迎春帶小寒 ~ 梅花 꽃받침 봄을 맞아 매운 추위를 띠었고
折來相對玉窓間 ~ 한 가지 꺾어와 玉窓 사이에서 마주 對하네.
故人長憶天山外 ~ 天山 밖 故人 오래도록 생각하니
不耐天香瘦損看 ~ 天香이 사그라짐을 차마 보지 못하겠네.
(58) 節友社訪梅.
(節友社示李朴諸君 ~: 節友社에서 李, 朴諸君에게 보이다)
花發巖崖春寂寂 ~ 바위 벼랑에 꽃은 피었는데 봄은 寂寂하고
鳥鳴澗樹水潺潺 ~ 山골 나무에는 새가 울고 물은 졸졸 흐르는구나.
偶從山後携童冠 ~ 偶然히 山뒤로 쫒아 童子와 冠子들을 이끌고
閒到山前看考槃 ~ 閑暇로이 山앞에 이르러 隱居하는 집을 보도다.
(陶山主老病畸人 ~: 陶山의 主人, 늙고 病든 비뚤어진 사람이)
(59) 題金上舍愼仲畫幅 八絶.
{上舍 金愼仲의 畵幅에 쓴 題畵詩}
(西湖伴鶴)
湖上精廬絶俗緣 ~ 湖숫가 깨끗한 집 世俗의 因緣과 끊어진 곳이니
胎仙栖託爲癯仙 ~ 鶴이 깃들어 여윈 神仙이 되었구나.
不須翦翮如鸚鵡 ~ 鸚鵡처럼 깃촉을 꺾을 必要 없으니
來伴吟梅去入天 ~ 將次 함께 梅花를 읊으며 하늘로 들어가세.
(60) 正月二日立春
黃卷中間對聖賢 ~ 누런 書冊 속에서 聖賢을 마주하며
虛明一室坐超然 ~ 밝고 빈 房에 超然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 ~ 梅花 핀 窓가에서 또 봄消息을 보면서
莫向瑤琴嘆絶絃 ~ 거문고 줄 끊어졌다 嘆息하지 않노라.
(61) 州城地利 (義州城의 地利)
雉堞峩峩地勢雄 ~ 城가퀴는 높고 地勢도 雄壯하여
分疆遼左壓山戎 ~ 遼東 왼便 境界 나눠 山 오랑캐를 눌렀다.
國門鎖鑰如天設 ~ 나라 關門에 자물쇠 하늘이 마련한 듯
長得平安報夕烽 ~ 平和로운 消息 저녁 봉우리에 길이 傳한다.
(62) 次友人韻
性癖常耽靜 ~ 恒常 조용함을 즐김이 나의 性癖
形骸實怕寒 ~ 體驅는 虛弱하여 추위도 잘 참지못한다.
松風關院聽 ~ 솔바람 소리 들으며
梅雪擁爐看 ~ 눈 쌓인 梅花를 火爐를 끼고 본다네.
世味衰年別 ~ 世上 재미 늙어서는 또 달라지는 것
人生末路難 ~ 人生이야 말로 正말 어렵도다.
悟來成一笑 ~ 깨달으면 모든 일 한 바탕 웃음거리
曾是夢槐安 ~ 난 지난 날 虛望한 꿈을 꾸고 있었소.
(63) 次韻奇明彦追和盆梅詩見寄
(奇明彦이 和答해 온 盆梅詩를 次韻하여 보내다)
任他饕虐雪兼風 ~ 그대를 모진 눈바람 속에 맡겨두고
窓裏淸孤不接鋒 ~ 나는 窓가에서 無頉하며 맑고 외롭게 지냈다네.
歸臥故山思不歇 ~ 故鄕山川 돌아와도 그대 걱정 그치지 않으니
仙眞可惜在塵中 ~ 仙女 같은 참됨이 티끌 속에 있음이 애처롭구나.
(64) 靑谷寺 (慶南 晉州市에 所在)
琴山道上晩逢雨 ~ 저물녘 琴山 가는 길에서 비를 만났는데
靑谷寺前寒瀉泉 ~ 靑谷寺 앞 샘에서는 차가운 물이 솟네.
謂是雪泥鴻瓜處 ~ 아, 이게 바로 눈밭의 기러기 발자국 자리이려니
存亡離合一潸然 ~ 存亡과 離合이 하나 되어 흐르는구나.
★ 夏朝 (여름 아침)
晨起虛庭竹露淸 ~ 새벽 빈 뜰 거닐자니 대 이슬이 맑고
開軒遙對衆山靑 ~ 軒檻 열고 멀리 보니 疊疊 山들 푸르러라.
小童慣捷提甁水 ~ 작은 아이 으레 빨리 물을 길어 가져오니
澡頮湯盤日戒銘 ~ 洗手하면 湯의 盤에 나날의 戒銘있네.
★ 夏午 (여름 낮)
晝靜山堂白日明 ~ 고즈넉한 한낮 山堂 햇빛도 밝고
蔥瓏嘉樹遶簷楹 ~ 우거진 고운 나무 처마 끝에 둘렀구나.
北窓高臥羲皇上 ~ 北窓 아래 높이 누우니 羲皇氏 以前인 듯
風送微涼一鳥聲 ~ 시원한 산들바람이 새소리를 실어오네.
★ 夏夕 (여름 저녁)
夕陽佳色動溪山 ~ 夕陽의 고운 빛깔 시내와 山 움직이니
風定雲閒鳥自還 ~ 바람 자고 구름 閑暇한데 새는 절로 돌아오네.
獨坐幽懷誰與語 ~ 홀로 앉은 깊은 懷抱 뉘와 얘기할까
巖阿寂寂水潺潺 ~ 바위 언덕 고요하고 물은 졸졸 흐르는데.
★ 夏夜 (여름 밤)
院靜山空月自明 ~ 텅 빈 山 고요한 집에 달은 절로 밝은데
翛然衾席夢魂淸 ~ 이부자리 말쑥하니 꿈도 亦是 맑구나.
寤言弗告知何事 ~ 어쩐 일로 잠에서 깨어나 沈默하는야면
臥聽皐禽半夜聲 ~ 한밤中에 鶴의 울음소리 누워서 듣기에.
★ 秋朝 (가을 아침)
殘暑全銷昨夜風 ~ 어젯밤 바람 불어 남은 더위 사라지고
嫩涼朝起灑襟胸 ~ 아침 되어 서늘함이 가슴속에 스미누나.
靈均不是能言道 ~ 靈均(屈原의 字)이 元來 道를 말한 것이 아니라면
千載如何感晦翁 ~ 어이하여 千 年 뒤에 晦翁(朱熹의 號) 느끼겠나.
(65) 矗石樓
落魄江湖知幾日 ~ 落魄하여 江湖에 떠돈 지 몇날이던가
行吟時復上高樓 ~ 길을 걸으며 詩 읊으며 높은 樓閣에 오른다
橫空飛雨一時變 ~ 空中을 날아내리던 비도 一時에 變하여
入眼長江萬古流 ~ 들어가 바라보니 긴 江은 萬古를 흘러간다
往事蒼茫巢鶴老 ~ 지난 일들 아득하고 둥지에 깃던 鶴도 늙어가니
羇懷搖蕩野雲浮 ~ 마음은 흔들려 어지럽고 들판의 구름은 하늘을 떠돈다.
繁華不屬詩人料 ~ 繁華한 世上 일은 詩人이 뜻한 일 아니니
一笑無言俯碧洲 ~ 말없이 한 番 웃으며 푸른 물가를 내려다 본다.
(66) 春日閒居. 1
昨日雲垂地 ~ 어제는 구름이 땅에 드리웠는데
今朝雨浥泥 ~ 오늘 아침은 비가 진흙땅을 적신다.
開林行野鹿 ~ 숲을 헤피고 들길을 다니는 사슴
編柳卻園雞 ~ 버드나무 엮어두니 뜰 안의 닭 같네.
(67) 春日閑居. 2
不禁山有亂 ~ 山꽃의 어지러움 싫지않으며
還憐徑草多 ~ 길섶에 우거진 풀도 사랑스럽다.
可人期不至 ~ 온다고 約束한 사람 오지 않으니
奈此緣樽何 ~ 이 綠陰 속에 놓여진 술 항아리를 어쩌면 좋아.
(68) 春日閒居. 3
水聲含洞口 ~ 洞口 밖에 물소리 들리고
雲氣帶山腰 ~ 山 中턱엔 구름 서린다.
睡鶴沙中立 ~ 鶴은 모랫벌에 선채로 잠들고
驚鼯樹上跳 ~ 놀란 다람쥐 나무 위로 오른다.
(69) 春日閒居. 4
山田宜菽粟 ~ 山 속 밭엔 콩과 조
藥圃富苗根 ~ 藥草밭에는 싹과 뿌리.
北彴通南彴 ~ 南北에 이어진 돌다리
新村接舊村 ~ 나란히 붙어있는 新舊村.
(70) 春日閒居. 6
綠染千條柳 ~ 푸른 가닥 千 줄기 버들
紅燃萬朶花 ~ 萬 송이 꽃이 붉고 환하다.
雄豪山雉性 ~ 雄壯하고 豪放한 山 꿩의 本能
奢麗野人家 ~ 華麗하고 고운 시골집이 보인다.
(71) 春寒
破屋春寒怯透颸 ~ 허물어진 집에 봄 추위가 꿰뚫고 지날까 두려워
呼兒添火衛形羸 ~ 아이 불러 불을 더해 여윈 몸을 지키네.
抽書靜讀南窓裏 ~ 南쪽 窓가에 冊을 당겨 조용히 읽으니
有味難名獨自怡 ~ 그 맛을 表現키 어렵지만 혼자 절로 즐겁구나.
(72) 七月旣望 (7月 16日)
野曠天高積雨晴 ~ 들판 휑하고 하늘은 높고 장마비 개었는데
碧山環帶翠濤聲 ~ 푸른 山이 둘러싸고 푸른 물결소리 들린다.
故知山水無涯興 ~ 짐짓 自然의 끝없는 興趣 알겠노니
莫使無端世累攖 ~ 無端한 世上의 일들로 拘束하지 말게 하라.
(73) 退溪
身退安愚分 ~ 몸은 물러나 어리석은 分數에 便하지만
學退憂暮境 ~ 學問이 退步하니 늙어 근심이 되는구나.
溪上始定居 ~ 개울가에 집을 지어
臨溪日有省 ~ 개울물소리 들으며 날마다 省察하며 사노라.
(74) 退溪草屋黃錦溪來訪
(退溪 草家에서 黃錦溪에 訪問을 반기며)
溪上逢君叩所疑 ~ 개울 위에서 그대 만나 궁금症 풀고
濁醪聊復爲君持 ~ 그대 爲해 다시 막걸리를 차린다.
天公卻恨梅花晩 ~ 하늘은 梅花꽃 늦음을 恨하여
故遣斯須雪滿枝 ~ 일부러 눈꽃송이를 가지에 가득 달아 놓는다.
(75) 寒棲 (寒棲庵子에 살면서)
結茅爲林廬 ~ 띠풀을 엮어 숲 속에 草家집 지으니
下有寒泉瀉 ~ 아래로는 차가운 샘물 흐른다.
棲遲足可娛 ~ 늦게 찾아와 살지만 可히 즐거워
不恨無知者 ~ 아는 사람 없어도 恨스럽지 않도다.
(76) 漢城寓舍盆梅贈答
(서울에서 내가 梅花에게)
頓荷梅仙伴我凉 ~ 고맙게도 梅花가 나의 외로움을 함께 하니
客窓蕭灑夢魂香 ~ 나그네 쓸쓸해도 꿈만은 香氣롭다네.
東歸恨未携君去 ~ 禮安으로 돌아 갈 때에 그데 함께 못가니 恨스럽지만
京洛塵中好艶藏 ~ 서울의 티끌 속에서도 아름다움 간직해 주게나.
(★ 東歸 ~: 竹嶺에서 水路로 東으로 가면 禮安面에 이른다)
(77) 盆梅答 (梅花가 나에게 答함)
聞說陶仙我輩凉 ~ 듣건데 先生님께서도 저처럼 외롭다 하시니
待公歸去發天香 ~ 公께서 돌아 오시면 香氣를 피우리다.
願公相對相思處 ~ 바라건데 公께서 누구와 마주앉아 생각할 때에도
玉雪淸眞共善藏 ~ 玉과 눈처럼 맑고 참된 마음 고이 간직 하소서.
(78) 湖堂에 梅花가 3月에 비로소 피었기에 東坡의 韻을 써서 짓다. 二首
(봄에 召命에 나아간 뒤에 지은 것이다)
我昔南遊訪梅村 ~ 내가 옛날 南方에서 梅花村을 찾았더니
風烟日日銷吟魂 ~ 아지랑이 每日같이 詩魂을 녹이었네.
天涯獨對歎國艶 ~ 땅 끝에서 홀로 맞아 傾國色을 讚歎하고
驛路折寄悲塵昏 ~ 驛路에서 부치매 어둔 世上 슬퍼했네.
邇來京輦苦相憶 ~ 서울에서 온 이래로 懇切히도 그리워져
淸夢夜夜飛丘園 ~ 맑은 꿈은 밤마다 田園으로 날아갔네.
那知此境是西湖 ~ 여기가 西湖일 줄 어떻게 알았으랴
邂逅相看一笑溫 ~ 偶然히 서로 만나 한 番 웃음 情다워라.
芳心寂寞殿殘春 ~ 꽃다운 맘 고즈넉이 늦은 봄에 피어나
玉貌婥約迎初暾 ~ 玉빛 姿態 아름다이 돋는 해를 맞이하네.
伴鶴高人不出山 ~ 鶴을 짝한 높은 선비 山에서 나오지 않고
辭輦貞姬常掩門 ~ 輦 辭讓한 貞淑한 女人 恒常 門을 닫고 있네.
天敎晩發壓桃杏 ~ 늦게 피어 복사, 살구 누르게 한 하늘의 뜻
妙處不盡騷人言 ~ 妙한 意味 詩人인들 다 말하지 못하리.
媚嫵何妨鐵石腸 ~ 아름다운 그 모습 鐵石肝腸이 무슨 所用
莫辭病裏携甖罇 ~ 病든 몸이 술甁 들고 찾아감을 辭讓 말게.
藐姑山人臘雪村 ~ 藐姑山의 神仙이 눈 내리는 마을에서
鍊形化作寒梅魂 ~ 睡蓮으로 變해 겨울에 피는 梅花의 魂이 되었다오.
風吹雪洗見本眞 ~ 바람 불고 눈에 씻겨 본 모습을 나타내니
玉色天然超世昏 ~ 天然의 玉빛 姿態 어둔 世上 超脫했네.
高情不入衆芳騷 ~ 高高한 氣質은 뭇 꽃의 騷亂함에 끼여들지 않고
千載一笑孤山園 ~ 孤山의 동산에서 千 年 뒤에 한 番 웃네.
世人不識嘆類沈 ~ 世上 사람 몰라보니 沈諸梁과 같단 말가
今我獨得欣逢溫 ~ 나 홀로 기뻐하네 溫伯雪子 만난 듯이.
神淸骨凜物自悟 ~ 精神 맑고 뼈가 차매 스스로 깨닫나니
至道不假餐霞暾 ~ 至極한 道 거짓없이 노을 햇빛 먹는다네.
昨夜夢見縞衣仙 ~ 어젯밤 꿈속에서 흰옷 입은 仙人 만나
同跨白鳳飛天門 ~ 하얀 鳳새 함께 타고 하늘門에 날아가서
蟾宮要授玉杵藥 ~ 달나라에서 玉절구로 찧은 藥을 달랬더니
織女前導姮娥言 ~ 織女가 引導하여 姮娥에게 말하더라.
覺來異香滿懷袖 ~ 깨어나매 그 香氣가 옷소매에 가득하여
月下攀條傾一罇 ~ 달 아래서 가지 잡고 술甁을 기울인다.
(79) 湖上園亭偶出效康節體
(湖上의 園亭에서 偶然히 나와 邵康節의 詩體를 본 받아 짓다)
何限名園漢水頭 ~ 어찌 漢江水 머리에만 좋은 동산 있을까
閒來無處不堪遊 ~ 閒暇한 몸이라면 어디 간들 놀 곳 없으리오.
白魚切玉家家興 ~ 玉을 자른 듯 가는 膾에 집집마다 興겹고
黃菊排金院院秋 ~ 노오란 菊花 金을 늘어놓은 듯 뜰마다 가을이라.
酌酒喜臨高榭豁 ~ 술盞 잡고 즐거이 올라보니 높은 亭子 시원하고
題詩愛向曲闌幽 ~ 詩를 지어 굽은 欄干 向하여 그윽함을 좋아했다.
更知易厭紅裙醉 ~ 붉은 치마에 술 醉함도 쉽게 싫어짐을 알 것이니
要學沙鷗浩蕩吟 ~ 해오라기 豪宕하게 노는 모습을 배워야 하겠다.
(80) 和陶集飮酒 選十. 其一
(陶淵明集 中에 실린 飮酒 詩를 和答하여, 열 首를 짓다)
無酒苦無悰 ~ 술이 없을 때는 實로 즐거움 없으나
有酒斯飮之 ~ 술 있으면 혼자서도 마시며 지나네.
得閒方得樂 ~ 마음이 閒暇해야 즐거움을 얻게 되고
爲樂當及時 ~ 즐거움을 누리려면 때를 놓쳐선 아니 되리.
薰風鼓萬物 ~ 薰薰한 저 바람이 온갖 生物 鼓舞시켜
亨嘉今若玆 ~ 亨通하고 아름답게 오늘에 이르렀네.
物與我同樂 ~ 나와 만물 다함께 즐거움을 같이 하니
貧病後可疑 ~ 가난하고 病 있은들 무엇이 걱정 될까.
豈不知彼榮 ~ 저들의 榮華를 내 어찌 모르랴만
虛名難久持 ~ 헛된 이름이야 오래 가질 못하리라.
(81) 和陶集飮酒 選十. 其二
我欲挾天風 ~ 하늘 바람을 끼고 쉬이 날아 가
遨遊崑崙山 ~ 崑崙山에 올라 앉아 願 없이 놀고 쉽다.
區區未免俗 ~ 區區히 사는 일로 俗世를 뜨지 못해
至今無足言 ~ 오늘에 이르러도 할 말이 全혀 없다.
前有百千世 ~ 내 앞에는 얼마나 많은 歲月 흘렀는지
後有億萬年 ~ 내 뒤에도 億萬 年이 이어지고 있으리라.
醉中見天眞 ~ 술 醉한 그 가운데 天眞함을 보여주니
那憂醒者傳 ~ 깨여 있는 사람에게 傳해짐을 근심할까.
(82) 和陶集飮酒 選十. 其三
智者巧投機 ~ 智慧 있는 사람은 機會를 잘 잡고
愚者滯常情 ~ 어리석은 사람은 固定觀念 못 벗네.
滔滔汨末流 ~ 滔滔한 末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總爲中利名 ~ 제마다 이름과 利益에만 빠져있나.
古來賢哲人 ~ 옛날에는 어질고 착한 사람 많았는데
吾獨後於生 ~ 어이해 나만 홀로 只今에 태어났나.
此道卽裘葛 ~ 道라는 것은 自然의 理致를 따름인데
奈何或猜驚 ~ 무엇을 猜忌하고 놀라고 있는가.
拳拳包苦心 ~ 근심스레 마음은 괴로움에 쌓여서
淹留愧無成 ~ 머물러서 成就 못해 부끄러움 뿐이네.
(83) 和陶集飮酒 選十. 其四
白雲在空谷 ~ 텅 빈 골짜기에 흰 구름이 끼더니
無心上天飛 ~ 아무런 생각 없이 하늘로 날아간다.
偶然隨風起 ~ 偶然히 바람 따라 閑暇히 일어났으니
何更有戀悲 ~ 어찌해 사랑하고 슬퍼함이 있겠는가.
游空恒泛泛 ~ 虛空에 노닐 때는 언제나 떠 있고
含雨亦依依 ~ 비를 품을 땐 依支하듯 서로 모이네.
苟不霈嘉澤 ~ 때 맞춰 洽足히 내려주지 않는다면
曷若遄其歸 ~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감만 같으랴.
我思高賢達 ~ 내가 옛 賢達한 사람을 생각해 보니
末路何多衰 ~ 삶의 끝이 어찌해 衰殘함이 많았던가.
旣雨不能罷 ~ 비 내리기 始作하면 그만두지 못하니
亦與天道違 ~ 이 亦是 天道와는 어긋나게 되리라.
(84) 和陶集飮酒 選十. 其五
東方有一士 ~ 이 나라에 한 사람 선비가 살고 있어
夙志慕斯道 ~ 일찍이 뜻을 세워 이 學問을 戀慕했네.
舂糧欲往從 ~ 糧食 準備해 百 里 길 찾아가려 하였으나
守隅今向老 ~ 모퉁이만 지키느라 이젠 벌써 늙어가네.
孰能諭斯道 ~ 뉘라서 나에게 잘못 된 길 잡아 줄까
人皆惡衰槁 ~ 衰弱하고 困窮함은 이를 모두 싫어하네.
蹙蹙顧四方 ~ 움츠리고 燥急하여 四方을 돌아봐도
不見同所好 ~ 내 마음과 함께 할 이 만나 보지 못했다오.
空知五車書 ~ 五車書를 읽어서 걸림 없이 아는 것이
終勝萬金寶 ~ 萬金의 보배 보다 마침내는 나으리라.
至哉天下樂 ~ 至極하기 그지없는 天下의 즐거움은
從來不在表 ~ 本來부터 形式的인 것에 있지 아니하네.
(85) 和陶集飮酒 選十. 其六
我思千載人 ~ 내가 千 年 前 그 사람을 생각하니
蘆峰建陽境 ~ 蘆峰과 建陽 땅 그 곳에 계셨다네.
藏修一庵晦 ~ 쉬지 않고 學問하여 집지어 숨어 살며
著書萬古醒 ~ 冊들을 지어내어 萬古를 깨우쳤네.
往者待折衷 ~ 옛날의 經典들은 그를 만나 손질되고
來者得挈領 ~ 後輩들은 그를 배워 要領을 얻었다네.
懿哉盛授受 ~ 아름답다! 至盛으로 이어 받음 뛰어나
源遠雜魯穎 ~ 根源은 멀어 어리석고 怜悧함 섞이네.
口耳障狂瀾 ~ 賤薄한 學問의 거센 물결 막았으니
心經嘉訓炳 ~ 心經의 한 冊에 밝은 敎訓 나타났네.
(86) 和陶集飮酒 選十. 其七
舜文久阻世 ~ 舜임금과 周文王이 오래 前에 世上 떠나
朝陽鳳不至 ~ 山의 東쪽 밝은 곳에 鳳凰새 아니 오네.
祥麟又已遠 ~ 祥瑞로운 저 麒麟도 그 마저 멀어져서
叔季如昏醉 ~ 末世 되니 混濁하여 醉한 듯이 어둡네.
仰止洛與閩 ~ 曾子와 朱子를 멀리서 우러르니
羣賢起鱗次 ~ 數많은 賢人들이 줄줄이 일어났네.
吾生晩且僻 ~ 나는 어이 뒤 늦게 외진 곳에 태어나
獨昧修良貴 ~ 高貴함을 닦아도 어두움을 못 벗었네.
朝聞夕死可 ~ 아침에 道를 얻으면 저녁에는 죽어도 좋다더니
此言誠有味 ~ 참으로 이런 말씀에 깊은 맛이 담겨있네.
(87) 和陶集飮酒 選十. 其八
道邇求諸遠 ~ 가까이에 있는 道를 먼 곳에서 찾으며
滔滔曠安宅 ~ 世上의 물결 속에 便安한 집 비워둔다.
哲人有緖言 ~ 哲人들은 가야할 곳 실마리 보였으니
因可追心迹 ~ 그 마음 자취 따라 찾아가면 되리라.
苟未及唯一 ~ 工夫하여 하나 됨에 이르지 못한다면
何異誇聞百 ~ 온갖 것 안다 해도 誇張함과 다르리오.
常怪楚狂輩 ~ 참으로 怪異하다 楚나라 미친 무리
忘自分黑白 ~ 妄靈되이 제멋대로 黑白을 나누면서.
遇聖不遜志 ~ 聖人을 만나도 謙遜하지 못하고
潔身還可惜 ~ 自身만 깨끗타니 도리어 可笑롭네.
(88) 和陶集飮酒 選十. 其九
吾東號鄒魯 ~ 이 땅은 예부터 鄒魯라 불렀는데
儒者誦六經 ~ 선비들은 모두 다 六經을 諳誦했다.
豈無知好之 ~ 그것을 좋아하고 배운 이 없었으랴만
何人是有成 ~ 몇이나 여기에 成功한 이 있었던고.
矯矯鄭烏川 ~ 그 中에서 뛰어난 鄭圃隱은 씩씩해서
守死終不更 ~ 죽음으로 節槪 지켜 變함이 없었도다.
佔畢文起衰 ~ 佔畢齋(金宗直) 뒤를 이어 기운 文運을 일으켜
求道盈其庭 ~ 求道하는 선비들이 그의 뜰을 메웠다.
有能靑出藍 ~ 藍色에서 나온 色깔은 더욱 파랗고
金鄭相繼鳴 ~ 金宏弼과 鄭汝昌이 서로 이어 울리었다.
莫逮門下役 ~ 나는 일찍이 그 門下에 이르지 못했기에
撫躬傷幽情 ~ 이 몸을 쓰다듬고 깊이 마음 傷해하네.
(89) 和陶集飮酒 選十. 其十
小少聞聖訓 ~ 내 젊었을 때에 聖人 敎訓 들으니
學優乃登仕 ~ 배운 뒤 餘裕 있으면 벼슬도 한다 했네.
偶爲名所累 ~ 어쩌다가 名譽欲에 얽힌 바 되어서
輾轉徒失已 ~ 이리저리 다니다가 本 모습을 잃었다네.
龍鍾猶强顔 ~ 보잘 것 없으면서 억지로 버티어
竊獨爲深恥 ~ 가만히 생각하니 부끄러움 깊다네.
高蹈非吾事 ~ 높은 곳을 밟음은 내 할 일 아니라서
居然在鄕里 ~ 잠자코 시골에서 便安히 살고 있다.
所願善人多 ~ 착한 사람 많기를 바라는 마음은
是乃天地紀 ~ 이 것이 天地의 바탕 되기 때문일세.
四時調玉燭 ~ 철마다 날씨가 調和롭고 和暢하면
萬物各止止 ~ 萬物은 제마다 머무를 곳에 머무네.
畢志林壑中 ~ 수풀 속 골짜기에 一生을 마치리니
吾君如怙恃 ~ 우리의 임금님을 父母처럼 依支하네.
(90) 和西林院詩韻
似與春山宿契深 ~ 마치 봄山과 더불어 옛날 約束이 깊었던 것 같이
今年芒屩又登臨 ~ 이 해에도 짚신 신고 또 올라와 앉았네.
空懷古寺重來感 ~ 부질없이 옛절을 그리워함을 다시 오며 느끼게 되었지만
詎識林中萬古心 ~ 어찌 알리요? 숲속에 담긴 萬古에 變하지 않는 마음을.
● 靈芝山의 東쪽 기슭에 陶山이 있는데 先生이 일찍이 물러나 居處하면서 書堂을 짓고 門生을 모아 道學을 講하는데 이어 陶山記를 짓고 7言詩 18絶句를 지어 그 事實을 記錄하였으며, 또 陶山雜詠 26 絶句가 있다.
先生은 陶山 가운데에 書堂을 세 칸 짓고 陶山書堂이라 扁額하였다. 모두 18 絶句가 있다.
(1) 陶山書堂
大舜親陶樂且安 ~ 舜임금은 질그릇을 구워도 즐거움이 있었고
淵明躬稼亦歡顔 ~ 陶淵明은 밭을 갈아도 즐거운 얼굴이었다.
聖賢心事吾何得 ~ 聖賢의 心事를 내 어찌 體得하리
白首歸來試考槃 ~ 늘그막에 돌아와 隱居하리라.
(2) 岩棲軒 (바위가 西쪽의 明 이 깃든 곳)
曾氏稱顔實若虛 ~ 曾子는 顔子더러 實하면서 虛한 듯이라고 일컬었는데
屛山引發晦翁初 ~ 이를 屛山(劉子翬)이 朱晦庵(朱子가 머문 庵子)에게 가르쳤네.
暮年窺得岩棲意 ~ 늘그막에야 바위에 사는 재미를 알았으니
博約淵氷恐自疏 ~ 博文約禮ㆍ臨淵履氷이 工夫 허술할까 두렵노라.
★ 博文約禮 ~ 廣範한 知識과 이의 實踐的 具現을 强調한 儒學 用語.
★ 臨淵履氷 ~: 마음속에 潛伏한 얼음같은 追思의 氣運을 蓮못으로 比喩.
(3) 玩樂齋 (즐거운것들이 戱弄하는 것을 건너는 門)
主敬還須集義功 ~ 敬을 主張해도 義를 모아야하니
非忘非助漸融通 ~ 잊지 않고 助長하지 않아도 무르익어 通하리.
恰臻太極濂溪妙 ~ 周濂溪(周敦頤 ~周子) 太極의 妙理에 다다르면
始信千年此樂同 ~ 이 즐거움 千 年 가도 같음을 믿노라.
(4) 幽貞門 (그윽하고 곧은 門)
不待韓公假大龜 ~ 韓公의 큰 거북을 빌리지 않더라도
新居縹緲映柴屝 ~ 새로운 氣運이 사립門에 비치누나.
未應山徑憂茅塞 ~ 띠가 山길을 메운다고 걱정 마라
道在幽貞覺坦夷 ~ 幽貞한 데에 道가 있어 平坦함을 깨닫겠네.
(5) 淨友塘 (못이 있는 門앞에는 벗과 깨끗함을 나누는 못)
物物皆含妙一天 ~ 온갖 物件 모두 다 妙한 理致 품었는데
濂溪何事獨君憐 ~ 周濂溪는 어찌하여 蓮꽃만을 사랑했나.
細思馨德眞難友 ~ 馨德(香氣나는 큰 德)을 생각하면 벗하기 어렵고
一淨稱呼恐亦偏 ~ 깨끗함만 稱한다면 치우칠까 걱정이네.
(6) 節友社 (벗의 모임마디를 論 한다는 門)
松菊陶園與竹三 ~ 陶淵明의 동산은 松菊竹세 가지라
梅兄胡奈不同參 ~ 梅花는 어찌하여 그 속에 못 끼었나.
我今倂作風霜契 ~ 나는 梅花를 넣어서 親舊를 맺었노니
苦節淸芬儘飽諳 ~ 굳은 節槪와 맑은 香氣 너무도 잘 알았다오.
(7) 隴雲精舍 ~: 先生은 精舍 8칸을 짓고 물러나 居處하였는데, 時習齋, 止宿寮, 觀瀾軒이라 하였는데, 合하여 隴雲精舍라고 扁額하였다.
常愛陶公隴上雲 ~ 恒常 사랑하노니 陶公의 언덕 위의 구름은
唯堪自悅未輸君 ~ 오직 혼자서 기뻐할 만하지 임에게는 줄 수 없네.
晩來結屋中間臥 ~ 늘그막에 그 中間에 집을 짓고 누웠으니
一半閑情野鹿分 ~ 閑暇로운 情趣는 들사슴과 나눠 가지네.
(8) 觀瀾軒 (마음의 물결을 觀하는 추녀 의 뜻)
浩浩洋洋理若何 ~ 넓고도 洋洋하니 그 理致가 어떠한가
如斯曾發聖咨嗟 ~ 이와 같다고 聖人이 歎息하였네.
幸然道體因玆見 ~ 多幸히 道體가 이것으로 因해 나타나니
莫使工夫間斷多 ~ 工夫도 이렇게 끊임없이 해야 하네.
(9) 時習齋 (때마다 習慣을 嚴肅하게 한다는 意味)
日事明誠類數飛 ~ 날마다 明ㆍ誠을 일삼기를 새가 자주 나는 것과 같이하니
重思復踐趁時時 ~ 거듭 생각하고 다시 實踐하기를 때때로 하네.
得深正在工夫熟 ~ 工夫가 익숙하면 깊이 얻음이 있으리니
何啻珍烹悅口頤 ~ 좋은 飮食이 입을 기쁘게 함과 같을 뿐이랴.
★ 明 과 誠 ~: 中庸에 나오는 말인데 明 으로 부터 誠 을 이루는 것을' 聖' 이라 이른다는 意味이다.
(10) 止宿寮 (자는 것을 그치고 깨친다)
愧無鷄黍謾留君 ~ 부끄럽다. 닭고기와 기장도 없으면서 부질없이 그대를 머물게 하니
我亦初非鳥獸群 ~ 나도 처음에는 亦是 새와 짐승과 같이 살 수 없었네.
願把從師浮海志 ~ 願컨대 스승 따라 바다에 뗏목을 탈 뜻을 가지고서
聯床終夜細云云 ~ 寢床을 맞대어 밤새도록 仔細히 이야기하세.
★ 孔子의 弟子 子路가 孔子를 따라가다가 길을 잃어 한 老人의 집에서 자는데, 主人이 닭을 잡고 기장으로 飮食을 만들어 잘 待接하였다. '새짐승과 같이 할 수 없었다'라는 것은 孔子가 길을 가다가 隱者인 張著에게 "안될줄 알면서 억지로 하려는 사람"이라는 嘲弄을 들었다. 孔子는 이에 "새와 짐승과 같이 떼를(群: 무리 군) 를 할 수 없으니 내가 이 사람을 버리고 누구와 함께 살까" 하는 歎息이 論語篇에 나온다.
★ 바다에 뜰 뜻이란 孔子가 말하기를 "道를 行할수 없으니 떼배에 타고 바다에 떠서 가겠다. 나를 따를 者는 子路 로다" 하였다 (論語篇)
(11) 谷口門 (靈魂의 故鄕쪽에 구름이 몰린다는 意味)
東躡江臺北入雲 ~ 東으로 江臺를 밟고 北쪽으론 구름에 들었으니
門荒谷口擬山門 ~ 谷口의 숲을 열어 山門으로 하련다.
此名偶似前賢地 ~ 이 이름이 偶然히 옛 賢人의 살던 땅과 合하나
耕隱風聲詎易論 ~ 밭 갈며 숨어 살던 높은 志操를 어찌 쉬 議論하리.
(漢나라의 處士 鄭子愼이 谷口에
살면서 밭갈고 살았던 것을 引用한말)
(12) 天淵臺
縱翼揚鱗孰使然 ~ 솔개는 날고 물고기는 뛰는 것 누가 시켰나
流行活潑妙天淵 ~ 活潑히 流行하는 妙한 理致 하늘과 못에서 보겠네.
江臺盡日開心眼 ~ 江臺에서 終日토록 마음과 눈이 열리니
三復明誠一巨編 ~ 明誠 큰 冊을 세 番 되풀이해 외우네.
(13) 天雲臺 / 天光雲影臺.
活水天雲鑑影光 ~ 거울 같은 活水에 하늘빛 구름 그림자 비추니
觀書深喩在方塘 ~ 冊을 보다가 깊이 깨달음이 네모난 蓮못에 있었네.
我今得在淸潭上 ~ 나도 只今 맑은 못 위에서 뜻을 얻으니
恰似當年感歎長 ~ 周子의 當年에 感歎하던 것과 恰似하구나.
(14) 濯纓潭 (갓끈을 씻는 못이라 는 意味)
漁父當年笑獨醒 ~ 漁父가 當時에 혼자 술에 깬 이를 비웃었으니
何如孔聖戒丁寧 ~ 孔子께서 丁寧히 警戒하신 말씀과 어떠한고.
我來叩枻吟風月 ~ 내가 와서 노를 두드리고 風月을 읊으니
却喜淸潭可濯纓 ~ 맑은 못에 갓끈 씻을 수 있음이 기쁘도다.
(15 ) 盤陀石 ~: 그 形象이 便便하고 배를 매고 술盞을 나눌 만한데, 매양 장마에 큰 물이 나면 물속에 숨어 버린다.
黃濁滔滔便隱形 ~ 滔滔하게 흐르는 濁한 물결에는 문득 形象을 숨겼다가
安流帖帖始分明 ~ 잔잔한 물 흐를 때에 비로소 分明하네.
可燐如許奔衝裏 ~ 어여쁘다 이렇게 세찬 물결에 부딪치면서도
千古盤陀不轉傾 ~ 千古에 便便하여 줄거나 기울지를 않구나.
(16) 東翠屛山
簇簇群巒在翠屛 ~ 옹기종기 뭇 봉우리는 왼쪽 푸른 屛風인데
暗嵐時帶白雲橫 ~ 비 개인 뒤 山 아지랑이 때때로 흰 구름이 비꼈네.
斯須變化成飛雨 ~ 暫깐 동안에 變化하여 비를 날리니
疑是營丘筆下生 ~ 李營丘(宋나라 山水畵家)의 붓끝에서 생긴 것인가 疑心되네.
(17) 西翠屛山
嶷嶷群峯右翠屛 ~ 우뚝우뚝 뭇 봉우리는 오른쪽 푸른 屛風인데
中藏蘭若下園亭 ~ 가운데는 절이 있고 아래는 園亭이네.
高吟坐對眞宜晩 ~ 높이 읊으면서 앉아 對하기는 참으로 늘그막이 마땅하니
一任浮雲萬古淸 ~ 뜬 구름 한결같이 萬古에 푸르네.
(18) 芙蓉峯 ~: 上舍 趙士敬의 집이 봉우리 아래에 있다.
南望雲峯半隱形 ~ 南으로 바라보매 芙蓉峯이 구름에 半쯤 있는데
芙蓉曾見足嘉名 ~ 芙蓉이란 이름이 아름답구나.
主人亦有煙霞癖 ~ 主人 또한 煙霞의 痼疾病이 있으나
茅棟深懹久未成 ~ 草家집 지으려는 깊은 뜻 오랫동안 못이뤘네.
★ 芙蓉峰 ~: 蓮꽃 봉우리 라 불리우는 唐나라의 處士 田游巖이 찾아간 高宗皇帝 의 登用 이야기에 "臣은 泉石膏盲 (솟아나는 바위의 물이지만, 앞 못보는 고름이 있고) 烟霞痼疾(煩惱같은 안개와 노을이 痼疾病으로 있다) 이라는
烟霞痼疾이 있습니다"라 말한것을 引用하였다.
● 五言絶句 26首. (題目마다 또 四言詩 한 張씩 있다)
(1) 蒙泉
山泉卦爲蒙 ~ 산에서 샘물이 나는 卦가 蒙이 되니
厥義吾所服 ~ 그 相을 나는 늘 생각하는 바이다
豈敢忘時中 ~ 어찌 敢히 時中을 잊으랴.
尤當思果育 ~ 더욱 마땅히 果育할 것을 생각하려네.
★ 書堂之東 ~ 書堂의 東쪽에
有泉曰蒙 ~ 샘이 있으니 蒙泉이라 한다.
何以體之 ~ 어떻게 本받으랴
養正之功 ~ 바르게 기르는 工夫로다.
(2) 洌井
石間井冽寒 ~ 돌 사이에 우물이 차디차니
自在寧心惻 ~ 저절로 있으니 어찌 마음에 슬프랴.
幽人爲卜居 ~ 閑暇로운 사람이 居處를 여기 定하였으니
一瓢眞相得 ~ 한 바가지 참으로 기쁘도다.
★ 書堂之南 ~ 書堂의 南쪽에
石井甘冽 ~ 돌우물이 달고도 차네.
千古煙沈 ~ 千古에 안개 속에 잠겼더니
從古仍冪 ~ 이제부터는 엎지를 마소.
(3) 庭草
庭草思一般 ~ 뜰의 풀과 나의 意思가 一般이라 하였는데
誰能契微志 ~ 뉘 能히 그 微妙한 뜻을 알랴.
圖書露天機 ~ 圖와 書가 天機를 드러냈으니
只在潛心耳 ~ 다만 潛心하기에 있을 뿐.
★ 閑庭細草 ~ 閑暇한 뜰에 잔 풀은
造化生生 ~ 造化로 나고 나네.
目擊道存 ~ 눈에 부딪히자 道가 있으니
意思如馨 ~ 意思가 香氣 같네.
(4) 磵柳
無窮造化春 ~ 無窮한 봄의 造化지만
自是風流樹 ~ 이것은 元來 風流스러운 나무로세.
千載兩節翁 ~ 千古에 두 節翁이
長吟幾興寓 ~ 이것을 읊으며 얼마나 興趣를 붙였던가.
★ 澗邊垂柳 ~ 시냇가에 垂楊버들
濯濯風度 ~ 깨끗한 風度로다.
陶邵共賞 ~ 陶淵明과 邵堯夫가 좋아하였으니
起我遐慕 ~ 나의 思慕하는 마음 일어나네.
(5) 菜圃
小圃雲間靜 ~ 작은 채소밭이 구름 사이에 고요하니
嘉蔬雨後滋 ~ 아름다운 菜蔬들이 비 뒤에 자라나네.
趣成眞自得 ~ 趣味를 이루었으니 참으로 스스로 즐겁고
學誤未全癡 ~ 배우겠다는 것은 틀렸으나 아주 어리석은 것은 아니로세.
★ 節右社南 ~ 節右社의 南쪽
隙地爲圃 ~ 남은 땅에 작은 菜蔬밭 만들었네.
下帷多暇 ~ 帳幕 내리고도 틈이 많으니
抱甕何苦 ~ 물독을 안음이 무엇이 괴로우리.
(6) 花砌
曲砌無人跡 ~ 花壇 굽이에 사람 발자취 없고
幽花發秀姿 ~ 그윽한 꽃이 고운 姿態 發하네.
風輕午吟處 ~ 낮에 詩 읊는 곳에 바람이 가볍고
露重曉看時 ~ 새벽에 볼 제 이슬이 무겁네.
★ 堂後衆花 ~ 書堂 뒤에 여러 꽃
雜植爛熳 ~ 爛熳하게 섞어 심었네.
天地精英 ~ 天地의 傑出하니
莫非佳玩 ~ 아름다움 아닌 것 없네.
(7) 西麓
舍西橫翠麓 ~ 집 西쪽에 푸른 山기슭이 비꼈으니
蕭灑可幽貞 ~ 그윽히 隱居할 만하네.
二仲豈無有 ~ 二仲이야 어찌 없으랴마는
愧余非蔣卿 ~ 내가 蔣卿 아님이 부끄럽네.
★ 悄蒨西麓 ~ 푸르른 西쪽 山기슭에
堪結其茅 ~ 草家집 한 채 지을 만하네.
以藏以修 ~ 學問에 專念할 수 있으니
雲霞之交 ~ 구름 안개 어우러졌네.
(8) 南淵
異石當山口 ~ 異常한 돌이 山 어구에 있고
傍邊澗入江 ~ 옆으로 시냇물이 江으로 들어가네.
我時來盥濯 ~ 때때로 내가 와서 洗手하고 씻으니
淸樾興難雙 ~ 맑은 숲 속에 興趣가 짝이 없도다.
★ 石之揭揭 ~ 돌이 우뚝
樾之陰陰 ~ 숲이 茂盛하다.
于江之沜 ~ 江의 언덕에서
納涼蕭森 ~ 시원하게 納涼하네.
(9) 翠微
東隴上翠微 ~ 東쪽으로 翠微에 오르니
九日携壺酒 ~ 九日에 술甁을 들었네.
却勝陶淵明 ~ 陶淵明보다 낫구나
菊花空滿手 ~ 술도 없이 菊花만 손에 가득 땄던 것보다는.
★ 翠微翠微 ~翠微 翠微여
書堂之東 ~ 書堂의 東쪽이로다.
九日故事 ~ 九日의 故事가
感慨余衷 ~ 나의 마음을 感慨하게 하네.
(10) 寥朗
西隴上寥朗 ~ 西쪽 언덕 넓게 탁 트인 곳에
矯首望煙霞 ~ 머리를 들어 안개와 노을을 바라보도다.
安得凌八表 ~ 어쩌면 宇宙에 높이 날아
仍尋羽人家 ~ 神仙의 집을 찾으리.
★ 寥朗寥朗 ~ 고요하고 트였음이여, 고요하고 트였음이여
精舍之西 ~ 精舍의 西쪽이로다.
仰眺俯瞰 ~ 우러러보고 구부려 봄이여
孰知其斜 ~ 누가 그 끝간 데를 알랴.
(11) 釣磯
弄晩竿仍裊 ~ 늦도록 놀리니 낚싯대가 휘어졌고
來多石亦溫 ~ 자주 오매 돌도 또한 따뜻하네.
魚穿靑柳線 ~ 물고기는 푸른 버들가지로 꿰었고
蓑帶綠煙痕 ~ 도롱이는 푸른 안개 痕跡을 띠었네.
★ 臨江苔石 ~ 江에 다다른 이끼 낀 돌에
一絲颺風 ~ 한 가닥 낚시 실이 바람에 나부끼네.
貧餌則懸 ~ 미끼를 貪하면 매달리고
冒利則訌 ~ 利益을 取하려면 싸우느니.
(12) 月艇
寒潭如拭鏡 ~ 차가운 못은 닦아 놓은 거울과 같으니
乘月弄扁舟 ~ 달을 실은 조각배를 戱弄하네.
湖老煙波詠 ~ 湖老의 煙波 읊음이요
坡仙桂棹秋 ~ 坡仙의 桂樹나무 돛대는 가을이네.
★ 一葉小艇 ~ 한 잎 작은 배에
滿載風月 ~ 風月을 가득 실었네.
懷人不見 ~ 사람이 그리워도 볼 수 없으니
我心靡歇 ~ 나의 시름 쉬지 않구나.
(13) 櫟遷
緣崖路呼遷 ~ 벼랑을 타고 오른 길을 천이라 부르니
其上多樹櫟 ~ 그 위에 떡갈나무 많이 심었네.
何妨抱離奇 ~ 울퉁불퉁 못생긴 것 無妨하니
壽已過數百 ~ 壽命이 벌써 數百 年이 지났네.
★ 櫟之不材 ~ 떡갈나무 材木 안 되는 것이
多至壽老 ~ 흔히 늙도록 오래 사네.
厥或不免 ~ 或是 免치 못하는 數가 있더라도
乃壽之道 ~ 못난 것이 오래 사는 道理로세.
(14) 漆園
古縣但遺基 ~ 옛 고을에 터만 남았는데
漆林官所植 ~ 옻나무 숲은 官家에서 심은 것.
見割有警言 ~ 베임을 當한다는 깨우치는 말을 하였으니
蒙莊亦高識 ~ 莊子도 또한 識見이 높구나.
★ 漆爲世用 ~ 漆이 世上에 쓰임이 되니
其割焉保 ~ 베임을 當하지 않을 수 있으랴.
厥或免割 ~ 或是 베임을 面할지라도
乃割之道 ~ 베임을 堂할 道理니라.
(15) 魚梁
玉食須珍異 ~ 玉食(임금의 밥)에는 珍味가 必要하니
銀唇合進供 ~ 銀唇魚는 進上하기에 合當하네.
峨峨梁截斷 ~ 높직하게 魚梁이 가로질렀고
濊濊罟施重 ~ 겹겹으로 그물이 쳐 있네.
★ 丙穴底貢 ~ 丙穴에서 貢納하니
編木如山 ~ 나무를 山더미처럼 엮었네
每夏秋交 ~ 매양 여름 가을 바뀔 때는
我屛溪間 ~ 나는 시내 한쪽으로 물러가네.
(16) 漁村
隔崖民風古 ~ 벼랑 저쪽에 百姓의 風俗이 예스럽고
臨江樂事多 ~ 江가엔 즐거운 일이 많구나.
斜陽如畫裏 ~ 그림 같은 夕陽에
收網得銀梭 ~ 그물을 거두어 銀魚를 얻네.
★ 太平煙火 ~ 太平의 生活은
宜人之村 ~ 宜人 마을일세.
漁以代徭 ~ 물고기 잡이로서 徭役을 代身하니
式飽且溫 ~ 배부르고 등 따스하네.
(17) 煙村
遠近勢周造 ~ 멀고 가까이 땅이 둘렀는데
漠漠迷煙樹 ~ 안개속 나무는 까마득히 보일까말까 한다.
延望足玩心 ~ 머리 들어 바라보매 玩賞할 만한데
變態多朝暮 ~ 變化하는 景致는 절로 아침이요 저녁일세.
★ 吟不盡興 ~ 읊조려도 興趣를 다할 수 없고
興不盡變 ~ 그림으로 變化하는 景致를 다 그리지 못하겠네.
春濃繡錯 ~ 봄이 짙을 제 緋緞무늬가 얽혔고
秋老霞絢 ~ 가을이 늦을 제 붉은 놀이 眩亂하네.
(18) 雪徑
一徑傍溪潯 ~ 한 오솔길이 시냇가를 끼고
高低斷復逵 ~ 높았다 낮았다 끊겼다 다시 이어진다.
積雪無人蹤 ~ 쌓인 눈에 사람의 자취 없는데
僧來自雲表 ~ 흰구름 밖에서 스님이 온다.
★ 浩浩崖壑 ~ 하얀 벼랑과 溪谷
迢迢磴逕 ~ 아득한 비탈길이로다.
踏作瑤迹 ~ 눈을 밟으매 玉의 자취가 되니
誰先乘興 ~ 누가 먼저 興을 타려나.
(19) 鷗渚
浩蕩浮還沒 ~ 갈매기는 넓은 물결에 뗬다가 다시 잠기고
毰毸晒復眠 ~ 날개 털고서 햇볕 쬐다가 다시 조네.
閑情乃如許 ~ 閑暇한 情趣가 이러하니
機事定無緣 ~ 秘密스런 일은 決코 없으리.
★ 舞而不下 ~ 춤만 추며 내려오지 않으니
渠未可干 ~ 干涉할 수 없네.
狎而有盟 ~ 親狎하여 盟誓 있으니
吾何敢寒 ~ 내 어찌 敢히 저버리랴.
(20) 鶴汀
水鶴煙霄下 ~ 물가의 鶴이 내 낀 하늘 아래 내려와
晴沙立遠汀 ~ 비 개인 뒤 모래밭 먼 물가에 섰네.
那堪無飮啄 ~ 어찌 먹지 않으리요마는
得處莫留停 ~ 먹은 곳에 오래 머물지 말라.
★ 鳴皐聞天 ~ 九臯에서 울매 소리가 하늘에 들리고
掠舟驚夢 ~ 배에 스쳐 지나 꿈을 놀라게 하였네.
野田有侶 ~ 들판에 짝이 있으니
盍愼媒弄 ~ 섞여서 戱弄하기를 操心하라.
(21) 江寺
古寺江崖空 ~ 江언덕에 옛 절이 비어 있으니
仙遊沓方丈 ~ 神仙의 놀던 것 三神山에 아득하네.
蟠桃定何時 ~ 天桃 심은 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結子重來賞 ~ 열매 맺으면 다시 와서 구경하리.
★ 江上招提 ~ 江 위에 庵子는
老仙舊居 ~ 神仙의 옛 居處라네.
月寒庭蕪 ~ 달은 차가운데 뜰은 묵었고
風悲室虛 ~ 바람은 슬픈데 房은 비었네.
(22) 官亭
小亭境自佳 ~ 작은 亭子 景槪 절로 좋은데
後江前皐濕 ~ 뒤에는 江이요 앞에는 언덕이다.
皂蓋不來時 ~ 검정 日傘 오지 않을 때에
野禽自棲集 ~ 들새들이 스스로 날아드네.
★ 官作之亭 ~ 官家에서 亭子 지은 지
歲月茫茫 ~ 歲月이 아득하네.
樂匪知濠 ~ 濠梁에 즐거움을 아는 것도 못 되고
擧似如棠 ~ 行動은 棠에 가서 물고기 보던 것과도 같았네.
(23) 長郊
炎天彌翠浪 ~ 여름날에는 푸른 보리 가득 차고
商節滿黃雲 - 가을철에는 누른 벼 가득하네.
薄暮歸雅望 ~ 해질 무렵에 돌아가는 까마귀를 바라보니
遙風牧笛聞 ~ 먼 바람에 牧童의 피리소리 들려오네.
★ 郊原膴膴 ~ 들은 平平한데
籬落依依 ~ 人家는 여기저기.
戴星而出 ~ 별을 보고 나갔다가
帶月而歸 ~ 달을 보고 돌아오네.
(24) 遠岫
微茫常對席 ~ 아득하나 恒常 자리에 마주 對한 듯
縹緲定河洲 ~ 아물거리니 어느 고을인가.
雨暗愁無奈 ~ 비 내려 沈沈할 제 시름해도 어쩔 수 없고
天空意轉悠 ~ 하늘이 트일 제 뜻이 더욱 길어라.
★ 如黛如簪 ~ 눈썹도 같고 잠과 같으며
非煙非雲 ~ 안개도 아니고 구름도 아니로다.
入夢靡遮 ~ 꿈에 들어오매 막을 길 없고
上屛何分 ~ 屛風에 그려두니 分別할 수 없네.
(25) 兎城
禦難何代人 ~ 이 城을 쌓아 難을 막은 것이 어느 時代 사람인고
古籍莽難考 ~ 文籍이 없어 想考하지 못하겠네.
時平久已頹 ~ 世上에 太平하여 무너진 지 오래이니
兎穴深蔓草 ~ 토끼窟에 풀들이 우거졌구나.
★ 維彼南山 ~ 저 南山에
因山作城 ~ 山을 因해 城을 만들었네.
海桑一朝 ~ 東海가 뽕나무 밭 되기도 하루 아침인데
蠻觸何事 ~ 蠻과 觸은 왜 싸우나.
(26) 校洞
宮墻沒澗煙 ~ 宮墻은 시냇가 안개 속에 묻혔고
絃誦變山鳥 ~ 글과 거문고 소리는 山새 소리로 變했구나.
誰能起廢規 ~ 뉘 能히 廢해진 規模를 일으켜
張皇道幽眇 ~ 어둡고 아득해진 道理를 밝혀낼까.
★ 古縣鄕學 ~ 옛 고을 鄕校가
遺址宛然 ~ 남은 터가 宛然하구나
麗季孱王 ~ 高麗 末年 衰할 때 일이라
敎化無傳 ~ 敎化가 傳함이 없구나.
● 五言絶句 4수. 以下 네 곳은 모두 天淵臺에서 바라보이는 곳이다. 그러나 다 主人이 있으므로 陶山에 屬하지 아니하고 뒤에다 따로 적으니 옛날 黃山谷이, “景致를 빌린다.” 하던 뜻이다.
(1) 聾岩 (西翠屛 東쪽에 있는데 故知中樞 이 李賢輔 先生의 亭館이 곁에 있다)
西望岩崖勝 ~ 西쪽으로 바위 벼랑 좋은 곳을 바라보니
高亭勢欲飛 ~ 높은 亭子는 形勢가 날 듯하네.
風流那復覩 ~ 風流를 어찌 다시 보랴
山仰只今稀 ~ 높은 山처럼 우러러봄도 只今엔 드물었다.
(2) 汾川 (西翠屛 南쪽에 있는데 마을 이름이다. 知事의 아들 察訪 大成이 居處하던 곳인데 號는 碧梧)
汾川非異水 ~ 汾내가 다른 물이 아니라
回水想梧陰 ~ 머리 돌이키니 梧桐나무 그늘 想像하네.
摵摵鳴疎雨 ~ 성긴 비에 우수수 울리니
秋來戀主深 ~ 가을이 오매 임 그리움 깊어라.
(3) 賀淵 (西翠屛 아래에 있는데 承旨 李公幹의 亭子가 그 위에 있다)
激湍下爲淵 ~ 急한 물결이 떨어져 못이 되었는데
深處知幾丈 ~ 깊은 곳은 몇 길이나 되는지.
主人在銀臺 ~ 主人이 銀臺(承政院)에 있으니
煙波頻夢想 ~ 江湖가 자주 꿈에 들리.
(4) 屛庵 (西翠屛 絶壁 가운데 있는데 上舍 李大用이 세운 것으로서 중을 시켜 지키게 했다. 前日에 깨끗한 방(淨室)이 있었더니 近者에 들으니 지키는 중이 그 房을 고쳐 만들어 前의 아름다운 風致를 잃었다 한다)
屛庵在懸崖 ~ 높은 벼랑 위에 屛庵이 있으니
石縫泉氷齒 ~ 돌틈에서 나는 샘물 이가 시리다.
舊愛一室明 ~ 前에는 깨끗한 房이 사랑스럽더니
如今定何似 ~ 只今은 어떻게 되었는고?
● 山居四時 各 四詠 十六絶
(1) 春四詠. 朝吟
霧捲春山錦繡明 ~ 안개 걷힌 春山이 緋緞처럼 밝은데
珍禽相和百般鳴 ~ 珍奇한 새들은 서로 和答하며 온갖 소리로 우네.
幽居更喜無來客 ~ 幽居에 요즘은 찾는 손님이 없었으니
碧草中庭滿意生 ~ 푸른 풀이 뜰 안에 마음껏 났다.
★ 午吟
庭宇新晴麗景遲 ~ 뜰 앞에 비 갠 뒤 고운 볕이 더딘데
花香拍拍襲人衣 ~ 꽃 香氣는 무럭무럭 사람 옷에 풍기네.
如何四子俱言志 ~ 어찌하여 네 弟子가 모두 제 뜻 말하는데
聖發咨嗟獨詠歸 ~ 聖人께서는 읊고 돌아옴을 홀로 歎息하는고.
★ 夕吟
童子尋山採蕨薇 ~ 童子가 산을 찾아 고사리를 캐니
盤飱自足療人飢 ~ 飯饌이 넉넉하여 療飢가 되네.
始知當日歸田客 ~ 비로소 알겠구나 當日 田園에 돌아온 손님
夕露衣沾願不違 ~ 저녁 이슬이 옷을 적셔도 避하지 않는 것을.
★ 夜吟
花光迎暮月昇空 ~ 꽃빛이 저녁을 맞자 달은 東쪽에서 떠 오르니
(* 攻이 空內集에는 東 字로 되어 있다)
花月淸宵意不窮 ~ 꽃과 달이 맑은 밤에 이 뜻이 끝이 없네.
但得月圓花未謝 ~ 다만 달이 둥글고 꽃이 지지 않으면
莫憂花下酒杯空 ~ 꽃 밑에 술盞 빔을 걱정하지 말라.
(2) 夏四詠. 朝吟
晨起虛庭竹露淸 ~ 새벽에 일어나니 빈 뜰의 대 이슬이 맑은데
開軒遙對衆山靑 ~ 軒檻을 열면 멀리 푸른 여러 山을 對하네.
小童慣捷提甁水 ~ 작은 아이 빨리 물甁을 가져오나니
澡頮湯盤日戒銘 ~ 湯의 盤銘처럼 洗手하네.
★ 午吟
晝靜山堂白日明 ~ 낮이 고요한 山堂에 대낮이 밝은데
葱瓏嘉樹繞簷楹 ~ 우거진 아름다운 나무는 처마에 둘러 있다.
北窓高臥羲皇上 ~ 羲皇氏 以前의 사람으로 窓門 아래 높이 누워 있으면
風送微冷一鳥聲 ~ 시원한 산들바람은 새 소리를 보내오네.
吟
★ 夕吟
夕陽佳色動溪山 ~ 夕陽의 아름다운 빛 시내와 山을 흔들고
風定雲閑鳥自還 ~ 바람은 자고 구름은 閑暇한데 새는 스스로 돌아가네.
獨坐幽懷誰與語 ~ 홀로 앉은 그윽한 懷抱를 누구와 이야기하리
岩阿寂寞水潺潺 ~ 바위 언덕은 고요하고 물은 潺潺히 흐른다.
★ 夜吟
院靜山空月自明 ~ 書齋는 고요하고 山은 비고 달은 절로 밝은데
翛然衾席夢魂淸 ~ 깨끗한 이불 속에 꿈도 맑도다.
寤言弗告知何事 ~ 깨어나 말하지 않은 것 무슨 일인고
臥聽皐禽半夜聲 ~ 누워서 한밤中 鶴의 소리를 듣는다.
(3) 秋四詠. 朝吟
殘暑全消昨夜風 ~ 어젯밤 바람에 남은 더위가 모두 가고
嫩涼朝起洒衿胸 ~ 아침에 일어나니 시원한 氣運이 가슴에 스민다. (嫩. 어릴 눈)
靈均不是能言道 ~ 靈均이 元來 道를 말할 줄 아는 이 아니라면
千載如何感晦翁 ~ 어떻게 千 年 뒤에 晦翁이 느끼도록 하는가
★ 午吟
霜落天空鷹隼豪 ~ 서리는 내리고 하늘은 비고 매는 한참 힘찬데
水邊岩際一堂高 ~ 물가의 바위 끝에 한 堂이 높다.
近來三徑殊牢落 ~ 요즘 와서 三徑이 유난히 쓸쓸한데
手把黃花坐憶陶 ~ 菊花를 쥐고 앉아 陶淵明을 생각하네.
★ 夕吟
秋堂睡望與誰娛 ~ 가을 堂의 照望을 누구와 즐길꼬
夕照楓林勝畫圖 ~ 丹楓 숲에 夕陽이 비치니 그림보다 낫더라.
忽有西風吟雁過 ~ 갑자기 西쪽 바람이 불어 기러기 지나가니
故人千里寄書無 ~ 옛 親舊는 便紙를 보내오지 아니하네.
★ 夜吟
月映寒潭玉宇淸 ~ 찬 못에 달이 비쳐 玉宇(맑은 空中)가 맑은데
幽人一室堪虛明 ~ 사람의 그윽한 房이 하나 고요하고 맑다.
箇中自由眞消息 ~ 그 가운데 스스로 참된 消息이 있나니
不是禪空與道冥 ~ 禪의 空도 아니요, 道家의 冥도 아니네.
(4) 冬四詠. 朝吟
群峯傑卓入霜空 ~ 우뚝 솟은 봉우리들은 찬 하늘을 찌르고
庭下黃花尙依叢 ~ 뜰아래의 菊花는 . 아직 떨기 남았는데
掃地焚香無外事 ~ 땅을 쓸고 香을 사르니 바깥 일 없고
紙窓銜日曒如衷 ~ 종이窓에 해가 비치니 밝기가 마음 같다.
★ 午吟
寒事幽居有底營 ~ 추운 철 그윽하게 사는 이 무슨 經營 있겠는가
藏花護竹攝羸形 ~ 꽃 가꾸고 대나무 돌보며 여윈 몸 健康을 調攝하네.
慇懃寄謝來尋客 ~ 찾아오는 손님을 慇懃히 謝絶하노니
欲向三冬斷送迎 ~ 겨울 석 달 동안에 손님 迎接 끊으려 하네.
★ 夕吟
萬木歸根日易西 ~ 나뭇잎은 모두 뿌리로 돌아가고 해는 짧은데
煙林蕭索鳥深棲 ~ 쓸쓸한 안개 낀 숲에 새는 깊이 깃들었네.
從來夕陽知何意 ~ 옛날부터 저녁까지 操心함은 무슨 뜻일까
迨欲須防隱處迷 ~ 隱密한 곳에서 迷惑을 防止하려 함이었네.
★ 夜吟
眼花尤怕近燈光 ~ 눈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으니 등불 가까이하는 것이 두려워지고
老病偏知冬夜長 ~ 늙고 病드니 겨울밤 긴 것을 切實히 알겠네.
不讀也應惟勝讀 ~ 冊 읽지 않아도 읽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
坐看窓月冷如霜 ~ 앉아서 窓門의 달을 바라보니 서리보다 차더라.
● 林居四詠
(1) 早春
臘酒春光照眼新 ~ 臘酒 봄빛이 눈에 비쳐 새로우니
陽和初覺適形新 ~ 따스한 氣運에 처음으로 몸과 精神이 알맞은 줄 알겠네.
晴簷鳥哢如呼我 ~ 비 갠 뒤 처마에 우는 새는 손님을 부르는 것 같고
雪磵寒梅似隱眞 ~ 눈 속 찬 梅花는 隱君子 같구나.
(2) 初夏
田家相賀麥秋天 ~ 農家에서 보릿가을 잘 되었다고 서로 祝賀하는데
雞犬桑麻任自然 ~ 닭ㆍ개ㆍ뽕나무ㆍ삼도 절로 자라도록 맡겨두네.
縱使年來窮到骨 ~ 비록 이 즈음에 窮하기가 뼈에 사무쳤어도
免敎匍匐井螬邊 ~ 우물가에 기어가서 벌레 먹은 오얏 열매 삼키는 것 免하리.
(3) 早秋
切切陰虫聽到明 ~ 벌레 울음소리 밤새도록 들으니
不平何事訴聲聲 ~ 무슨 일로 소리 소리 불평을 호소하나
極知搖落來無奈 ~ 차가운 가을철 오는 건 어쩔 수 없으니
深爲叢筠護節莖 ~ 叢竹을 爲해 節調 있는 줄기를 保護해 주려네.
(4) 初冬
役車休了靜門扃 ~ 農事 일 끝내고서 집안이 조용하니
卒歲豳風事爾馨 ~ 豳風에 나오는 대로 겨우살이 이러하네.
羸骨土床宜煖熨 ~ 야윈 몸 房에 들면 따뜻해야 할 것이니
却須朝夕問樵靑 ~ 아침 저녁에 樵靑에게 물으리.
● 溪山雜詠. (봄날 시내가에서 春日溪上에 이르기를)
雪消氷泮綠生溪 ~ 눈이 녹고 얼음 풀려 흐르는 물 푸릇푸릇
澹澹和風滿柳隄 ~ 살랑살랑 실바람에 버들가지 휘날리네.
病起來看幽興足 ~ 앓다 일어나 보니 그윽한 興 넉넉한데
更憐芳草欲生荑 ~ 꽃다운 풀 싹트는 것 더욱더 어여뻐라.
● 先生은 처음 시냇가에 草屋을 짓고 이름하여 寒栖庵이라 하였는데, 詩에,
茅茨移構澗庵中 ~ 시냇가에 띠집을 옮겨 지었는데
正値岩花發亂紅 ~ 때마침 山꽃이 어지럽게 피었네.
古往今來時已晩 ~ 예와 只今이 가로막혀 때야 이미 늦었지만
朝耕夜讀樂無窮 ~ 밭 갈고 글 읽으며 즐거움은 그지없네.
● 늦은 봄 望日에 홀로 陶山에 이르니, 梅花가 추워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 햇대(窨竹)도 亦是 憔悴한데 거기에 이날 風雨가 晝夜로 繼續하여 지난 봄의 律詩 韻에 따라 이르기를,
朝從山北訪春來 ~ 아침이라 北녘 山을 거쳐 봄이 찾아오니
入眼山花爛錦堆 ~ 山꽃이 활짝 피어 緋緞인 양 華奢하네.
試發竹叢驚獨悴 ~ 竹叢은 어이하여 시들었는고
旋攀梅樹歎遲開 ~ 梅花꽃 上氣도 덜 피었구려.
疎英更被風顚簸 ~ 梅花꽃은 狂風에 시달린 탓
苦節重遭雨急摧 ~ 모진 비에 쓰러졌다네.
歲月同人今又阻 ~ 벗님도 時節 따라 消息 막히니
淸愁依舊浩難裁 ~ 시름은 如前히 抑制하기 어렵구나.
● 先生이 病으로 歸鄕하여 山舍에서 梅花를 찾으면서 訪梅라는 한 絶句에,
爲問山中兩玉仙 ~ 여보소, 山中의 두 神仙님(梅花를 가리킴)네
留春何到百花先 ~ 이렇고서 모든 꽃을 앞서 피겠나.
相逢不似襄陽館 ~ 어째서 襄陽館에서 만나던 그날처럼
一笑凌寒向我前 ~ 방긋 웃고 날 맞아 주지 않나.
(梅花가 答한 한 絶句에)
我是逋仙換骨仙 ~ 나는 참 神仙 아닌 換骨仙人인데
公如歸鶴下遼天 ~ 임은 遼陽에서 내려온 鶴이로세.
相看一笑天應許 ~ 서로 만나 반갑게 웃을 날 있으리니
莫把襄陽較後前 ~ 襄陽館을 가져다 先後를 따지지 마소.
● 先生은 일찍이 山水가 좋은 郡의 守令이 되기를 願했는데 뒤에 丹陽郡守로 나갔다. 詩를 쓰기를,
靑松白鶴雖無分 ~ 푸른 솔에 흰 鶴은 비록 緣分이 없으나
碧水丹山信有緣 ~ 푸른 물과 붉은 山은 果然 因緣이 있구나. 하였다.
● 庚戌年에 비로소 退溪의 西쪽에 자리를 잡고 寒棲庵을 짓고 집 이름을 靜習이라 하고 그 안에서 讀書하였다. 詩에,
身退安愚分 ~ 몸이 물러나니 어리석은 分數에 便安하나
學退憂暮境 ~ 學問은 退步되어 晩年이 근심되네.
溪上始定居 ~ 시냇가에 비로소 살 곳을 定하니
臨流日有省 ~ 흐르는 물에 臨하여 날로 反省함이 있으리.
● 墓碣銘 (先生이 스스로 지은 銘에)
生而大癡 ~ 나서는 아주 어리석었고
長而嬰疾 ~ 좀 커서는 病이 났으니
中何嗜學 ~ 中年에 어찌 배우기를 좋아하겠으며
晩何叨爵 ~ 晩年에는 어찌 벼슬을 貪하겠는가.
學求猶邈 ~ 배움을 求할 수록 더욱 아득하고
爵辭猶嬰 ~ 벼슬 辭讓함에 오히려 얽혀지네.
進行之跲 ~ 나아가 行하니 難處하고
退藏之貞 ~ 물러나 숨기를 굳게 하였다.
深慙國恩 ~ 國恩에 깊이 부끄러워하고
亶畏聖言 ~ 임금님 말씀 眞實로 두렵네.
有山嶷嶷 ~ 山은 높디높고
有水源源 ~ 물은 끊임 없는데
婆娑初服 ~ 처음 옷으로 閑暇히 거닐며
脫略衆訕 ~ 여러 誹謗을 못 들은 척하네.
我懷伊阻 ~ 나의 懷抱 막히니
我佩誰玩 ~ 나의 佩 누가 구경할꺼나.
我思古人 ~ 古人 생각하니
實獲我心 ~ 實로 나의 마음 얻었으니
寧知來世 ~ 어이 알리 오는 世上
不獲今兮 ~ 只今 世上보다 못할 줄
憂中有樂 ~ 걱정 가운데 즐거움 있고
樂中有憂 ~ 즐거움 가운데 걱정 있으니
乘化歸盡 ~ 自然의 造化 타고 다함으로 돌아가니
復何求兮 ~ 다시 무엇을 求할꺼나.